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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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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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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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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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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6

DUMMY

-짐승-



나, 나는 사람하고 다를 바 없어.

사람처럼 눈으로 앞을 보고 코로 냄새를 맡아.

입으로 맛을 볼 수 도 있고 귀로 소리를 들을 수 도 있어.

또, 또··· 나는 두 팔이 있어서 물건을 집을 수 도 있고 두 다리가 있어서 걸을 수도 있어.

맞지?

어, 어··· 나도 사람처럼 부모가 있어.

도깨비는 부모가 없으니 난 도깨비가 아니야.

나는 수컷이니까 자웅동체인 곰도 아니야.

몸에 줄무늬도 없으니까 줄무늬를 가진 범도 아니야.

나는, 사람이야···.

나는 사람이야.

맞지?

사람처럼 눈과 코, 입 그리고 귀가 있고 사람처럼 부모가 있으니 나는 사람이야.

헤헤헤···.

나는 사람이야.


“거의 다 왔네.”


“저, 저도 같이 가면 안 될까요?”


“안돼. 안되지?”


“너는 여기 남아.”


주인님을 쳐다봤지만, 선과 같은 생각인 듯 고개를 젓는다.


나는 사람인데.


사람은 저기에 가도 아무 문제 없는데.


“네···.”


“짐을 선에게 주거라.”


지게를 벗어 선에게 준다.


“아이참, 네가 좀 메면 안 돼?”


“정말로 그러고 싶지만, 몸이 이래서 들 수 없군.”


마을에서 빠져나온 이후로 주인님과 선은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나로 인해 대화에 물꼬를 텄다.


선이 괜히 주인님에게 심통을 부린다.


“그건 못 고치는 거야?”


“글쎄, 어디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괴물이 나와서 해괴한 술법을 쓴다면 모를까.

이 세상 의원은 못 고치지.”


“막 팔도 새로 하나 붙여주고? 킥킥.”


선이 주인님의 굽은 등과 잘린 팔을 대상으로 불경한 농담을 했지만, 전혀 기분 나쁜 표정이 아니다.


주인님도 내심 선의 실없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갑시다. 날이 저물고 있으니.”


“그래. 야, 우리 간다.”


“이틀 후에 여기로 올 테니 그때까지 남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도록.”


나는 사람인데···


나도 저기에 갈 수 있는데···.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과 선이 날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간다.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주인님의 뒷모습을 계속 쳐다본다.


별안간 주인님이 뒤를 돌아보신다.


황급히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렇게 잠깐 날 바라보시곤 다시 고개를 돌려 갈 길을 가신다.


날이 어둑어둑해져 제법 쌀쌀하다.


적당한 장소를 찾아 모닥불을 피워 몸을 녹인다.


주인님이 사주신 탈이 든 가방을 손으로 한번 쓸어내려 본다.


내꺼야.

주인님이 사주신 내 가방.


한동안 가방을 만지며 보고 있다가 안에 든 탈을 전부 꺼내 세어본다.


역시 사람탈이 제일 많아.


그중 하나를 들어 이리저리 살핀다.


지, 지금 탈을 써도 주인님이 모르시겠지?

이렇게나 많은데 하나 정도 없어져도 모르실 거야.

응. 절대, 절대 모르실 거야.


탈을 내 얼굴에 맞춰 쓴다.


헤헤··· 헤헤헤···.

나는 사람이야, 나는 사람이야.

헤헤헤···.



///



“음···.”


키가 큰 경비병이 날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어이! 왜 그래?”


어디선가 키가 작은 경비병이 나타나 말했다.


“왔어?”


“왜 그러냐니까?”


“이 사람을 통과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어.”


“의심스럽다면 불허하고 아니면 허가해야지.”


키가 작은 경비병이 앞으로 다가와 날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걸 모르겠단 말이야.”


최대한 의심을 피하고자 고개를 숙인 채 있는데 키가 큰 경비병이 이상한 행동을 한다.


뭔가 싶어 고개를 들어 경비병을 쳐다보니 웃음을 짓고 눈짓으로 자신의 손을 보라고 한다.


자세히 보니 엄지와 검지를 서로 문지르고 있다.


“이런,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야.”


돈을 요구하는 건가?


가방을 뒤져 동전 두 개를 꺼내 손에 쥐어둔다.


“어이쿠, 고맙습니다. 나리.

날이 어두워져 몹시 춥습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고, 고맙소.”


경비병이 통과를 허가했고 무사히 성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람이라 들여보내 준거야.

내가 사람이니까.


성안으로 들어가 주위를 한번 둘러본다.


짐승일 때 봤던 광경과 사람일 때 보는 광경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일단 여관을 찾아 날이 밝을 때까지 있어야지.

이렇게 큰 성이면 주인님하고 마주칠 일은 없을 거야.

마주친다고 해도 날 알아보실··· 옷하고 가방이 눈에 띄는구나.

이것부터 어떻게 해야겠어.


주변을 둘러봐 상점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는다.


저 늙은 사람한테 물어봐야겠어.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다.


“저기 전 사람인데요···.”


“응? 새삼스럽게 자네가 사람인 건 왜 말하나?”


“아, 아니 그게 아니고요···”


“나 바쁘니까 물어볼 거 있으면 빨리 말하게나.”


“여관이랑 옷가게는 어디에 있나요?”


“아하, 여행자인가 보군?”


“네? 네.”


“이곳이 초행인가?”


바쁘다고 하셨잖아요···.

쓸데없는 말 말고 제가 묻는 말에만···.


“네···”


“그렇지. 처음 온 사람은 모를 수밖에 없지.”


사람···.

나보고 사람이라고 했어.


“헤헤···.”


“왜 웃는 건가?”


“아··· 갑자기 웃긴 생각이 나서요.”


“흠흠. 어쨌든 알려주겠네.

이 길로 쭉 가면 여관이 나올걸세.

제법 커서 한눈에 띌 거야.

여기에 여러 여관이 있지만, 그곳이 제일 좋지.”


“그렇군요.”


“옷은 여관 맞은편에서 사면 되네.

더 필요한 건 없나?”


느껴보지 못한 친절함에 나는 잠시 멍하니 있었다.


“자네 정말로 괜찮나?”


“네, 네.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노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허허, 요즘 젊은것들 하곤 딴판이군.”


노인이 내게 칭찬을 건네고 유유히 사라졌다.


알려준 곳으로 가니 과연 여관과 맞은편에 옷가게가 있었다.


새, 생각보다 너무 큰데.

주인님하고 선이 여기로 온 건 아니겠지?


불안감에 외진 곳으로 들어가 여관을 유심히 살펴본다.


살펴본다고 알 수는···.


거짓말같이 주인님과 선이 여관 밖으로 나온다.


주인님이 밖으로 나와서 주변을 한번 둘러보더니 정확히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신다.


보면 안 돼, 보면 주인님이 눈치채실 거야.


시선을 바닥으로 깔고 몸을 잔뜩 웅크려 최대한 기척을 죽인다.


주인님이 갔나 싶어 다시 쳐다보니 여전히 내가 있는 쪽을 쳐다보고 계신다.


황급히 눈을 감고 숨죽인 채 있는데 선의 말소리가 들린다.


“왜 그래?”


“누가 나를 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소.”


“어디서?”


“저기로 가봅시다.”


제발, 제발 오지 마세요.

제발···.


숨죽인 채 벌벌 떨며 기도한다.


주인님과 선이 내 근처까지 도달해 주변을 살펴본다.


“아무도 없는데?”


“저기로 가봅시다.”


저기라는 곳은 무조건 내가 있는 곳일 거야.


“저기로?”


그러나 선이 부정적인 투로 주인님에게 말한다.


“그렇소. 저기.”


“아, 싫어.

저기 더럽고 축축해 보여서 기분 나쁘단 말이야.”


“그럼?”


“그냥 가자.

고양이나 쥐가 널 보고 있었겠지.”


“그게 말이 되는 소리요?”


“아, 몰라!

갈려면 너 혼자 가보던가.”


“음···.”


“거 봐.

너도 저기 안 가고 싶지?”


“돌아갑시다.”


“잘 생각했어.”


주인님의 말을 끝으로 발걸음이 멀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후로도 한참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가 30분이 지나서야 고개를 든다.


가, 가셨어.


얼른 자리에서 벗어나 대로로 갔는데 주변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왜, 왜 그러지 나는 사람인데.

사람이면 시선을 끌지 않아야···.

아.

나한테 냄새가 나는구나.

너무 긴장해서 냄새가 나는 것도 몰랐어.

일단 씻어야겠어.

어서 씻고 옷부터 사야겠어.

아까 같은 상황에서 주인님을 마주쳐도 모르게 말이야.



///



다음날.


주인님과 선은 내가 옷을 갈아입으면 몰라보실 테니 숙소는 처음 봐둔 곳으로 잡았다.


날이 밝자마자 옷가게로 들어섰고 마음에 드는 옷을 이리저리 입어본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좋아 보여요.”


“이걸로 하시겠어요?”


“네, 이 옷으로 주세요.”


“이 더러워진 옷은 어떻게 할까요?”


“그건···.”


주인님이 주신 옷이니까 버리면 안 돼.

세탁해서 잘 놔뒀다가 다시 입어야지.


“그건 제게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값을 치르고 방 안으로 돌아와 생각에 잠긴다.


내일 뭘 하지?

여기서 가만히 있을 게 아니라 일단 밖으로 나가보자.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가 마치 아무 목적 없이 동네를 돌아다니는 개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녀 본다.


그렇게 돌아더니던 중 많은 인간들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곳이 눈에 띈다.


궁금증이 동해 인파에 섞여 무슨 일인지 구경해본다.


보니 짐승 두 마리가 화형대에 묶여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내 옆에 있는 범에게 말을 걸어본다.


“저기요, 저기 저 짐승은 무슨 일로 저기 있는 거예요?”


“저놈들이 탈을 쓴 채 여기에 있었다는군.”


“탈을 쓰고요?”


“그렇지. 정말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들이야.”


감히 짐승 주제에 탈을 쓰고 여기에 들어오다니.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


“짐승 새끼들이 감히···.”


“그래. 감히 여기에 들어와 우리와 섞일 생각을 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어.”


“저놈들은 화형도 아까운 놈들이에요.

사지를 찢어 죽여야 하는데.”


“허허, 자네 그렇게 안 보이는데 한 성격하는군.

맞네. 저런 것들한텐 불도 아깝지.

사지를 소에 묶어서 찢어 죽여야 하는데 말이야.”


주변을 살펴 떨어진 돌멩이가 있는지 찾아본다.


적당한 걸 주워 화형대에 묶인 짐승을 향해 던진다.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 짐승의 머리에서 피가 흐른다.


돌에 맞은 짐승이 내가 던진 걸 알아보고 날 노려본다.


“뭘 노려봐 이 짐승 새끼야!”


다시 돌멩이를 던져 머리를 맞췄다.


“너 같은 놈한텐 화형도 아까워! 돌팔매가 딱 맞아!”


내 말에 주위 인간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그중 누군가가 나처럼 짐승에게 돌을 던진다.


“그래! 저 사람 말이 맞아! 너 같은 놈한테 돌팔매가 딱이야!”


저 인간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을까?


주위 인간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짐승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


사형집행인은 짐승을 향한 돌팔매질에 당황하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 자신도 동참하기 시작한다.


순간식에 돌팔매질로 주위가 아수라장이 된다.


내, 내가 이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친 거야.

내가 사람이니까 이 인간들이 내 말을 따라준 거라고.


환희에 차 주변을 둘러보며 돌팔매질하는 인간들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짐승에게 돌을 던지지만 어찌한 일인지 사람 두 명만이 돌을 던지지 않는다.


누가 감히 사람인 나의 말에 동참하지 않는가 보니 주인님과 선이다.


주인님과 선은 특히 주인님은 심기가 불편한 듯 인상을 찡그리며 돌을 던지는 인간들을 쳐다본다.


그렇게 보는 와중에 나와 눈이 마주친다.


황급히 고개를 돌려고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지만 누군가가 나를 붙잡는다.


주인님인가 싶어 기겁하며 돌아보는데 내 옆에 있던 범이었다.


“자네 정말 마음에 들어.

나랑 같이 술 한잔하지 않겠나?”


“저, 저랑요?”


“그래. 왠지 자네는 나랑 잘 맞을 거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네.”


“조, 좋아요.”



///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묵은 여관방이다.


으, 으··· 머리가 너무 아파.

내가 얼마나 마셨지?


기억이 도통 나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살펴보니 날이 벌써 저물었다.


아직 오늘이지···?

내일 아니지?

내일은 주인님 만나는 날인데···.


급히 밑으로 내려가 주인장을 만나 내가 언제 왔는지 물어본다.


“너, 너, 너···.”


주인장이 이상하게 나에게 삿대질하며 말을 더듬는다.


“왜 그러세요?”


“이, 이 개새끼가!

감히 내 가게에 들어오다니!”


주인장이 빗자루를 들어 나를 마구 때린다.


“왜, 왜 이러세요!?”


“경비병! 이 짐승 새끼가 내 가게에 들어왔어! 빨리 좀 도와줘!”


주인장은 급히 밖으로 나가 자신을 도와줄 경비병을 찾기 시작했다.


지, 짐승?

탈이 벗겨진 거야?


급히 손으로 얼굴을 더듬으니 흉측한 송곳니가 느껴진다.


부리나케 방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긴다.


어, 언제 벗겨진 거야!?

도대체 누가 벗긴 거야!?

이, 일단 몸부터 숨기자.


가방을 급히 찾는데 보이지 않는다.


가, 가방 어디 있어!?

내 가방!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고함이 마구 들리기 시작한다.


“어디 있어!? 빨리 찾아!”


점점 내방으로 가까이 오는 게 느껴진다.


어, 어떡하지?

이대로 있으면 아까 짐승처럼 돌에 맞아 죽고 말 거야.

그, 그리고 내 가방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야!?


문고리를 여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소리만 들릴 뿐 문은 열리지 않는다.


“여기 있다! 빨리 여기로 와!”


어, 어떡하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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