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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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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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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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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0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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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5

DUMMY

-천-



“···이렇게 된 거요.”


살인마가 주저리주저리 말했지만 내 귀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피해망상에 사로잡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을 테지.

저런 부류와 말을 섞어봤자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어.


“그렇군.”


“이해하는 거요?”


“그래.”


“드디어 나를 이해해주는 인간을 만났어.

내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시오?

말해줘도 한결같이 이해하지 못했어.

도리어 내가 죽어야 할 사람이라면서 욕하고 나무랐지.

뭐, 전부 죽여버렸지만 말이야.”


“지금까지 몇 명이나 죽였지?”


“여덟?

이놈까지 해서 아홉 명이군.”


“앞으로 계획은?”


“남은 하나를 마저 죽이고 이 마을을 떠날 것이오.

그런데, 어떤 여자 사람이 계속 지키고 있더군.

저번에도 그랬는데 말이야.”


선을 말하나 보군.


“그래서?”


“당신이 나를 좀 도와주시오.”


이놈을 이용해 남은 하나의 입을 막아버려야겠어.

그 전에 하나 물어봐야겠어.


“할머니와 어린아이.

그들은 왜 죽였지?”


“응? 누굴 말하는 것인지···.”


“한집에 사는 할머니와 어린아이.

사도를 만난 사람 말이야.”


“아, 아. 그년들?”


지난 일을 상기하는지 자리에 앉아 손가락으로 턱을 두드린다.


“내가 죽였지? 그런데 왜?”


존댓말이 낮춤말로 변했다.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고 다시 한번 묻는다.


“왜 죽였냐고 물었다.”


“말했잖아?

그 년들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해주지 않았다고.”


“늙었고 어린 사람이었다.”


“늙고 어린 사람이면 남을 구해주지 못하는 거야?”


“너는, 그러면 너는 무엇을 했길래 구하지 않은 거지?”


“너, 내 말 안 들었지?”


미친놈 특유의 광기 어린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이놈은 신체가 어디까지 훼손되면 착한 눈빛으로 바꿀까?


“나는 다른 마을에 있었다니까?

그래서 못 구했다고.”


“알고 있었으면 네가 구했어도 될 텐데?”


“사정이 있었다고.”


“짐승이 무서워서?”


미친놈이 벌떡 일어서서 칼로 날 위협한다.


“개새끼야. 함부로 지껄이지 마.”


“맞군.

너는 짐승이 무서워서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지 못한.

아니, 구하지 않은 주제에, 힘없는 사람들이 구해주지 않아 죽이고 다녔다고?

정말 미친놈이 따로 없군.

한 가지만 더 묻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도 널 사랑했나?”


미친놈이 아무 반응 없이 날 위협하는 자세로 가만히 있다.


“침묵이 대답을 대신하는군.

다른 걸 물어보지.

그 할머니와 아이에게 뭔가 들은 건 없었나?”


미친놈이 여전히 입을 열지 않는다.


“없었나 보군.”


“내 얘기를 들어줬으니 이, 이번만은 널 살려두겠어.

한 번만 더 건방지게 굴면 너도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


“남은 하나는 파란 지붕을 가진 집에 있다.

안에 여자가 둘 있는데 하나는 널 노리는 실력자니 조심해.

네가 수백 번 죽었다 깨어나도 어찌 못할 여자다.

방법을 찾아내.

그리고 오늘 밤 중으로 남은 목표를 죽여.”


미친놈이 입을 열었지만 흘려듣고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선다.



///



“못 지켰다고?”


“그렇소.”


선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본다.


“정말?”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피곤하지 않소?”


“언제 올지 모르는데 종일 긴장하면서 있으니까 좀 피곤하긴 하네.”


화제를 전환했지만, 선을 어찌한 일인지 꼬치꼬치 캐어묻지 않고 내 의도대로 따라주었다.


“교대합시다.

그런 일을 겪어서 그런지 잠도 안 오는군.”


“그럴래?”


이 여자 정말 이상하군.

눈치를 어느 정도 채고 있나?


“잠깐 밖에 나가 용변 봄 보고 오겠소.”


“여기서 안 보고?”


“찬바람도 맞을 겸 갔다 오겠소.”


“그래.”


밖으로 나가 짐승을 부르니 내 앞에 나타난다.


“특이사항은?”


“없었어요.”


“잘 들어.

이제 네가 살인범이다.”


“네, 네?”


“네가 살인범으로 위장해 저 안으로 들어가.

그리고 선을 밖으로 유인해.”


“하, 하지만···.”


“하지만 뭐?”


“선님이 속으실까요?

그리고 전에 제 얼굴도 봤는데···.”


“그러니까.

네 얼굴을 봤으니 공범으로 생각하고 쫓겠지.”


“알겠습니다.”


“지금 들어가.”


“주인님, 혹시 제가 선님한테 잡히면요?”


“그것까지 내가 알려줘야 하나?

네가 알아서 해.”


“네···.”


짐승이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뛰쳐나온다.


선 또한 밖으로 나오는데 멀뚱히 쳐다보고 있는 날 보고는 “저 새끼가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어!”라고 말했다.


“당신이 공범이 있다고 했으니 나는 쫓지 않고 안에 남아서 지키겠소.”


선이 “알았어! 나중에 봐!”라고 말하고 짐승이 도망간 곳으로 사라진다.


그런 선을 한동안 쳐다보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자, 잡았어요?”


“선이 쫓고 있소.”


“당신은요?”


“당신을 지켜야지.”


“지금 범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에요?”


“모르오.

그러니까 내가 지키고 있는 거지.”


“그, 그렇군요.”


낮에는 선을 윽박지르더니 막상 목숨이 위험해지니 고분고분해지는군.


“주무시오.”


“잠이 오지 않네요.

혹시 제 얘기 좀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말해보시오.”


여자가 내 옆에 앉는다.


“옆에 앉아 있어도 되죠?”


“당신 집이오.

편한 대로 하시오.”


“고마워요.

사도가 여기 있었다는 건 알고 있어요?”


아가씨 얘기를 하는가 싶어 자세를 고쳐 여자를 마주 봤다.


“어머, 사도에 대해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그렇소.”


“사도가 여기 왔었어요.

그리고 우리를 구해줬죠.

여러 일이 있었는데 저는 잘 알지 못해요.

무서워서 밖으로 나가지 않았거든요.

근데 사도가 어디로··· 꺄악!”


문이 벌컥 열리고 미친놈이 들어왔다.


“어이구, 형씨. 밥상을 차려놓으셨구먼 그래.

내 고맙게 먹도록 하지.”


“기다려. 아직 듣지 못한 말이 있다.”


“뭐라는 거야? 눈앞에 밥이 있으면 빨리 먹는 게 인지상정이지.”


미친놈이 칼을 빼 들고 여자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멈추라고 했어.”


“다, 당신! 저놈하고 한패였어!?”


내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놈이 여자에게 칼을 휘두르려고 하자 손목을 날려버린다.


“크아악,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네가 이러고도 무사할 줄 알아!?”


“기다리라고 했어.

여자, 말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네, 네?”


“사도에 대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냐고!”


“그, 그러니까···.”


별안간 미친놈이 내게 칼을 휘두른다.


“죽어 이 새끼야!

나는 아까부터 네가 마음에 안 들었어!”


돌을 꺼내 미친놈의 다리에 던졌고 다리가 박살 나며 급격히 허물어진다.


“아아악! 내, 내 다리가!”


미친놈의 머리채를 잡는다.


“내가 널 안 죽이는 이유는 저 여자를 죽여야 하기 때문이야.

얌전히 있어.”


“으흐흐. 개, 개소리하지 마! 이 미친 새끼야.”


“죽이는 데 입은 필요 없지.”


미친놈의 입에 칼을 쑤셔 넣고 이리저리 헤집어 놓으니 입안이 빠진 이와 피가 뒤섞여 엉망이 된다.


뭐라고 중얼대지만 알아들을 수 없다.


“드디어 조용해졌군.”


다시 여자에게 가 묻는다.


“말해.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모, 몰라요!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입이 필요 없는 모양이야.

너도 저렇게 되고 싶은가 보군?”


“왜, 왜 이러는 거예요?

당신은 나를 지키기 위해 왔잖아요.”


“왜 이러냐고?

아가씨를 위해서다.”


“아, 아가씨요?”


“시간 끌려는 수작이 뻔히 보이는군.

말하지 않으면 말하게 만드는 수밖에.”


“마, 말할게요.

제, 제가 엿들었는데 도, 도깨비눈물로 간다고 했어요.”


“도깨비눈물? 확실해?”


“화, 확실해요.

제가 똑똑히 들었어요.”


“고맙다.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어.”


“사, 살려주시는 건가요?”


“살리고 말고는 저놈이 결정하는 거지 내가 하는 게 아니야.”


미친놈에게 걸어가니 아무런 반응이 없다.


발로 툭툭 건드려 보아도 움직임이 없는 거로 보아 죽은듯하다.


목에 손을 대어봐도 박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주, 죽은 거 맞죠?”


“안 죽었어.”


돌을 다시 꺼내 미친놈의 머리를 박살 내고 몸을 차지한다.


“지,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그건 무슨···.”


여자에게 다가가 손으로 입을 막는다.


“고맙소. 당신의 은혜는 잊지 않겠소.”


단숨에 목을 꺾는다.



///



“너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


“전에도 내가 말했었는데 나는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 사람이오.

그리고 사람은 때때로 실수를 하는 법이지.”


“그런데 왜 내가 없는 사이에 실수하냐고.”


“실수가 불시에 일어나니 실수지.

원하는 때에 일어나면 그걸 실수라고 말할 수 있소?”


내가 원하는 때에 실수가 일어났으니 고의라고 해야지.


“아이고.”


내 말에 선은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하고 한숨만 내쉰다.


“다 죽어버렸어.

그렇게 노력했는데.”


“애석하게도.”


“정말?”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지 않소.

그저 당신의 기분에 공감하는 척했을 뿐이오.”


“그러면 가만히 있지 마지막 말은 왜 붙이는 거야?”


“당신이 물어봤으니까.

그 질문에는 불신이 담겨있지 않았소?”


“그래, 담겨있었지만 네가 아니라고 했으면 없어졌을 거야.”


씨발.


“그냥 넘어갑시다.

내가 이들을 애도한다고 해도 돌아오지 않을 테니.”


선은 대답 없이 죽은 살인범을 쳐다보고 있다.


“머리가 날아갔네.

날아간 정도가 아니라 무언가로 짓뭉개졌어.”


“급해서 돌을 사용했소.”


“그 정도로 실력자였어?”


“상황이 그렇게 됐소.”


“무슨 상황?”


“지금 당신이 말하고 싶은 바가 뭐요?”


“없어.”


전혀 없어 보이지 않는 얼굴이다.


하지만, 더는 이 일에 관해 얘기하고 싶지 않아 토를 달지 않았다.


“다 끝났으니 갑시다.”


“시체는?”


“한자단에서 처리하겠지.”


선이 죽은 여자를 한동안 쳐다보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뒤따라서 나가니 범이 우리 앞에 나타난다.


“언제부터 있었소?”


내가 뭘 했는지 들었겠지.


“방금 도착했습니다.”


“나는 위치를 알려준 적 없었는데 어떻게 찾은 거지?”


“적어도 이 마을에선 저희의 눈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럼 그 잘난 눈으로 범인을 빨리 잡았으면 되잖아요!”


선이 갑자기 큰소리로 범에게 말했다.


“왜 보고만 있고 잡지 않은 거죠!?”


“선, 그만하시오.

당신도 그 이유를 알고 있지 않소.”


“알고 있어! 알고 있지만···!

조그마한 단서라도 우리에게 주었다면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잖아!”


“그만 갑시다.”


선이 자리에서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감정을 추스른다.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따라오지 마.”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내일 출발합시다.”


선이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어디론가 걸어간다.


“눈을 벗어나지 못한다고 했소?”


“무, 물론 천 님은 예외입니다.”


“어디까지 봤지?”


품에서 칼을 꺼내 범에게 다가간다.


내 모습을 본 범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난다.


“말해. 어디까지 봤어?”


“정말입니다. 정말···.”


“네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어.

이럴 땐 거짓이라 가정하고 처리해버리는 게 후환이 없지.”


범이 더욱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널 믿어보겠어.

정확히 말하면 널 믿는 게 아니라 한자단을 믿어보겠어.”


“가, 감사합니다.”


“계약서 찢어.”


“아, 아직 확인을 못 해서···.”


길을 비켜 범이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주었다.


안으로 들어가더니 이내 밖으로 나온다.


“확인했습니다.”


범이 내 눈앞에 계약서를 보여주곤 찢어버린다.


그러자 보라색 불이 붙으며 찢어진 종이가 사라져버린다.


“선 것도 지금 해.”


종이 하나를 꺼내 또 찢어버리고 보랏빛 불과 함께 사라진다.


끝났어.

드디어 아가씨의 치부를 세상에서 지웠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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