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연재수 :
175 회
조회수 :
4,930
추천수 :
1
글자수 :
939,712

작성
23.01.01 21:00
조회
31
추천
0
글자
11쪽

54

DUMMY

-천-



“알지? 며칠 안 남았어.”


“알고 있소.”


선에 대한 오해도 풀렸으니 서둘러 그놈을 잡아야겠어.


“뾰족한 수라도 있어?”


“그 당시 있던 사람들을 죽인다고 했으니 한 명을 골라 밤 동안 대기하고 있으면 찾아오지 않겠소?”


“아니, 그러면 나머지 사람들은?”


“행운이 있길 바라야지.”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선은 내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


“나머지 사람들은 다 죽을 거라고!”


다 죽는다···라.


다 죽는다.


“다시 찢어지면 최소한 둘은 살릴 수 있겠군.

선, 나는 범인을 잡으라는 의뢰를 받았지 사람을 지키라는 의뢰를 받지 않았소.

그렇다면 당신에게 물어보겠소.

방법이 있소?”


“그, 그거야···.

그래! 사람들을 한곳에 모아두면 되잖아?”


“밥상을 차려서 떠먹여 주는군.

불이라도 지르면 어떡할 거요?”


“고, 공터에 놔두는 건?”


“좋은 방법이오.

하지만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도 사람들이 인내를 가지고 그곳에 있을 거라 생각하시오?”


“어, 어, 그러면···.”


“없으면 내 방법대로 합시다.”


내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땅한 방법을 떠올리지 못한 선은 마지못해 승낙한다.


“알았어. 둘로 찢어지자.”


짐에서 명단을 가져와 선의 앞에 펼쳐놓는다.


“고르시오.”


“버, 벌써?”


“벌써라니? 고르고 바로 나가야지.”


“아, 알았어. 잠깐만.”


명단을 유심히 본다.


자신의 선택에 따라 생사의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몹시 부담스러운듯하다.


이내 손가락으로 한 사람을 가리킨다.


“내가 이 사람한테 갈게.”


“좋소. 나는 이 사람으로 하지.”


나도 하나를 골라 선에게 알려주었다.


“근데, 만약에 말이야.

하루가 남았는데도 그놈이 안 나타나면?”


“짐승을 불러 추적하게 해야지.”



///



이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아가씨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사도가 한 일이기에 쉬쉬하지만 언젠간 알려질 터.


“짐승.”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서 짐승이 나타나 내게 인사한다.


“찾으셨어요?”


“여기서 몇 명 남았지?”


명단을 짐승에게 주며 말했다.


“여기 표시된 여덟 명 중 다섯이 남았어요.”


“한자단도 알고 있나?”


“네.”


확실히 그 범인을 잡는 데만 신경을 쓰는군.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괜찮을까요?”


짐승을 한번 쳐다본다.


“말해봐.”


“감사합니다.

제 생각엔 한자단은 희생자 수와 관계없이 살인범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작게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그러자 짐승이 신이 나서 약간 들뜬 목소리가 된다.


“주인님의 판단은 탁월하신 것 같아요.

여길 지키고 있으면 언젠가는 오겠죠.”


“선은 뭘 하고 있지?”


“네? 아··· 주인님처럼 집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남은 다섯의 사람들이 아가씨가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다.


남은 다섯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남은 다섯의 사람들···.


“잘 들어.”


“네. 말씀만 하세요.”


“살인범이 선이 지키고 있는 사람을 노리면 네가 선을 방해해.”


“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그 살인범이 죽이도록 두라는 말이다.”


“왜, 왜요?

돕지 않고요?”


짐승은 적잖이 당황한 듯 눈이 똥그래지며 내게 반문했다.


“이유는 묻지 마.

그 살인범이 계획을 이룰 수 있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가봐.”


입을 막아야 해.


아가씨의 행동이 선의든 악의든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니든 그 누구도 알아선 안 돼.



///



날이 밝아 숙소로 돌아가니 선이 퀭한 얼굴로 날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날 맞이한다.


“왔어?”


화를 안 내는 걸 보니 눈치를 못 챈 모양이야.


“피곤해 보이는군.

내 쪽으로는 오지 않았는데 당신은?”


“왔어.”


“그래서?”


“못 지켰어.”


“잡았긴 했고?”


“못 잡았어.”


“무슨 일이 있었소?”


능청을 떨며 모르는 척 물었다.


선에 날 쳐다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대답한다.


“당신이 어찌 못할 실력자였소?”


“몰라, 난 그 범인 얼굴도 못 봤어.”


“그게 대체 무슨 소리요?

잠이라도 잔 거요?”


“나는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공범이 있나 봐.

어떤 남자 사람이 내 주의를 끈 사이 일이 벌어졌어.”


짐승이 일을 제대로 했어.


“아무리 그래도···.”


“그 일에 대해 더는 말하지 마.

나 기분 정말 안 좋으니까.”


“알았소.

필요한 건 없소?”


“너한텐 안 갔어?”


“안 왔소.”


“두 명 남았어.

알고 있지?”


“알고 있소.”


“지금이라도 그 둘에게 말하자.”


“범인이 눈치채고 잠적하면?”


“아까 내 말 못 들었어!?”


자신의 눈앞에서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매우 힘든 듯 선의 감정이 격해졌다.


“아, 미안.

너한테 화낼 게 아닌데.”


“···괜찮소.”


“아까 공범이 날 방해했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그놈도 알고 있을 거야.”


안돼.

알려주면 범인이 정말 잠적할 거야.

어떤 핑계를 대서 못 하게 하지?


“반대하는 거야?”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선의 목소리가 다시 표독스럽게 변했다.


“아니오. 당신 뜻대로 합시다.”


“좋아. 지금 당장 가서 말하자.”


“피곤한데 일단 쉬고 나서···.”


“잠깐이면 되잖아.

두 명이니까 한 시간도 안 걸릴 거라고.”


“알았소. 어서 갑시다.”



///



“그, 그게 사실인가요?”


“네, 죄송합니다.”


“어, 어쩐지 요즘 그 사람들이 안 보인다고 했어.

어떻게 그렇게 감쪽같이 속일 수가 있지!?

그러고 보니 나 당신들 알아.

저번에 나한테 와서 이것저것 캐묻던 사람들 아냐?”


“죄송합니다.

이제 제가 지켜드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는 뭐했는데!?

그냥 앉아서 구경이라도 했다는 말이야!?”


“저희 둘뿐이라 신출귀몰하는 살인마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제 두 분만 남았으니 한 명씩 전담해서 지킬 수 있습니다.”


선이 다행이라는 실언을 했지만 나를 포함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다.


선과 여자는 경황이 없었고 나는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천, 어떡할래?”


“같은 여자니 당신이 남는 게 좋지 않겠소?”


여자를 쳐다보니 내 의견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그래요. 집 안에 같이 있을 건데 남자보단 여자가 낫지.”


“알겠습니다.”


“두 분이 할 말이 있을 거 같은데 마저 하고 들어와요.”


여자가 집 안으로 들어간다.


“더 할 말 있어?”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그놈을 열심히 막을 생각은 하지 마시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는 범인만 잡으면 되오.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는 거지.”


“너는 그럴지 몰라도 나는 아니야.

나는 살리는 게 우선이고 잡는 건 나중이야.”


선이 날 물끄러미 쳐다본다.


“너,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티가 났나 보군.


“무슨 생각?”


“내가 하는 생각.”


“랑이 무슨 일을 했는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불편하잖아.”


“부정하지 않겠소.”


“너 정말···.”


“안 들어와요!?

당신들끼리 잡담 나누다가 그 새끼가 오면 어떡하려고!?”


여자의 재촉에 선은 날 한번 쳐다보고 안으로 들어간다.



///



“그러니 내가 당신을 지키겠소.”


“야 이 개새끼야!”


남자가 별안간 내 멱살을 잡는다.


“지금 말이면 다야!?

이 천한 놈이 지금까지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뭘 한 거야!?”


남자의 팔을 잡아 뿌리치고 바닥에 내팽개친다.


남자는 내가 이렇게 행동할 줄 몰랐던 듯 심히 당황한 눈치다.


“내가 널 왜 지켜야 하지?”


“이, 이 종놈이···!”


“똑바로 들어.

나는 네놈을 위해 살인마를 잡는 게 아니라 날 위해 잡는 거야.

너 따위 죽어도 나한테 아무런 영향도 없어.

하는 것도 없이 목소리만 큰 무능력한 놈이 원하는 것만 많아서.”


“이, 이 새끼가···!”


칼을 꺼내 남자에게 겨눈다.


“한 번만 더 지껄이면 살인마가 아니라 내가 널 죽여버리겠다.

알아서 잘 처신해.”


남자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주먹을 꽉 쥐며 날 노려본다.


“그 패기 하나는 봐줄 만하군.

그런데 그 패기가 언제 꺾일까?

네 두 눈이 뽑히고 나서?

아니면 양팔이 잘리고 나서?

그것도 아니면 두 다리까지 잘리고 나서?

정말 궁금해.”


남자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무릎을 꿇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봅니다.

평소에도 이렇게 화를 주체할 수 없어서 그만···.”


나는 남자의 대답을 끝까지 듣지 않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를 둘러보고 있으니 남자가 들어와 내게 말을 건다.


“차, 차 한잔 드릴까요?”


“필요 없어.

더러운 침 들어간 차는 너나 많이 마셔.”


적당한 의자에 앉아 팔짱을 낀 채 눈을 감는다.


얼마나 지났을까?


별안간 어디선가 끼익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눈을 떠 주변을 둘러본다.


남자도 들었는 모양인지 내 옆으로 가까이 온다.


“서, 선생님.

저, 저게 무슨 소리죠?”


“조용히 말해.

네 말 듣고 안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안 들어오면 좋은 거 아닌가요?”


“입 닫아.”


여전히 끼익하는 소리가 들린다.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소리의 근원지를 파악해본다.


문으로 가까이 가니 소리가 점점 커진다.


정직하게 문으로 들어온다?

멍청한 것인지 자신이 넘치는 것인지.


“야 이 살인마 새끼야!

들어오지 마!”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고 나는 다급히 문을 활짝 열어 살인마를 확인한다.


과연 살인마가 있었고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아무런 반응 없이 날 쳐다만 본다.


“너로군.”


자신이 들통난걸 인제야 인지한 것인지 부리나케 뒤로 돌아 도망간다.


뒤쫓아갔지만 살인마는 이곳의 지리를 훤히 알고 있는 듯 날 가볍게 따돌린다.


“빨리 잡아!”


짐승이 튀어나가 살인마를 뒤쫓는다.


남자의 집으로 돌아가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짐승이 포박한 살인마를 내 앞에 내려놓는다.


“수고했다.

이제 선을 계속 주시해.”


“네.”


“저, 저놈이 살인마인가요?”


남자가 내게 붙으며 말했다.


“떨어져.”


“마, 맞군요!

이 개새끼야!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알아!?”


“떨어지라고 했어.”


“내, 내가 왜!?

저 살인마도 잡았는데 내가 너한테 왜 굽실거려야 하지?”


끝까지 짜증 나게 하는 놈이군.


포박을 풀어주고 의자에 앉아 둘을 가만히 쳐다본다.


그때까지도 둘은 영문을 모른 채 나만 멀뚱히 쳐다본다.


“뭐해?”


살인마는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에게 다가간다.


“지,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들 한패야!?”


살인마가 남자 앞에 서서 나를 한번 쳐다본다.


나는 그런 살인마를 무심히 쳐다본다.


“마, 말려봐!

뭐 하는 거야!?

당신을 나를 지키려고 여기에 온 거 아니었어!?”


대답이 없자 내 행동에 확신을 가진 살인마가 칼을 빼 들어 남자를 난도질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지만 살인마는 아랑곳하지않는다.


남자의 몸부림과 비명이 잦아들 때 쯤.


살인마가 칼을 자신의 품에 넣고 나를 본다.


“고맙소.”


나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살인마를 쳐다보기만 한다.


“과묵하신 양반이군.

어쩌면 당신은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할지도 모르겠어.”


남자가 별안간 자신이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말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04. 23 /// 67화 대사 추가 23.04.23 21 0 -
공지 (1)과 (2) 중에 하나만 읽으시는걸 추천합니다 23.02.19 78 0 -
공지 12. 16 /// 17, 18 업로드 X 22.10.16 132 0 -
175 151 24.04.15 1 0 12쪽
174 150 24.04.14 2 0 11쪽
173 149 24.03.25 3 0 11쪽
172 148 24.03.24 4 0 11쪽
171 147 24.03.18 5 0 11쪽
170 146 24.03.17 4 0 11쪽
169 145 24.03.11 5 0 11쪽
168 144 24.03.10 4 0 11쪽
167 143 24.03.04 5 0 11쪽
166 142 24.03.03 4 0 12쪽
165 141 24.02.26 5 0 11쪽
164 140 24.02.25 4 0 11쪽
163 139 24.02.19 4 0 12쪽
162 138 24.02.18 5 0 11쪽
161 137 24.02.05 5 0 12쪽
160 136 24.01.28 5 0 11쪽
159 135 24.01.22 5 0 11쪽
158 134 24.01.21 5 0 11쪽
157 133 24.01.15 7 0 12쪽
156 132 24.01.14 13 0 11쪽
155 131 24.01.07 7 0 11쪽
154 130-1(2) 24.01.06 14 0 3쪽
153 130(2) 24.01.06 7 0 7쪽
152 130-2(1) 24.01.06 12 0 9쪽
151 130-1(1) 24.01.06 5 0 12쪽
150 130(1) 24.01.06 4 0 11쪽
149 129(2) 23.12.03 11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