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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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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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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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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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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DUMMY

-천-



“같이 가자.”


아침을 먹고 할머니와 산의 집으로 향하려고 하니 선이 제안했다.


만반의 준비를 한 걸 보니 내가 당연히 승낙할 거라 예상한듯하다.


“알았소.”


같이 가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해 나는 제안에 수락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 끝나겠네. 그런데 이렇게 가까우면 어제 가지 그랬어?”


“늦은 시간에 가는 건 실례니까.”


“이상한데서 예의를 차리네.”


잡담을 나누며 목적지에 가까이 가니 주변에 인간들이 모여 꽤 북적인다.


“무슨 일이래?”


“일단 들어가 봅시다.”


“사고 난 거 같은데?

경비병들이 왔다 갔다 하네.”


불안한 예감이 들어 인파를 파헤치고 가보니 아니나 다를까 할머니와 산의 집에 경비병들이 모여있었다.


“돌아가세요! 아무 일 없으니까 돌아가세요!

이봐! 빨리 돌려보내! 뭐 하고 있는 거야!?”


대장으로 보이는 경비병이 명령하자 그제야 인파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돌아가세요. 여기에 계시면 안 됩니다.”


“잠깐, 잠깐만요. 아는 사람이라 그래요.”


선의 말에 경비병은 멈칫하고는 다른 인간에게 다가가 통제를 한다.


경비병이 다른곳으로 가자 안으로 들어가 살펴본다.


“이보시오.”


내 말에 대장은 신경질적으로 쳐다보고 “당신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당장 안 나가!?” 라고 큰소리쳤다.


“한 가지만 물어보겠소.”


“한 가지건 두 가지건 대답 안 할 거니까 당장 꺼져!

야! 빨리 끌어내!”


그렇게 경비병에서 끌려가려는 찰나.


“잠시만요.”


익숙한 저음이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내게 의뢰지를 건네주었던 범이다.


“우리와 관련된 사람입니다.”


“쳇,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 건 여전하군.

놔 줘!”


대장은 범의 말에 혼잣말을 중얼거리곤 부하에게 명령했다.


“아무거나 만지지마슈.”


퉁명스럽게 내뱉고 자기가 하던 일을 마저 한다.


“고맙소.”


“우선 하시려는 일부터 보세요.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됩니다.”


“알겠소.”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 있는 무언가를 짚단을 덮어 가려놓은 모습이 보인다.


“봐도 되겠소?”


“봐서 뭐 하려고?”


“신원만 확인하겠소.”


“당신이 보면 누군지 알아?”


짜증이 났지만 애써 참아가며 답을 하려는 찰나.


“내가 알아요.”


“그러쇼? 그럼 보든가 말든가.”


의외로 순순히 허락하더니 별안간 밖으로 나가버린다.


“네가 들춰볼래?”


“얼굴을 안다고 했으니 당신이 보시오.”


선이 짚단을 들춰보고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시 덮는다.


“맞아. 다행히 얼굴에 손상은 없네.”


나는 선의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가 대장에게 말을 건다.


“이보시오.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저 두 사람이 산과 집이 맞소?”


“그래, 맞아!”


내 말에 대장이 휙 돌아서서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저 둘을 죽인 놈이 그 연쇄 살인마라는 놈이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누구 때문에 아직 조사도 못 했는데 말이야!”


“알았소. 고맙소.”


다시 안으로 돌아가니 선이 서랍을 뒤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선은 내 기척을 느끼고 입술에 검지를 대어 조용히 하라는 모습을 보더니 수색을 멈추고 내게로 다가온다.


“더 볼일 남았어?”


“없소. 돌아갑시다.”


“괜찮아?”


안 괜찮소.


그놈을 반드시 찾아내 죽여버리고 말겠소.


“괜찮소.”


“그래? 알았어.”


밖으로 나가 주위를 둘러보니 많았던 인간들이 어느새 전부 사라진 상태였다.


주위 인간은 오직 경비병들과 범뿐이다.


범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들으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그놈이 사도가 이 마을을 구해줬을 당시에 있던 사람들만 찾아내서 죽인다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모종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이제 남은 사람은 둘인가?”


“아니지, 사도를 만난 사람이 아니라 그 당시에 여기 있던 사람이라고 했으니까 둘은 아니야.”


“그렇군.”


“저기요, 그런데 그 경비병들은 뭐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 놈 하나 못 잡고.”


“아까도 보셨다시피 그 일로 인해 모든 경비가 신경이 날카롭습니다.

이 경비병들은 마을로 이주한 인간들이 모여 꾸민 것에 불과하죠.

저들은 봉급을 받지 않고 그저 이 마을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근무하는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그들 나름의 고충도 있을 테니 이해해주십시오.”


잘 아시겠지만?


“아, 알았어요.”


선도 내가 느낀 걸 느낀 모양이다.


“더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가요?”


“명단을 주시오.

그 당시 여기에 있었던 사람의 명단을.”


내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품에서 종이를 꺼내 건네준다.


“당신은 그놈이 내가 원하는 사람들을 노리고 있다는 걸 왜 알려주지 않았소?

왜 입을 닫고 있었던 거야?”


꾹꾹 막아뒀던 짜증 일부분이 질질 새어 나와 범에게 흐른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범은 내 짜증에도 불구하고 무미건조하게 답할 뿐이다


“죄송? 당신은 그 살인자로 인해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룰 수 없다고 분명히 생각했었을 거야

왜 그렇게 행동한 거지?”


“죄송합니다.”


“죄송?

한 번만 더 죄송이라고 말하면 곶감을 네 아가리에 쑤셔 넣어버리겠어.

말해.”


질질 새어 나오던 짜증이 터져 범에게 쏟아진다.


내 위협이 먹혔던 건지 시종일관 무표정이던 범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입을 닫으시겠다?”


품에서 칼을 꺼내 쥔다.


“아, 아무리 노예기사라도 저를 협박하시는 건 옳지 못한 행동입니다.

제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시는 건 아니겠죠?”


“그래서, 내가 네 목을 부러뜨리지 않고 무슨 변명을 하는지 듣는 거야.”


“그, 그건···.”


아가씨의 행방을 놓쳤다는 분노로 눈이 멀어 범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듯 하자 선을 쳐다본다.


“천,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당신은 빠지시오.”


“내가 들었으니까 진정해.”


“뭘 들었다는 거요?”


“저 죽은 할머니와 아이한테서 다 들었어.

그러니까 진정해.”


이 여자가 왜 그걸 들은 거지?


나랑 같은 목적을 가지고 저 범을 만난 건가?


왜?


나는 선의 말에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본인의 이상한 행동을 자각하지 못한 듯 나를 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한번 끄덕인다.


“응. 내가 알고 있으니까 진정해.”


“범, 운이 좋군.

하지만 난 잊지 않는다.

네 행동이 아가씨의 죽음을 불러일으킬 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범이 우리에게 인사를 꾸벅하고 돌아간다.


“선, 말해보시오

저 죽은 두 사람은 아가씨와 어떤 접점이 있었소?”


선은 내 말에 한숨을 푹 쉬고 주위를 둘러본다


“복잡한 일 같아서··· 일단, 네가 듣고 판단해봐.”



///



“그게 사실이오?”


“어, 내가 들은 그대로 가감 없이 말한 거야”


“그렇군, 그래.”


아가씨가 사람을···.


“너는 어떻게 생각해?”


선의 말에 생각을 멈추고 입을 연다.


“아가씨가 행했다면 그건 옳은 행동이오.

나에게 물어보는 걸 보니 당신은 그리 탐탁지 않나 보군?”


“아니, 뭐,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잖아.

이해되기도 하고 안되기도 하달까”


“무슨 소리.

그들은 사람으로 볼 수 없는 자들이오

고통을 줄여줬으니 고마워해야지.”


선은 내 말에 미묘한 표정만 지을 뿐 답이 없다.


“그놈이 왜 당시에 있던 사람들을 찾아내 죽이는지는 못 들어봤소?”


“어··· 그거는 말 안 해주던데.

아니지, 애초에 내가 묻질 않았으니까 말을 하지 않은 건가?

잘 모르겠네.

그나저나, 그 살인마 잡을 거야?

이거 따지고 들면 계약위반이잖아?

말만 잘하면 그 의뢰 하지 않아도 될 거 같은데.”


음···.


“네가 따지기 그러면 내가 해줄까?

나 그런 거 완전 잘해.”


“잡아야지.”


“좋아, 당장 내가 가서 이놈들을··· 어?

잡을 거라고?”


“그렇소.


”아니, 왜?

시간 없잖아?

그러지 말고 얻을 정보 다 얻었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봐야지.“


”내 일이니까 내가 판단하오.“


”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러면 몇 명 남았지?

그 명단 확인해봐.“


범이 건네준 명단을 확인해본다.


군데군데 가위표가 돼 있는 걸 보니 꽤 많이 죽어 나간듯하다.


“열. 아니, 둘이 죽었으니까 여덟.”


“근데, 무슨 연유로 그놈을 잡는 거지?

이유를 못 들었네.”


“돈 많으신 어느 족장이 의뢰했나 보지.”


“여기 족장 없잖아?”


“그냥 해본 소리요.”


“농담하는 걸 보니 기분이 풀린 모양이네?”


나는 아무 말 없이 선을 쳐다봤다.


“뭐, 짐승 불러오자.”


“짐승을?”


“걔 이런 거 잘하잖아.

정보수집 말이야.”


“하긴, 그놈이 그거 하나는 쓸모 있지.”


그놈이 이상한 생각을 안 해야 할 텐데.


탈을 자주, 그리고 오랫동안 썼어.


이번에만 쓰게 하고 한동안 못쓰게 해야겠군.


“네가 데리고 올래?

나 잠깐 들릴 곳이 있어서.”


“알았소. 내가 데려오지.

숙소에서 봅시다.”



///



짐승과 헤어진 장소 근처로 가니 저 멀리서 누군가가 뛰어오는 게 보인다.


자세히 보니 짐승이다.


저놈이 왜 뛰는 거지?


사도드리니한테 쫓기나?


품에서 칼을 꺼내 손에 쥐고 짐승 쪽으로 걸어간다.


제법 가까이 왔지만, 짐승의 뒤를 쫓는 인간은 없다.


더더욱 의심스러워 자리에 멈춰서 큰소리로 짐승에게 말한다.


“멈춰! 왜 나에게 뛰어오는 거지!?”


짐승이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서서는 입을 열어 뭐라고 하는데 잘 들리지 않는다.


“천천히 내게로 와!”


내 말에 천천히 다가온다.


10미터 앞까지 왔지만, 여전히 이상한 점은 없다.


더욱 긴장되어 짐승을 쳐다보고 입을 연다.


“뭐지? 뭐가 널 쫓고 있는 거지?”


“네, 네?”


내 질문에 짐승이 멍청하게 다시 질문으로 답한다.


아닌가 보군.


“아니다. 가까이 와라.”


짐승이 내 눈앞까지 와 허리 숙여 인사한다.


“그래. 왜 그렇게 뛰어온 거지?”


“네? 아, 저기. 주인님이 보여서···.”


별일 아니었군.


칼을 품에 넣으며 “알았다.”라고 답했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너, 제일 많은 남은 탈이 뭐지?”


“잠시만요.”


짐승이 자신의 짐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네가 가지고 있는 탈의 수량도 파악하지 않은 건가?”


“아, 알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요···.”


“뭐가 제일 많지?”


“사람탈이 가장 많아요.”


“써라. 쓰고 날 따라오도록.”


“네!? 아, 알겠습니다!”


“너, 이상한 생각하지 마.”


“무슨 말씀이신지···.”


“너는 짐승이다.

착각하지 말라는 말이다.”


“네··· 알겠습니다.”



///


“주인님이 한자단의 의뢰를 받으셨군요.

그놈들 진짜 악랄한데···.”


“그래. 그놈들은 내게 내준 의뢰를 해결할때까지 나를 쫓아다닐거다.

귀찮아도 어쩔수없지.”


“저에게 맡기셨으면 한자단에 가실 필요 없으셨을텐데···.”


“뭐?”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크게 말해 네 말은 잘 안들리니까.”


“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주인님은 그 살인범을 잡는 게 목표이시군요.”


“음, 우선 그놈의 이름부터 왜 그런짓을 하는지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조사해.

그리고 절대 상해를 입히지 마.”


“네?”


“그놈한테 손대지 말라는 말이다.

그놈이 때리면 피하든가 맞든가하고 절대 반격하지마.”


“네, 저는 절대 사람 안때려요.

걱정하지마세요.”


“그래. 가 봐.”


내 말에 짐승이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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