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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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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옹이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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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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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1

DUMMY

-천-


죄의 가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군.

좋아.

질문을 바꿔보지, 짐승 목숨의 가치는 얼만가?


가치가 없지.


아니, 아니.

자네는 분명 모든건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고 했네.

가치는?


열 마리당 일원.


꽤 박하군.

짐승이 토끼보다 못한 존재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좋아, 좋아.

다음엔 인간의 목숨을 평가해보지.

먼저, 사람 목숨의 가치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숫자 중 가장 큰 숫자.


좋군.

하나 더 물어보겠네.

자네가 두 명의 사람 중 하나를 죽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네.

모든 것이 같다고 가정할 때, 누구를 살릴 텐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세 명이라도?


변함없어.


수백 명이라면?

네가 한 명을 살리기 위해 수백 명이 죽어야 한다면?


상관없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겠다.


뭔가 안 맞는군.

자네는 사람의 목숨을 생각할 수 있는 숫자 중 가장 큰 숫자로 책정하지 않았나?

하지만 그중에서도 경중이 있나 보지?


있지.

때로는 하나를 살리기 위해 수백 수천을 희생해야 할 경우도···


“야!”


선의 찢어지는 고함이 내 귀를 파고든다.


“날 불렀소?”


“이제야 반응하네.

정신을 어디다 팔고 다니는 거야?”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왜 불렀소?”


“근처까지 왔다고.”


“생각보다 빨리 왔군.”


“네가 하도 빨리 걸으니까 그렇지.

일주일 걸릴 거리를 닷새 만에 오는 게 어디 있어?”


아가씨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강행군했고 선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래도 시간은 낭비 하지 않았으니 좋은 거 아니오?”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지만, 체력은 낭비했지.

랑 없으면 주막에서 하루 동안 꼼짝도 안 할 테니까 너 알아서 해.”


“알겠소. 내가 알아서 하지.”


“짐승, 너는 어떡할래?”


“저, 저는···.”


뜸 들이는걸 보니 또 마을 안으로 들어가고 싶나 보군.


탈이 많이 남아서 괜찮지만, 아가씨께서 짐승을 보시면 어떤 반응을 하실지 모르니 데려가지 말아야겠어.


“너는 남아서 우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라.”


“왜? 여기 탈생산장이었다며.

얻을 게 있을지도 모르잖아?”


“얻을 게 있으면 그때 부르면 되지.

너는 짐을 선에게 넘겨주고 여기서 대기하고 있도록.”


“네···. 알겠습니다.”


짐승이 풀이 죽어 대답했다.


10분간 걸어 마을 초입으로 들어가니 나무로 얼기설기 만든 울타리와 망루가 보인다.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모양새나, 심리적 안정감은 줄 수 있으니 나쁘진 않아.


“정지!”


아니나 다를까 최근까지 안 좋은 일을 당했던 마을답게 경계심은 확실하다.


“왜 그러시오?”


경비병은 대답하지 않은 채 나와 선을 샅샅이 훑어본다.


“무슨 일로 이 마을에 온 겁니까?”


“지나가던 여행객이오.

물품이 다 떨어져 보충할 겸 들렀소.”


경비병은 정형적인 내 답변에 경계를 풀지 않는다.


“그만하게.”


조장격으로 보이는 자가 웃으며 경비병을 제지한다.


“우리 마을에 돈 쓰러 오신 분들 아닌가?

그렇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해야지.”


“알겠습니다!”


조장이 앞으로 나와 우리를 살펴본다.


“더군다나··· 이 두 분은 한가락 할 거 같으니 더더욱 환영이지. 안 그렇소?”


나는 말 없이 조장을 쳐다보기만 한다.


“부디 소란만 피우지 마시오. 통과시켜드려!”


경비병이 길을 비켜주어 아무 탈 없이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과는 다르게 제법 북적이는 모습을 보인다.


“의외네? 나는 찌든 모습을 기대했는데.”


“일부러 더 활기차게 행동하는걸 수 도 있지.

잊기 위해서 말이야.”


“여기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까?”


“백 단위는 우습게 넘을 거요.”


“개새끼들···.”


“어떡하시겠소? 당신이 특별한 계획이 없다면 곧바로 수소문을 해볼 건데.”


“일단 짐부터 맡기자.

그리고 같이 알아봐.”


“알았소.”



///



“여기에 이런 곳도 다 있네.

어떻게 알았어?”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있더군.”


“이런 조그만 마을에 뭐가 볼 게 있다고···.”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가만히 있으시오.”


“왜? 나도 물어볼 거 있단말이야.”


“뭔데 그러시오?”


“비밀이야.”


“그럼 따로 들어갑시다.

나부터 들어갈 테니 내 용무가 끝나면 들어오시오.”


“알았어.”


대답을 듣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텅 빈방 안에서 의자에 앉은 범이 날 맞이한다.


“어서 오세요.

사람이신가요?”


“그렇소.”


“저기 있는 거울에 한 번만 서주실래요?”


거울 앞에 서니 내 모습이 보인다.


“네. 확인됐습니다.

처음 이용하시는 건가요?”


“아니오.”


“좋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들어온 문의 정확히 반대편 다른 하나의 문이 있었고 나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자리에 앉아 주시겠습니까?”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방안에 난데없이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의자에 앉아 말을 기다린다.


“말씀하십시오.”


“자귀추적자가 여기 있었소?”


“···그렇습니다.”


“행방은 어떻게 되오?”


“···모르겠습니다.”


“자귀추적자를 본 사람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었던 사람의 명단을 주시오. 구분해서.”


“···준비해놓겠습니다.”


“끝이오.”


“나가시면 됩니다.”


문을 열고 나가니 어느새 준비한 것인지 내게 명단을 건네준다.


“비용은 어떻게 치르시겠습니까?”


“얼마요?”


“오천 원입니다.”


변함없이 비싸군.


“의뢰로 하겠소.”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안내자가 내가 나왔던 문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문을 열고 나와 종이를 내게 건네준다.


“의뢰입니다. 기한은 일주일입니다.”


“알겠소.”


밖으로 나와 주위를 둘러보니 선이 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내 기척을 느낀 것인지 멈추고 나를 올려다본다.


“다했어?”


“그렇소.”


“보나 마나 의뢰로 받았겠지?”


“그렇소.”


“좋아. 비켜봐, 이제 내 차례니까.”


“오래 걸리는 일이오?”


“너만큼 걸릴 거야.

의리 없이 나 두고 가지 마.”


“알았소.”


선을 기다리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온다.


“너 뭐 받았어?”


“의뢰라고 말했지 않소?”


“그러니까 그 의뢰가 뭐냐고.”


-마을 연쇄 살인범을 잡아라.


“연쇄 살인범을 잡으라는군.”


“나랑 같네.

같이하면 되겠다.”


중복 의뢰를 할 정도로 건수가 없는 건가.


아니면 우리가 동료인 걸 알기에 같은 의뢰를 내준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같은 걸 물어봐서···.


“좋아. 의뢰는 내일부터 시작하고 서로 볼일부터 보자.”


“알았소.”



///



“그러니까, 총 세 명의 사도가 여기 왔단 말씀이오?”


“네. 사도님께서 저희를 구원해 주셨죠.

이 마을이 이렇게까지 정상화된 건 다 그분들 덕분이랍니다.”


“좋소.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고 있으시오?”


“글쎄요. 어디론가 가버리는 걸 봤지만 그쪽으로 갔다는걸 확신할 수 없어서···.”


“틀려도 좋소.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알려주시오.”


내 말에 여자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손가락으로 한곳을 가리킨다.


“저쪽으로 갔어요.

근데 말했다시피 저쪽으로 갔다고 꼭 저쪽으로 간 건 아니라서요.”


“그 정도면 됐소. 고맙소.”


주머니에서 동전을 꺼내 여자에게 주었다.


“제가 더 고마운걸요? 호호호.

이렇게 말 몇 마디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자의 말을 무시하고 종이를 펼쳐 명단을 확인해본다.


아쉬운 것인지 여자가 떠나지 않고 내 주변을 기웃거리더니 내가 보고 있는 종이를 흘깃 쳐다본다.


“어!? 저 산이라는 아이와 그 할머니 알아요.”


내가 관심 있다는 듯 쳐다보니 신이 난 여자는 재빠르게 입을 연다.


“제가 듣기로 산이라는 아이는 자귀추적자와 독대해서 곶감까지 얻어먹었다고 하던데요?”


“그렇소?”


“네, 그리고 그 할머니는··· 뭐라고 했더라?

사람들 앞에 나서서 뭐라고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나네.”


동전 두 닢을 꺼내 건네준다.


“여기.”


여자가 반색하며 동전을 재빨리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입을 연다.


“여기 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둔 우리 같은 데 있었거든요?

그런데 사도가 그들을 전부 죽여버렸어요.”


깜짝 놀라 여자에게 한 발짝 다가가 다시 묻는다.


“지금 그 말이 사실이오!?”


“네? 네···.”


내 행동에 놀란 것인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미안하오. 계속해보시오.”


“그런데 그 사람들 전부··· 어, 그러니까.

그, 알죠?”


여자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킨다.


“없었어요.”


탈을 수확하고 내버려 둔 모양이군.


“그뿐만이 아니라, 어휴.”


돈을 더 요구하는가 싶어 동전을 꺼내 건네주니 사양한다.


“그게 아니고요.

그때 기억이 생각나서 그만···.”


여자가 침을 한번 삼키고 자신의 마음을 추스른다.


“간단하게 말하면, 거기 있던 사람들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들이에요.

몸뿐만이 아니라 정신도 온전치 못한 사람들이요.

허드렛일도 못하니까 한곳에 모아두고 내버려 둬놓는 거죠.”


죽이지 않고 잘 보이는 곳에 둔 이유는 경고 차원이겠지.


우리말을 듣지 않으면 이렇게 만들어버리겠다는 경고 말이야.


“사람들 의견이 갈렸겠소.”


“네, 맞아요.

그때 할머니가 나서서 말했는데··· 죄송해요.

저도 그때 모였던 사람이 아니라 건너 들었는데 여기까지밖에 못 들었어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오. 고맙소.”


“아, 그리고 그 명단에 있는 사람들 전부 이 마을에 있는 건 아니에요.”


“그게 무슨 말이오?”


“다른 곳으로 떠나버렸어요.

여기서는 다시는 못 살겠다면서.”


“그렇군.”


“그것 좀 줘보실래요?

제가 알려드릴게요.”


지도를 주니 여자가 몇몇을 추려내고 돌려준다.


“저 포함 네 명이네요.

그리고 할머니와 산은 같이 살고 있어요.”


“고맙소.”



///



“미안하군. 돈까지 받았는데 도움이 안 돼서 말이야.”


“괜찮소.”


여자에게 들었던 말과 대동소이했고 남은 건 산이라는 아이와 집이라는 할머니뿐이다.


둘이 같이 살고 있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갈 요량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어느새 날이 저물어 버렸다.


내일 가봐야겠어.


숙소로 돌아오니 선은 이미 돌아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왔어?”


“다 못 끝냈소.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군.”


“뭐 한다고 그렇게 오래 걸려?

나는 다 끝냈는데.”


“당신이 한 일하고 내가 한 일이 같소?”


“응? 아차차. 그렇지.”


“싱겁긴. 밥 먹었소?”


“아니. 어서 씻고 와 나는 먼저 내려가서 주문해놓고 있을게.”


간단한 목욕을 마치고 내려가니 마침 음식이 도착하는 참이었다.


“어떻게 음식이 나오자마자 나오냐.”


“그러게.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인가 보군.”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수확이 있었나 봐?”


“기대만큼은 아니지만 있었지.

그리고 내일은 기대만큼 수확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래? 그러면 내일 의뢰는 못 하겠네?”


“오전 중에 끝내고 오후에 시작하면 되오.

산이라는 아이와 집이라는 할머니만 만나면 되는데 마침 한곳에 살고 있다고 하더군.”


“그래?”


선이 내 말에 반응하며 숟가락을 든다.


“그 둘이 아가씨와 접촉이 있었다고 하니 뭐라도 얻는 게 있겠지.”


“아하···. 그러면 랑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알겠네?”


“그렇지.

그나저나 당신은 성과가 있었소?”


“응? 성과가 있었지.

내 생각에 의문을 품고 있던 차였는데 이번 일로 조금 확고해졌어.”


“조금?”


“뭐, 이게 그리 간단하게 생각하고 할 일은 아니라서.”


“무슨 일인데 그러는 거요?”


“숙녀의 비밀을 캐묻지 마세용.”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하오.”


“고마워.”


선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밥을 먹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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