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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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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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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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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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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0

DUMMY

-선-



“어디가?”


“내 방으로.”


“같이 가.”


멀어지는 천을 뒤쫓아가 옆에 서서 방으로 돌아간다.


“뭐 건진 거라도 있어?”


“없소. 당신은?”


“나도. 이제 우릴 찾아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네.”


“많은 기사와 경비병이 죽을 거요.”


“글쎄, 변종이라며? 혹시 모르지.

막 허무하게, 원하는 물건 하나만 내놓으면 나머지 물건 전부 돌려주고 사라져주겠다. 이럴지도.”


“상상력이 지나친 거 아니오?

싸구려 소설도 그렇게 안 쓰겠소.”


“그치? 만약 그런 소설을 쓴 작가가 있다면 머리에 돌을 던져버릴 거야.”


“자자, 헛소리 그만하고 돌아갑시다.”


방으로 돌아가 대기하는 와중에 짐승이 돌아왔지만 역시나 마땅한 소득은 없다.


“그래, 쓸만한 정보가 하나도 없다고?”


“네, 이제는 뭔가를 훔쳐가지도 않나 봐요.”


“대피하느라 정신없어서 모르는 거 아냐?”


“짐을 쌀 때 귀중품부터 챙길 텐데 모를 리가 없지 않겠어요?”


“맞네. 그러면 답은 나왔네.”


“조만간 이쪽으로 찾아오겠군.”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우리 방문을 두드린다.


“계십니까? 족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천이 짐승을 보고 문 쪽으로 턱짓을 하니 일어서서 열어준다.


“족장님이요?”


“네, 족장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무슨 일로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족장님을 뵈면 말씀해주시지 않을까요?”


“알겠습니다.”



///



알현실로 들어가니 모든 기사와 경비병 대부분이 모여있다.


나는 저들을 신경 쓰지 않는 척 하며 걸어가 족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소식은 들었소?”


“아뇨, 못 들었습니다.”


내 대답에 족장의 측근이 나와 입을 연다.


“바늘도둑이 도둑질을 멈췄다고 합니다.”


“확실한 거예요?”


나는 짐승을 한번 쳐다보고 대답했다.


“조사 결과, 집을 도둑맞은 이후로 도난품이 없었다는 부족민들의 말이 있었습니다.

또한, 족장님의 귀중품에도 도난이 발생하지 않았고요.”


“우리가 모르는···.”


아, 집보다 가치가 나가는 물건은 거의 없지.


있다면 족장이 가지고 있을 텐데 없다고 했으니.


내가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으니 측근이 물러서고 족장이 입을 연다.


“그래서 우리는 바늘도둑이 소도둑으로 탈바꿈했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우리보고 그놈을 잡으라고 말씀하실 예정이셨고요?”


“그렇다네.”


내가 말하려는 순간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는다.


뒤돌아보니 천이다.


“거절하겠습니다.”


“자네가 거절하는 건 자유지만, 그렇게 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못 얻을 텐데 괜찮겠나?”


“가능성 없는 일에 매달려 목숨을 허비할 생각은 없습니다.

어차피 멀지 않은 마을에서 일어난 일일 터.

그 정도는 주변을 수소문해보면 답이 나올 테지요.”


“쉽게 얻을 정보라고 판단했으면 왜 여태까지 남아있는 건가?”


“우리가 잃어버린 물건이 아까웠기 때문입니다.”


“오호, 꽤 값있는 것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군.

아깝지 않은가?”


“목숨보다 중요한 건··· 있지만, 그 물건은 아닙니다.

저희는 여기서 그만두겠습니다.”


“자, 잠깐!”


완고하게 말한 천이 미련 없이 뒤돌아가자 족장이 급히 멈춰 세운다.


“원하는 걸 말해보게!”


“없습니다.”


족장의 제안을 단칼에 잘라내고 짐승과 함께 알현실을 나가버린다.


나는 그 상황을 쳐다만 보고 있다가 천이 완전히 나가버리고 나서야 족장에게 인사하고 부리나케 빠져나왔다.


“야! 야! 잠깐만 있어 봐!”


“왜 그러시오?”


“왜 그러시오? 너 같으면 안 부르겠어?”


“걸어가면서 말합시다.

너, 짐은 챙겼나?”


짐승을 쳐다보니 어느새 지게를 매고 있었다.


뭐, 뭐야!?


나 몰래 얘들끼리 뭐 한 거야!?


“네, 다 챙겼어요.”


“빨리 가자. 당신은 말해보시오.”


“아, 아니. 나 지금 이해가 안 가는데 왜 너희들끼리만 물 흐르듯 자연스레 행동하는 건데?”


“이놈이 눈치가 빠른가 보지.”


그럼 나는 눈치가 없다는 거야?


“조, 좋아. 그러면···.”


천이 하도 빨리 걸어 따라가기가 벅찰 지경이다.


“좀 천천히 걸으면 안 돼?”


“시간 없소.”


“어디로 가는데?”


“저 산꼭대기.

말이 나와서 그러니 먼저 가서 자리를 봐둬라.”


“네, 알겠어요.”


어느새 족장의 집을 벗어났고 천의 명을 받은 짐승이 재빠르게 뛰어간다.


“이제 나도 뛸 테니 당신도 늦지 마시오.”


“야! 아까까진 느긋하게 행동했으면서 지금은 왜 서두르는 거냐고!?”


이해 못 할 천의 행동에 나는 소리를 빽 질렀다.


“못 봤소?”


“뭐, 뭘 못 봤냐는 거야?”


뜬금없는 소리에 멈춰서 말했지만 천은 멈추지 않는다.


“야! 내가 멈추면 너도 좀 멈추라고!”


“지금 당장 이 마을을 빠져나가지 않으면 우린 죽을 거요.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니오.

그리고 웬만하면 저 산꼭대기에서 질문했으면 하오.”


“알았어! 거기 가서 있는 거 없는 거 다 말하지 않으면 각오해!”



///



경치는 좋네.


꼭대기인데 별로 춥지도 않고.


산꼭대기에서 밑을 내려다보니 우리가 머물렀던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른 후 천에게 말을 건다.


“말해봐.”


“우선, 나는 당신 몰래 이놈과 무언가를 꾸미거나 그런 건 전혀 하지 않았소.”


짐승이 멍청해 보이는 얼굴로 우릴 잠깐 쳐다보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좋아. 내가 눈치 없는 건 넘어가고.

왜 그렇게 서둘러서 거길 빠져나온 거야?”


“족장의 새끼손가락이 없더군.”


“뭐?”


다친 거 아니야? 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하지 않았다.


“의외군. 나는 당신이 헛소리할 줄 알았는데.”


“무, 무슨 소리야! 그래서, 그래서 그런 거야?”


“그 족장은 곤란한 일이 있을 때마다 손으로 이마를 매만졌소.

그땐 다섯 손가락 전부 있었지.”


“그런데 지금은 없었다?”


“그렇소.”


“족장이 자신의 손가락이 없어진 것도 몰랐을까?

아팠을 텐데.”


“그놈은 아무도 모르게 집까지 훔쳐간 놈이오.

무슨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지.”


“신체 일부를 주인도 모르게 훔쳐간다··· 괴기하네.”


“운이 좋았소. 우리는.”


“족장은 나빴고.”


짐승이 어디선가 나뭇가지를 가져와 불을 피우려 한다.


“불이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 않게 조심해라.”


“네, 알겠어요.”


짐승이 돌을 가져와 주변에 쌓기 시작한다.


저러면 잘 안 붙을 텐데.


“문뜩 든 생각인데, 아직 소도둑이 아니라는 소리네?”


천이 돌아앉아 나를 등진 채로 마을을 쳐다본다.


“모르겠소. 사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겠소.”


“응?”


“그놈이 바늘도둑이 맞는지부터 내가 한 행동이 올바른지 말이오.”


“왜? 너는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잖아.

너 아니었으면 우리도 신체 일부를 털렸을걸?”


“그게, 그게 문제요.

당신이 말한 우리엔 아가씨는 없소.”


아···.


“그 말인즉슨, 나는 아가씨를 위해 행동한 게 아닌 나 자신의 안위를 위해 행동한 것이 되오.

나는 내 목숨이 아까워 아가씨의 행방을 알려주겠다는 제안을 걷어차 버렸소”


“그래도 네가 아까 한 말처럼 대안이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


재빨리 짐승에게 고개를 돌려 내 말에 호응하라고 무언으로 표시한다.


“맞아요. 주인님도 대안이 있으니까 그런 거잖아요?

그리고 사실 랑님도 주인님이 다치는 걸 원치 않으실 거예요.”


천은 나와 짐승의 말에 반응하지 않고 그저 우두커니 앉아 마을을 바라만 본다.


“당신은 그 지도를 잃어버려도 괜찮소?”


“응? 뭐, 아깝···지.

소중한 내 지도긴한데, 내 목숨보다 소중한 건 아니니까.”


할 수만 있다면 저 마을로 다시 돌아가 헤집고 싶다.


하지만 생명에 위협을 받는 상태에선 하고 싶지 않아.


“그래도 이 혹은 무사하잖아. 헤헤헤.”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멍청하게 웃으면서 천의 옆에 앉아 마을을 바라본다.


하지만 고개는 내 쪽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나저나 낭패네.

우린 지금 돈도 없고 무기라고 할만한 것도 없잖아.”


“돌아가야겠소.”


“뭐? 저길 돌아간다고 말한 거야?

가지마.

가면 너 죽어.”


“아니, 가서 아가씨가 어디 계시는지 그 족장에게 반드시 들어야겠소.”


“족장이 알고 있는 장소가 어디든 랑은 거기 없어.

그러니까 가지마.”


“당신이 뭘 안다고 아가씨가 안 계신다고 하는 거요?”


“랑은 공간이동 능력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데 한곳에 있을 리가 없잖아.”


“거기서 수소문해보면 단서라도 나오겠지.”


“랑은 네가 생각하는 만큼 널 생각 하지 않는다고!”


나도 모르는 울컥함에 소리를 질러버렸다.


그제야 오지 않던 천의 시선이 내게로 온다.


“보면 몰라!?

랑은 저놈을 데리고 올 때 널 보고 갈 수 있었는데 그냥 가버렸어!

네가 랑을 애틋하게 생각하면 뭐해!?

랑은 널 피하고 있는데!”


“저기 싸우지···.”


“아가리 닥쳐 짐승.

사람 일에 건방지게 끼어들지마.”


“···돌아가야겠소.”


천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을로 되돌아가려 한다.


“좋아! 네가 병신이 되거나 시체로 돌아오면 랑은 좋아할 것 같아!?

죽음도 불사하는 충정심이 가여워 눈물을 흘리며 널 기릴 것 같냐고!?”


급히 일어서서 팔을 붙잡는다.


“마지막으로 막을 거야.

가지마.”


하지만 내 팔을 뿌리치고 산을 내려간다.


“랑은! 랑은···!”


랑이 아니야!


랑의 껍질을 뒤집어쓴 자귀추적자라고!



///



시끌벅적했던 마을이 소쩍새 소리만 을씨년스럽게 들릴 뿐 쥐죽은 듯 조용하다.


살금살금 걸어 겨우 족장의 집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 동향을 살피니 역시 아무도 없다.


혹시나 해 알현실로 향하는데.


쿵!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멍청한 짐승이 벽에 머리를 박아서 낸 소리였다.


“조용히 좀 해!

여기 우리가 온 거 바늘도둑한테 소문내고 싶어 그래?”


“죄, 죄송해요.”


“한 번만 더 소리 내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네···.”


알현실의 문이 보인다.


살금살금 걸어 문에 귀를 대본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네.


다 죽었나?


“야, 이 문이 방음이 잘 되던가?”


“그, 글쎄요.”


조금만 열어볼까?


이 문이 열릴 때 끼익하는 소리가 났나?


“야, 이 문 열릴 때 끼익하는 소리가 났어?”


“자, 잘 모르겠는데요.”


“어휴. 넌 아는 게 없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나, 강림!”


문을 뻥 차고 안으로 들어가니 안에 있던 시선이 모두 내게로 모여든다.


“어?”


“뭐야!?”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무기를 들고 위협했으나 내 얼굴을 알아보고 자세를 푼다.


“오! 노예기사와 같이 있던 자들 아닌가?”


시선을 조금 올려 보니 족장이 나를 보고 미소를 짓는다.


“여긴 왜 왔소?”


익숙한 목소리의 근원지를 보니 천이 날 쳐다보고 있다.


이거···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내가 지금 잠가위한테 홀렸나?”


아닌데, 잠가위라고 말했는데 안 풀린 걸 보니 꿈은 아닌데.


“좋다. 네가 원하는 대로 전부 말해주었고 네 물건도 돌려주었으니 거래는 끝이군.”


“약조대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내가 더 고맙지.

대단히 만족스러운 거래였네.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군, 노예기사.”


“네.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알았네. 전에 쓰던 방으로 가면 되네.”


천과 족장의 이해 못 할 대화에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는데 천이 날 이끌고 우리가 묵었던 방으로 걸어간다.


“다 설명해줄 테니 잠자코 따라오시오.”


“그, 그래.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줘.”



///



“그게 진짜야?”


“그렇소.”


“우와 변종도 그런 변종이 없네.

진짜 그거 하나 주니까 다 내놓고 사라졌다고?”


“당신도 지금 결과를 보고 있지 않소?”


천이 내게 지도를 건네준다.


“말이 안 되니까 그러지.”


지도를 펼쳐 상한 곳이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며 말했다.


“나 진짜 어이가 없네.

토끼발 때문에 그 사달을 일으켰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왜 자꾸 묻는 거요?”


“어이가 없으니까 그렇지.

그놈은 그게 뭐라고 원하는 거지?

아니지, 직접 구했으면 되는 거 아냐?”


“우리가 괴물의 속을 어떻게 알겠소?”


“하긴. 잘 끝났으면 만사 좋은 거지.”


“다 끝났소.

내일 출발합시다.”


“어디라고 했지?”


“짐승의 탈 생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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