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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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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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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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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자귀추적자-



산어르신이 내게로 다가온다.


표정을 보아하니 내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듯하다.


나는 태연히 산어르신이 눈빛을 받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참지 못한 산어르신이 먼저 입을 연다.


“니, 돌아가는 게 뭔 뜻인지 알고 그런 말 하나?”


“알고 있어요.”


“근데 그리하나?”


“네.”


“우리가 같이 행동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각자 찢어져서 활동하는데 더 효율적이라 생각해요.”


“그래, 그것도 맞는데···.”


“맞는데요?”


“우리가 찢어지모 내가 기를 써서 니랑 불개를 만난 게 의미가 없어지잖아.”


“단순히 산어르신님의 노력이 아까워서 효율적인 방법을 거부한단 건가요?

그렇다면···.”


“언니!”


불개가 내 말을 황급히 끊으며 산어르신과 나 사이에 끼어들었다.


“둘 다 그만 해요!”


“니 진짜 내가, 내 노력한 게 아까바가 그리한다 생각하나!?

그러면 니는!? 니는 니 노예기사가 걱정돼가 찢어지자는 거 아니가!?”


“천은···.”


“정신차리라! 사도가 언제까지 노예기사한테 끌려다닐래!?

니가 평범한 사람이면 몰라도 사도가 된 이상 사소한 건 모두 제치나야 한다고!

니가 생각할 건 오직 사람을 구하는기다!”


“사람···.”


“그래! 니는 자귀추적자라는 게 와 그라노!”


산어르신이 짐승의 머리를 밟아 터뜨리며 말했다.


“사람이잖아요. 짐승이 아니에요.”


“자들은 사람이 아니다! 봐라! 저놈들이 어데 사람이가!?”


산어르신이 손가락을 뻗어 한곳을 가리킨다.


우리 안에는 짐승에게 길들어 그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있다.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해충이 들끓고 피죽도 못 삶아 먹는 듯 뼈마디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하나같이 멍하니 있는 상태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히 사람으로 불릴만한 것들이 아니다.


“그래! 내 안다! 니도 괴롭겠지!

근데 봐라! 즈기 사람이가!?”


나는 아무 말 없이 산어르신과 불개를 한번 쳐다봤다.


불게 표정을 보니 산어르신과 똑같이 생각하나 보다.


“언니··· 주제넘지만, 저기에 도깨비가 있다면 저는 허락했을거예요.”


“봐라! 자들은 사람이 아이다! 그냥 짐승한테 길라지는 가축이다! 가축!”


산어르신이 우리로 성큼성큼 걸어가 문을 부숴버린다.


하지만 아무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산어르신이 날 한번 쳐다보고 사람 하나를 잡아 내 앞으로 데려온다.


냄새가 코를 찌른다.


“봐라! 이기, 이기 사람이가!?”

저번에는 잘도 허락하더니만 인자는 와 그라노!?”


“···알았어요.”


“허락한다고?”


“네.”


내 허락이 있자 산어르신과 불개가 시선을 교환한다.


그리곤 산어르신은 우리 쪽으로 불개는 나한테 다가온다.


“언니, 잘 생각했어요.

산어르신님이 과격한···.”


반응 없는 인형에 불과했던 사람들이 고통이라는 원초적인 자극에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다.


들리는 쪽으로 쳐다보고 싶었지만 내 의지가 흔들릴까 싶어 그러지 못했다.


불개의 조잘거림을 뒤로하고 자리를 뜨니 불개가 나를 붙잡는다.


“언니, 어디 가세요?”


“혼자 있고 싶네. 너도 산어르신님을 도와줘.”


“어디 가시는 건 아니죠?”


“안가. 가도 다시 돌아올 거고.”


“알았어요.”


불개가 잡았던 손을 풀고 산어르신에게 걸어간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지도 않고 눈앞에 보이는 빈집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짐승 주제에 꽤 넉넉하게 살았던 듯하다.


이것도 저 사람들을 이용해 착복했겠지.


죽여버리겠어.


반드시 모든 짐승을 죽여버리···.


부스럭.


어디선가 소리가 나 귀를 기울여보니 기척이 느껴진다.


기척이 느껴지는 곳의 문을 확 열어젖히니 10살 남짓한 여자아이가 겁먹은 눈으로 날 보며 오들오들 떨고 있다.


아이에게 손을 뻗었지만 내가 무서운 듯 손길을 피한다.


“괜찮아. 언니 보이지? 언니는 사람이야.”


그런데도 날 경계하자 주머니에서 엿을 하나 꺼내 내밀었다.


황급히 낚아채며 입안에 넣고 오물거린다.


하지만 여전히 겁먹은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다.


“배고파? 더 먹을래?”


대답이 없다.


“여기.”


다시 한번 내밀자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엿을 집어 입안에 넣는다.


“다 먹지도 않았는데 또 먹는 거야?

안 뺏어가니까 천천히 먹어도 돼.”


나에 대한 경계가 조금 풀린 듯 고개를 조금 끄덕인다.


“밖으로 나와볼래? 그럼 더 맛있는 걸 줄게.”


고개를 젓는다.


“싫어? 알았어. 그럼 내가 들어갈게.”


또다시 고개를 젓는다.


“그것도 싫어? 알았어. 이대로 있을게.

엿 더 줄까?”


고개를 끄덕인다.


주머니를 뒤져 엿을 찾아봤지만 다 떨어진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다 먹었나 보다.”


아이가 아쉬운 표정을 짓는다.


“곶감 먹을래? 내가 먹으려고 했는데 우리 중에 범이 있어서 말이야.

얼마나 눈치를 주는지. 너도 범처럼 곶감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젓는다.


“좋아한다고?”


고개를 크게 끄덕여 머리카락이 아래위로 출렁거린다.


다섯 개인 곶감을 아이에게 전부 건네주려다.


“언니가 궁금한 게 있는데 대답해주면 하나씩 줄게.

너 말은 할 수 있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저기 있는 의자에 앉아서 얘기해보자.”


뒤로 돌아 먼저 의자에 앉아 곶감을 꺼낸 채 아이를 보고 있으니 재빨리 걸어와 얌전히 의자에 앉는다.


곶감을 하나 건네준다.


“물어볼게. 다 먹고 대답해도 돼.”


“네.”


허겁지겁 먹으며 대답했다.


“네 엄마, 아빠는 어디 있니?”


아이가 먹던 건 멈추고 나를 쳐다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미안, 미안.”


황급히 곶감을 하나 더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여기는 원래부터 짐승이 살던 곳이었어?”


“아뇨. 원래는 사람만 살고 있었어요.”


“그럼 언제 짐승이 온 거야?”


아이가 손을 내민다.


“아차차. 질문하나가 끝났구나.”


곶감을 건네주자 아이가 입을 연다.


“한 달쯤 됐어요.”


“너는 어떻게 우리에 있지 않았던 거니?”


2개 남은 곶감을 하나 건네주며 물었다.


“이 집을 빼앗은 짐승이 절 애완동물로 기르고 싶다고 해서요.”


눈을 감고 입술을 깨문 채 분노를 삭인다.


다시 눈을 떠 질문한다.


“그게 누군지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니?”


“글쎄요. 짐승은 다 똑같이 생겨서 모를 것 같은데요.

그리고 다 죽었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아이가 손을 내밀자 마지막 남은 곶감을 주었다.


“언니가 이제 곶감이 없어서 그런데 이제부터 그냥 대답해주면 안 될까?”


“좋아요. 언니는 좋은 사람인 것 같으니.”


“고마워.”


질문하려는 찰나 산어르신과 불개가 집안으로 들어온다.


놀란 아이가 내 뒤로 후다닥 숨는다.


“괜찮아, 괜찮아. 언니 친구들이니까.”


“어! 사람이 아직 있었네!?”


불개가 큰소리치며 산어르신을 쳐다봤다.


모습에 나는 눈을 부릅뜨며 산어르신을 쳐다본다.


산어르신이 아이를 한번 살펴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의자를 가져와 내 곁에 앉는다.


“꼬마 사람아, 니 이름 머꼬?”


“사, 산이요.”


“산? 이름 예쁘네.”


산어르신이 큼지막한 손으로 산을 쓰다듬는다.


“허락 안 했어요.”


“안다.”


산어르신이 품에서 사탕을 하나 꺼내 아이의 입에 물려준다.


“우와!”


“맛있제? 더 먹고 싶나?”


“네! 더 먹고 싶어요.”


“그라모, 니가 여있는 사람들 좀 모아줄래?

이 집 앞에 모아줄래?”


“제가요?”


“그래. 내 이 사탕 다 줄게.”


산어르신이 품속에서 꺼낸 사탕 주머니를 보여주며 말했다.


“잠깐잠깐! 밖에 다 처리는 했어요?”


“개미 한 마리 없이.”


“정말이죠!? 신난다!”


아이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가버린다.


혹시나 해 나도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보니 짐승과 사람의 사체는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니, 내를 너무 못 믿는 거 아니가?

자는 사람이잖아. 아까 가들은 사람이 아니고.”


그건 내가 판단하는 거야.


“그리고 니도 그리 생각해가 허락한기고.”


“사람은 왜 모으라고 한 거죠?”


“이리 난장판인데 우리가 쪼매 도와주는게 안 좋겠나?”


좋은 생각이네.



///



“···따라서. 저희가 이 마을이 정상화될 때까지 함께하겠습니다.”


“와아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열댓 명의 사람들이 연신 박수갈채를 보냈다.


내 옆에 있는 산어르신과 불개도 열렬한 반응에 흡족한듯 미소를 짓는다.


말을 마친 우리는 단상밑으로 내려가 사람들을 지나친다.


그때까지도 우리를 칭송하며 박수치기 바쁘다.


저들은 내가 허락한 걸 듣지 못했을까?


저들은 나머지 사도들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지 못했을까?


나도 모르게 멈춰서 살아남은 사람들 얼굴을 하나하나 쳐다본다.


저들 중엔 우리에 갇혀 죽은 사람들의 가족이 분명히 있겠지.


사람들과 사도들은 내 반응에 의아하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박수갈채는 멈추지 않는다.


“여러분, 제가 여러분께 한 가지 할 얘기가 있습니다.”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불개가 나에게 바짝 붙는다.


“마을 광장에 우리가 하나 있었습니다.”


우리 얘기를 꺼내자 모든 사람이 박수갈채를 중단하고 표정이 굳는다.


“언니! 왜 그래요!?”


“야! 니 와 그라노!?”


불개와 산어르신이 내게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을 만큼 말했다.


“제가, 제가 그 우리에 있는 사람들이 죽도록 허락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불개와 산어르신이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자세를 보아하니 반응에 따라 사도들의 반응도 달라지겠지.


눈을 감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린다.


여기저기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


“괘, 괜찮아요!”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그쪽을 쳐다본다.


내가 아까 곶감을 주었던 아이다.


“저, 저도 알고 있었고 여기 계신 다른 모든 분도 알고 있었어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어떤 생활을 했고 어떻게 될지도 알고 있었어요!

제, 제가 감히 말하던데 거기 계신 분들도 죽기를 원하지 않았을까요?”


비록 논리가 없었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아이가 정말로 고마웠다.


불개와 산어르신이 자세를 푼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인지 동조하지 않는다.


그중 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입을 연다.


“거기엔 내 자식들이 있었네. 그리고 여기 살아남은 사람들의 가족 또한 분명히 있었겠지.”


불개와 산어르신이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것처럼 할머니를 쏘아본다.


“그래. 사도 당신들이 우리 가족을 죽였어.”


“죄송합···.”


“아직 내 말 안 끝났네.”


불개가 작게 혀를 찬다.


“보통 같으면 당신네를 원망하며 살았겠지.

죽이지 않고 살려만 두었다면 이라고.”


불개와 산어르신의 인내심에 한계가 온 듯 움찔거린다.


“그런데 거기 있는 사람들 본 적 있나?”


할머니가 사람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보았네.

거기 있는 아이는··· 내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네.

날 알아보지도 못했어.

그저 도축될 날만을 기다리는 동물 같았지.

내 말 하건대 그것들은 사람이 아니었어.”


일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도가 내 아이를 살려뒀으면 나는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봤겠지.

여기 있는 사도 또한 그걸 알았기에 그랬다고 생각하네.

그리고 모른척 할 수 있었는데도 굳이 말한 순간 더 확신했네.

이 분들도 어쩔수 없었을거야.

눈물을 흘려가며, 아무도하지 않을일을 한거라고 생각하네.

본인만 고통받으면 되니까.

사도로서 무거운 짐을 진걸세.”


할머니의 말이 끝난 순간 나는 무릎을 꿇으며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신도 무심하시지, 이런 어린아이에게 무거운짐을 맡기시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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