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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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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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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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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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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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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3

DUMMY

-짐승-



우리 둘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숨 고르기 바빴다.


“제법 빠르네요? 어디서 달리기 훈련 같은 거 받았어요?”


“달리기 훈련을 왜 해?

누가 돈이라도 주면 모를까.”


“에이. 누가 달리기하는데 돈을 줘요?”


“그러니까. 있다면 그건 정신이 이상한 작자가 분명할 테지.

그나저나 대장은 어떻게 됐지?”


“죽었어요.”


“확실히 봤어?”


“어··· 보진 않았는데 곰이 그 정도로 화가 나 있었으면 죽었다고 봐야죠?

킥킥, 완전 뚜껑 열렸던데요?”


자기 대장이 죽었는데 웃어?


신망을 그리 얻지 못한 자 였나?


“뚜껑이 열렸는지 나는 모르겠고.

확인해야 해. 확실하게 해야지.”


“거길 또 간다고요?

곰이 이번에는 계속 쫓아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죽었으니까 가지 마요.”


너무 태연한데.


“그래도 네 대장인데 생사는 확실하게 확인해야 하는 거 아니야?”


“안 해도 된다니까 그러네.

죽었다고요.”


“네 동료가 그걸 믿을까?”


“디쿤이 되기 직전인 곰한테 까불었는데 살아나오는 게 이상한 거죠.

걔들도 믿을 거예요.”


“시신이라도 수습하자.”


“저기요. 왜 그렇게 대장을 챙기는 거예요?

오늘 처음 본 남이잖아요?”


그래.


생각해보니 그놈을 위해서 내가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지.


난 천을 만나야 해.


“좋아. 돌아가자.”


내 말에 반색한 암컷짐승은 재빨리 돌아가려고 했다.


“잠깐. 너, 허가 없이 군에서 빠져나오는 건 탈영이야.

탈영의 끝이 뭔지 알고 있어?”


“알아요.”


“그런데도 날 따라오겠다는 거야?

네 동료가 가만히 있지···.”


이거였군.


저년은 지금 제 동료를 몰살시키려는 거야.


그리고 분대 중 혼자 남았을 때 유유히 도망치는 거지.


끔찍한 생각에 소름이 돋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팔을 한번 쓸었다.


오직 사람만이 닭살이 돋는다며 말하지만 나도 모르게 사람처럼 행동해버리고 말았다.


“너···.”


“네?”


천진난만한 얼굴로 날 쳐다보자 내가 오해했나 싶어 입을 다물었다.


“아니야, 서두르자.”



///



“대장이 죽어!?”


“저, 정말이야!? 대장이 죽다니!?”


“사, 사실이야.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분대원들 앞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점점 내 생각에 확신이 들기 시작한다.


“대장 시신은 수습했어?”


“못했어. 곰이 길길이 날뛰는데 내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라.

그리고 온전하지도 않을 거야.

곰이 갈가리 찢어버린다고 했으니까.”


“대장 말로는 디쿤에서 갓 벗어난 개체라던데 그럴 수가 있어?”


“대장이 잘못 알았나 봐 거의 디쿤이 되기 직전인 곰이었어.”


“말도 안 돼! 우리가 잘못된 정보를 받았단 말이야!?

그리고 대장하고 너하고 같이 답사했잖아!?”


“사실··· 대장이 갈 필요 없다고 해서 안 갔어.”


“아니, 이게 무슨 경우야!

잘못된 정보에 하필이면 그때 답사를 안 가다니!

그리고 너는 대장이 객기를 부리면 말려야지 그냥 보고만 있었어!?”


분대원 중 하나가 큰 목소리로 암컷짐승에게 큰소리쳤다.


그러자 암컷짐승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미, 미안해. 나 때문이야.”


“야, 야. 쟤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큰소리 치지 마.

여기서 가장 힘든 짐승은 쟤라고.

대장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는데 얼마나 힘들겠어?”


“아니! 그러니까···!

하, 미안. 나도 모르게 흥분했어.

정말 미안하다.”


“괘, 괜찮아. 내 잘못도 있으니까 네 말도 틀린 건 아니야.

내가 말려야 했어.”


무안했는지 암컷짐승에게 큰소리친 짐승이 밖으로 나가버린다.


그러자 남은 2마리의 짐승이 암컷짐승을 위로해 준다.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쟤 성격 알잖아?”


“아니야···. 대장은 죽은 건 나 때문에···.

내가 2개 조로 나누자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또다시 눈물을 쏟아내고 둘은 연신 위로하기 바빴다.


나는 이게 무슨 촌극인가 싶어 아무 말 없이 이 상황을 지켜봤다.


“그렇지. 신입, 너는 괜찮아?”


신입?


“네, 괜찮아요.”


“이럴 땐 슬퍼해도 아무도 흉보지 않아.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


“아, 네. 알겠어요.”


멍청한 놈이 대장으로 앉아있으면 죽어야지.


저 암컷이 함정을 파놨든 아니든 말이야.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 객기를 부렸고 제 목숨이 위험해지자 제 분대원을 팔아넘기려 했어.


저런 놈은 죽는 게 남을 살리는 거야.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데 아까는 왜 수습하자고 고집을 부렸지?


“일단 시신부터 수습하자.”


“아까 얘가 하는 말 못 들었어?

디쿤이 되기 직전인 곰이라잖아.

우리 5마리 가지고는 무리야.”


나는 빼줘.


절대 안 갈 거야.


“일단 시신이라도 수습해오자.

일부분이라도 말이야.

그게 대장을 위한 일이야.”


내가 처음에 했던 생각과는 달리 신망을 받고 있었나 보군.


“알았어. 밖에 나간 애부터 불러.

그리고 다수결로 결정해.”


밖으로 나가더니 곧 다른 짐승을 데리고 온다.


“좋아. 이제 결정하자.

신입 너도 참가해.”


“네.”


“대장의 시신을 수습하길 찬성하는 짐승?”


총 3마리의 짐승이 손을 들었다.


이상한 건 암컷짐승도 손을 들었다는 것이다.


네가 손을 들어?


아까 내가 가자고 했을 땐 안 간다더니?


내가 뚫어지게 쳐다보자 눈을 피하며 딴청을 피운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게 틀림없어.


“저는 안 가면 안 될까요?

아까 본 모습이 너무 처참해 가기 무서워서요.”


“앞으로 군에 입대할 텐데 이런 것도 못 보는 건 안 되는데.”


안 간다니까 그러네.


“놔둬. 얼마나 힘들면 그런 말을 하겠어?

그래도 너 혼자 있으면 안 되니까 찬성한 우리만 갔다 오고 반대한 신입이랑 너는 여기서 짐을 꾸리고 있어.

수습하고 바로 철수한다.”


투표를 제안한 짐승이 말했고 나와 반대를 한 짐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암컷짐승을 보니 상관없다는 듯 별말이 없다.


“그리고 지금 가지 말고 내일 가자.”


투표를 제안한 짐승이 별안간 수습 시기를 늦춘다.


“왜?”


“곰이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며?

내일 가면 어느 정도 풀어져 있을 테니까 더 수월 할 거 같아서.”


“음. 확실히. 내일 가는 게 좋겠어.

너는 어떻게 생각해?”


마지막으로 찬성한 짐승이 암컷짐승에게 물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



다음날.


“좋아. 우린 간다.”


간단히 짐을 챙긴 수습 조가 나가면서 말했다.


“이제 짐을 꾸려볼까?”


“네.”


한동안 짐 정리를 했고 얼추 마무리되었을 때쯤.


“생각보다 빨리 끝났네?

제 짐을 싸는데 소질이 있구나?”


이런 건 눈감고도 하지.


“오려면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까 좀 쉬어둬.”


남은 짐승이 눈을 감으며 말하고는 이내 코를 골기 시작한다.


태평하네.


그냥 도망가버릴까?


지금이 적기인데.


그 미친년하고 엮이는 건 왠지 싫단 말이야.


결혼은 개뿔.


도망가야겠다.


코를 골며 자는 짐승을 한번 쳐다본다.


자는 척하는 건 아니겠지.


해도 상관없어.


쫓아오면 나한테 죽는 거지.


생각을 마치고 살금살금 걸어 문고리를 잡고 열었다.


끼익하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봤지만 아무 반응이 없다.


천천히 밖으로 나와 문을 닫고 내가 나가는 걸 눈치채고 밖으로 나오면 죽여버리기 위해 문 옆에 찰싹 붙어있는다.


다행히 나오지 않는다.


나는 그대로 선을 봤던 장소로 내달렸다.



///



살금살금 다가가니 선은 그 자리에서 여전히 야영하고 있다.


그렇게 한참이나 보고 있는데 내 기척을 느낀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쪽으로 걸어온다.


이크!


나는 깜짝 놀라 되돌아갔고 아무것도 없는 걸 확인한 선은 그제야 자리로 돌아간다.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


천은 어디서 뭘 하고 있고.


둘이 정말 찢어졌나?


잠자리를 보아하니 천은 저기에서 자지 않은 것 같은데.


아직 자리에서 머물고 있는걸 확인했으니 일단 돌아가야겠어.


나는 멀리 떨어지지도, 그렇다고 가깝지도 않은 개울가에 자리를 잡았다.


만만한 게 토끼니까 잡아서 배를 채워야겠어.


15분도 걸리지 않아 잡을 수 있었고 가죽과 머리 그리고 내장을 제거하고 불에 굽기 시작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니 고소한 기름 냄새가 입맛을 자극한다.


지금 먹을까?


씻고 먹을까?


손질한다고 더러워졌으니 씻고 먹자.


옷을 벗고 개울가에 들어가 몸을 씻고 옷을 세탁했다.


불가에 앉아 젖은 옷을 나뭇가지에 끼워 말려놓고 잘 구워진 토끼를 들어 한입 베어먹으려는 순간.


부스럭하는 소리가 나 뒤를 돌아보니 천과 선이 날 쳐다보고 있다.


“뭐 하는 거지?”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둘을 마주했다.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배, 배가 고파서 토끼를···.”


“옷은 왜 벗고 있지?

짐승도 변태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는 건가?”


“옷이 더럽고 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요···.”


“보기 흉하군. 입어라.”


천의 말에 부리나케 말리고 있던 옷을 집어 들어 입었다.


돌려가면서 말리지 않아 한쪽은 따듯했고 한쪽은 차가웠다.


엉덩이와 다리에 묻은 흙을 털어내지 않아 바지가 도로 더러워진 것 같다.


천은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덜 마른 옷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쿵쾅쿵쾅 들린다.


“뭐야? 이거 네가 잡은 거야?”


선이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와 함께 불가에 앉아 토끼를 집어 들어 이리저리 쳐다보며 물었다.


“네? 네.”


“손질 제대로 했어?”


“네, 네. 보시다시피.”


“흐응.”


내 대답에 콧소리를 한번 내고는 토끼를 먹기 시작한다.


“안 먹어? 내가 다 먹는다?

내 한 마리 다 못 먹는단 말이야.”


선이 말하는 대상이 나인지 천인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으니 천이 불가로 다가간다.


“남에게 권유할 거면 침을 묻히지 말아야지.”


“여기 반대쪽 안 묻었어. 이거 먹어.”


선이 토끼의 절반을 뚝 떼어 천에게 건네준다.


“너도 먹어라.”


천이 자신의 몫 절반을 잘라 내게 내민다.


“네, 네?”


“그사이에 귀가 먹은 건가? 너도 먹으라고 했다.”


“아, 네.”


그렇게 한동안 셋이서 말없이 토끼만 먹고 있었다.


그러길 얼마간.


“말해. 하나도 빠짐없이.”


천이 내가 눈길조차 주지 않은 상태로 말했고 나는 입을 열었다.



///



“헐, 그럼 네가 그때 그 짐승이야!?

와 대박! 나 소름 돋았어!”


선이 자신의 팔을 쓸어내리면서 요란을 피웠다.


“죄송해요···.”


“왜 선이 있는 곳을 알려준 거지?”


“그, 그러니까···.”


나도 모르겠어.


내가 왜 그랬는지.


“뭐긴 뭐야? 자기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겠지.”


“그게 무슨 소리요?”


“아니, 그렇잖아?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하니까 그렇게 했겠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겨서 심경이 변했을 수도 있고.”


“음.”


“사,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제가 왜 그런 것인지.”


“좋아. 그건 넘어가고.

아가씨가 널 살려주셨다고?”


“네.”


“왜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랑님은 제가 겨울개천의 짐승인걸 알고 계셨어요.”


“아가씨는 알고 계셨군, 좋아.

그때 짐승 의원도 너였다는 말이지?”


“네···.”


“우리를 쫓아온 건가?”


“네···.”


“아가씨가 다음은 없다고 했는데 용케도 쫓아왔군.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건가?


”사실 저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상부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슨 이유로 우릴 쫓아온 거지?

어떤 명령을 하달받았어?”


“사도가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요···.”


“계속해.”


“그, 그게 다예요.

사실 랑님이 절 살려준 사실을 보고한 순간 상부에서는 절 버리기로 판단한 거 같아요.”


“그리고 산어르신이 널 세뇌했다 이거지?”


“네, 네.”


“지금 그 세뇌의 영향 아래에 있는 건가?”


“자, 잘 모르겠어요.”


“네가 세뇌당한 걸 너는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어? 그건 그렇네?

보통 세뇌당하면 그 사실은 모르는거 아니야?”


“그건 잘···.”


내 대답이 시원찮은 것인지 천과 선이 저들끼리 쑥덕거리기 시작한다.


“우리는 너를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

아가씨가 데려온 짐승이라 최대한 억누르려 했지만, 꽃밭에서 그런 행동을 본 이상 도무지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 넘어가면 그게 바보지.


“그래서 널 지켜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처형될 위기에 처하자 네 동료가 구하러 왔더군.”


“그게, 그러니까···.”


“입 닥쳐. 내 말 아직 안 끝났어.”


절대 아니라는 항변을 하고 싶었지만 천의 기세에 나도 모르게 입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널 쫓아다니며 네 행적을 감시했다.”


날 따라다녔다고?


그런 건 눈치 못 챘는데?


아무리 노예기사라도 6마리나 되는 짐승의 이목을 속일 수 있나?


“못 믿는 눈치군.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따라다니는 도중 한 번이라도 내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면 널 죽이기로 마음먹었었다.”


나도 모르게 목을 한번 매만졌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더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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