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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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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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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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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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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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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DUMMY

뭐하지?


공작대원들에게 겨우 벗어나고 한동안 정처 없이 떠돌다 잠깐 자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을로 가볼까 했지만, 워낙 난장판이라 가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돌아갈까?


아니야.


그건 싫어.


꼬르륵.


이 멍청한 배는 왜 계속 고픈 거야!?


팔을 들어 몸에서 냄새가 나는지 맡아본다.


냄새가 나는 것 같아.


개울 소리가 들리니까 거기에 가서 씻고 물고기나 가재를 잡아먹어야겠어.


개울가에 자리를 잡고 물속으로 들어가 몸을 깨끗이 씻고 더러워진 옷도 세탁했다.


물에서 나와 손질해둔 물고기와 옷을 모닥불 위에 얹어놓고 가만히 쳐다본다.


불현듯 천과 선과 함께했던 생활이 떠오른다.


참, 예전엔 물고기 내장 같은 건 버릴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불에 굽는 건 꿈에도 못 꾸고.


천하고 선에게 물이 많이 들었나 봐.


왠지 기분이 울적해진다.


씨발···.


왜 이렇게 기분이 우울한 거야?


쪼그리고 앉아 무릎을 가슴께로 당긴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눈물을 닦아내도 하염없이 줄줄 흘러내린다.


조, 좋게 생각하자.


이제 난 자유잖아?


그리고 표식도 있으니 어지간한 인간이 아니면 날 건드리지 않을 거야.


그, 그리고 동물을 잡아먹어도 된다고 분명히 말했고 그 후로 안된다는 말이 없었으니까 그건 계속 유효한 거야.


응, 맞아.


계속 유효한 거야.


그러니까 이대로 편하게 고기나 뜯으면서 살면 돼!


사도니 노예기사니, 사람의 씨를 말려버린다느니 그런 거 다 좆 까라 그래!


나, 나는 그냥 이대로···.


부스럭.


갑자기 누군가의 기척이 들려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 경계한다.


점점 가까이 오는 게 느껴진다.


긴장 속에 기다리고 있으니.


“어머!”


전에 만났던 공작원 중 하나다.


“멍하니 있지 말고 옷 좀 입지 그래요?

자신의 중요 부위를 남에게 보여주는 취미라도 가지고 계시는가요?”


왜 왔지?


지금까지 날 미행한 건가?


그런 낌새는 눈치 못 챘는데.


내가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기척을 숨기는데 재주가 있으면서 왜 티를 냈고 굳이 내 앞에 나타난 거지?


미련을 아직 못 버렸나?


“안 입어요?”


“옷이 안 말라서요.”


“생각보다 안 놀라네요?”


뭐하자는 거지?


“그렇게 티를 내는데 어떻게 놀라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아주 그냥 저 반대편에 있는 짐승도 알겠구먼.”


나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모습에 짐승은 입을 가리고 킥킥거리며 웃는다.


“재밌는 분이시네. 그것도 그 주인이라는 사람한테 배운 거예요?”


천은 선한테 말고는 농담 같은 거 하지 않아.


“그래서, 왜 온 건데요?

아직도 나를 포섭하려는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의 주인이 어디 있는지 내가 알고 있어요.”


“···그래서요?”


“당신에게 알려줄게요.”


무슨 개수작이지?


아, 아무튼 필요 없어.


나는 이제 혼자서 자유롭게 살 거야.


천하고 같이 다니면 분명히 사도와 엮이게 될 테고 더 나아가 이 전쟁에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휘말리게 될 거야.


사실 사람하고 같이 생활하는 것도 재미없었어.


그냥 이대로 나 혼자 고기나 뜯으면서 살 거야.


응, 맞아.


나 혼자 살아도 충분히 가치 있게 삶을 누릴 수 있어.


“···원하는 게 뭐죠?”


“제가 원하는 건 당신이 그 사람을 보고 난 후 말해줄게요.

거래에 동의하는 건가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군에 안 들어가요.

그리고 인간을 죽이라고도 하지 마요.

특히 사람이요.”


“왜죠? 왜 군에 들어가기 싫어하고 인간을 죽이길 싫어하는 거죠?”


“제가 아무리 짐승이라도 신념 같은 건 있어요.”


“아하. 세뇌를 제대로 당하셨나 보군.”


이 씨발년이.


그냥 이년을 죽여버릴까?


천과 선이 도깨비산에는 들어가지는 않았을 테니 내가 찾는 건 시간문제야.


“미안해요. 내가 너무 무례했죠?”


내가 입을 닫고 노려보고 있으니 짐승이 손을 내저어가며 사과했다.


너 내가 봐뒀어.


“어디 계시죠?”


“사실 남자 사람은 못 봤고 여자 사람만 봤어요.

그래도 괜찮죠?”


둘이 찢어졌나?


뭐지?


“말해봐요.”



///



짐승이 말해준 곳으로 가니 내 불신과는 반대로 야영지가 있었다.


야영을 오랜 시간 했고 또 오랫동안 할 모양인지 꽤 신경을 쓴 모양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선은 있었지만, 짐승의 말마따나 천은 없었다.


어디 갔지?


그렇게 한참이나 선을 보고 있는데 짐승이 내 어깨를 툭툭 친다.


뒤돌아보니 엄지로 뒤를 가리키며 입 모양으로 나가자는 말을 한다.


아쉬움을 무릅쓰고 다시 내가 있었던 곳으로 돌아갔다.


“봤으니까 됐죠?”


“좋아요. 뭘 원하죠?”


“보아하니 저 사람에게 돌아갈 마음이 있나 보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긍정이라 생각할게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제조건을 말할게요.

저를 당신의 아내로 삼아줘요.”


이게 미쳤나?


“뭐라고요?”


“당신의 아내로 삼아달라고요.”


“자, 잠깐만요. 왜 내 아내가 되겠다는 겁니까?”


당황해서 나도 모르게 말을 한 단계 더 높였다.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요.

저는 단순히 당신이 가진 종의 지위가 탐나는 거예요.”


그렇군.


그래서···.


“표정을 보니 제가 뭘 원하는지 이해했나 보죠?”


“좋아요. 내 아내가 된다고 치고.

저들이 당신을 순순히 받아줄 거라 생각해요?”


“저들은 당신을 꽤 아꼈겠죠?”


무슨 소리!


아꼈다면 날 버리지 않았겠지!


“당신이 입고 있는 옷 하며 동물을 잡아먹어도 된다는 것까지.

저 사람들은 당신을 아끼고 있는 게 분명해요.”


“아니, 날 아꼈다면 날 이렇게 버려두지 않았을 거야.”


“사정이 있겠죠. 저마다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거랍니다.”


사, 정?


날 버려둔 게 단순히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야?


“그, 그게 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나중에 알게 되겠죠.”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은 기다리세요.”


“그러다가 저기 멀리 가버리면?”


“야영하고 있는 거 봤잖아요?”


확실히 금방 떠날 기색은 없었지.


“좋아. 그다음엔?”


“나랑 같이 돌아가요.”


“내가 안 죽인다고 했을 텐데?”


“당신은 거기에 있기만 해요.

내가 알아서 다 할 테니.”


“뭘 하려는 거지? 같은 일을 할 정도면 알려줘도 되잖아?

그래야 내가 도와줄 수도 있고.”


“음, 당신은 못 도와줘요.”


“좋아. 사정이 있어 보이니 캐묻진 않을게.

개수작 부리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어머! 어떻게 하실건데요?”


너와 네 동료를 전부 찢어 죽여 거름으로 만들어주지.


한꺼번에 덤비면 힘들다뿐이지 따로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그런데 개미 한 마리 못 잡게 생겼는데 보복할 수 있겠어요?”


내가 짐승의 말에 대답 없이 쳐다만 보고 있자 가소로운 듯 비웃으며 말했다.


“헛소리 그만하고 이제 가지.”


“근데 왜 반말해요? 아까는 잘도 높이더니.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그래도 되는 거예요?”


“나 21살이야 그리고 내가 네 남편이 될 몸인데 왜 너한테 존댓말을 써야 하지?”


“어머! 호호호.

생각보다 어려 보이시네.”


짐승이 입을 가리며 웃는다.


손으로 가려지지 않는 입과 송곳니가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거부감을 느끼게 만든다.



///



“그래! 잘 생각했어! 군에 들어오면 재워주지, 밥 주지, 다 해준다니까!”


내 목숨을 바치면서 밥과 잠자리를 얻었어.


“들으셨겠지만 전 누구도 안 죽여요.”


“아, 그럼, 그럼! 넌 그냥 구경만 해.”


수많은 죽음을 보게 한 뒤 그 감각에 무뎌졌을 때쯤에 내게 살인을 시키겠지.


“알겠어요. 이제 어디로 가는 거죠?”


“근처 외딴곳에 사는 곰이 있어 그 곰을 노리러 간다.”


“디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요.”


“내려온 정보에 따르면 독립했다더군.”


“죽일 건가요?”


“탈을 얻어야 하니까.

사실 공작은 우리 분야가 아니야.

탈을 얻는 게 우리 분야지.”


공급원 상판을 보고 싶었는데 이 새끼들이었군.


“아직 할당을 못 채웠어.

이러면 안 되는데.

준비 다 됐으면 가자.”


“대장! 전부 갈 필요 있어요?

2개 조로 찢어지죠?”


내게 제안을 건넸던 짐승이 말했다.


“2개 조로? 음··· 괜찮은 생각이긴 한데···.”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인 듯 긍정했지만 켕기는 게 있는 모양인지 턱을 만지며 생각한다.


“이 짐승 때문이라면 대장하고 같이 가면 되잖아요?

마침 6마리니까 대장하고 이 짐승하고 저 이렇게요.

3마리, 3마리. 딱 맞아 떨어지잖아요.

우리 조가 좀 부족하긴 한데 대장이 있으니깐요.”


“그럴까? 다른 짐승들은 어떻게 생각하지?”


“좋은데요?”


“이렇게 하면 할당을 빠르게 채울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렇게 해요!”


제법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었는지 너도나도 찬성한다.


“좋아, 우리 분대 홍일점이 말한 대로하지.”



///



곰이 사는 동굴 앞.


나는 뒤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척 있고 암컷짐승과 대장짐승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쉿. 나온다. 빨리 엎드려.”


옷이 또 더러워졌어.


나중에 다시 빨아야지.


옷에 관한 관심을 접고 밖으로 나온 곰을 살펴보니.


과연 디쿤에게서 독립한 개체답게 덩치가 제법 크다.


거의 성인 범에 필적할만한 크기다.


이거 쉽지 않겠는데.


“대장, 생각보다 큰데요?”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하고 꼬맹이는 보고만 있어.”


자신 있어 하는데.

그 실력, 내가 평가해주지.


“그러지 말고 탈을 써서 급습해요.

저건 거의 디쿤에 필적하는 크긴데요?”


“탈을 써서 탈을 얻자고? 제정신이야?”


“사람탈은 구하기도 쉽잖아요. 아깝다고 괜한 모험하지 말고 그냥 써요.”


이 개새끼들.


내가 천에게 돌아가면 너희들을 반드시 죽여주마.


“괜찮아. 내가 생각이 다 있으니까 나한테 맡겨.”


말을 마친 대장짐승이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곰에게 향한다.


암컷짐승이 놀라서 헉! 하는 소리를 내고 자신의 입을 막아버린다.


나도 깜짝 놀라 작은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대장짐승은 개의치 않고 곰에게 뚜벅뚜벅 걸어간다.


곰이 대장짐승의 기척을 느꼈는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야! 거기 짐승! 당장 꺼져!”


“죄,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잃어서 그만···.”


대장짐승이 내가 봐도 불쌍하다 할 정도로 빌빌거리며 말했다.


“네가 길을 잃었는지 안 잃었는지 그건 나한테 좆도 상관없고!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지 않으면 네 대갈통을 박살 내서 새먹이로 던져주겠어!”


곰이 자신의 무기로 보이는 도끼를 집어 들고 위협했다.


“기, 길이라도 알려주세요···.”


“씨발새끼가! 너 거기 딱 그대로 있어!”


우리가 오기 전부터 심사가 많이 뒤틀린 모양인지 곧바로 대장짐승에게 성큼성큼 걸어온다.


“어, 어···”


어, 어는 저 병신새끼가.


적잖이 당황했는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난다.


그러더니 우리가 있는 곳을 돌아본다.


아주 그냥 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그래?


“저, 저말고 쟤들 잡으세요! 저기 짐승 2마리가 있어요!”


대장짐승이 무릎을 꿇고는 우리가 있는 곳을 가리키더니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씨발!”


대장짐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벌떡 일어나 뒤로 내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을 때 멈춰섰고 다행히 곰은 쫓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암컷짐승은 내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따라온 걸 보니 말을 하지 못할 정도로 매우 급했나 보지.


내 생각이 맞는지 자리에 멈춰섰어도 가쁜 숨을 내쉴 뿐 아무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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