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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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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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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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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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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41

DUMMY

포승줄에 묶여 마을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의 이목이 우리에게 쏠린다.


느닷없지만 여긴 다른 인간들은 없나 보군.


우리를 헛간으로 이끌고 가서는 이곳에 내버려 두고 아무 말 없이 어디론가 가버린다.


이런 일은 처음인 모양인지 행동 하나하나가 서툰 느낌이 든다.


어린 짐승을 쳐다보니 이 상황이 아주 무서운 듯 덜덜 떨고 있다.


이 짐승보다 어른이 된 처지니 다독여줄 필요가 있겠어.


“괜찮아?”


그러나 어린 짐승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는다.


“우린 빠르면 몇 시간 후, 늦어도 내일.

마을 광장에 끌려가서 목이 잘리거나 불태워질 거야.”


어린 짐승이 거칠게 동요한다.


이런 걸 노린 게 아니었는데.


“근데 괜찮아. 아까 내 주인이 있다고 했지?

그 주인이 날 구해줄 거야.”


“지, 진짜요?”


어린 짐승을 안심시키기 위해 재빨리 말을 했고 효과가 있었던 건지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내 말에 처음으로 답해주었다.


“그럼. 믿을지 모르겠지만 날 애지중지 여기시거든.”


“그런데 거기 두고 마을에 가요?”


“어? 그, 그건. 내가 불편해서 그런 거야.

두 분이 주막에 들어가시면 난 그 주변에서 자야 하는데 위험하잖아.

그래서 내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씀드린 거야.”


“와. 주인이 두 분이나 계세요?”


“응?”


“방금 두 분이라고 하셨잖아요.”


어린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남의 말을 귀담아듣는 모양이야.


“아니. 주인은 한 분이고 나머지 한 분은 일행이셔.”


“그렇구나. 그럼 저도 안전한 거죠?”


아뿔싸.


천의 성향상 이 아이는 모른다고 할 텐데.


“저도··· 안전한 거 맞죠?”


내가 말이 없자 걱정스러운 어투로 묻는다.


“그, 럼. 그렇고말고.”


“진짜죠?”


내가 시원치 않게 대답해서 그럴까?


다시 한번 물어본다.


“그럼. 나만 믿어.”


씨발···.



///



다음날.


우리를 잡아 온 사람 중 한 명이 헛간으로 들어온다.


“지금까지 자신의 짐승을 잃어버렸다는 신고를 받지 못했다.

역시 네 표식은 가짜였어.”


남자가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내 얼굴에 머리를 가까이하고 말했다.


“네가 불타면서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을 즐겁게 감상해주지. 일어나!”


남자가 거칠게 포승줄을 잡아당겼고 우리는 그 힘에 이끌려 따라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몇 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시간은 왜? 네가 죽을 시간이라도 알고 싶나 보지?”


“시간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빈정거리며 말했지만 난 감정을 싣지 않고 대답했다.


“쳇! 9시다!”


착하네.


나 같으면 안 알려줬을 텐데.


그런데 9시?


어제 분명히 8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설마 나 버리고 간 거야?


뭐지? 뭐지?


불안감에 휩싸인 와중 무심코 뒤를 돌아 어린 짐승을 쳐다봤다.


내 표정에서 무언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은 모양인지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급하게 미소를 한번 보인다.


너무 티를 냈나?


그래서 날 버린 거야?


그놈을 거기서 죽였으면 안 됐어.


근데 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 정체를 다 까발렸을 게 분명하단 말이야!


하필 거기서 그놈을 만나다니.


“으흐흐, 불 찜질할 시간이다.”


갑자기 들린 말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장작 더미 위에 묶여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서도 얼추 100여 명 되는 사람이 모인 것 같다.


이 마을 사람들은 거의 다 모인 건가.


황급히 고개를 돌려가며 천과 선을 찾았고 다행히도 찾을 수 있었다.


“하하하!”


“웃어?”


저들을 찾았다는 기쁨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고 어이가 없어진 남자가 날 보며 말한다.


“내 주인이 왔거든. 흐흐흐.”


“뭐!? 네 주인이 어디 있다고!?”


“저기 계시잖아. 저기.”


턱짓으로 천과 선이 있는 곳을 가리켰고 남자는 그쪽을 쳐다본다.


“누굴 말하는 거야! 사람이 너무 많잖아!”


“저-기! 등이 굽고 한쪽 팔이 없는 남자와 그 옆에 있는 여자.”


남자가 천과 선을 찾았는지 그쪽으로 시선을 고정한다.


“뭐 하는 거야! 빨리 불붙이지 않고!”


“말도 안 돼! 저들이 네 주인이라면 왜 구경만 하고 있는 거지!?

오호라, 그렇군! 저들은 널 버리려는 거야!

그래서 구경만 하고 있는 거라고!”


사람들이 처형을 재촉하자 다급해진 남자는 굉장히 빠르게 말했고 그 모든 말은 내 가슴에 박혔다.


날··· 버리는 거라고? 정말?


“그, 그럴 리 없어! 주인님! 여기예요!

이 남자가 제가 주인이 있다는 걸 계속 안 믿어요!”


내가 다급히 말하자 남자가 다시 천과 선에게 시선을 돌린다.


난 의기양양해져 다시 천과 선을 쳐다봤다.


남자와 했던 대화를 모두가 들었던 건지 모든 사람의 시선이 천과 선에게 쏠린다.


많은 시선이 쏠리자 선은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고 천은 그저 평온하게 날 쳐다볼 뿐이다.


“이봐! 정말 사실이야!? 당신들이 이 짐승의 주인 맞냐고!?”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난 저 짐승을 거둬들인 적 없소.

뭐하시오? 불붙이지 않고.”


천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에 내 얼굴은 사색이 되었고 남자는 마귀가 씐 얼굴을 하며 날 노려봤다.


“크흐흐, 그렇지. 네놈이 주인이 있을 리가 만무하지.”


저, 정말로 날 버린 거야?


난, 난 정말 너희들을 위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고 혹시나 해 다시 한번 천을 쳐다본다.


하지만 천은 아무런 동요 없이 날 무심하게 바라본다.


천의 무심한 모습을 봐 더욱 서러워 나도 모르게 오열을 하기 시작했다.



///



“정신이 들어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길래 황급히 눈을 떠 주위를 살펴본다.


하지만 보이는 건 어린 짐승뿐이다.


“어, 떻게 된 거야? 여기 지옥이야?”


“지옥은 무슨. 아직 안 죽었어요.”


천이 날 살려준 건가?


“주인님이 살려주신 거야?”


“그거 거짓말이잖아요. 혹시 정신에 무슨 문제가 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자기는 주인을 가진 짐승이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고 결국인 그게 사실인 것처럼 행동하는 거요.”


“아니, 그게···.

그럼 우린 어떻게 산 거야?

나 기억이 갑자기 끊겨서 말이야.”


이 주제로 더는 말하기 싫어 황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제가 구했어요.

사실 저 혼자 내빼려고 했는데 우는 모습이 너무 불쌍해서 말이죠.

그리고 고기도 얻어먹었고.”


“네가? 무슨 수로?”


“소개할게요.”


말이 끝나자마자 4마리의 짐승들이 갑자기 나타난다.


이들도··· 나처럼 공작을 받은 모양이야.


그리고 내가 휘말려 들었고.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우리는 군에서 명령을 받고 이 마을에 공작을 하러 왔다.”


어린 짐승이 아닌 대장 격으로 보이는 짐승이 나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리고 네가 우연히 눈에 띈 거지.

태연히 토끼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고 너에게 흥미가 생겼다.

인간들의 말도 안 되는 법을 개무시하는 훌륭한 짐승이라고 생각해 우리 중 가장 어린 이 녀석을 보냈다.”


어린 짐승을 쳐다보니 관심 없는 듯 자신의 손톱을 정리하고 있다.


“그런데 주인을 가진 짐승이라더군.

그래서 사람의 개로 사는 널 죽이기로 마음먹었다.

운이 좋았던 건지 사람에게 발견돼 실시하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견적을 보아하니··· 저 다섯이 한 번에 덤볐으면 힘들었겠어.


정말 운이 좋았어.


사람이 또 날 살렸네.


“그래서요? 왜 날 살린 거죠?

거기서 죽게 놔뒀으면 되잖아요.”


천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말을 퉁명스럽게 내뱉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네가 주인에게 버림받았건 네 상상이건 상관없다.

우리와 함께하지 않겠어?”


소설을 너무 많이 보셨네.


여보세요.


내가 군에서 너보다 짬을 수백 그릇이나 더 먹었어.


이 조그마한 마을을 공작하면서 무게는 되게 잡네.


“아, 필요 없으니까 저리 가세요.

나 혼자 있고 싶으니까.

그리고 구해준 건 고마워요.”


“음. 우리가 뭘 하는 짐승인지 아직 파악이 안 되는 모양이군.

좋다. 우리의 참모습을 보여주지.”


대장 짐승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원 중 하나가 어디선가 사람을 끌고 온다.


어, 어.


저거 날 잡아 온 사람이잖아?


“누군지 기억하지?”


이 새끼들 설마 얘를 죽이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죽이게요?”


“네가 우리가 누군지 모르니까.”


그게 무슨.


“알고 있으니까 보내줘요.”


“뭐? 보내줘?

얘를 보내주면 다 까발릴 텐데?”


“정신을 잃었으니까 모를 거 아니에요?

그리고 보나 마나 나를 구할 때 온갖 티는 다 냈을 테니 들통나도 상관없는 거 아니에요?”


근데 용케도 살아왔네.


천은 계속 보고만 있었던 건가?


“공작하는 중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뭔지 알아?”


“뭔데요?”


“후환을 남기지 않는 거야.”


그건··· 맞지.


“표정을 보아하니 너도 인정하나 보군.

자, 죽여라.”


사람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닌데··· 근데 조금 꺼림칙하네.


아니, 매우 꺼림칙해.


“아직도 인간이 정한 규율을 따를 셈인가?

그럼 할 수 없군. 너를 죽이는 수밖에.”


5마리의 짐승이 내게 천천히 다가온다.


“아, 알았어요! 하면 되잖아요.”


“좋아.”


대장이 내 앞에 남자 사람을 던져놓는다.


미안해.


넌 날 살렸지만 난 널 죽이는구나.


하다못해 괴물도 은혜를 갚는데 짐승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손톱을 뽑아내니 부러져 볼품없는 모습이 보인다.


“자, 잠깐! 그 손톱은 왜 그렇게 된 거지!?”


일행 중 한 마리가 내 손톱을 본 모양인지 다급히 묻는다.


“이건 그러니까···.”


“네, 네 주인이라는 자가 널 학대한 거지!? 그렇지!?”


내 말 안 끝났는데.


그리고 아닌데요.


짐승을 죽이고 천과 선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 일부러 보라고 부러뜨린 건데요.


“마, 맞구나!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내가 말이 없자 제 혼자 생각을 마쳤건던지 엉뚱한 결론을 내버린다.


대장을 포함한 다른 일행을 보자 저들도 똑같이 생각하는 모양인지 모두 표정이 험악해진다.


이거, 잘하면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는데?


“맞아요. 주인이라는 놈이 절 학대하면서 제 손톱을 이렇게 만들어 놨어요.”


“맞지!? 내 말이 맞지!?”


고맙다.


“보기 흉하다고 돌로 쳐서 부러뜨렸어요.”


“이 개새끼가!”


“그 새끼 죽이자!”


“그 꼽추 새끼 맞지? 옆에는 여자 사람이고!

당장 가서 돌로 쳐 죽여버리자!”


내 말에 공작원들이 저마다 욕설을 섞어가며 반응했다.


아서라, 네놈들끼리 가면 천의 옷자락 한번 못 만져보고 선의 선에서 다 죽을 거야.


“괘, 괜찮아요.

그래서 그런데 제 첫 살인은 제 주인이었던 놈으로 하고 싶은데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음.”


내 부탁에 생각에 잠긴 대장이 엄지와 검지로 턱을 만지며 고민한다.


“대장! 들어줘요!”


“그래요, 대장! 처음 인간을 죽이는 건데 기념비적인 거로 해야죠!”


“그래 좋다.

그럼 이 녀석은 너희들이 가서 처리해라.

탈은 반드시 챙기고.”


대장의 말이 끝나자 공작원 중 하나가 남자 사람을 끌고 나간다.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좋아.


모두 마무리했으니 난 이제 떠날 거야.


근데 뭐하지?


“그런데 넌 그 주인이었던 놈을 어떻게 죽일 거지?”


그러고 보니 걔들 행방도 모르네.


그나저나 이놈들이 난리 치는데 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거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제 주인이었던 사람을 보셨다고 하셨죠?”


“그래. 그 꼽추.”


“그 사람은 어떻게 됐나요?”


“잘 모르겠다. 정신없이 너희들을 구하고 나서 있는 곳을 다시 쳐다보니 어느새 사라졌더군.”


“아···.”


“그래서 어떡할 거지?”


나도 몰라.


“일단 죽은 건 아니니 찾아봐야죠.

그리고서 방법을 생각해보려고요.”


마을은 이미 난장판이 되어있을 테고 일단 주변부터 훑어봐야겠어.


“우리가 도와주지.”


아, 제발.


그러지 마.


“공작이 아직 진행 중인 거 아니었나요?”


“끝났다. 진행 중이었다면 우리가 너에게 시간을 쓰지 않았겠지.”


빠져가지고.


끝났으면 복귀부터 해야지.


내 부하였으면 넌 나한테 죽었어.


“괜찮아요. 복수는 자기 힘으로 해야 하는 의미가 있잖아요.”


“정말 괜찮겠나? 그 꼽추는 별 볼 일 없겠다만 옆에 있는 여자 사람은 힘들 텐데.”


이 새끼 근데 천이 노예기산걸 모르나?


“그, 그런가요?”


“그래. 꼽추는 무기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여자는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더군.

칼을 쓸줄 아는 여자가 분명해.”


진짜 모르나 보네.


“알겠습니다. 명심할게요.”


작가의말

짐승의 손톱은 일반적인 손톱이나 울버린의 손톱이 아니라 전완에서 나오는 커다란 하나의 손톱입니다.


모탈컴뱃의 바라카를 검색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근데 혐짤이니 검색하실때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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