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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님의 서재입니다.

인간, 인간, 인간, 사람,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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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이러버
작품등록일 :
2022.08.06 20:55
최근연재일 :
2024.04.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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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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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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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39

DUMMY

-천-



“뭐, 뭐야!”


선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이, 이리로 오는데 어떡할 거야!?”


“거기 당신! 칼을 버리고 오지 않으면 당신을 받아들이지 않겠소!”


나는 칼을 들고 오는 사내를 향해 경고했고 알아들은 것인지 칼을 버리고 달려온다.


“받아주게?”


“일단 장승을 피하는 게 급선무니 넘기고 생각해 봅시다.”


사내가 오자 급히 서로의 등을 맞대고 사방을 경계한다.


무궁화가 하나둘씩 만개하기 시작한다.


눈이 찔린 입이 비명과 함께 말 없는 사내를 저주한다.


소리가 갑자기 뚝 끊어진다.


죽었나 보군.


“입을 향해 누가 보고 있지?”


“제가 보고 있어요.”


입의 눈을 찌른 사내가 대답했다.


“죽었소?”


“죽었어요.”


사내의 말이 신호가 된 것처럼 무궁화가 빠르게 지기 시작한다.


나는 선과 짐승을 손을 잡고 사내에게서 떨어진다.


“당신 동료 아니에요?”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동료를 제물로 삼다니요!”


선은 황당한 표정으로 사내에게 따져 물었다.


혹시나 해 짐승을 쳐다보니 사내에게 향하는 시선에 적의가 더해졌다.


사내는 그런 짐승의 눈빛을 태연하고 받고 선에게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 당신들도 살았지 않나요?

따지고 보면 당신들은 나에게 목숨을 빚진 거예요.”


“무, 무슨 말이에요? 그게!”


“저기 사람님.”


“감히 짐승 주제에 사람인 나에게 말을 거는 거야?

착각하지 마. 네가 표식이 있어도 넌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야.”


짐승이 사내에게 말을 걸었지만 사내는 무안할 정도로 짐승에게 거친 반응을 내보였다.


“좋소. 이제 다 끝났으니 여기서 헤어집시다.

애초에 조건도 무궁화가 필 때까지 아니었소?”


“싫어요.”


나는 막무가내로 나가는 사내의 반응에 잠시 멍하니 쳐다봤다.


“싫다고 했소? 나는 누군가를 죽이려고 마음먹으면 주저하지 않소.

마지막 경고요. 떠나시오.”


품에서 단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선과 또한 자신의 무기를 꺼낸다.


그런데 사내는 당황하지 않고 짐승을 쳐다본다.


왜 내가 아니라 짐승을 쳐다보지?


둘이 무슨 관계가 있나?


사내가 짐승을 쳐다보지만, 짐승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제야 사내가 당황한다.


역시 둘 사이에 뭔가 있어.


“알았소. 그럼 아까 전과같이 당신이 앞장서시오.”


사내는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앞으로 걸어갔으며 당황한 선은 날 붙잡아 제정신이냐고 묻는다.


“일단 갑시다. 여기서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요.”


“알았어.”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선이 내 의견에 동의하며 무기를 집어넣는다.


“짐승. 가지고 있는 짐을 선에게 넘겨주어라.”


“네?”


“그리고 너는 저 남자와 우리 사이에 위치해 걷는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야! 말귀 못 알아먹어!?

네가 가지고 있는 짐 나에게 주고 너도 우리 앞에서 걸으라고!”


선이 짐승에게 다가가 짐을 빼앗고 앞으로 밀쳐낸다.


“주, 주인님.”


아가씨께서 틀릴 리 없지만···.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아가씨, 제 불충을 용서하지 마십시오.


“움직여. 아니면 버리고 간다.”


“아, 알겠습니다.”


풀이 죽은 짐승이 고개를 푹 숙이고 앞으로 걷는다.



///



“얼추 다 온 거 같은데, 얼마나 남았소?”


“잠깐만.”


선이 고이 접어둔 지도를 품속에서 꺼내 살펴본다.


정말 신줏단지 모시듯 하는군.


“그거 나한테 파는 게 어떻소?

내가 가진 돈 전부 주지.”


“미쳤어!? 이게 얼마짜린데!”


“얼마짜린데 그러는 거요?”


“음··· 금 한 상자?”


“정신 나갔군. 양심도 없소?”


“그, 그런가? 그래도 선비가 그린 그림을 얻는 게 쉬운 줄 알아!?

족장이 눈에 불을 켜고 찾는 거 너도 알잖아!

그리고 이건 지도라고!”


선은 정말로 금 한 상자로 생각하는 듯 흥분하며 말했다.


짐승을 흘끗 보니 우리 대화에 끼고 싶은 모양인지 계속해서 멈칫거린다.


“생각해 보니 그 지도에 내 지분이 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뭐, 뭐야!?”


“그렇지 않소?

도깨비산에 당신 혼자 간 것도 아니고 아가씨랑 나랑 같이 가지 않았소?”


“그, 그래서?”


“그러니까 그 지도의 3분의 2는 아가씨와 내 것이지.

나머지는 당신 것이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억지야!

그때 랑은 없었잖아!”


“그럼 내가 절반을 가져가면 되겠군.”


“와-! 진짜 날강도가 따로 없네!?”


“날강도라니? 정당한 내 몫을 원하는 건데 왜 나를 날강도 취급하는 거요?

그러니 이리 주시오 반으로 가릅시다.”


“미쳤어!? 이거 반으로 자르면 제 기능을 못 할지도 모른다고!”


“그럼 이제부터 내가 보관할 테니 이리주시오.”


“야! 이건 내꺼야! 선비가 나한테 직접 줬다고!

선비가 여자인 나한테 굳이 건네준 걸 보면 몰라!?

나한테 주고 싶으니까 준거라고!”


“그렇소?”


“그래!”


“알았소. 그나저나 다 왔소?”


“어, 어?”


“당신 것이라고 내가 인정할 테니 지금 어디쯤 왔소?”


“진짜?”


“싫으시오?”


“아, 알았어. 어디 보자··· 거의 경계에 있는데?

와! 대박! 우리 무궁화 꽃밭을 빠져나왔어!

이건 양성소에서도 못 믿을 거야!”


“호들갑 떨지 마시오. 우린 아직 꽃밭에 있소.

그나저나 지도가 정말로 많은 도움이 되긴 했군.”


“금 한 상자짜리니까 헤헤헤.”


“그래서 더욱 탐이나.”


“너, 네가 분명 이거 내 것이라고 했어.”


“알았소.”


선이 미소를 지으며 지도를 손바닥으로 조심스럽게 한번 쓸고 고이 접어 품에 넣는다.


너무 심하게 놀렸나?


“그래서, 어쩔건데?”


“저 사내와 무슨 관계인지 물어봐야지.”


“역시. 너도 느꼈어?”


“짐승이 그렇게 뚫어지게 보는데 사람이 반응을 안 보이면 말할 것도 없지.”


“죽일 거야?”


모르겠소.


“죽여야지.”


“진짜?”


거짓이오.


“그렇소.”


“음··· 나는 찬성. 나, 쟤 너무 수상해.”


“뭐가 수상하다는 거요?”


“아까 내가 스치듯이 말했는데, 너 잡혀갔을 때 쟤랑 같이 있었잖아?

그때 보통 짐승같이 행동을 안 하더라?

괴물에 대한 지식도 해박하고 그리고 아까도 그렇잖아.

평범한 짐승이 꽃밭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게 말이 돼?”


그건··· 확실히 이상하긴 했지.


“어디서 주워들었을 수도 있지.”


“아니, 그러니까! 내가 양성소에서도 배우지 못한걸 어디서 듣냐니까?”


“당신, 거기 나온 지 꽤 오래되지 않았소?”


“뭐야? 너 지금 쟤 편드는 거야?”


“그런 건 아니오.”


“이참에 제대로 한번 털어보자.

랑이 어련히 알아서 했겠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아?”


“나쁜 게 있소.

내가 저 짐승을 못 믿는다면 아가씨를 믿지 못한다는 말이오.”


“말꼬리 잡지 말고. 너도 찬성하는 거지?”


“알았소. 당신에게 맡기겠소.”


“좋아.”


선의 말을 끝으로 우린 꽃밭을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끝내 벗어날 수 있었다.


“살았다! 살았어!”


정말로··· 여기서 살았어.


계속해서 아가씨가 나에게 맡기신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어.


선과 함께 뒤로 돌아 무궁화 꽃밭을 바라보니 어느새 만개한 무궁화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꽃밭에 사는 괴물이라.

동화 같네, 잔혹 동화.”


“음.”


“그런데 언제 무궁화가 핀 거지?”


“우리가 나오자마자 피었나 보군.”


“싹 같은 건 없었는데?”


“그건 나도···.”


그 순간.


무궁화 사이에서 장승이 스르르 튀어나와 우리를 쳐다본다.


“지, 지금 보고 있어?”


“똑똑히 보고 있소.”


“네가 본 장승이랑 같아?”


“모르겠소. 그땐 워낙 경황이 없어서.”


“씨, 씨발 존나 무섭다. 저 큰 입 좀 봐.

얼굴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네.”


욕설을 내뱉는 선을 나무라고 싶었지만 나도 선과 같은 생각이기에 지적하지 않았다.


정말··· 무섭군.


“굳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선가?”


“괴물이 우리한테 무슨 볼일이 있다고?”


“그, 그렇겠지?”


“그렇소.”


“여기로 못 오겠지?”


“전해 내려오는 기록이 정확하다면.”


“내가 쟤한테 조롱을 좀··· 아니, 아니다. 그냥 가자.”


“싱겁긴.”


“갑자기 든 생각인데 괴물끼리 싸움 붙이면 재밌겠다.

예를 들어 장승이랑 선비랑 싸움을 붙이는 거야.”


“헛소리 그만하고 어서 갑시다.”


장승에게 둔 시선을 거두고 뒤를 돌아보니 짐승과 사내가 우릴 쳐다보고 있다.


“이제 여기서 헤어집시다.”


“좋아요. 바라던 바예요.

그전에 밥이나 한 끼 먹는 건 어때요?

저기서 같이 살아남았는데 보통 인연은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좋아요. 같이 먹어요.”


선이 나 대신 사내에게 대답했다.


“짐승. 가서 땔감 좀 가져와.”


“저도 같이 갈게요.”


“짐승이 혼자 가서 해도 되오.”


“하나보다 둘이 더 빠르지 않겠어요?”


무슨 속셈이지?


“알았소. 우린 여기서 다른 채비를 하고 있겠소.”


나는 저 둘이 우리 얘기를 듣지 못할 곳으로 가길 기다린다.


“어쩌자고 식사제안을 덥석 받은 거요?

거절하면 헤어졌으면 끝날 일 아니오?”


“그러면 저 둘의 관계를 알아낼 수 없잖아.

같이 밥을 먹는 동안 캐내야지.”


“나는 모르겠소.

하지만 당신은 생각이 있는 듯 하니 당신 뜻대로 하시오.

나는 잠자코 있을 테니.”


“맡겨만 두라고.”


얘기를 마치고 식재료를 준비하고 있으니 짐승과 사내가 돌아온다.


겉모습을 보아하니 별다른 일은 없었나 보군.


짐승이 가지고 온 땔감을 이용해 불을 때고 주위에 둘러앉아 식사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름도 모르네요?

저는 선이라고 하고요 얘는 천이에요.”


“그렇군요.”


사내는 시큰둥하게 대답할 뿐 자신의 이름은 말해주지 않는다.


“저기 같이 살아남은 것도 인연인데 통성명이나 하는 건 어떠세요?”


“제 이름은 근, 근이라고 합니다.”


“아···. 근씨. 고용인이 죽었고 혼자 돌아가면 십중팔구 몹쓸 일을 당하실 텐데 다른 곳으로 가실 예정이신가요?”


“뭐, 그렇다고 해야죠”


사내가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짐승을 쳐다보니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런데 근씨는 짐승이 싫지 않은가 봐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방금까지만 해도 그렇잖아요.

짐승이랑 같이 땔감을 구하러 가는 건 보통 사람이면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하하. 같이 생사를 넘나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또다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짐승은 쳐다보고 있다.


자세히 보니 사내가 만지고 있는 부분을 중점으로 보고 있다.


저 사내.


탈을 쓰고 있는 짐승인가?


아니지.


그렇다면 저자가 죽였던 입이라는 사내가 눈치챘을 거야.


“배가 부르군요.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본인이 식사를 권유해놓고 이렇게 도망치듯이 간다고?


짐승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거나 알려준 건가?


아니면 그 반대?


더욱 의심이 들어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허벅지 위에 올려둔다.


“지, 지금 뭐 하는 건가요?”


내 모습에 위협을 느꼈는지 근이 심히 당황하며 말했다.


“저희는 아직 다 안 먹었는데 먼저 일어나는 건 예의에 어긋난 거 아닌가요?

더군다나 식사제안을 근씨가 하셨잖아요.

그리고 천은··· 노예기사잖아요.

이해해주세요.”


“아, 알겠어요.”


근이 날 한번 흘끔 보고 자리에 앉는다.


내가 듣기에도 선의 변명이 심히 이상했지만 내 위협이 먹혔던 건지 순순히 수긍해버린다.


“아, 그리고 또 생각났다!

짐승이 아까부터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못 느끼셨어요?”


짐승이 움찔하며 근에게 고정된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


근이 또다시 자신의 얼굴을 만지작거린다.


“제, 제가 짐승을 좋아하거든요.

특이하죠? 하하하.”


“그래요? 근데 조금 이상하네요.

아까 분명히 이 짐승보고 네가 인간이라도 된 거 같냐고 했던 거 같은데.

내 기억이 잘못됐나?”


“사, 사실 제가 낯짝이 두꺼워서요.

시선을 못 느꼈답니다. 하하.”


“그 되지도 않는 변명이 당신에 대한 의심을 더욱 높이게 만드는걸 알고 있어요?”


“저, 저는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근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발걸음을 옮긴다.


“지금 가면, 넌 죽는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고통스럽게.”


내 말이 먹힌 것인지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꼼짝하지 않는다.


“짐승.

넌 저자와 어떤 관계이길래 그렇게 노려보는 거지?

그리고 둘이며 무슨 작당을 한 거지?”


“저, 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짐승이 근을 잠깐 쳐다보고 날 보려고 고개를 돌리려다 다시 근을 쳐다본다.


스치듯이 보인 짐승의 동공이 눈동자를 가득 덮었다.


순간.


짐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근에게 달려든다.


짐승이 손톱을 꺼내 근의 머릿속에 박아넣는다.


그리곤 머리를 뜯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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