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마라(魔羅)
“ 이것이 무엇 인지요? “
독고휘의 물음에 혁련분희가 맑은 눈을 빛내며 입을 연다.
“ 이 상자의 내용물을 보시기 전에 설명 드릴 것이 더 있습니다.
마라밀교의 축적(蓄積)된 힘이 잘못 쓰일 것에 대비하여 저희 선조들께서 저희 밀교가 중원 진출을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나의 금제(禁制)를 마련해 놓으셨습니다. “
“ 금제(禁制)? 어떤 금제인데? “
독고준의 물음에 마라밀교의 소주가 다시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누군가가 저희 마라밀교를 중원으로 진출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안에 있는 기물(奇物)을 저희 전 밀교인이 보는 가운데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입니다. “
“ 그럼 반대로 그 기물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중원 진출을 막을 수도 있다는 것 입니까? “
“ 맞습니다. 저희 아버님이 돌아 가실 때 제 숙부의 중원 진출을 막기 위해 이 상자를 제게 맡기신 것이지요. “
“ 그래서 그 기물이 뭔데요? “
독고준이 너무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상자를 바라 보자 혁련분희가 면사 위의 맑은 눈으로 눈웃음을 지으며 입을 연다.
“ 네, 이 기물의 이름은 마라신검(魔羅神劍)이라고 합니다. 대대로 저희 마라밀교의 교주님들이 보관해 온 저희 밀교의 보물 이지요. “
“ 그럼, 여지껏 마라신검이라는 기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인물이 없었다는 말 입니까? “
“ 아닙니다. 역대 교주님들 중 중원 진출의 필요성을 느끼신 분이 없어 굳이 이 상자를 개봉 할 일이 없었던 것이지요. “
“ 허허! 그럼 저 상자안의 마라신검이라는 기물이 어떻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가? “
“ 네, 그런 셈이지요. “
“ 혁련낭자! 제가 이리 불러도 될런지요? “
“ 네, 편하신대로 부르셔도 됩니다. “
“ 한 가지 의문이 있습니다. 만일, 혁련낭자의 숙부라는 자가 낭자의 아버님을 시해(弑害)하고 중원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이 상자가 필수적인데 이 상자를 갖기 위해 누군가를 파견하지 않았을까요?
혹시 지금 쫓기고 계시는 중이 아닌가 해서 말입니다. “
“ 저도 독고 공자님의 말씀대로 저희를 쫓는 추살대가 급파 될 줄 알고 운검과 지극히 조심히 움직이고 있으나 여지껏 저희를 쫓는 기미를 찾아 볼 수가 없더군요. “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독고준이 답답한 듯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그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일단 그 상자 안의 마라신검을 다룰 수 있는 지 알아야 할 것 같은데…… “
독고준의 말에 혁련분희가 나지막히 한숨을 내 쉬며 대답을 한다.
“ 휴우! 네, 맞습니다. 제가 여기 저기 돌아 다니며 이 마라신검을 다룰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매고 다닌 이유가 아직 제가 이 신검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기 때문 이지요. “
“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인데 일단 한번 봅시다. 우리 휘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
독고준의 말에 독고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혁련분희를 향해 이야기 한다.
“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고 봅니다. 일단, 한번 보시지요. “
독고휘의 말에 혁련분희가 건너편에 서 있는 운검에게 눈길을 주자 운검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 한 후 한번의 긴 심호흡 후 천천히 상자를 개방 하기 시작 한다.
“ 우우우웅 “ 하는 기음과 함께 상자에 갇혀 있던 약 일척(尺)반(약 45cm)이 약간 넘는 단검 형태의 의 아름다운 검이 공중으로 살며시 떠오른다.
손잡이 부분은 용과 현무, 주작 등의 신수 등이 아름다운 형태로 서로 얽혀 있는 조각이 눈에 아프게 들어 오고 그 검신은 맑디 맑아 마치 유리로 만든 검으로 보였다.
“ 이것이 저희 마라밀교의 기보인 마라신검(魔羅神劍) 입니다. “
자신이 나온 상자 위 약 2척(尺)(60cm)정도의 높이에 둥실 떠 있던 마라신검의 검병 부분에서 갑자기 무엇인가 피어오르더니 공중에 떠 있는 검신에 살며시 내려 앉는다.
“ 어? 휘아야, 저거 동자승(童子僧)같은데. 엄청 귀엽게 생긴 놈일세, 그려! “
“ 넵, 동자승이요? 어디에요? “
혁련분희와 운검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지 두 명 다 두리번 거리며 방 안을 훑어 보고 난리를 친다.
“ 아버지하고 나만 보이는 거에요. “
그 때 공중에 떠 있는 검신을 밟고 있는 키가 약 4척(尺)(약 120cm)정도 되었을까?
너무도 해맑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두 손을 양 손목의 승복 안에 교차하여 집어 넣은 파르라니 빛나는 머리의 동자승이 독고준과 휘를 향해 입을 연다.
“ 니 들은 내가 보이나 봐! “
“ 그럼, 임마! 당연히 보이지. 그리고, 어른들한테는 존대 하는 거야! “
“ 지랄! 기껏해야 4~50년 정도 산 인간이 나한테 존대를 하라구? 난 오백년도 더 살았거든. “
“ 케엑! 오백년? “
혁련분희가 다급하게 독고준과 휘에게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도대체 누구와 대화를 하는 거예요? 혹시 마라신검의 진체(眞體)와 대화가 가능 하신 거예요? “
“아아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신검 위에서 기지개를 한껏 켠 동자승이 다시 입을 연다.
“ 어찌되었건 대화가 되는 인간이 있다니 심심하지는 않겠군. 야, 넌 이름이 뭐냐? “
나이가 많이 되어 봐야 7~8살 정도 되어 보이는 동자승이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이름을 묻자 독고준이 ‘끄응’ 하는 된소리를 내며 입을 연다.
“ 독고준이라고 한다….구요! “
“ 야, 그냥 반말해. 내가 이 나이에 인간들한테 존대 받고 싶은 생각 전혀 없으니까! “
“ 그렇지! 그래, 난 독고준이라고 해. 넌 이름이 뭐냐? “
“ 마라(魔羅)라고 불러라. 뒤에 신검 붙이면 너무 기니까. “
그때 독고휘가 자신을 마라라고 하는 동자승을 향해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난 독고휘라고 한다. 저기 계신 분의 아들 이야. “
두 부자가 공중에 떠 있는 마라신검을 보고 대화를 하는 듯 하자 혁련분희가 애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한다.
“ 저도 마라신검의 진체(眞體)를 볼 수 있게 해 주세요. 부탁 입니다. “
독고휘가 간절하게 이야기 하는 혁련분희를 보고는 마라에게 입을 연다.
“ 여기 있는 마라밀교의 소주(少主)에게 네 모습을 보여 줘도 되냐? “
“ 마음대로 해라. 그런데, 나한테 징징대지 않게 해 줘! 저 여자애 너무 징징거려. “
독고휘가 마라의 허락을 받아 혁련분희에게 입을 연다.
“ 마라가 허락 했으니 제가 잠시 볼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운검님도 같이 보시겠습니까? “
“ 저도 된다면 부탁 드립니다. “
독고휘가 자신의 품 안에서 부적 주머니를 꺼내어 뒤적 뒤적 거린 후 녹황색 부적 네 장과 진녹색 부적 한 장을 꺼내 들고는 주머니를 다시 자신의 품 안에 집어 넣는다.
그리고, 차 주전자의 뚜껑을 열고 진녹색 부장 한 장을 오른손에 꼬아 들고는 진언(眞言)을 중얼거리자 부적에 갑자기 불이 붙고 부적이 다 타버리기 전 재를 차 주전자에 넣고는 뚜껑을 닫고 찻잔 두 개에 차를 가득 채운다.
“ 자, 각 자 차를 전부 다 마시세요. “
독고휘의 말에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시원스럽게 비우자 독고휘가 다시 입을 연다.
“ 이제 제 앞으로 혁련 낭자부터 나오세요. 이 부적으로 마라의 진체를 보게 해 드릴 테니 놀라지 마시고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
독고휘가 양 손에 녹황색 부적 두 장을 각자 꼬아 잡고는 진언을 외자 두 장의 부적에 다시 불이 붙고 불이 붙은 부적을 혁련분희의 양 눈에 가져다 대며 나지막하게 외친다.
“ 관(觀) ! “
불이 붙은 두 장의 부적이 재로 화해 날아가자 혁련분희의 맑은 눈이 기이한 자주색으로 변해 있었다.
“ 어어, 보이네요, 보여요! “
신이 나서 마라에게 달려 가려는 혁련분희를 팔을 들어 제어한 독고휘가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혁련낭자, 잠시만요. 운검님과 같이 가시는데 차분하게 마라를 대해 주세요. “
무언가 마라신검의 진체에게 이야기를 들었다고 판단한 혁련분희가 흥분을 가라앉히며 입을 연다.
“ 네, 기다리지요. “
독고휘가 운검에게도 똑 같은 방법으로 부적술을 시전 한 후 혁련분희와 운검에게 이야기 한다.
“ 이 부적술은 아무리 길어야 일다경(약15분) 정도 지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저런 기물에 깃들어 있는 영들은 매우 감정의 기복(起伏)이 심하다고 합니다.
마라가 기분이 상해 자신의 진체를 저 신검에 넣고 나오지 않으면 대화할 방법이 없습니다. 마라를 화나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 합니다.
그래야 혁련낭자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네, 잘 알겠습니다. “
차분한 어조로 흥분을 가라 앉히는 혁련분희를 보며 독고휘가 속으로 생각을 한다.
‘ 의외로 침착한 아가씨일세. 자신의 눈에 자신이 원하는 것의 실체를 나타냈는데 감정을 추스리다니….’
“ 자, 갑시다. “
독고휘가 마라와 자신의 아버지가 신나게 대화 중인 탁자를 향해 나아가자 혁련분희와 운검이 뒤를 따른다.
“ 그래? 정말 무지하게 심심했겠다. 나 같으면 미쳐 죽었을 거야. “
“ 그렇지? 너 말하는 거 참 마음에 든다. “
마라와 독고준이 서로 죽이 맞아 신나게 대화 중인 것을 보고 독고휘가 조심스레 아버지에게 입을 연다.
“ 아버지! 혁련낭자가 마라에게 할 말이 있다네요. “
“ 엉? 그래, 이야기 해야지. 마라야, 너 이따 나랑 술 한잔 하면서 이야기 하자. “
“ 그래라, 술 먹는 거 좋지! “
“ 이따 보자! “
독고준이 뒤로 물러나고 독고휘가 혁련분희와 함께 앞으로 나서자 마라가 질겁을 하며 신검 안으로 들어 가려 하자 혁련분희가 다급하게 입을 연다.
“ 마라님, 자, 잠시만요. “
“ 너 또 징징거릴려고 그러지? 한번만 징징대면 난 들어간다. “
“ 네, 안 징징거릴께요. 여지껏은 마라님의 진체를 못 보고 혼잣말을 했던 거 였으니까 이해해 주세요. “
“ 알았어. 네가 틈만 나면 나한테 징징 거려서 네가 원하는 것이 뭔지는 내가 잘 알지. “
“ 마라님! 한번만 도와 주세요. “
“ 결론만 먼저 이야기 할께. 싫어! “
너무도 단호한 어조의 말에 혁련분희가 자주색으로 변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자 마라가 질겁을 하며 이야기 한다.
“ 징징거리면 나 들어가서 안 나온다. “
마라의 말에 억지로 울음을 삼키는 혁련분희를 보며 독고휘가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어 이야기 한다.
“ 마라야, 왜 싫은지 이유를 알면 안될까? “
“ 좋아, 일단 저 애 소원을 들어줬다 치자. 모든 마라밀교인들이 다 모여 있는 가운데 저 애 손짓대로 춤을 추었다고 하자.
그러고 나면? 난 다시 저 어두운 상자에 틀어 박혀 다시 언제 저 상자가 열릴지 기약 할 수 없는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
강경한 어조로 둥실 떠 있는 신검 위에서 열변을 토하는 마라를 보며 독고준이 불쑥 튀어 나오며 입을 연다.
“ 마라의 말이 맞아! 쟤 무지하게 오랜 기간 동안 외롭게 지내서 그래. 휘아야, 네 좋은 머리 한 번 짜 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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