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급 파이터 독심술을 얻다

수성의 노리모토

노리모토의 첫 번째 공격은 로킥이었다.

<왼발 허벅지>

마음을 읽은 칠수가 다리를 들어 방어했다.

<오른발 발목>

이번엔 반대쪽 낮은 공격이었다.

칠수가 오른발을 들자 노리모토의 공격이 바닥을 스쳤다.

칠수도 푸쉬킥으로 노리모토의 복부를 노렸다.

무에타이 스타일 역시 가드를 높게 들고 있기에 복부가 비어 있었다.

하지만 노리모토 또한 예상한 듯 몸을 뒤쪽으로 빼며 피했다.

아무도 예상 못 한 킥 싸움이 경기 초반 전개되고 있었다.

초반부터 노리모토가 덤벼들고, 칠수가 그에 대응하는 양상이 될 줄 알았으나 모두의 예상이 빗나갔다.

바디블로 틈을 노렸으나 쉽지 않았다. 노리모토가 한 다리를 계속 들었다 내렸다 반복했다. 짧은 주먹 공격으로 들어갈 경우 상대의 킥이 먼저 나온다.

“칠수야, 잘 보고 받아!”

정 관장의 말대로 신중함이 필요한 싸움이었다. 평소의 노리모토 스타일이 아니었다.

시험 삼아 원투 공격을 뻗었으나 역시 지켜보고 있기에 쉽게 피했다. 잽이 한 방 들어갔지만, 턱을 당기고 있어 이마 쪽에 스치는 데 불과했다.

신중한 상대에게 할 수 있는 전략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테이크다운은 워낙 노리모토의 레슬링이 좋아 힘들고, 타격까지 수비적으로 나오니 들어갈 틈이 없었다.

탐색전을 먼저 깬 건 노리모토였다.

낮은 곳으로만 날아오던 노리모토의 킥이 허리를 노리기 시작했다.

공격을 예상한 칠수가 몸을 뒤로 날리다시피 뛰어 피했다.

노리모토는 그런 칠수를 쫓아와 후속 미들킥을 날렸다. 피할 공간이 부족한 칠수가 팔로 킥을 막았다.

“윽!”

강력한 파워에 신음이 터져 나온 칠수였다.

‘강하다!’

노리모토는 원래 강한 공격이 장기인 선수다.

단지 펀치 일변도의 공격이라 한계가 있었는데, 그 한계를 무에타이 훈련으로 넘어버린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노리모토의 다리 근육이 살아 숨 쉬는 것 같았다.

경기 페이스가 답답한 칠수가 변화를 시도했다.

스텝을 경쾌하게 가져가며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전략을 바꿨군!>

칠수가 주위를 바삐 움직이자 노리모토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좋아, 칠수야!! 빈틈을 찾아!!”

노리모토가 워낙 단단하다 보니 관장의 코칭도 당연한 말뿐이었다.

하지만 빈틈을 찾으라는 말은 언제나 주효한 코칭. 칠수의 눈에 노리모토의 텅 빈 복부가 들어왔다.

어떻게든 상대의 자세를 흐트러트릴 필요가 있었다. 그러다 생각한 게 바로 낮은 자세다.

나오키 신야가 상대에게 하는 것처럼 무릎을 바닥에 대고 기어들어가는 방법이다.

칠수가 자세를 낮추자 노리모토가 당황했다.

<뭐하자는 거지?>

4점 포지션이기에 킥을 할 수도 없고, 펀치를 넣기엔 너무 자세가 낮았다.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노리모토가 비슷하게 자세를 낮추며 공격에 대비했다.

칠수가 노린 게 바로 이런 것이었다. 칠수는 노리모토의 앞 손을 잡으며 힘 싸움을 시작했다.

<힘 싸움 하자는 거냐? 좋지>

칠수의 힘 싸움 제의에 노리모토도 흔쾌히 응했다. 잠시 마치 프로레슬링 선수들이 하는 것 같은 손 싸움이 시작됐다.

“와아아아아아아!!”

팽팽한 탐색전에 긴장하던 관객도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에 환호했다.

먼저 손을 놓은 건 칠수였다. 아무래도 노리모토는 1라운드를 수비적으로 나갈 전략 같았다.

손을 놓은 칠수가 준비한 바디 콤비네이션을 가동했다. 원투쓰리에서 세 번째 공격이 바디였다.

첫 번째 공격은 모두 막혔으나, 반대 손으로 시작한 원투쓰리 바디가 제대로 들어갔다.

“윽!”

연습 내내 단련한 바디 공격. 강한 펀치를 맞은 노리모토의 표정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잘한다!!!”

다시 입식 자세로 돌아왔지만, 아까와 같은 무에타이 자세가 아니었다. 양발을 벌린 채 빈틈을 노리는 변칙적인 원래 자세였다.

“디펜스!!!”

타격 코치인 시리카오가 소리쳤지만 칠수의 바디 공격이 아무래도 노리모토의 파이터 본능을 일깨운 거 같았다.

<펀치 섞고 점핑 니킥>

생각을 읽자마자 소름부터 끼칠 칠수였다. 노리모토는 점핑 니킥으로 수많은 파이터를 잠재웠다.

노리모토의 펀치를 뒷걸음질로 피한 칠수. 하지만 그게 미끼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오히려 때릴 테면 때리라는 식으로 얼굴을 약간 앞으로 내밀었다. 노리모토는 그 미끼를 피할 생각 없이 하늘로 솟아올랐다.

“우오오오오오오!!”

칠수가 간발의 차로 피하자 관중들이 탄성을 질렀다.

<러시 타이밍이다!>

칠수는 달려오는 노리토모를 일단 푸쉬 킥으로 밀어버렸다. 다시 달려오는 그에게 다시 한 번 푸쉬 킥을 날렸다.

두 번의 푸쉬 킥에 잠잠해진 노리모토가 하단 태클을 시도했다. 생각을 읽고 있던 칠수는 엉덩이를 뒤로 빼 스프럴로 막았다.

<다 막혔다!>

당황한 상대에겐 공격이 쥐약. 이번엔 칠수가 러시를 들어갔다. 네 발 째 공격이 바디인 콤비네이션이었다.

“으헉!!”

아까와 같은 왼쪽 복부에 펀치가 제대로 꽂혔다. 멀어지려는 노리모토를 다시 푸쉬킥으로 밀었다.

‘땡땡땡!!’

“관장님, 점수 어때요?”

“당연히 니가 1점 이기고 있는데, 여긴 일본이라고!”

갑자기 판정단 후지카와가 생각났다. 옆에 앉아 있는 가무잡잡한 위원 또한 판정 조작에 개입된 게 분명했다.

“아, 관장님. 판정 가면 무조건 질 거 같은 예감이에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인마, 그러면 무조건 KO 하면 되지! 이번에 바디 제대로 두들기라고!”

공이 울리고 다시 파이터들이 링 위로 올라왔다.

노리모토의 자세는 1라운드 초반과 같은 무에타이식이었다. 시리카오에게 한마디 들은 모양이었다.

로킥과 미들킥, 푸쉬킥을 앞세워 칠수를 압박했다.

칠수는 1라운드 중반 했던 것처럼 다시 자세를 바닥까지 낮췄다.

그런데 노리모토는 아까처럼 함께 자세를 낮추지 않았다. 오히려 자세를 유지한 채 칠수의 다음 동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있는 사람이 시도할만한 기술은 바로 테이크다운. 하지만 노리모토는 레슬러 출신이었다.

‘어떡하지···?’

잠시 고민하던 칠수가 하단 태클을 깊게 날렸다. 노리모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스프럴로 막았다.

칠수의 어깨 쪽을 감싸 쥔 노리모토가 몸을 짓누르기 시작했다. 그대로 상위 포지션을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그건 안 되지!’

칠수가 갑자기 힘을 빼고 노리모토의 한 발을 거머쥐었다. 하체 관절기를 시도하거나 그걸 미끼로 좋은 포지션을 잡을 계획이었다.

<그래플링이냐!>

노리모토 또한 웅크린 칠수를 위에서 누르며 압박을 시작했다.

자세만으로는 칠수가 점수에 불리한 상황. 위에 있는 노리모토가 옆구리 쪽에 펀치를 날렸다.

하지만 칠수가 훈련 기간 가장 많이 한 게 바로 등 쪽 근력 운동. 칠수가 괴력으로 다리를 당기자 위쪽에 있던 노리모토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무슨 힘이 이렇게 세!?>

칠수가 다리를 더 확실하게 당기자 노리모토의 한쪽 어깨가 바닥에 닿았다.

“좋아! 잘하고 있어!!”

칠수가 기세를 몰아붙여 상위 포지션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레슬러는 기본적으로 좋지만 한 가지 약점이 바로 등을 대고 있을 때다. 레슬링은 등을 닿으면 점수를 뺏기는 스포츠라 등을 대는 자체를 어색해한다.

“좋아, 누르고 있어!!”

관장이 압박을 요구했으나 칠수 생각은 달랐다. 이번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판정단의 꿍꿍이 때문이었다.

좋은 포지션을 차지한 지금 이 순간.

칠수가 노려야 할 건 서브미션 아니면 KO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