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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잡설


[창작잡설] 자작 소설을 쓰기 까지

원래 글자라는 것을 죽도록 싫어했다.


제일 싫었던 숙제가 일기쓰기랑 독후감.

책 읽기가 너무 싫어서 책 제목만 보고 독후감을 쓰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바보도 이런 상바보가 없다. 그냥 책의 문장 몇개만 배껴도 글자수가 몇갠데.


책 좀 읽으라는 부모님의 말씀에 만화책도 책이다라고 항변했다. 만화책은 한창때는 3천권정도 소장해서 방에 책장을 따로 만들었을 정도였다.


몇년 후 만화덕후에서 게임덕후로 진화했다.

왜이리 게임에 현실성이 없어? (게임에 게임성이 있어야지 현실성을 왜 찾아;;)

좀 현실적인 시스템을 갖춘 게임을 만들어보자. 이런 일념으로 컴퓨터학과로 들어가서 열심히 코딩을 했다.


한 3년 다니고 깨달았다. 내가 하고 싶은건 게임을 만드는 건데 왜 코딩을 하고 있는걸까? 코딩 잘해봤자 누가 만든 게임을 구현해주는 거 뿐이잖아?


차라리 일러스트나 컴퓨터 그래픽을 했으면 완성작을 보는 기쁨이라도 있지, 코딩 해봤자 버그 났냐 안났냐 빼고 내가 느낄 수 있는 창작성이 있나?


인생 잘못 들어섰다. 리셋하자.

그래서 국가자격증 시험공부해서 합격했다.

(여기서부터 내 인생 = 회귀물?)


몇 년 잘 다녔다. 적성은 안 맞지만 돈 벌잖아.

돈 벌었으니 취미생활을 더 잘 즐겨야지.


다시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머리가 굳었는지 명작이 아니면 눈에 그림이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리고 번역된 대사가 개차반이라는 것을 느꼈다.


어느 시장에나 그렇듯이 명작이라는게 그리 많지가 않다. 결국 만화취미는 포기하다시피 하고 있는데 라노벨의 존재를 알게됐다.


내가 글을 읽는 걸 겁나게 싫어하지만, 자격증 준비하면서 글씨를 읽는데 어느정도 이골이 났다. 

만화 비슷한 라노벨이라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진짜 우연치 않게 어떤 라노벨을 읽었는데 재미가 있었다.

오호라 이거 괜찮은데?


해당 라노벨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나무위키에 들어갔더니 거기서 주인공들의 내면에 대해서 말 그대로 논문을 써놨더라. 이게 뭥미?

이거 좀 파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싶어서 해당 라노벨 카페에 가입해서 글도 읽고 글도 좀쓰고 쏠쏠하게 놀았다.


그러다보니 팬픽이라는 것이 있더라.

90년대 만화오덕이 나이 30이 넘어서 라노벨 팬픽계 진입.

(여기서 부터 내 인생 = 이세계 진입물?)


논술시험 준비하던 가다로 팬픽을 썼다. 반응이 꽤 좋았다. 그때는 연독률이 뭔지도 몰랐지만 이름만 몰랐지 자연스럽게 개념을 알게 되었다. 


팬픽은 작가가 갑이다. 뭐라도 읽고 싶은 독자들은 팬픽이 올라오면 거의 무조건 다 읽는다. 그리고 작가가 원하는 것이랑 독자가 원하는게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연독률이 엄청 좋다.


내가 쓴 팬픽은 첫 조회수 400, 평균 조회수 300정도에 리플도 수십개 달렸으니 나름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여러가지 일 때문에 소홀해져서 잊고 지냈다. (결정적으로 작가가 다음편을 안낸다!!)


그리고 1년쯤 뒤에 누가 내가 쓴 팬픽에 리플을 달았길래. 생각이 나서 들어가봤더니 그 사이에 카페에 무슨 일이 났었는지 내 팬픽 평균 조회수가 7000이 돼 있었다. 이건 또 뭥미?


그리고 여전히 다음편은 안 나왔다. 어후 작가시키 증말.

그냥 내가 쓰고 말지.


몇자 끄적여 봤는데 팬픽쓰는거랑은 레벨이 다르다. 머리에서 쥐가 난다.

그래서 관뒀다.


이게 내가 소설을 쓰게된 계기.. (아니 관뒀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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