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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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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
글자수 :
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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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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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창공의 정원, 심연의 금제

DUMMY

심연의 목소리에 의해서 현 정신상태를 확인한 나는 그의 제안을 수락하였다.

지금 내 상태가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은 이곳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 자신이 케어를 원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무엇을 해도 안 될 것 같았다.

미궁의 시련에 의해 피폐해져가는 정신.


이것은 단순히 시련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미궁 자체가 내게 무언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있어보였다.


심연이 갑작스레 도와주겠다고 말 하니 다소 생소하긴 했지만 다른 누구도 아닌 미래의 내가 신용을 해도 좋다는 확신을 받은 만큼 도움을 받는 것에 거리낌은 없었다.


하지만, 제일 먼저 짚고 넘어가야할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이곳이 미궁이 아닌 내 정신 속 공간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장소도 아닌 미궁의 시련을 받던 와중에 이렇게 한 눈을 팔아도 되는지, 흐릿한 형체를 유지한 상태로 날 바라보고 있는 심연을 향해 물어보았다.


“내가 네 이름을 언제 기억해낼지도 모르는 마당에 이렇게 여유를 보여도 되는 거야?”


내 말에도 심연은 곧바로 대답을 해보이지는 않았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어보이는 등.

긍정과 부정의 제스처도 취해보이지 않았다.


애초에 방금 한 질문은 들었는지 의문이 갈 정도이다.


심연은 안개로 이루어진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날 마주하고만 있었다.

그것은 무언가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었기에, 나는 잠자코 심연이 입을 열기까지 기다려주었다.


심연의 목소리에게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그의 진명을 떠올려야만 한다.

중요한 점은 떠올려야만 하는 그 이름을 까먹은 상태가 아니라, 애초에 모르는 대상의 이름을 떠올려야만 하기에 난감할 따름이었다.


유하의 자질을 계승받았다고 하여도 지금까지 이어져온 계승자들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두 손 두 발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내 육체는 여전히 미궁의 한 공간속에서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을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걱정을 하는 와중 이윽고 심연이 무릎을 탁치며 입을 열어보였다.

다행이도 내가 했던 질문은 들었던 것인지 다소 늦기는 했지만 대답을 해주었다.


[오죽 급했으면 이렇게 자리를 마련했겠느냐, 하지만 걱정 말거라 시련이 시작되던지 아니면 적이 기습할 조짐을 보이면 곧바로 깨어날 수 있도록 이 몸이 잘 조치해주마.]


“역시, 마냥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는 말이네.”


[말 그대로 운이 좋았기에 겨우 자리를 마련한 것이지,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또 이런 자리가 마련될지도 모르고, 서두르는 게 좋기는 하다만 조바심은 금물이다.]


참 어려운 부탁을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요구하는 심연이다.

현실이든 정신 속이든 항상 이렇게 쫓기는 것이 내 일상이라니······.


‘그나저나 목소리만 들었을 때랑은 다르게 기분이 오묘하네.’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심연은 파리를 내쫓는 것처럼 한 쪽 팔을 훠이훠이 저으며 대답을 하였다.

그 모습은 상당히 거만하기 짝이 없었는데 지금까지 저런 모양새로 내게 일침을 날렸었구나, 지금까지 저런 이미지 일 것 같다고 몇 번 생각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도 이런 모습일 줄이야.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생각을 떨쳐내었다.

미래의 내가 심연을 신경 쓰라고 한 것은 이런 쓸데없는 부분이 아니었다.

여유를 가지고 살아 라고 했던 것도, 적어도 이 순간은 아니었을 것이고.


지금은 멘탈이 다소 깨져있었지만 심연이 적극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말해주니 역시 침울해진 상태로 있을 수는 없었다.


인간에겐 각각 주어진 사명이 존재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생명을 지니고 있다면 죽음은 항상 뒤따라온다.

설령 미래의 내가 그런 죽음을 보여주었다고 하여도 지금의 내겐 또 다른 사명이 부여되었다.


하늘은 물론 바로 앞의 시야까지 답답하게 꽉 막혀있는 숲을 둘러본 뒤, 입을 열었다.


좀 더 밝은 미래로 바꾸어보자는 나의 바람.

그러기 위해서는 이 상태를 어서 빨리 떨쳐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눈앞에 확실히 존재하고 있는 심연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줘야지, 시간도 없는데 내가 잘 떠올려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 부분이라면 걱정마라, 괜히 이곳까지 널 데려온 것이 아니니 말이다.]


이곳은 나의 정신상태에 따라 수도 없이 격변을 겪는 공간이다.

그리고 계승자들의 옛 기억이 파묻혀진 공간이기도 한데, 심연은 자신이 이렇게라도 형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내 의지에 따라 진명을 밝혀내는 작업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어렵지도 않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매우 간단했는데, 기억의 주체가 되는 것을 직접 만지기만 하면 되는 아주 간단한 작업이었다.


터치를 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기억에 의거해 이루어진 정보의 형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접촉을 시도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심연의 설명이다.


즉 모든 계승자들의 정보가 이곳에 파묻혀 있으며, 그것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그들의 전생을 엿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럼 너는 지금 이곳에 있으니 단순히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진명을 떠올릴 수 있다는 얘기잖아.”


심연의 버릇인지는 몰라도 거창하게 자신을 떠올리라고 대답하기에 엄청 어려운 작업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생각되어 졌는데 이리 허무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래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솔직히 그것으로도 상관없기는 했다.

일단 3계층에서의 미래를 본 것만으로도 너무 혼란스러웠기에 이후 어떻게 방향을 잡을지 생각을 가질 시간이 내게 필요했기 때문이다.


“자 그럼 널 터치하기만 하면 끝이지?”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있는 심연에게 다가가자 녀석이 벌떡 일어나더니 뒤로 널찍이 뛰어 내 손길을 피해보였다.


뜬금없이 거리를 벌리니 이게 무슨 짓이냐고 되물어보았다.


“뭐해?! 언제 시련이 시작될지도 모르는데 가만히 있어.”


[이 녀석아! 지금 이 흐리멍덩한 형체가 이 몸의 본체라 생각하는 것이냐!]


버럭 성질을 부리는 심연.

아니라면 아닌 거지, 이게 그렇게 화낼 만한 일인가 싶었다.


[일단 이 몸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 보거라, 나에 대해 떠올리라는 것은 네 녀석에게 걸린 금제를 생각해내는 것이 우선이다.]


“너에게 작용하고 있는 금제를 떠올리면 된다는 말이지?”


심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자리에 앉으라 하였다.

알겠다며 대답한 뒤 다시 주저앉아 보였고, 심연은 눈을 감아 집중 할 것을 요구해왔다.


내가 순순히 눈을 감아보이자 심연은 이 공간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유하의 자질을 계승받은 것으로 인해 네 놈의 잠재의식 속 가장 깊은 이곳에 방대한 기억의 정보들이 봉인된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이 몸이 왜 네 녀석보고 강해지라고 한지 아느냐? 기시단에게 맞서기 위해서는 이곳에 봉인되어진 기억의 파편들을 해금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심연은 얘기를 하는 동안 계속해서 내게 집중을 요구했고, 나는 집중을 하면서도 심연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기시단의 힘의 원천인 광기의 바다에 뛰어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광기를 온전히 다루지 못하니 이곳에 도달할 수 있을 리가······.


[이 공간의 정식명칭은 창공의 정원. 지금까지 이어왔던 모든 계승자들의 전생을 포함하여, 금제에 대한 정보가 존재하는 공간이다.]


‘창공의 정원, 다른 말로는 유하의 정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


유하의 자질을 이어받은 자만이 들어올 수 있는 유일무이한 정신세계이다.


이곳에는 방대한 정보가 보이지 않게 감춰진 상태로 존재 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나도 광범위한데다가 기억의 양이 엄청나기에, 이것을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한다.


정신의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서 창공의 정원에는 각 정보와 금제에 대한 보호 장치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것을 풀어야만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이 가능하고 금제 또한 이러한 형태로 해제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니 이 몸에 걸린 금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 공간에 와야만 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네 녀석은 강해져야만 했던 것이지.]


광기의 바다에 잠식을 당하면 이곳에는 도달할 수 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강해져야만 했던 것이다.


본래는 이 정보 또한 금제로 처리되었던 모양이지만, 심연이 억지로 날 이곳에 끌고 온 탓에 풀려버린 모양이었다.


[그럼 지금부터는 주의할 점을 알려주도록 하마.]


‘말해.’


여전히 눈을 감은 상태로 심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상태에서도 이렇게 집중을 요구하도록 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당장 필요하지 않은 정보에 대해서는 애초에 접근조차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지금까지 강해지라고 한 것에는 광기의 바다를 뚫고 이곳에 오기 위함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좀 더 자세히 알려줘.’


[현재 네 녀석이 감당해내지 못할 정보에 손을 대면, 그것은 진정한 죽음으로 이르게 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창공의 정원에 존재하는 모든 정보와 금제에는 보호 장치가 걸려있다.

그것을 풀어야만 찾고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이 보호 장치를 풀기위해서는 정보의 질에 따라 강함이 달라지는 가디언들을 상대해야만 한다.


[이 몸에게 걸린 금제의 가디언은 지금의 네 녀석이라면 충분히 사냥이 가능할 터, 하지만 집중을 흐린 탓에 다른 기억이나 금제를 건드리는 순간에는 무수의 가디언들을 상대해야하니 조심하여야 한다.]


‘그전에 물어볼 것이 하나있어. 이곳에서 내가 가디언에게 지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방금 전 간략히 설명했지 않느냐, 정신의 파괴는 네 녀석에게 있어 진정한 죽음을 의미한다. 현실에서는 죽고 죽어도 되살아날지 모르나 이곳에서는 단 한 목숨뿐이니 주의해라.]


나도 모르게 침이 꼴깍 삼켜졌다.

얼마나 강할지 모를 가디언을 상대해야하는 점부터, 단 한 번의 패배로 죽음.


심연은 지금의 강함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했지만 괜히 그런 말을 들으니 긴장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준비는 되었느냐.]


‘어.’


다소 무뚝뚝한 대답이었지만 그것은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로 집중을 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몸이 네게 보여줬었던 기억의 파편들을 떠올려 보거라, 유하라는 태초의 인간을 둘러싸고 있던 그 순간을.]


천천히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심연이 내게 보여주었던 기억의 파편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태초의 인간, 유하를 앞에 두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자들부터, 갖가지 축복과 금제를 심어주었던 기억까지.


[그 기억을 계속해서 반복하여라.]


심연의 말에 따라 나는 그 장면을 계속 반복하여 떠올려보았다.

다른 정보들이 뛰어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계속 반복해내었다.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것처럼.


이윽고 심연이 내게 나직이 입을 열어 보인다.


“무이전왕의 권능으로 제한된 생과 망각을.”


[내가 신호를 보내면 손을 뻗어라.]


‘알았어.’


“아리아의 권능으로 인과율에 의한 공간의 제약을”


[아직 이다.]


‘······.’


“미리나델의 권능으로 행복과 희망의 축복, 이타심을”


[준비하여라.]


‘······.’


“사수의 권능으로 불행과 절망의 저주, 이기심을.”


[지금이다.]


심연의 신호에 따라 나는 유하에게 손을 뻗어 사수의 권능을 내고 있는 한 존재에게 손을 뻗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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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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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5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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