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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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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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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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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 심연의 목소리

DUMMY

[■●◆●◆]


‘어떻게 된 거야?’


심연의 한 가운데에 표류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눈을 감은 채 그렇게 있으니 너무 편한 감각에 영원히 떠돌고 싶은 느낌이다.

오랜 여정의 끝에 고향에 돌아온 것만 같은, 몸과 마음을 놓고 오랜만에 진정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처럼.


흘러가는 대로 내 몸을 맡긴 채 유영을 하고 있으니 심연의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어느 순간부터 일상 속에서 심연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는 삶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지금 이 순간이 특별하기 때문인지, 심연의 목소리에는 오랜 정이 묻어져 나오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온다.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딱히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이 감각을 예전에도 한 번 느껴본 적이 있음을 떠올렸다.

카지락스타에 의해 이 세계로 소환되던 순간, 찰나의 순간처럼 지나가버려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던 그 날의 기억.


이 공간에 표류를 하고 있으니 비로소 떠올릴 수 있었다.

제정신을 유지하기 위해 누군가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 목소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하고 있을 수 있었을까.


유하의 자질은 단 한 사람에게만 전승되어진다.


수많은 이들을 거쳐 온 힘에는 그들의 기억이 각인되어 있다.


계승한 자가 마음만 먹는다면 그 기억을 들춰보는 것쯤은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심연의 목소리가 일전에 내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는 심연의 목소리가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고.

그러니 기억 해내라던 말이 생각났다.


2계층의 지배자와, 미래의 나를 통해 튀어나왔던 금제.


심연의 목소리는, 그 금제를 내가 깨주었으면 하는 바람임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차원에서 소환되어져 왔던 이들은 유하의 자질을 계승받은 자들.

그들의 진정한 힘은 신들의 금제도 무효로 만들어버린다.


나는 베일에 감싸여진 비밀을 들춰낼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다.


---


뚝!


심연의 공간에서, 짙은 안개가 서린 숲속 한 가운데에 눕혀져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진 작은 물방울 하나가 이마위로 떨어져 겨우 두 눈이 떠졌다.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제공된 시야는 매우 한정적이었다.


우선 어떻게 된 일인지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잠시 동안은 앉은 상태 그대로 이마를 부여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꿈을 꾼 것처럼 몽롱한 기분에 휩싸여 있었지만, 3계층에서 미래를 마주했던 것은 결코 꿈이 아니었다.


시련의 일종이라고는 하지만, 아니 시련이었기 때문에 그런 것을 겪고 나니 몰려오는 허망함과 허탈함이 장난 아니었다.


드래곤의 정신융합으로 이런 종류에는 면역이 되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면역이라기보다는 정신적인 대미지를 극복해낼 수 있는 한계점이 터무니없이 높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한계점을 넘어선 지금, 우울증과 함께 모든 것이 무기력하게만 느껴졌다.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했지만, 결국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있으면 누구나 이런 상태일 것이다.


‘······.’


우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기력해졌다고 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던져버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지금 이 복잡한 심정을 가라앉힐 시간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잘 추스를 수 있도록 안정된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육체는 몇 번이라도 죽어도 버텨낼 수 있었지만.

정신은 단 한 번 죽는 것만으로 내게 진정한 암막을 선사한다.


내게 있어 진정한 죽음은 정신이 죽어버리는 것이란 것을 깨달았다.


이런 감각을 다시 한 번 더 겪게 된다면 그때는 과연 이렇게라도 버틸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저벅저벅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숲속을 거닐었다.

자욱한 안개가 깔려있었기 때문에 답답한 풍경을 헤매고 있었다.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하늘은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나뭇가지에 의해 빼곡하게 가려져 있었다.


그렇다고 어둠에 둘러 쌓여있는 것은 아니었는데, 안개자체가 아주 옅은 빛을 내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비롭다면 신비로운 광경.


‘···아직 미궁의 안이겠지.’


3계층에서 빛에 휩싸여 전이되었으니 분명 이곳은 4계층이겠지.

그런 생각으로 계속 앞을 향해 걸어 나갔다.

이번 시련이 무엇인지는 딱히 생각해보지 않는다.


지금 나는 처음으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안식처를 바라고 있었다.


[쯧쯧, 이런 나약한 정신상태로 무엇을 이룰 수 있겠느냐.]


“돌아왔구나?”


익숙한 목소리가 대뜸 들려왔다.

3계층에서 돌연 사라져버렸지만 4계층으로 넘어왔기 때문에 원래대로 되돌아 온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심연의 목소리라도 들려오니 다소 마음이 안정되어가기 시작했다.

혼자 남게 되었다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된 것이다.


[네 녀석, 지금 안도하고 있는 것이냐.]


“3계층에선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모든 능력이 사라지더니 너는 어느 순간부터 대답도 안 하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느냐, 미궁의 시련은 네 녀석이 받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보다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알아, 아직 시련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3계층에서 미래를 본 것으로 다소 침울해졌지만 다시 힘내봐야지.”


[···네 놈. 이런 정신상태로 뭘 이루겠다는 것이냐.]


“···너야말로 왜 그래.”


기껏 반가운 마음에 다시 힘을 내보였는데 심연의 목소리는 오히려 정색을 한 상태로 같은 말을 되풀이해보였다.


[이 공간은 미궁의 4계층이 아니다, 잠재의식의 한 부분에 들어선 것이다.]


“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런 정신상태로 대체 뭘 하겠다는 것이냐.]


심연의 목소리가 숲 전체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개가 한 곳에 뭉쳐들며 흐릿한 인영 하나를 만들어보였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구나.]


안개로 이루어진 인영이 한 쪽 팔을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을 걸어왔다.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심연의 목소리와 판박이였는데, 나는 설마 하는 마음에 흐릿한 인영을 향해 물어보았다.


“이 목소리는, 설마 너야?”


[집 주인이 거주자도 못 알아보는 것은 웃기는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심연의 목소리가 어떻게 저런 형체를······.


[방금 말하지 않았느냐, 이곳은 네 놈의 잠재의식 속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내 잠재의식은 항상 바다의 형태였는데.”


[유하의 자질을 지닌 녀석이 이해가 이리 느려서야···고작 한 부분에 지나지 않은 풍경을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냐.]


“그럼 이곳도 내 잠재의식이 만들어낸 공간 중 한 곳이라는 말이야?”


[이곳은 너의 정신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짙게 깔린 안개로 인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공간.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와 가지들로 인해 하늘은 닫혀있었기 때문에 더욱 답답하게만 느껴지는 공간.


내 정신상태가 이런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니 상상도 못했다.


[3계층에서 어떤 미래를 보았는지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이것은 정도가 심하지 않느냐.]


안개의 인영이 내 앞으로 걸어왔다.

형체가 없었기 때문에 소리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내 머리를 후려치는 감촉만큼은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느닷없이 때리는 건 뭐야?!”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한 방 갈겨준 것이니 감사하게 여겨라, 지금까지는 말로 하니 내가 우스워보이던?]


“아무튼 이곳이 내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어째서 네가 이곳에 있는 거야?”


심연의 목소리는 광기의 바다보다도 더욱 깊숙한 곳에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녀석이 이런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에 의문을 품어보였다.


[시련에 의한 일시적으로 능력의 소실을 겪은 탓에 광기에 스며들지 않고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본래 네 놈의 정신 한 구석에 이 몸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고.]


내 정신상태가 광기의 바다보다도 깊숙한 곳에 존재하고 있었던 거구나.

무엇보다 심연이라고 느껴졌던 곳이, 내 정신상태를 나타내는 공간이었다니.


“아, 그렇구나. 그냥 기생하고 있다는 거네.”


[말을 해도 꼭 그렇게 해야겠느냐?]


“그렇다면, 아직 능력은 되돌아오지 않았다는 거야?”


[아니, 3계층의 시련을 끝마친 시점부터 능력은 되돌아온 상태이다. 단지 그 찰나의 틈을 비집고 네 녀석을 이곳으로 불러들인 것이지.]


“네가 날 이곳으로 끌고 온 거군.”


원래라면 기시단의 광기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우려하여 이곳에 불러들이는 것을 꺼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내 정신상태가 갈수록 좋지 않게 되어 가는데다가, 능력의 소실이라는 흔치 않은 기회가 겹쳐 겨우 날 불러들일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심연의 목소리가 날 이곳에 불러들인 것은 단 하나.


지금 처한 현실을 내게 깨우쳐주기 위함이었다.


보고 있는 것처럼 내 정신상태는 매우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를 갇혀놓은 상태였다.

처음 심연의 목소리가 눈을 떴을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내 정신상태를 계속 운운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3계층의 시련이후 안개는 더욱 짙게 깔리고, 숲은 급속도로 성장하여 숨통을 조여들어가더군.]


그 숨통은 보나마나 내 자신을 뜻하는 말이었다.

그 정도로 내 정신은 위급한 상태라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지금까지는 이 몸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었지만, 이 이상은 위험하다고 판단되어졌다.]


심연의 목소리가 자리에 앉아보였다.

안개로 만들어진 인영이었지만, 전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그걸 또 내게 자문을 구하는 것이냐? 이 풍경을 보고도······이 몸이 막아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강해지기 위한 수련동안 널 혹사시켰을 때 정도는 충분히 억제시켜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네 녀석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해결을 하라고 해도······.”


[···라고 말하고 싶으나, 솔직히 이 상태까지 오니 더 이상 네 놈을 밀어붙이지도 못 하겠구나. 설마 시련을 통해 이 정도로 극하게 몰릴 줄은 생각지도 못 했느니라, 그러니 지금부터는 네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는 마음껏 쉴 수 있도록 해라.]


“내 행동은 이미 정해져있어. 쉬어라고해서 마음 편히 쉴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보고 온 상태이다.

포기하지 말라며 미래의 나는 희망을 보여주었지만 지구까지 침략당한 마당에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종말을 앞두고 여유를 부리라니,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극한으로 몰린 상태라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한 순간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었다.

아직 고생다운 고생은 겪지도 않은 상태임에도 나는 벌써 지쳐버린 것이었다.


몇 번의 죽음이 따로 영향을 끼친 것 일수도 있다.

평범하지 않은 경험의 연속에서 그렇게 금이 가버린 것이라고 생각을 가졌다.


[그래, 행동은 정해져있지. 하지만 쉬고 싶을 때는 확실하게 쉴 수 있도록 하란 말이다. 네가 바란다면 내가 힘을 보태주도록 하마.]


“쉴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


내 정신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내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고 본인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떤 힘을 보태겠다는 건지.


[그러기 위해서 네 녀석을 이곳까지 부른 것이다.]


미래의 내가 해준 말이 떠올랐다.

금제로 처리되었지만 그 대상은 틀림없이 심연의 목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나를 위해 끊임없이 걱정을 해주는 존재라고, 그리고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말이다.


[네 녀석이 깨우쳐야 할 것은 내게 걸린 금제를 풀어내는 것, 나에 대한 기억까지 떠올려라 는 것이 아니다, 내 이름에 걸린 금제를 푸는 것만으로도 이 몸은 네 녀석에게 힘을 제공할 수가 있다.]


“금제를 풀기만 하면 되는 거야?”


금제를 푼다는 게 뭔가 쉬운 뉘앙스처럼 내뱉었지만 정작 그것을 어떻게 풀어야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이 몸이 네게 기억을 보여준 것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다. 단서라고 할 만한 것도 극히 드물지. 하지만 너는 분명 알고 있다. 계승되어온 기억을 더듬어 이 몸의 진명에 대해서 떠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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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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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20. 돌파하라. 19.08.01 79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9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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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30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5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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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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