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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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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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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80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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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7. KGW소속 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

DUMMY

“마···지막으로, 이, 녀석···보다는 여유, 좀···가지고···살아라······.”


꺼져가는 촛불을 바라보는 위태로움이 이런 느낌일까.

정작 그 촛불이 나의 끝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이 정도의 반응밖에 나오지 않았다.

미래의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내게 웃으며 마무리를 지었다.


내가 이렇게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응? 이건 또 어디 굴러들어온 쥐새끼들이냐.”


쓰레기 버리듯 미래의 나를 던진 검은 뿔이 갑자기 뒤를 돌아보았다.

나도 녀석을 따라 시선을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정장차림에 흰 색의 방탄복을 착용한 젊은 남성이 예리한 검을 손에 쥔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검은 원피스와 은은하게 빛나는 은발의 긴 생머리, 그리고 노란 눈동자가 인상적인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미래의 나와 같은 차림의 남성.

그리고 지금의 나와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은발의 소녀.


대체 언제부터 있었지?

단순히 미래를 보고 있기 때문에 저들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다고 쳐도 검은 뿔과 저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10M.

적어도 장악의 악마라는 이명을 지닌 검은 뿔이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먹잇감을 눈치 채지 못할 리 없을 텐데······.


“늦, 었잖아······.”


바닥에 아무렇게 널브러진 형태로 고개도 들지 못하는 미래의 내가 꺼져가는 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뜨거웠던 숨결은 빠르게 식어나간다.

악마에 의해 뚫린 복부로 대량의 피가 땅을 적셔간다.

눈의 초점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한다.


“질긴 녀석, 아직도 살아있는 것이냐.”


사신보다도 써늘한 악마의 숨결이 전신에 내려앉았다.

아직 죽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경멸을 담아내려다본다.

완전한 죽음을 선사하기 위해 피를 머금은 손톱을 치켜세운다.


“포기, 하지···마. 아직 희망은······.”


“뭐라 중얼거리는 건지, 곧 죽을 미물에게도 미련이 존재하긴 했나보구나.”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두 사람의 존재는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마무리를 짓기 위해서 등을 보였다.

검은 뿔의 행동에는 이 지구에선 자신에게 대적 가능한 자가 존재하지 않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엎드린 상태로 손가락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미래의 나.

그런 암담하고 비참한 현실을 그대로 직관하고 있는 지금의 나.


하늘높이 치솟은 녀석의 거무튀튀한 손톱에 절로 시선이 따라 움직였고 그리고 천천히 녀석의 얼굴에 떠오는 표정을 바라보았다.


비소가 띄어져있었다.

다른 감정은 일체 내포되어있지 않았다.

고작 벌레를 때려죽이는 것에 어쩜 저리 즐거운 비소를 지어보이는 걸까.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녀석의 표정을, 미래의 나는 보고 있지 않지만 저 비웃음을 떠올리고 있을까?


흉흉하게 내비친 송곳니보다도 날카로워 보이는 녀석의 손톱이 조금 있으면 무방비한 내 육신을 유린할 것이다.

나는 이렇게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 구나.


“할아버지, 건드리지 마.”


그때였다.

녀석의 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 중, 은발의 소녀가 작게 중얼거린 말에 악마의 어깨가 살짝 멈칫하였다.


상당한 기운이 담겨있는 말.

검은 뿔만 아니라 나도 그것을 느끼곤 몸이 흠칫 떨려왔다.


아주 익숙한 기운이었다.

지금의 내게 있어 절대 잊을 수 없는 지문과도 같은 힘, 그것은 바로 카지락스타와 같은 드래곤의 기운이었다.


“···드래곤인거냐, 이 몸이 착각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필히 용언이 서린 것 같다만.”


은발 소녀의 힘에 흥미를 내비치는 말투였지만 여전히 날 노린 손톱은 거두어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검은 뿔의 전력은 성숙한 드래곤들도 쉽게 볼 수 없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으니까.


그러니 저렇게 어려보이는 드래곤 정도는 선공을 허용해도 별 다른 타격도 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나는 이 지구에 드래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 상태였다.

게다가 날 가리키며 할아버지라고 중얼거린 것을 똑똑히 들었다.


분위기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꼈지만, 설마 할아버지라니······.


확실히, 은은하게 빛나는 은발과 금안은 드래곤이 아니라면 보이기 힘든 외형이었다.

기운을 감추고 있어서 몰랐지만 방금 전의 한 마디로 확실하게 락타베이나에게 느꼈던 기운과 비슷한 형태였기에 드래곤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건드리면 가만 안 둬.”


“흥! 한낱 미물의 새끼주제에, 어디 할 수 있으면···!”


까드득!!! 빠각!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지?”


“크악···!!”


그렇게 멀리 떨어져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금방 뛰어들려고 마음먹는다면 찰나의 순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빠르게 접근을 시도할 수는 있으나, 방금처럼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로 앞에 나타나 공격을 날리는 것은 예외였다.


게다가 저 작은 몸으로 녀석에게 비명을 안겨다 줄 정도의 공격임에도 주위로 확산되어지는 기운은 크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이···이 도마뱀 새끼가···!!”


검은 뿔의 송곳니가 부러지며 공중에 흩날렸다.

부러진 부위로 피 대신 붉은 기운이 작게 피어올랐고, 녀석은 가격당한 부위를 한 손으로 황급히 감싸며 몇 발자국 뒤로 물러갔다.


고통을 떠나서 고작 작은 소녀에게 자신이 뒷걸음쳤다는 사실에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탁!


소녀는 사뿐하게 땅에 착지하며 싸늘하게 식어가는 내 앞에 서보였다.

검은 뿔로부터 지키기 위함인지 꽉 말아진 주먹을 뻗으며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도마뱀 새끼가 아니라 KGW소속 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 제 1팀의 안나 1급, 괴물은 죽여도 된다고 했으니 안 봐줄 거야.”


‘KGW···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이라는 건······.’


소녀는 도마뱀이라 불린 것이 신경 쓰였는지 자신을 소개했다.

다소 생소한 단어가 튀어나왔기에 잘 이해는 되지 않았다.

당연하게도 검은 뿔은 단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애초에 녀석에게 있어서 저런 정보 따위는 중요하지도 않다.

검은 뿔은 그저 무시하고 있던 대상에게 확실하게 대미지를 입었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었고, 그 사실에 분노를 표출해내며 광기를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설마 단 일격만으로 녀석을 휘청 이게 만들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가 이 지구에 있다니 정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게 계속해서 포기하지 말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나?


어쩌면, 미래의 지구는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 이상으로 강자들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어리긴 했지만 드래곤이 존재하고, 그 힘은 상상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래, 미물이라도 드래곤은 드래곤인 모양이구나···이런 굴욕을 안겨 줄 정도니 말이다.”


몸을 추스르며 기이하게 몸을 비틀어대기 시작하는 검은 뿔.

육체로 피어오르는 붉은 광기가 조금씩 날카로운 칼날처럼 주변을 휘저으며 위압을 풍겨대었다.


“어리긴 해도 네가 지닌 힘은 진짜구나, 아마도 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실력자일터! 지금부터는 다소 진지하게 임해주도록 하마!”


검은 뿔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주변이 무겁게 짓눌리기 시작했다.

공기부터가 매우 무겁게 느껴졌다.

이 일대에 있는 모든 것들이 찌그러진 캔처럼 뭉개질 정도의 무시무시한 위압이었다.

실제로 위압이 적용된 공간에는 불길이 전부 사그라졌고, 대지는 서서히 푹 꺼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뿔의 영향권 안에 들어가 있는 그 누구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는 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약한 숨을 내쉬고 있는 미래의 나도 위압에 의한 영향은 일체 끼쳐지지 않았는데, 이유는 이쪽을 향해 한 손을 뻗은 채 보호막을 쳐주고 있는 안나의 기운 때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풍겨져오는 기운만으로 이 정도인데 광기를 압축한 공격을 받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지.


‘그, 그 전에 남자 쪽은?’


뒤늦게 검은 뿔이 내뿜는 위압에 무방비하게 노출되고 있을 남자가 떠올랐고, 황급히 그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다행이야, 용케도 이런 위압에 견디고 있구나.’


우리들과 마찬가지로 남자는 아무렇지 않게 묵묵히 원래 서있던 자리에 있었다.

남자의 표정에는 힘든 기색 하나 떠오르지 않아 오히려 검은 뿔이 제대로 힘을 발산하고 있는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느껴질 만큼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검은 뿔은 아직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로지 안나라는 소녀에 대한 분노로 광기에 젖어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찢어 죽였던 미물들처럼, 단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잘게 소멸시켜주마.”


검은 뿔의 살기가 안나에게 향했다.

위협을 넘어 직설적으로 목숨이 노려지고 있다는 압박이 정신에 이상을 끼칠 정도의 압력이었지만 안나는 모조리 받아내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녀석을 지그시 바라보는 안나의 시선에는 검은 뿔보다도 더욱 깊은 살의가 내뿜어지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즉, 자신을 죽이려 드는 상대방을 죽일 순간을 위해서 분노를 억눌러 자제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서로를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가 드디어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한 발자국 걸음을 떼니 그 앞으로 심연과 같은 원형의 틈이 떠올랐다.


‘저건···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는 건가.’


처음 보는 현상에 추측만 가질 뿐이었지만 심연이 떠오른 주변의 공간이 부자연스러운 일그러짐이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남자는 은으로 만든 것 같은 검을 살짝 들어 올리며 거침없이 심연의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 정도로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곧 심연의 공간이 서서히 점의 형태로 줄어들며 소멸했고, 남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푸욱.


“···?! 으헉!!”


샤아아아!!!!


검은 뿔에게 이변이 발생했다.

주변에 짙게 깔리고 있던 광기가 갑작스레 퍼지더니 소멸되어 버린 것이다.


“으어억!! 그아아아악···!!!”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검은 뿔이 돌연 고통에 몸부림치며 듣기 거북한 괴성을 질러대었다.

그 가슴팍에는 검이 뚫고 나와 있었는데, 안나의 옆으로 심연의 공간이 생성되고 그 안에서 사라졌던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고통스럽냐?”


안나의 옆에 서며 남자가 검을 밑으로 늘어뜨렸다.

그러자 검은 뿔의 가슴을 뚫고 있던 검이 뽑히며 붉은 기운이 피어오른다.


“허억···! 허억···! 네 놈 그 능력은, 아리아의 권능을 어찌···!”


가슴팍에 피어오르는 붉은 기운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황급히 손으로 막아 보지만 등에 뚫린 상처로 새어나가는 기운은 막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남자가 사용한 능력에 상당히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리아는 공간을 관장하는 신, 그 권능을 저 남자가?’


검은 뿔이 방심을 하고 있었기도 했지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이유가 설명되는 순간이었다.


“너는 인류를 너무 얕보고 있어.”


남자가 검을 땅에 꽂으며 대답했다.


“권능만이 아니라 아리아가 사용한 신기도 가지고 왔잖아.”


“허억···! 허억···! 아리아가 사용한, 그렇군 그래서 이런 상처가.”


상처를 더듬어보며 땅에 꽂힌 검을 바라보던 검은 뿔은 당혹감이 전신에 묻어나오고 있었다.


“얼마나 얕보였으면 은총도를 대놓고 꺼내 들어도 무시를 할까.”


“허억···! 네 놈, 허억···! 아리아의 권능과 신기를, 허억···! 정체가 뭐냐.”


검은 뿔이 가쁜 숨을 몰아 내쉬면서도 굳이 질문을 한 이유는 새어나가는 기운을 갈무리하기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뻔히 눈에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남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보였다.


“초자연현상 처리 기능반 이진한 총괄팀장이다.”


“허억···! 허억···! 뭣?”


재차 물어보는 검은 뿔.

남자는 안나의 머리에 손을 얹으면서 다시 대답을 들려준다.


“이 녀석 상관이라고, 각다귀 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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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21. 리벤지 매치 19.08.13 8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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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6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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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20. 돌파하라. 19.08.01 79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99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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