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496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23 21:30
조회
90
추천
1
글자
12쪽

16. 미래의 지구, 검은 정장

DUMMY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시야가 흐려 보이면서 어지러움이 몰려와 제대로 서 있을 수 없게 되자, 그대로 주저 앉아버렸다.


차갑게 식은 아스팔트의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 한 동안 그렇게 계속 있었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와중에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 탓에 다소 혼란스러웠지만 어떻게든 가다듬기 위해 애를 썼다.


“여긴, 한국이잖아.”


익숙한 도시의 풍경, 버스 정류장과 한글로 적힌 간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층 건물의 숲에 홀로 떨어진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어떻게 된 영문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매우 그리운 풍경.

늘 보아오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와 전신에 전율이 흘러왔다.


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모습과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이 없으니 도시는 정적에 잠긴 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이 네가 있던 세계의 풍경이냐.]


상당히 신기해하며 물어왔다.

대답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신해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좀 더 둘러보기 시작했다.


‘시련의 영향이겠지? 사람이 없으니 역시 내 기억속의 풍경을 토대로 만들어진 거고.’


상식적으로 미궁에서 원래 살던 세계로 돌아왔다는 전개는 믿을 수 없었다.

그것보다 이곳에 떨어지기 전에 누군가 말을 한 것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무슨 얘기를 중얼거린 것인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찝찝하게 남은 탓에 심연의 목소리에게 물어봤지만, 나처럼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때였다.


화르륵!


“···앗 뜨거!”


한 순간에 도시에 불길이 치솟아 불타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장 놀란 점은 내가 뜨거움이란 감각을 확실하게 느꼈다는 점이다.


“뭐···?! 방금 내가 뜨겁다고 말했나?”


화르륵!


“크윽!!”


도시 전체가 거대한 불길에 휩싸여 마치 재난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거대한 빌딩의 창문이 깨지며 파편이 지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거대한 녹색 표지판이 기괴한 소리를 내더니 이윽고 내 쪽을 향해 기울며 덮쳐왔다.


끼이익!!


“큭!”


쿠웅!!!


가까스로 발을 놀려 피했다.

지면에 내려앉은 표지판은 굉장한 소리와 함께 먼지를 일으켜 날 덮쳐왔다.

헛바람을 들이키고 있었던 참이라 먼지에 의해 기침이 쉴 틈 없이 터져 나왔고, 조금만 늦게 피했다면 다리를 못 쓰게 될 뻔 한 사실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어떻게 된 거야?”


[네 녀석, 설마 힘을 잃은 것이냐?]


심연의 목소리도 내게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는지 의미심장한 톤으로 물어왔다.

두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나는 확실히 뭔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음을 느꼈다.


표지판을 피하기 위해 급히 움직이다보니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로인해 손바닥이 까졌는데, 문제는 이런 작은 상처가 전혀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애초에 이런 상처를 입을 리도 없었다.


불길에 의해 뜨거움을 느꼈고, 평소라면 쉽게 피했을 표지판도 겨우 피해보인데다 상처까지 치유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내가 지니고 있던 능력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궁의 시련 때문이겠지.”


[어쨌든 침착하게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다.]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침착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

판단력이 흐려져서는 될 일도 꼬이고 만다는 것은 마이즈와의 수련을 통해서 지겹도록 체감을 하였다.


능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순간적으로 당황하기는 했지만, 심연의 목소리와 아직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일단 이곳을 벗어나야······.”


시간이 경과할수록 도심을 집어삼킨 불길은 더욱 커져갔으며 그 열기는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시커먼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며 앞을 내다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숨을 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계속 움직이지 않는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집어삼켜지고 말 것이다.


이해되지 않는 일투성이지만, 이곳을 벗어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았다.


슈웅!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서둘러 영향권에 벗어나려는 내 옆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거대한 대포알처럼 날아간 그것이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는 용안의 능력도 사라져있다.


그 말은 육체능력 또한 평범한 일반인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언가가 날아가며 생긴 열풍에 그대로 휩쓸려 저항할 새도 없이 바닥을 뒹굴었다.


“윽!!”


시간이 경과할수록 불길만이 거세지는 것은 아니었다.

도시의 상황도 매우 좋지 않게 변화를 거치고 있었는데, 지진이 난 것도 아니면서 땅은 갈라지거나 금이 가 있는 등 끊임없이 상황이 변해가고 있었다.


서둘러 몸을 추스르며 상체를 일으키자 매섭게 날아가던 물체가 고층 빌딩에 쳐 박히며 폭탄이 터진 것처럼 파괴를 일삼았다.


“꺄아아악!!”


“피···피해!”


“건물 밖으로 나와! 무너진다!”


여기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절망에 빠진 채로 서둘러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기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


“갑자기 사람들이···”


[······.]


아무도 없던 도시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나타나더니 금세 소란과 함께 처절한 비명이 아우러지며 지옥을 방불케 했다.


끼이익!!!


“푸···!!”


승용차 한 대가 급히 도망가던 한 가족의 뒤를 들이박고 그대로 지나갔다.

사람들이 나타났다싶더니, 이제는 차들이 가득 들어서며 혼란을 가중시켰다.


차와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구분 없이 마구 뒤섞이며 계속 사고가 번졌으며 그로인해 죽어가는 이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지며 바닥에 나뒹굴었다.


추돌로 인해 더 이상 차를 이용할 수 없게 되자 급히 문을 박차고 나오던 운전자의 머리위로 무너지는 빌딩의 잔해가 덮쳐온다.


쿠웅!!!


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잔해가 도망치는 사람들의 머리위로 사정없이 떨어지며 피의 웅덩이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균열이 발생하여 틈이 벌어진 땅을 미처 피하지 못해 집어 삼켜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곳곳에 무더기가 쌓여가며 이동에 방해가 발생하였고, 그 틈에 불길과 폭발이 사람들을 덮쳐와 타들어가는 냄새가 진동을 해대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된 거야.”


머리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파편에 의해 입은 상처인가?

여전히 능력은 발동되지 않아 치유되지 않는다.


따뜻한 액체로부터 비릿한 냄새가 코끝을 간질거렸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이 상황이 가짜가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다.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날 스쳐지나간다.

그들에겐 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서로 살기위해 시야를 좁힌 것 같다.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나는 절망스런 상황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속으로는 계속 침착하자, 침착하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정상인가.

어쩌다가 이런 지경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 떠올려보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분이 삭제되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너는 어떻게 생각해?’


[······.]


‘···왜 그래, 너 설마.’


설마······.

능력과 더불어 잠재의식의 일부분이었던 심연까지 사라졌다고?


“후우···이제는 슬슬 힘이 부치네.”


바로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또 다시 도시에 변화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내게 변화가 일어났다.

도심의 어느 지점으로 이동된 듯 보였다.

고개를 들어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 도망치는 몇몇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내 옆에 서 있는 누군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의 단발.

피를 머금은 듯 새빨간 눈동자와의 매치가 매우 아름다웠다.

먼지로 인해 더렵혀진 모습임에도 누구나 시선을 돌릴 정도의 신비함을 풍겨왔다.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 지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존재처럼 느껴졌다.


마치 지금의 내 모습처럼.


“어디보자, 이쯤이었나? 워낙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안 나네.”


한 쪽 눈을 다친 모양인지 붕대를 감은 상태였는데, 피가 달라붙어있었다.

처음에는 말끔했을 검은 정장은 군데군데 찢어져 있으며 피가 얼룩져 있어 불쾌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위로 새하얀 방탄복을 착용하고 있었고, 한 손에는 엄청난 마기가 뿜어져 나오는 긴 창을 쥐고 있었다.


‘뭐 하는 거지?’


아까 전부터 주위를 둘러보는 게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대충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지금 보이는 모습은 너무 태평하기 그지없었다.


캉!


무너져 내리기 직전의 빌딩을 몇 번 보더니, 그는 내 바로 앞에 창을 꽂아보였다.

갑작스런 행동에 깜짝 놀라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

뭔가 있는가싶어 그가 시선을 뒀던 빌딩을 훑어보아도 그리 특별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하찮은 미물주제에 날쌘 것만큼은 여전하다만, 슬슬 이 질긴 인연에 종지부를 찍자구나. 틈에 떨어진 뒤로 네 놈에게 당한 치욕을 배로 되돌려줄 오늘만을 기다렸다!”


상공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나타나더니 사뿐하게 땅에 착지해보였다.


‘저 녀석은···셀러디뮤즈, 어째서 이곳에······.’


우리들의 앞으로 나타난 존재는 다름 아닌 기시단 프론락텀의 광기로부터 태어난 악마 셀러디뮤즈였다.


우롱이는 녀석을 검은 뿔이란 명칭으로 불렀으며, 수인족의 영토에서 보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뜬금없이 터진 이 상황도 놀라운데, 기시단의 수하가 나타나다니 좀처럼 무슨 상황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문제는 지금의 나는 힘의 대부분을 소실한 상태.

녀석이 눈앞에 있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다.


“너는 그저 보고만 있어.”


그때, 창을 꽂아 넣은 존재가 어느 한 지점으로 손가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은 내 옆을 가리키고 있었는데, 그곳으로 시선을 둬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을 혼자 상대하려는 생각이야?”


셀러디뮤즈라는 적을 앞에 두고도 이토록 여유를 부리다니, 녀석은 지구상의 어떠한 생물체와도 비교를 거부한다.


지구에 있어서 녀석만큼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 존재가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적어도 군대를 동원하여 화력을 퍼부어야만 승산이 보일 것이다.

지구에 오고 힘을 잃으니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움직여도 저 녀석에게 도망칠 수 있을지 미지수인데······.”


녀석의 강함은 직접 부딪혀본 내가 잘 알고 있다.

섣불리 맞서다간 저항 한 번 못해본 채로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서둘러 나와 비슷한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이곳을 벗어나기 위해 움직이려했다.

그런데, 손에 잡히지 않았다.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허공을 가로지르며 닿지 않았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이 연속으로 벌어지는 3계층.

이곳에 들어서기 전에 분명 누군가가 중요한 말을 한 것 같지만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곳은 내 기억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사실처럼 다가오는 감각 속에서 현실을 오락가락하며 점점 착각에 빠져 들어간다.


그렇게 복잡해하고 있을 때 내 옆의 사람이 손을 거두지 않은 상태로 서둘러 입을 열었고, 그 내용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잘 들어, 너는 미궁을 클리어하고 곧바로 니콜라이에게 무린의 미궁에 대해서 듣게 될 거야, 지금 보고 있는 이 창이 바로 마창 이벨져. 무린에 있으니 무조건 찾아내는 거야.”


말을 끝마친 그는 손을 거두어 창을 뽑아 들었다.

그 모습에 셀러디뮤즈는 한 손을 들어 올리며 기분 나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죽음을 직감한 것이로구나, 공포에 질려 혼자서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미물다운 행동을 보이는군.”


“시간이···아직 남았나? 잘 봐둬, 셀러디뮤즈는 장악의 악마라는 이명이 붙은 강자야. 어떤 스타일인지 용안이 아닌 너의 그 두 눈으로 똑똑히 보는 거야.”


장악의 악마 셀러디뮤즈는 쇠를 가는 것처럼 거친 숨을 내뿜으며 천천히 다가왔다.

적이 다가옴에 따라 내 옆의 존재도 창을 늘어뜨리며 자세를 잡아보였다.


창날의 끝에서부터 자루까지 검은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틀림없는 마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확정 공지입니다. +2 19.07.18 455 0 -
공지 월 ~ 목 연재입니다. [ 21 : 30 ] 19.06.20 113 0 -
136 아홉 개의 꼬리 19.08.20 238 1 7쪽
135 完 ) 내 고향 19.08.20 189 1 15쪽
134 21. 기시단과 신기 아토비악의 힘 19.08.19 102 1 14쪽
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6 1 16쪽
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7 1 13쪽
131 21. 리벤지 매치 19.08.13 83 1 11쪽
130 21. 지켜내기 위한 싸움 19.08.12 84 1 12쪽
129 21. 세계를 향한 포용 19.08.08 95 1 11쪽
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6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7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125 20. 돌파하라. 19.08.01 79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100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4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30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5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1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