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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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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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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8,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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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1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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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5. 유하의 의지를 빌어

DUMMY

다음 날 아침 일찍, 나와 레이나는 환자들을 격리시켜놓은 장소로 향했다.


어제 밤 니콜라이로부터 병에 대해서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호수의 물을 식음했던 자들은 초기 증세로 극심한 고열에 시달리기 시작한단다.


일반적인 감기나 독감으로 착각하여 별 거 아닌 듯 넘길 수도 있지만 시간이 경과할수록 강도가 세진다고 한다.


게다가 손과 발이 차례로 괴사하며 이윽고 공중으로 산화되어 신체의 일부가 사라져버리고 만다고 하는데, 고통은 말할 것도 없었고 병에 걸린 자들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고열에 의해 점점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된단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 피를 떠올렸다.

내 몸에 흐르는 피는 만병통치약에 가까운 효능을 지니고 있다.


질병에 대한 면역과 예방은 물론 치료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인간들을 괴롭히는 질병정도면 이 능력을 추출하여 드래곤의 피를 극소량 주입시키는 것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유하의 그릇이기에 가능한 수법이다.


물론 광기나 다른 능력들이 전이되면 안 되니 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는 작업이었고 한 밤 동안 상당량의 집중을 거쳐 레이나의 포션병에 내 피를 담아내었다.


최대한 담아내려 했지만 재생력과는 능력의 상성이 달랐기에 1병밖에 채울 수 없었고, 극소량 투입이니 대략 120명 분량이다.


“바로 들어갈까요?”


“호수의 물이 레이나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고 해도 환자를 통해 감염되는 것은 다를 수도 있으니 조심해.”


절벽위에 지어진 대저택, 바로 유령이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저택에 도착한 우리들은 정원의 창살문을 열어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저택은 완전히 탈바꿈을 하였는데, 깔끔한 외관은 물론 어지럽혀있던 정원은 아예 싹 다 밀어버리고 그 위에 녹색의 타일 같은 것들을 깔아놓았다.


낙원의 도시라 불리는 지상 최대의 관광명소에 전염병이 나도는 바람에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겼으며, 이걸 기회라 생각한 몇몇 상인들은 모종의 이익을 취할 생각으로 론 우저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간의 시공으로 새로이 탈바꿈한 저택은 자연스럽게 격리시설로 변모하고 말았다.


정원을 지나 저택의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덮쳐왔다.

사방으로 기침소리와 고약한 냄새가 진동을 하였고, 환자의 수에 비해 이들을 돌보는 자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여 정신이 없어보였다.


무리도 아닌 게 몇몇은 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체액으로 감염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그 수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


“콜록···! 콜록···!”


식은땀을 전신으로 흘리며 빨갛게 물든 얼굴로 쉴 틈 없이 기침을 하는 자들.


“어으윽···.”


흰 자만 비치는 눈으로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전신을 부르르 떠는 환자들.


“끄아아악!! 파, 팔이···!!!”


푸스스, 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을 시작으로 팔꿈치까지 가루가 되어 공중으로 분해되어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환자는 비명을 질렀고, 이내 주위는 혼비백산을 이루며 그 환자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바닥을 기는 자들까지 보였다.


“가, 가루가 흩날리잖아! 어째서 1층에 있는 거냐고.”


“나도 저렇게 되는 거야? 흐흐흑 엄마 무서워!”


“어서 빨리 2층으로 격리시켜!”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1층, 분주하게 움직이는 멀쩡한 자들이 서둘러 산화되는 환자를 이끌어 2층으로 옮겨갔다.


“주, 죽기 싫어!!”


“으윽!! 가만히 있으세요!”


“처자식이 울며불며 애비를 부르는데 이런 곳에서···!!!”


한 쪽 팔꿈치가 산화되었음에도 자식 생각에 더욱 거센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고, 결국 환자를 포함하여 두 명의 건장한 자들이 굴러 떨어졌다.


“아빠···!”


환자의 아들로 보이는 꼬마아이가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몸을 이끌고 서둘러 다가가는 모습이 포착되었다.


[완전 난장판이군.]


이런 광경은 처음 보았다.

죽음의 향기가 짙은 공간속에는 희망이란 찾아 볼 수 없었다.


용안을 통한 광경은 너무 처절했다.

살고 싶다며 발버둥치지만 정작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1층에는 그나마 증상이 심하지 않은 자들이 모여 있다고 했는데, 그 수는 대략 80명 정도.


2층과 3층은 방금처럼 신체가 산화되어 사라져가는 환자들이었는데, 대략 110명.


내가 수련을 하고 있던 기간 동안 론 우저에서는 이 병으로 인해 이미 수만 명이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이들에겐 살아남으리란 희망은 허황된 꿈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는 통제와 관리를 통해 어떻게든 확산되는 것을 막아낼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저택에 머무른 환자들이었다.


잔재라고 불리는 이들이 남아있는 한 지옥은 끝나지 않는다.


론 우저에 삶의 터를 잡고 있던 자들 중 3분의 1이 떠나갔으며, 드워프들은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섬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왕국에서는 이 전염병에 관해서 더 이상 손 쓸 방도가 없는 모양이라고 한다.


사실상 전부 죽으라는 소리였다.

이들이 허튼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며 지키고 있는 자들이 있는가하면, 자진해서 봉사하고 있는 자들도 있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보는 눈이 있는지라 그저 이렇게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 세계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였다.


나는 아들을 껴안고 울고 있는 환자에게 다가갔다.

한 쪽 팔이 산화되어 사라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건만 스르륵거리는 소리에 다른 쪽마저 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양 손과 발은 괴사되어 있었고 잘라내도 늦은 수준이었다.


‘현재 남아있는 환자의 수는 190명 정도, 120명만이 내 피를 받아낼 수 있으니···’


[최대한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은 자들로만 추려야 하겠군.]


냉정히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러는 수밖에는 없었다.


“당신들은 모험가? 혹시 니콜라이씨께서 말씀하신···”


“예, 일단 소개는 나중으로 미루고 서둘러 환자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두꺼운 옷과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남성이 나와 레이나의 손에 끼워진 반지를 확인한 뒤 물어왔다.

레이나는 구실을 맞추기 위해 C등급의 구리반지를 받아 나의 파트너로서 함께 움직였고, 그녀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레이나 포션.”


“여기요.”


내 피가 담긴 포션을 받고 뚜껑을 열어 바늘에 찍은 다음 곧바로 꼬마의 팔뚝을 살짝 움켜쥐며 차분하게 말했다.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질병으로부터 치료하기 위해 온 자입니다.”


차분하게 말하며 협조를 바라자 아이의 아버지는 그게 정말이냐며 눈물을 글썽이며 내게 대답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제발···아들만이라도 살 수 있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장 내 피를 받을 수 있는 자는 120명뿐이지만, 이들을 보고 있자니 곧바로 능력을 추출해 최대한 살려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재생력이라면 곧바로 추출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내 피를 머금은 바늘을 아이의 팔뚝에 살짝 꽂아 넣었다.

한 번 사용한 바늘은 두건을 두른 남성에게 처분을 부탁했고, 레이나는 새로운 바늘을 꺼내 들고 내 뒤를 따랐다.


이후, 1층의 80명에게 순차적으로 내 피를 주입하고 나니, 꽉차있던 포션병의 피는 얼마 남지 않았다.


두건의 남성이 하는 말에 의하면 2층과 3층의 환자들은 대부분 신체의 일부분이 산화되어 날아가 임종이 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아무리 내 피가 만병통치약에 가깝다고 하더라도 곧 죽어가는 이들을 살려줄 만큼은 아니었다.


나는 1층에 남아있는 아이의 아버지에게 다시 다가갔다.

치료를 끝낸 자들과 달리 남성은 홀로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산화되기 전의 환자를 제외한다면 가장 멀쩡한 자였다.


“저, 저도 살려주시는 겁니까.”


내 피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효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나머지는 환자들 스스로가 버텨내야만 한다.

살아남을 수도 있다는 희망을 부여받았기 때문인지 내 피를 받은 환자들은 무슨 치료행위인지도 모름에도 감사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다.


그 광경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남성은 자신도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레이나 새 바늘.”


“여기요.”


레이나에게 새로운 바늘을 받은 뒤, 내 피를 머금게 만들었다.

이후 남성의 팔뚝을 붙잡고 바늘을 찔러 넣으려는 순간, 나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왜, 왜 그러십니까?”


내가 바늘을 찔러 넣지 않자 자신은 이미 늦어버린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아들이 있는 곳을 한 번 바라본 뒤 물어보았다.


“왜 그러세요, 칼님.”


갑자기 내가 바늘을 거두자 레이나가 어깨너머에서 물어왔다.


내 피를 머금은 바늘을 돌려주며 나는 용안을 한층 더 빛낸 채 남성의 팔뚝을 붙잡은 상태 그대로 레이나에게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리시안셔스의 빛줄기, 얼마나 사용할 수 있어?”


“회복 마법이라면 마나가 받쳐주는 대로 얼마든지 사용이 가능해요.”


레이나의 대답에 나는 또 다른 가능성을 가질 수 있었다.

그 틈을 심연의 목소리가 모른 척 넘어갈 리가 없었고 곧바로 머릿속에 치고 들어왔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군.]


‘너도 느꼈지?’


[붙잡은 순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마나에 의해 피어오른 아지랑이군.]


‘용안을 통해 더욱 정밀하게 살펴보니 알겠어, 생체 에너지가 마나 에너지로 뒤바뀌면서 육체가 산화되는 거야.’


[이 상태의 녀석들이라면 피를 사용하기보단 네 녀석의 능력으로 직접 손보는 것이 좋겠군.]


‘그리고 엘프의 회복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레이나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지, 생체 에너지가 마나로 되돌려지기 때문에 환자들의 남은 체력으로 버틸 수 있을까하는 문제가 해결되었으니까.’


내 피에 재생력을 담아낸다면 안 그래도 얼마 남지 않은 생체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

회복이전에 질병에 맞서고 있는 환자들에겐 재생력은 필요치 않은 것이다.


나는 남성의 몸에 접촉을 한 순간, 피어오르는 마나의 아지랑이를 감지할 수 있었다.

미약하지만 이런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기 위해선 상당량의 에너지를 변환하여야 하는데, 그 충당을 인간의 생체 에너지로 한 것이다.


마나 불응.


내가 지닌 능력중의 하나이다.


나도 모르게 지니고 있던 능력인데, 이세계로 넘어오고 카지락스타의 거처에서 빠져나가지 못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가 마나의 아지랑이를 손으로 찢어 공간을 빠져 나왔던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그것이 마나 불응이란 능력이었다.


내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 능력의 부작용에 의한 것이었으며, 동시에 마법을 찢어버릴 수 있었던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환자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 마나라면 이 능력을 사용하는 것으로 떨쳐내 버릴 수가 있었다.


지금부터는 타이밍 싸움이었다.

각 산화되어가는 부분에 마나의 아지랑이를 끊으면 레이나는 곧바로 회복마법을 써주어야 한다.


혹시나 내가 신호를 주기 전에 먼저 마법을 써버리면, 마법에 의한 활력이 도리어 환자가 산화되어 사라지는 것에 박자를 가하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지고 만다.


이 점을 상기시키자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힘내겠습니다.”


“그럼 시작한다.”


한 쪽 팔이 산화되었지만 남성에게 피어오르는 마나의 아지랑이는 5군데.

나머지 팔과 양 다리, 그리고 흉부에 하나.

야금야금 남성의 생체 에너지를 변환시키며 산화시켜간다.


나는 타이밍을 재며 5군데에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를 거의 동시에 제거할 생각이었다.


이 상태의 환자들은 남아있는 체력이 얼마 되지 않아 빠르면서도 최대한 정확하고 확실하게 제거를 해야만 한다.

마나 에너지로 변환시키기 위해 억지로 생체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는 만큼 레이나의 마법으로 활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반동에 의해 버티지를 못한다.


이 남성은 산화되는 자들 중에선 멀쩡하다고 할 수 있지만, 2층과 3층의 남은 환자들은 지금보다도 고도의 집중을 요구할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하면 지금부터는 대충 움직일 수가 없었다.


마음가짐을 다진 나는 짧게 심호흡을 한 뒤, 5군데에 피어오르는 마나의 아지랑이를 향해 동시다발적으로 손을 뻗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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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6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6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125 20. 돌파하라. 19.08.01 78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99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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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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