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호비 님의 서재입니다.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이호비
작품등록일 :
2019.01.12 21:51
최근연재일 :
2019.08.20 21:30
연재수 :
136 회
조회수 :
61,476
추천수 :
725
글자수 :
748,164

작성
19.04.06 21:30
조회
86
추천
1
글자
12쪽

15. 호수의 비밀

DUMMY

손가락을 물어뜯어, 떨어져 나간 살점을 바닥에 뱉자 레이나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랐기에 서둘러 물어왔다.


“카지락스타님, 이 피는 설마······.”


“내 피니까 안심하고 가만히 있어.”


“제가 말하려는 것은 그게 아니라.”


나는 재생력을 일부러 억눌러 살점이 돋아나지 않도록 했다.

흘러내리는 피는 흥건히 손가락을 타고 레이나의 찢어진 머리 위로 한 두 방울씩 떨어졌고, 충분하다고 생각된 시점에서 손을 거두었다.


뜯겨져 나갔던 부위로 새살이 다시 돋아나 출혈이 멈추었고, 레이나의 찢어진 머리도 몇 번 손가락으로 문지르자 곧 아물더니 상처를 입기 전의 상태로 돌아갔다.


[고작 이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능력을 낭비하는 것이냐]


‘능력이 쓴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어때서?’


마이즈와의 수련을 통해 현재 내가 지닌 능력의 대다수를 자유자재로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다.

자유자재라고 하여도 능력마다 요구하는 숙련도 차이는 있었기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마이즈와 첫 만남 당시에 들었던 이야기.

유하 여제의 그릇을 지녔기 때문에 나는 다른 존재들과는 달리 복수의 능력을 손에 넣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잘 다루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에 달려있었는데, 가장 빠른 숙련도를 쌓아올린 능력은 다름 아닌 재생력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하도 얻어터지다보니 저절로 발동하는 재생력은 어느 기점으로 내 의지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방금처럼 일부러 출혈을 내기 위해 재생력을 억누른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좀 더 파고들자면 내 피에 재생능력을 담아내어 대상을 치유시킬 수 있게끔 조절할 수도 있었다.


단순히 표현하자면 걸어 다니는 하이 포션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이 능력은 내가 이쪽 세계에 소환되고 무린에 있었을 당시에 멋도 모르게 터득한 능력이었다.

리자드맨 칼가족의 족장인 칼가진쿠가 사냥을 떠났을 때, 내가 드래곤의 기운을 감추자마자 헤비트롤이 나타났고 손톱으로 뚫어 해치우는 과정에서 뚫린 뺨을 통해 피를 들이켜 얻은 것이다.


그때 당시 스스로 볼을 뜯어서 한동안 뻥 뚫린 상태로 다녔었는데, 헤비트롤의 피를 마시자 감쪽같이 나아버려 조금 놀랬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세라를 만났었지.’


그 당시의 기억이 순차적으로 흘러가며 세라와의 첫 만남까지 떠올랐다.


“나, 나았네.”


자신의 머리를 문지르며 멀쩡해진 것을 확인한 레이나는 깜짝 놀라며 자리에 일어나 내 눈을 마주쳐왔다.

쑥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손가락을 가만두지 못하는 행동에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살짝 눈치를 주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꾸벅, 힘차게 인사를 하며 허리를 숙인 그대로 다시 입을 열었다.


“엘프의 마법을 오랫동안 쓰지 않았더니 치유마법이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어요···”


“뭐?”


[약초와 포션, 연금술에 빠져 본래의 힘을 까먹고 있었던 모양이군.]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엘프는 신성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유의 치유마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한다.

고대의 엘프들로부터 이어져온 그 능력은 엘프의 마법이란 카테고리로 따로 분류되어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과는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목각인형의 폭발로 숲이 태워지던 당시, 레이나가 대기의 수분을 끌어 모아 화재를 제압했었던 마법, 터키석의 빗방울이 엘프의 마법인 것이었다.


“엘프들이 사용하는 치유 마법은 어떤 거야?”


“리시안셔스의 빛줄기라는 마법이에요, 대상의 상처를 치유하고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마법인데 제가 잘 쓸 일이 없다보니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요.”


방금 전까지의 호들갑이 떠오른 모양인지 창피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고 있었다.


“그런 훌륭한 마법을 터득하고 있는 엘프가 포션병을 뒤적거리고 있었다니.”


[이쪽이 다 창피하군.]


나와 심연의 목소리는 서로 어이없어하며 다시 식사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


레이나까지 배불리 식사를 끝낸 뒤 우리들은 슬슬 움직이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점심을 조금 넘긴 시간, 울창한 숲의 나무들은 잎사귀를 한데 모은 것으로 인해 햇빛의 절반이상을 가리고 있어 조금 어두웠다.


하지만 여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 오면 상당히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만큼 쾌적하고 산뜻했다.

그리 습하지도 않았고 바람도 적당히 부는 게 자연이 만들어낸 휴양지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좋았는데 이정도로 인적이 드물다는 게 이상하게 느껴졌다.


‘깨끗한 호수도 있고, 몬스터들도 느껴지지 않고, 론 우저에서 조금 떨어져 있다고 해도 사람 한 명 없다는 게 꺼림직 하단 말이지.’


[식사 잘 하고 난 뒤에 또 쓸데없는 생각이나 하는 거냐?]


‘쓸데없는 게 아니라 확실히 뭔가 이상해서.’


[···론 우저로는 대체 언제 갈 생각이냐?]


‘들어봐,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일행과 함께 론 우저로 향했을 때만 하더라도 이정도로 울창한 숲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하거든?’


레이나와 다시 마주하기 전, 달밤아래의 높은 나무에 올라 론 우저쪽을 확인했을 때, 분명 6개월 전 론 우저로 향했던 방향과 똑같았었다.

사람과 마차가 다니는 길목은 여전히 뚫려있었지만 반 년 동안 숲이 2,3배 더 확장하고 크기를 키워나가는 것이 가능한가?


[기분 탓이겠지, 애초에 숲이 달라졌다 한들 그런 것까지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느냐, 여유를 부리려거든 기시단을 쓰러뜨리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흐음···

잿빛가루의 공간에 너무 오래 갇혀있었기 때문인가?

지금 이 숲은 무린의 숲과 더불어 수인족, 엘프의 숲에 견줄 정도로 울창하다고 생각되어지는데 말이지.


“아···”


“왜 그래?”


“죄송해요, 카지락스타님께서 손수 떠주신 물을 다 마셔버려서, 제가 금방 갔다 올게요.”


빈 가죽 물통을 쥐고 호수로 뛰어가려는 레이나를 붙잡아 세웠다.

레이나가 호수까지 가서 물을 담는 시간보다 내가 왕복하는 시간이 더 빨랐기 때문에 그녀보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말 한 뒤 물통을 흔들며 말했다.


“그 많던 물을 다 마신거야?”


“평상시 이 정도까지는 마시지 않는데, 이 숲의 호수는 뭔가 물맛이 좋은 것 같아요.”


[물이 거기서 거기지 예민한 척 굴기는.]


‘넌 엘프랑 원한관계로 똘똘 뭉쳐있기라도 한 거야? 한 번을 좋게 말한 적이 없네.’


심연의 목소리가 말한 내용을 들을 수 없는 레이나는 그저 눈을 빛내며 생글생글 웃음 지을 뿐이었다.


“레이나는 엘프니까, 호수의 물이 좋다고 하면 진짜 좋은 물인가 보네.”


좀비포션으로 빌빌거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촉촉한 윤기를 담은 피부가 반들반들하게 광채를 낼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보였다.

내 말에 레이나는 팔을 쓰다듬으며 신기한 듯 몸을 움직여보였다.


“게다가 평소보다 기운이 더 샘솟는다고 할까요? 아, 혹시 카지락스타님의 피를 받았기 때문인가?”


“아직도 카지락스타라고 부르네, 편하게 불러도 된다니까?”


레이나는 또 손사래를 치며 뒷걸음질 쳤다.

저러다 아까처럼 뒤로 넘어지는 것은 아닌지, 어쩔 수 없이 이러한 요구를 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인간 세상에선 정체를 숨기고 있으니 주의를 바란다며, 앞으로는 칼이라고 부르도록 말이다.


그렇게 대답을 받아낸 다음 물통을 가지고 호수로 걸음을 옮겼다.

가는 동안 심연의 목소리가 너무 여유를 부린다고 잔소리를 시전 하였지만 가볍게 받아쳤다.


“여기서 천천히 걸어도 론 우저까지는 5,6시간 정도 일 테니까, 저녁때까지는 충분히 도착 할 수 있어.”


[이 자식, 조금 강해졌다고 여유나 부리고.]


“이걸 또 그렇게 해석하네?”


[실전에서 그 힘이 얼마나 먹혀들지 모르는 이상 한 시라도 빨리 마창 이벨져의 마기를 받아들여야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수련을 하는 동안 심연의 목소리에겐 그간 겪어왔던 일과 3가지 물건을 찾고 있다는 것을 말했다.

파로에처럼 내 잠재의식 속으로 직접 침투해 들어오지 않는 이상 심연의 목소리와 대화한다는 행위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쉽게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심연의 목소리는 요정여왕에게 넘기기 전에 마창 이벨져의 방대한 마기의 일부를 내 몸에 축적시켜 두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었다.

유하 여제의 그릇이라면 가능한 이야기라면서.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것으로 심연의 목소리가 말한 것에 동의하였다.


“그 마창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찾으러가지. 기다려봐 요정을 만나고, 동료를 찾다보면 자연스럽게 정보도 모이고 발견해낼 수 있을 테니까.”


[계획은 누구나 그럴싸하게 말하지.]


“방금 그 대사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데.”


대화를 나누면서도 빨리 움직였기 때문에 호수까지는 금방 도달하였다.

물통의 마개를 열어 호수의 물을 담아내기 시작했고 다 채워지기 전까지 거대한 둘레를 자랑하는 호수를 넓게 바라보았다.


투명한 호수의 표면이 햇빛에 반사되어 빛의 가루를 뿌리는 광경은 사진으로 찍어 영원히 소장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렇게 풍경을 만끽하고 있으니 심연의 목소리가 확실하지 않은 듯 띄엄띄엄 말을 걸어왔다.


[호수···안 쪽으로 뭔가 느껴지는 것 같지 않느냐?]


“안 쪽에 느껴지는 거라면 없는데?”


평상시에도 기운을 퍼트리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감지되는 것은 포착되지 않았다.

심연의 목소리는 내가 대충 대답하자 살짝 성질을 부리며 말했다.


[제대로 기운을 퍼트려봐라.]


“귀찮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심연의 목소리가 더 시끄럽게 굴까봐 기운을 퍼트리는 나.

요구대로 호수의 안쪽으로 서서히 기운을 넓혀나가자 아지랑이처럼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뭐지?”


기운을 회수한 뒤에 눈에 기운을 둘러 호수의 안 쪽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보랏빛을 품은 아지랑이들이 물결을 따라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뭔가 했더니···어째서 이런 호수에 있는 건지.]


“저건 분명, 카지락스타의 동굴에서 봤던 것과 같은 아지랑이야.”


나는 무린 카지락스타의 거처에서 저 아지랑이를 볼 수 있었고, 이후에 장막을 찢어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것과 똑같은 현상이 이 호수의 안에서 피어오르고 있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저건 마나다.]


“저게 마나야?”


[드래곤의 정신과 융합했기 때문에 볼 수 있는 것이지 원래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렇구나, 저게 마나였구나.”


[세계수의 영토에 있는 호수는 마나의 농도가 짙어 보랏빛을 품어내고 있지, 그런데 인간의 영역에 이런 마나 호수가 존재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러고 보니 세라를 통해 들은 기억이 난다.

세계수는 마나 호수를 통해 요정들을 탄생시킨다고, 실제로 요정계에 가보았기 때문에 보랏빛 호수는 직접 보기도 하였다.


본래 여기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 어째서 이곳에?


[호수의 크기와 내포된 마나의 농도가 낮아 제대로 감지할 수 없었군.]


“별 문제는 없는 거야?”


[흠, 이 호수가 인간들에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는 이 몸도 잘 모르겠군.]


나와 레이나는 이 호수의 물을 마시기까지 했다.

다행이도 별 문제는 없었지만 레이나는······.


[이 호수의 안에 녹아들어있는 마나 때문이겠지.]


“그렇군, 엘프들에겐 적어도 좋은 영향만 끼친다는 건가.”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던 레이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득 찬 물통을 가지고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상 최강의 좀비가 된다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확정 공지입니다. +2 19.07.18 455 0 -
공지 월 ~ 목 연재입니다. [ 21 : 30 ] 19.06.20 113 0 -
136 아홉 개의 꼬리 19.08.20 238 1 7쪽
135 完 ) 내 고향 19.08.20 189 1 15쪽
134 21. 기시단과 신기 아토비악의 힘 19.08.19 102 1 14쪽
133 21. 마족의 비밀, 금서 19.08.15 86 1 16쪽
132 21. 신기 흑월도 19.08.14 87 1 13쪽
131 21. 리벤지 매치 19.08.13 83 1 11쪽
130 21. 지켜내기 위한 싸움 19.08.12 84 1 12쪽
129 21. 세계를 향한 포용 19.08.08 95 1 11쪽
128 21. 세계를 향한 분노 19.08.07 96 1 13쪽
127 21. 미니엄의 능력 19.08.06 86 1 13쪽
126 21. 마계의 실력자들 19.08.05 82 1 14쪽
125 20. 돌파하라. 19.08.01 79 1 13쪽
124 20. 마계의 입구, 문지기 19.07.31 88 2 13쪽
123 20. 폐쇄구역 19.07.30 99 1 11쪽
122 20. 노바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은 19.07.29 103 2 19쪽
121 20. 맹수에 가까웠던 남자 19.07.25 92 1 13쪽
120 20. 반더람의 과제 19.07.24 82 1 11쪽
119 20. 3인의 힘 19.07.23 99 1 12쪽
118 20. 마기의 강 19.07.22 104 1 12쪽
117 20. 마계편. 칼, 요정령 노바, 적막수왕 반더람 팀 결성 19.07.18 91 1 14쪽
116 19. 자색의 보석, 각성 19.07.17 93 1 12쪽
115 19. 태양의 뒷면 19.07.16 129 1 14쪽
114 19. 칼 VS 천체 사로스 여왕 19.07.15 92 1 16쪽
113 19. 창공의 신기를 거머쥔 자 19.07.11 84 1 13쪽
112 19. 백은금의 바우몰리, 바락 킬몰 19.07.10 90 1 11쪽
111 19. 행동개시, 잠입 19.07.09 100 1 12쪽
110 19. 요정여왕? 19.07.08 89 1 15쪽
109 18. 다시 무린으로 19.07.05 117 1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