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전)2차대전 후 앙뚜완과 피크의 이야기 3
전쟁 영웅 오토 파이퍼가 포르쉐사에 취직했다는 말에 여공들은 모두 수근거렸다.
"너네 봤어?"
"오토 파이퍼! 여기 기술자로 취직했어!!"
"보러 가자!!"
여공들은 일하다 말고 다들 우르르 몰려갔다.
"저기야!!"
"꺄아!! 너무 멋있어!!"
"결혼했는데 부인이랑 사이가 안 좋대!"
"흐음...정말?"
피크는 자신의 친구, 안네와 함께 일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래?"
안네가 웃으면서 피크에게 말했다.
"그 전쟁 영웅, 오토 파이퍼가 여기 기술자로 취직했대!"
"어?"
피크의 눈에 초점이 없어졌다. 그 때 관리인이 와서 호통쳤다.
"다들 일 안하나!!"
여공들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갔다.
"네에!"
피크가 멍한 눈으로 말했다.
"누..누가 왔다고?"
안네가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했다.
"전쟁 영웅 오토 파이퍼! 몰라? 엄청 잘생겼던데!"
피크의 손에서 드라이버가 툭 떨어졌다.
"아.."
피크의 입술이 벌벌 떨렸다.
"그...기술자들은 여기 올 일 없지?"
안네가 대답했다.
"응! 아예 올 일이 없지!"
피크는 계속 일을 했지만 손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이..이럴수가!!'
그 날, 오토는 집으로 돌아갔다가 편지를 받았다. 발신자는 한스 파이퍼였다.
'뭐지?'
오토는 신경질적으로 편지를 뜯었다.
[네가 포르쉐 사에 취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 놈이 어디 취직하건 알 바는 아니지만 혹시 내 집에 와서 설계도를 가져가려고 하거나 허튼짓을 했다가는 법적 대응을 할 줄 알아라.]
오토가 욕설을 퍼부었다.
"가져가긴 뭘 가져간다는 거야? 망할 놈의 애비 같으니.."
편지는 계속 이어졌다.
[사교계에서 내 이름의 누가 되는 짓은 하지 말도록 해라!]
오토는 엄청나게 방탕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 이다. 오토가 중얼거렸다.
"누가 할 소리야?"
한스 또한 베르너 부인과 함께 동거를 하고 있었던 것 이다. 편지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동부전선에서 네가 소련 여군들한테 납치당해서 모욕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믿겠다. 같이 납치당했던 네 부하가 위생병한테 털어놓았다던데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파이퍼 가문에 엄청난 모욕이다.]
오토는 그 편지를 갈기갈기 찢었다.
찌익!! 찍!!
오토는 예전에 발터와 함께 소련 여군들에게 납치되어 한참동안을 노리개로 이용당한 적이 있었던 것 이다.
'그 망할 놈의 발터 새끼...입을 어떻게 놀린 거야!!'
한스로부터 온 편지 말고, 오토의 쌍둥이 동생인 카를로부터도 편지가 왔다.
[오토 너가 기술자가 된 것은 아주 잘한 결정이야. 너는 물리학을 할 만큼 머리가 좋지는 않으니까 아주 현실적인 직업 선택이지. 비록 물리학에 비해서 기계 공학이나 자동차를 설게하는 것은, 마트 식료품을 계산하는 것 처럼 하찮은 일이지.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특별한 것은 아니니까.]
오토는 카를한테 온 편지도 북북 찢어 버리고는 집으로 들어갔다.
한편 앙뚜완은 업무 도중 아나이스를 위한 전차 장난감을 만들어서 집에 가져왔다. 아나이스가 기뻐했다.
"꺄아!! 고마워요!!"
아나이스는 어떻게 된 것 인지 인형보다 전차를 좋아했다. 앙뚜완은 식탁 위에 음식물 꾸러미를 내려놓았다. 피크는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앙뚜완이 입을 열었다.
"그..그..점심 시간에는 C구역 식당으로는 안 오지?"
피크가 공허한 눈으로 앙뚜완을 바라보았다. 앙뚜완이 말을 이었다.
"C구역은 음식이 맛이 없어서 안 오는 것이 좋을 거야."
"난 A구역 식당에서만 점심 먹어."
피크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타앙!
아나이스는 혼자 식탁에서 빵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앙뚜완은 한숨을 쉬었다.
'설마 마주치지는 않겠지..'
다음 날, 포르쉐사에서 오토가 앙뚜완과 발터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오늘은 내가 술을 사겠네!"
앙뚜완은 내키지 않았다.
'뭐 때문이지?'
"저..저는 시간이.."
오토가 앙뚜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이젠 말 놓게!"
그리고 오토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술 말고 여자도 있는 곳일세!"
앙뚜완은 난감했지만 예전에 자신의 상관이었던 오토의 말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젠장!!'
그 날 점심 시간, 앙뚜완은 몰래 A구역으로 걸어왔다. 피크가 유대인 친구 안네와 함께 식당으로 가고 있었다. 앙뚜완은 피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피크는 깜짝 놀란 눈으로 앙뚜완을 쳐다보았지만 주위를 둘러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무슨 일인데?"
앙뚜완이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서 오늘 늦을 것 같아."
앙뚜완은 피크에게 돈을 주고는 말했다.
"이걸로 아나이스와 뭐라도 사 먹어."
피크는 아무 말 없이 돈을 받고는 안네에게 돌아갔다. 안네가 말했다.
"애인이야?"
피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공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어! 저 창녀 같으니라고!"
"슬라브 여자들은 질이 좋지 않다더니 그게 정말인가봐!"
"소련에서 창녀짓을 했던게 틀림없어!"
"저 년 머리끄댕이를 잡아당기고 싶어!"
피크는 자신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시하고 지나갔다. 안네가 말했다.
"신경쓰지 마. 밥이나 먹자."
한편, 오토는 건물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저 여자?"
오토는 뚫어지게 C 구역 식당으로 가는 피크를 쳐다보았다.
"앙뚜완 저 새끼??"
그 날 저녁, 오토는 매음굴에서 발터와 앙뚜완에게 술과 여자를 샀다.
"마음껏 고르라고!!"
앙뚜완은 내키지 않았지만 검은 머리의 여자를 골랐다. 그 여자는 앙뚜완에게 기대면서 말했다.
"잘생기셨네요. 저는 레오니에요."
"저는 앙뚜완입니다."
앙뚜완은 슬슬 자리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여자들은 깔깔거리며 앙뚜완을 바라보았다.
'어리숙해보여!'
'돈 뜯어내기도 쉽겠는데?'
오토가 외쳤다.
"이보게 앙뚜완! 자네가 파르티잔 여자들에게 납치당했다가 야닉 녀석이랑 같이 발가벗고 돌아왔던 날 기억하나?"
앙뚜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시..시발!!'
"아..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원래 놈들은 포로를 잡으면 도망 못가도록 발가벗기는.."
참고로 발터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발터도 오토와 함께 소련 여군들에게 납치당해서 한참을 시달린 적이 있었던 것 이다.
'지금 왜 그런 소리를!'
오토는 옆에 있는 금발 머리 미인의 어깨를 주물럭거리며 폭소했다.
"우하하하!! 하긴 별 일이야 있었겠냐? 근데 야닉이 말일세! 재미있는 말을 하던데.."
"아닙니다!!"
"아 알겠네! 굳이 여기 와서 지긋지긋한 전쟁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
[무삭제판은 조만간 성인판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성인판은 성인분들에 한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발터는 술을 마시고 여자들과 노느라 정신이 없었고 오토가 목소리를 낮추고는 말했다.
"이보게. 우리 소련 여자 하나 가지고 꽤나 재미있게 놀았지..."
"무..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오토가 말했다.
"그 여자 기억 안나나? 자네가 나 몰래 매일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았나?"
앙뚜완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모..모르겠습니다.."
오토가 말을 이었다.
"뭐 동정심에 그럴 수도 있지. 근데 내가 말일세. 아까 점심 시간에 재밌는 것을 보았다네."
앙뚜완의 동공이 작아졌다. 오토는 옆에 있던 여인과 함께 즐거운 놀이를 하며 말했다.
"그 슬라브 여자가 꽤나 맛이 있긴 했지. 나도 꽤나 즐겼다네!"
잔을 든 앙뚜완의 손이 벌벌 떨렸다. 오토가 말했다.
"티거 부대에서 자네의 상관이였기에 하는 소리인데, 호랑이는 남이 먹다 남은 고기는 먹지 않네. 제대로 된 게르만 여성과 혼인하는 것은 어떤가? 그런 걸레같은 슬라브 여자가 애를 낳으면 딸도 창녀가 될 걸세."
앙뚜완의 손에서 잔이 떨어졌다.
와장창!!
오토 옆에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꺄아악!!"
그리고 앙뚜완은 오토에게 주먹을 날렸다. 오토는 앙뚜완의 주먹을 피하고는 앙뚜완의 뒤통수를 누르고 팔꿈치로 뒷목을 내려쳤다.
퍽!!
"꺅!!"
여자들이 모두 달아났다. 발터가 외쳤다.
"차..참으십시오!!"
앙뚜완이 바닥에 엎어졌고 오토는 중얼거렸다.
"그래. 계급장 때고 한 판 붙지."
앙뚜완은 정신을 차리고는 자세를 낮추고 오토에게 달려들었다. 오토는 다시 한 번 앙뚜완을 박살냈다.
퍽!! 퍼억!!
오토가 말했다.
"내가 계급이 높아서 네 놈이 나한테 못 덤빈 것 같나?"
오토는 앙뚜완의 피투성이 얼굴 위에 술을 뿌리며 말했다.
"네 놈은 전술로도 싸움으로도 뭘로도 나한테 상대가 안 되네."
그 때 술집 사장이 들어왔다.
"무..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오토는 돈을 뿌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발터, 나가지."
"네..넵!"
앙뚜완은 그렇게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끼익
앙뚜완은 문을 열고는 고개를 돌렸다. 아나이스는 피크와 한참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빨리 들어가자...쪽팔리게 이런 꼴을 보일수는...'
그 때 아나이스가 외쳤다.
"어!! 얼굴 다쳤다!!"
앙뚜완이 중얼거렸다.
"넘어졌는데 별거 아니야."
순간 앙뚜완은 피크와 눈이 마주쳤다. 피크는 걱정되는 것은 아니고 조금 의아한 표정이었다. 앙뚜완은 말 없이 서재에 들어가서 자리에 앉았다.
'망할...'
다음 날, 오토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처럼 앙뚜완을 대했다. 오토 녀석은 기술자로서 실력도 좋았다. 앙뚜완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저 망할 새끼...'
그렇게 앙뚜완은 몇 달에 걸쳐서 엿 같은 오토와 함께 근무를 해야 했다.
'시발!!!헨셀사 들어갈걸!!!'
피크는 계속해서 여공으로 일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다.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고 앙뚜완은 창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는 피크를 바라보았다.
'돈 모으면 돌아가려나?'
이 광경을 본 오토가 다가와서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 그 슬라브 창녀 보고 있나?"
앙뚜완은 속에서부터 증오가 끓어올랐지만 아무 말을 할 수도 없었다. 오토가 앙뚜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매음굴도 가보고 그러게!"
앙뚜완도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창문 밖에서 여공들 사이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뭐..뭐지?"
앙뚜완은 서둘러 1층으로 내려갔다.
"저..저거!!"
뚱뚱한 여공이 피크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니 년이 가져갔잖아!!"
피크가 커다란 눈으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저는 아니에요!"
안네도 피크를 옹호했다.
"피크는 저랑 같이 있었어요!"
그러자 뚱뚱한 여공이 어마어마한 힘으로 피크의 싸대기를 갈겼다.
짜악!!
"꺄악!!"
앙뚜완은 멈칫했다.
'누..누가 말려야!!'
그 때 관리자가 나왔다.
"무슨 일인가!!"
뚱뚱한 여공이 흐느끼며 말했다.
"제 지갑이 없어졌어요! 분명 가방 안에 놔뒀단 말이에요..흑흑.."
"더 찾아보는 것이 어떤가?"
"저 여자가 가지고 간 것이 틀림없어요.."
관리자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도 관리자 위치였지만 괜히 여공들 싸움에 끼어드는 것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피크에게 말했다.
"자네가 지갑을 가져갔나?"
피크가 당황하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아니에요..."
피크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앙뚜완은 멀리서 쳐다보고만 있었다.
'저 나쁜 년들이!!'
그 때 한 나이 든 여공이 지갑을 들고와서는 말했다.
"이거 화장실에 있던데?"
뚱뚱한 여공이 달려가며 지갑을 받아들었다.
"꺄아!! 감사합니다!!"
관리인이 말했다.
"뭐야! 있었잖아!"
여공들은 죄다 밥 먹으러 갔고 아무도 피크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앙뚜완은 이 상황에 이가 갈렸지만 멍청하게도 쳐다만 보고 있었다. 순간 피크의 커다란 눈이 앙뚜완을 잠시 바라보았다.
'??'
피크는 안네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고, 앙뚜완 또한 C동 식당으로 걸어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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