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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BJ] 괴물BJ-5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진짜 미치겠네! 아니, 이놈의 사냥꾼이 미친 건가? 괴물이 무슨 생선인 줄 아나! 싱싱한 것도 정도가 있지!”

 

아내가 끓여준 청국장을 한 숟가락 뜨다 말고 헐레벌떡 달려온 오국봉 사장이 열불을 냈다.

곧바로 진상조사에 들어갔다.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자료를 증거로 보관하고, 관계자를 불러서 호들갑 떨었다.

그때까지 휴식?

그런 호사는 누릴 수 없었다. 괴물의 시체는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으니까. 괴물 뱃속에 든 시신을 조금이나마 멀쩡한 형태로 유가족들에게 인계하기 위해서라도.

빠르게 작업여건 복구에 들어갔다.

저기, 오 사장님. 수리비가 장난 아니겠는데요?”

그래서 서둘러주게!”

로봇팔을 포함한 망가진 장비는 사람을 불러서 빠르게 수리했다.

최강식은 팔짱을 낀 채 상황을 지켜봤다.

 

‘...오늘따라 눈과 귀가 다 시끄럽네.’

 

아들, 아빠, 손자의 처참한 시체를 본 유가족이 통곡할 때를 제외하곤 늘 조용하던 도축장이 갑자기 부산스러워졌다.

마침내 문제의 사냥꾼도 도착했다.

젊네.”

끽해야 스물 중반쯤 됐을까? 앞머리를 시원하게 뒤로 넘긴 스타일과 검은색 가죽옷이 무척 잘 어울리는 미남이었다.

그가 좌중을 쓱 둘러보며 인사했다.

 

너희가 빨리 도축 안 해서 생긴 문제잖아?”

 

정정한다. 인사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넘어갔다. 찡그린 표정으로 보아선 본인도 원해서 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

뭐가 됐든 말도 안 되는 억지였다.

도착하고 1시간도 안...”

기껏 가죽에 상처 없이 잡았더니만 뭐라고? 살아있어서 위험해? ! 거참! 너희는 힘들게 잡은 사람 성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걸 증거랍시고 내미는 심보는 또 뭐래. 가죽이 다 상했잖아!”

사장의 말을 자르며 신경질마저 냈다.

그의 요구는 간단했다.

배상해라.

자신의 사냥물을 훼손한 손해액을 보상하란 거였다. 도축장에서 발생한 피해는 자신이랑 무관하고.

사장도 지지 않았다.

 

괴물이 여길 탈출했으면 어쩔 뻔했습니까? 여긴 외지긴 해도 무방비한 도시 안쪽입니다. 무고한 시민이 죽어도 그런 말이 통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이 일이 공론화되면...”

 

당당했던 남자의 표정이 바짝 굳었다.

, 지금 날 협박하는 거냐!”

있는 사실 그대로 말해주는 것뿐입니다. 유일암 씨.”

내 이름을 어떻게...?”

“1성 괴물을 단신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젊은 신성(新星)은 대한민국에 몇 없으니까요. 당신이라면 금방 유명해지겠죠.”

...!”

녹화 중입니다. 말투에 주의하시죠.”

간단히 대화의 주도권을 잡은 오국봉 사장. 그러나 그는 이 일을 불문에 부치고 사과만 받는 선에서 끝내려 했다.

오 사장님!”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죽을 뻔했다고요!”

그 결정은, 오랫동안 사장 밑에서 믿고 따라온 직원들이 발끈할 만큼 무척 미지근한 대응이었다.

그런데 사냥꾼, 유일암의 대답은 더욱 가관이었다.

 

우리 덕에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며 사는 놈들이 뭐라고? 사과? ! 진짜 웃기지도 않는 농담이네! , 됐어. 이걸로 거래는 끝이야. 앞으로 우리, 질풍 토벌대랑 거래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3개짜리, 3() 이상의 강력한 괴물은 단신, 소수로 쓰러트리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음이 맞는 여러 사냥꾼이 뭉쳐서 탄생한 무력단체가 바로 토벌대였다.

그런 토벌대가 거래를 끊으면?

금전적으로 타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고의로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면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리라.

결국, 이렇게 되나.’

오국봉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피하고 싶은 전개로 향했기 때문이다.

 

질풍? 그게 뭔데 저리 콧대가 높아?’

 

최강식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로봇팔 조종석으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들어갔다.

수리 중인 엔지니어까지 속이진 못했지만.

, 이봐! 아직 수리가 덜 됐어!”

 

그거야 써보면 압니다. 적당히 죽인 괴물도 괜찮다잖아요? 그렇다면 적당히 고친 장비도 문제없겠죠.”

 

소년이 입꼬리를 올리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엔지니어도 피식했다.

아아, 그렇군. 두 번째 손잡이를 왼쪽으로 세게 틀면 로봇팔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적당히 쓰면 괜찮겠지.”

에이. 그 정도면 다 고쳤네요.”

맞장구쳐준 최강식은 로봇팔을 조종했다. 기름칠을 새로 해서 그런지 소음 없이 조용히 움직였다.

그 주위에는 얼어붙은 괴물이 널려있었다.

 

뭐가 좋을까나... ! 너로 정했다.’

 

괴물 중에는 통째로 보관된 녀석도 있지만, 덩치가 크면 클수록 운반하기 좋게 부분별로 썰어둔다.

최강식이 고른 건 후자였다.

-드륵.

얼어붙은 괴물의 손을 로봇팔로 번쩍 들었다.

손가락 하나가 어린애 몸집만 했으니, 생전에는 얼마나 거대한 괴물이었을지 쉬이 상상이 가질 않았다.

이 정도면 최소 4성 이상!

 

그런 괴물을 잡는 사냥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지.’

 

방금까지는.

사냥꾼, 유일암을 보는 최강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위이잉.

로봇팔로 옮긴 괴물의 손이 허공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러나 워낙 컸기에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 ...”

뭐야?”

최 대리?”

이변을 가장 빨리 눈치챈 직원들이 눈을 크게 뜨며 컨테이너 천장을 올려다봤다.

아직 눈치채지 못한 사람은 이 자리에 둘밖에 없었다.

유일암 씨. 너무한 처사 아닙니까?”

그게 뭔 소리야? 누가 들으면 내가 협박하는 줄 알겠네. 마음에 드는 거래처로 옮기는 게 죄인가?”

사장과 사냥꾼.

주위에 안중 없는 그 둘만이 자신들 머리 위에 떠 있는 괴물의 손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리 당신이 질풍 토벌대 대장 아들이라고 해도 멋대로 거래를 파기할 순...”

가능해. 도축장이 너희 하나뿐인 줄 아나? 우리에게 빌붙어 사는 녀석들이 내게 망신을 줬다고 하면 돼.”

“......”

하하! 사장. 너무 충격받아서 몸이 굳으셨... ? 이봐. 난 여기 있는데 어딜 보는 거야? 위에 뭐가 있...”

유일암의 눈이 크게 뜨였다.

깔리면 사망 확정인 거대한 괴물의 손바닥이 머리 위에 떠 있다면 대다수 인간은 놀랄 것이다.

-끼긱.

심지어 섬뜩한 기계음과 함께 추락 중이라면?

, 미친?!’

유일암은 일류사냥꾼다운 민첩함과 빠른 판단력으로 컨테이너 바닥을 굴렀다.

세탁한 전투복이 더러워지는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옷은 많아도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

바위처럼 꽁꽁 얼어붙은 괴물의 손이 바로 옆에 떨어졌다.

이건 장난이 아니었다.

그의 발견이나 대처가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중환자실이나 저승의 문턱을 밟았으리라.

정말로 죽을 뻔했다.

 

누구 짓이야!”

 

불같이 화난 유일암이 소리쳤다. 정황상 이건 고의였으니까. 반드시 책임을 물어 능지처참해야...

 

왜 지랄인데?”

, ...?”

유일암은 한순간 말문이 탁 막혔다.

대한민국 최고의 토벌대 대장 아들인 그에게 저런 상스러운 폭언을 던졌던 사람은 여태까지 없었으니까.

그 반대상황은 자주 있었지만.

로봇팔 조종석에서 내린 소년이 누구처럼 똑같이 신경질 냈다.

 

네가 거기 있어서 생긴 문제잖아!”

 

어떤 신이 동의합니다

성급한 어떤 신이 아쉬워합니다

 

이 판결은 초법적인 신들이 공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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