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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BJ


[괴물BJ] 괴물BJ-6

[Chapter 2] 롸이트닝

 

 

★★★

롸이트닝(-Lightning)

번개로 이루어진 정령형 괴물. 빛처럼 빠르진 않으나 인간의 눈으로 포착하긴 무리다.

무시무시한 저격수로 통하며, 과부하로 곧잘 전자기기를 무력화시킨다.

폭풍이 몰아치는 날이면 피뢰침에 이끌려온다.

 

------

 

이놈!”

유일암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거참 시끄럽네. 작업에 방해되니 거기서 비켜.”

하층민 따위가...!”

비아냥을 들은 청년이 오른팔을 번쩍 들었다. 중지에 낀 큼직한 반지가 요사한 빛으로 반짝였다.

“...뭐하냐?”

보이냐! 이 반지가!”

유일암의 생뚱맞은 질문. 거기에 직원 중 누군가 중얼거리듯 대답해줬다.

아이템...”

 

그렇다! 아이템! 괴물의 심장을 가공해서 만든 초능력 장비다. 이걸 끼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지! 하지만 선택받은 인간이 아니면 쓸 수 없다고!”

 

유일암이 어린애처럼 으스대기 시작했다.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또 시작됐네.’

초능력자들의 선민의식.’

누가 그걸 모르나.’

초능력자.

괴물 사냥꾼의 또 다른 이름.

평범한 인간이 첨단기계마저 압도한 괴물을 쓰러트릴 수 있을 리 없잖은가? 그걸 가능케 한 것이 아이템이고 초능력이었다.

조용해진 분위기에 취한 유일암은 더욱 기세등등해졌다.

 

이 반지에 박힌 보석 보이지? 큭큭! 이건 3성 괴물 롸이트닝의 코어다. 너희가 앵앵거리던 1성 허접하고는 격이 다르다고. 3성이라서 그 초능력도 정말 어마어마하지!”

 

그는 모두가 아는 내용을 주절주절 설명했다.

코어(Core).

괴물의 힘이 담긴 원천.

인류가 과학의 힘을 빌려서 괴물의 힘을 인간이 쓸 수 있도록 가공했다. 그리하여 초능력과 초능력자가 탄생했다.

직원들은 소, 닭 보듯 시큰둥했다.

그냥 좀 가라.’

‘3성으로 생색내긴.’

참자, 참아.’

상대해줘서 좋을 게 전혀 없었다. 그냥 자기 잘난 맛에 지껄이도록 놔두면 제풀에 지치리라.

유일암은 이미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너희는 이런 굉장한 아이템을 공짜로 줘도 쓸 수 없지! 하지만 난 달라! 그 강력한 괴물의 힘을 끌어내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고! 신에게 선택받았으니깐!”

 

최강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신이라고?’

 

어떤 신이 어리둥절합니다

성급한 어떤 신이 부정합니다

 

...사칭으로 판명됐다.

신 앞에서 당당하게 신성모독을 저지른 유일암이 손끝으로 그를 가리켰다.

덤벼라. 결투다!”

?”

어째서 놀란 얼굴이지? 설마... 건방진 하층민. 내게 모욕감을 줘놓고 순순히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던 거냐?”

그렇게 말하는 넌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물론!”

최강식을 포함한 도축장 직원 일동은 할 말을 잃었다.

제대로 미쳤군.’

초능력자가 민간인을 공격하는 건 중범죄라고.’

저 자식, 아주 막 나가자는 거잖아?’

유일암이 히쭉거리며 말했다.

 

거절해도 상관없어. 너를 포함한 이 자리의 모두를 싹 죽여버리면 그만이니까. 감시카메라? ! 진짜 웃기는 놈들이야. 안일한 것도 정도가 있지. , 보라고.”

 

-치이이익...

사방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는 어느새 망가져 있었다. 그 누가 손을 댄 것도 아닌데 과열로 플라스틱마저 녹아내렸다.

그렇다면 원인은 뻔했다.

초능력인가!”

, 맙소사!”

언제?!”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새파란 어린놈이 진심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들키면 어쩔 거냐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목숨은 하나뿐이니까. 죽은 후에 누군가 복수해주거나 처벌받는 건 하등 의미 없었다.

미친개에게 물리면 답이 없다.

어쩔 수 없지.’

최강식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규칙은?”

 

! 진심으로 나랑 싸울 생각이냐? 하층민. 지금이라도 구더기처럼 엎드려서 싹싹 비는 게 나을 텐데?”

규칙은?”

“...끝까지 건방진 놈. 규칙? 없다! 마음대로 발버둥 쳐봐라. 하하!”

그렇단 말이지.”

최강식은 도망치듯 몸을 돌렸다. 아니, 실제로 도망치고 있었다. 꽁꽁 얼어붙은 컨테이너 냉동창고 안쪽으로.

유일암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숨바꼭질인가. , 좋아. 잠깐 어울려주지.”

바로 뒤따라 들어갔다.

 

성급한 어떤 신이 팝콘을 준비합니다

 

“...갔네.”

갔잖아?”

정말로 갔어.”

남은 직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감시카메라를 미리 부수는 용의주도함을 보여준 것치곤 무척 허술한 마무리였기 때문이다.

우린 안중에 없다는 건가?’

그만큼 눈이 뒤집혔단 거겠지...’

강식아. 조심해라.’

오국봉 사장은 그 틈에 호주머니 안쪽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살았다고 안도할 때가 아니었다.

, 거깁니다! 빨리 와주십시오!”

괴물 같은 인간을 유인해간 직원이 아직 남았으니까.

전화를 마친 오국봉은 얼어붙은 괴물들로 가득한 냉동창고를 돌아보며 기도했다.

제발 무사해라.’

 

&

 

그들이 걱정하는 최강식은 미로처럼 복잡한 냉동창고를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는 일정하지 않았다.

입과 혀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봐. 겁먹었어?”

“......”

무서우면 돌아가던가.”

하층민! 나는 사냥꾼이다! 개소리는 작작해라!”

그런 것치곤 목소리가 떨리는데? 아아, 변명은 됐어. 추워서 그렇다고 하겠지.”

, 이 자식이...!”

최강식은 뒤쫓아오는 유일암이 자신을 놓치지 않도록 일정 거리를 쭉 유지 중이었다. 따라잡히지 않는 건 기본이고.

유일암은 바득바득 이를 갈았다.

망할 괴물들!’

죽었어도 괴물은 괴물이었다. 둘 사이를 벽처럼 가로막은 괴물들의 단단한 가죽과 뼈는 그의 잘난 초능력으로도 뚫을 수 없었다.

그 뒤로는 지루한 추격전이 됐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후읍?!”

모퉁이를 돌아선 유일암은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튀어나오려는 비명을 목구멍으로 삼켰다.

, 제길!’

괴물의 시체를 보고 벌써 10번 넘게 놀랐다. 기분 탓이겠지만, 벽처럼 선 괴물들이 그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무서워?”

, 닥쳐!”

도발에 간단히 넘어갈 만큼 마음의 여유를 잃은 유일암은 맹목적으로 소년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후퇴란 선택지는 없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가면 녀석을 잡을 수 있어!’

목소리가 가까웠다.

최강식이 의도적으로 계속 말을 건 거였지만, 초조해진 그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괴물만 상대해온 탓도 컸다. 그는 얕잡아본 인간의 심리전에 취약했다.

이건 그 결과였다.

“......”

“...하층민?”

“.....”

, 어디 숨었냐!”

거슬릴 정도로 떠들어대다가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가 유일암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극도로 증폭시켰다.

그는 주위를 경계하며 천천히 전진했다.

그리고 도착했다.

 

히익?! , 이게 대체 뭐야?!”

 

유일암은 식겁했다.

수많은 괴물이 그를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팔다리가 잘리고 몸통과 머리만 남은 기형적인 괴물들. 지옥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 청년의 뇌를 장악했다.

추위, 공포, 불안, 긴장, 분노...

온갖 감정에 휘둘린 유일암의 정신력이 끝내 무너졌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광! !

손바닥에서 쏘아진 초능력이 주위의 시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큰 타격이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저 불길한 시선들을 치울 수만 있다면.

죽어! 다 사라져버려! 하하!”

 

기회.’

그때까지 숨어있던 소년이 폭주하는 청년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무기는 요란한 전기톱 대신 평범한 톱. 하지만 이것도 엄연한 흉기였다. 인간의 목숨을 빼앗기엔 충분했다.

이번엔 망설임 따위 없었다.

 

큭큭! 드디어 쥐새끼가 튀어나왔군!”

그러나 유일암도 허투루 괴물 사냥꾼이 된 게 아니었다. 미친놈처럼 날뛰는 와중에도 최강식의 기습을 정확히 포착해냈다.

3성 괴물 롸이트닝.

그 힘이, 초능력이 소년에게 쇄도했다.

 

-파지지직!

빛처럼 빠른 그 공격에 최강식은 속수무책으로 감전됐다.

크악?!”

 

철로 된 톱이 피뢰침 역할을 안 해줬다면 그 자리에서 쇼크사했으리라. 그러나 온몸에 마비가 오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톱을 쥔 손아귀의 힘이 빠졌다.

, 큰일...!’

 

어떤 신이 초조해합니다

성급한 어떤 신이 팝콘을 쥡니다

 

신들의 헛소리는 이 와중에도 계속됐다. 메시지로 시야를 가린다는 점에선 없느니만 못했다.

이것도 초능력이라면 초능력일 텐데...

 

큭큭! 드디어!”

두 눈이 광기로 물든 유일암이 느긋하게 다가왔다.

“...졌네.”

최강식의 표정은 담담했다.

정신 사납게 하는 신들 끼고 이 정도면 선전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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