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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BJ


[괴물BJ] 괴물BJ-2

[Chapter 1] 에니원

 

 

에니원(Any-)

아무렇게나 대충 생긴 단순형 괴물. 거대한 원숭이라고 단정하기엔 생김새가 너무 성의 없다.

괴물 공통적인 강인한 생명력과 체력 외의 뚜렷한 특징도 없다.

초심자에게 가장 좋은 사냥감.

 

------

 

격변하는 시대에 따라 선호되는 직업군도 바뀌기 마련이다. 아예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도 한다.

세상이 괴물의 등장으로 반쯤 망했다면?

그 세기말 같은 암울한 상황마저 돈과 명성을 쌓을 기회로 삼아버리면 그만.

인류는 그렇게 적응했다.

 

최강식! 최강식!”

. 사장님.”

인마. 사방팔방이 죽은 괴물뿐인데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녀! 내가 널 찾는다고 이 추운 도축장을 몇 바퀴 돌았는지 알아? 농담 같지? 내 이마 좀 봐. 이거, 개기름이 아니라 땀이야!”

괴물 도축장.

이 컨테이너 냉동창고도 그렇게 탄생했다.

괴물을 죽이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시체가 부패하거나 다른 괴물을 불러들이지 않도록 치우는 건 기본, 부위별로 나눠서 정육점, 연구소, 방위산업체 등에 판다.

고기, , 장기, 심장, 코어...

생식기마저 근거 없는 정력제로 쓰이니 말 다 했다.

그냥 스피커로 부르시면 됐잖아요.”

소년이 어이없다는 얼굴로 대꾸했다.

몇 바퀴? 보아하니 반 바퀴쯤 돈 것 같다. 거대한 괴물 시체를 보관할 수 있는 냉동창고는 그것만으로도 만만한 거리가 아니지만.

사장이 검지를 좌우로 흔들었다.

쯧쯧. 애도 아니면서 왜 이렇게 눈치가 없어. 단둘이 비밀스럽게 할 사업 얘기가 있어서 그렇지.”

사장님? , 애 맞습니다.”

그래, 애늙은이.”

본인 면전에 대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하하! 이게 바로 사장님 특권이란 거다. 꼬우면 네가 사장 하던가. 안 그래?”

“......”

“.... 그래도 내가 월급 주는 사장인데,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어른 보듯 하는 거 아니다. 하여간, 주말에 시간 있냐? 있겠지! 주말에도 심심하다며 괴물 해체하러 나오는 최강식이니까.”

 

최강식.

그는 이 도축장에서 달인으로 통했다.

두꺼운 옷을 줘도 견디기 힘든 냉동창고에서 가벼운 차림으로 몇 시간씩 쉬지 않고 작업하기 때문이다.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직원이 성실하다고 깔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요.”

흠흠! 누가 뭐래? 하여간 주말에 괜찮지?”

저는...”

 

어떤 신이 눈을 반짝입니다

 

좋습니다.”

그래! 잘 생각했다! 아차차! 무슨 사업인지 얘기해주는 걸 깜빡했군. , 김소윤 알지?”

모릅니다.”

정말로?”

음흉한 사장님 표정만 봐도 엄청 예쁘고 유명한 여자란 건 알겠습니다. 사모님 몰래 뭔가 꾸미시는 거면...”

아니야! 나를 뭐로 보고!”

식겁한 사장이 제자리에서 정말 펄쩍펄쩍 뛰었다.

괴물보다 마누라가 더 무섭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마냥 웃자고 한 농담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 뭔가요?”

“BJ 김소윤.”

비제이? 신종 괴물 이름인가요?”

소년에게 그런 질문을 받은 사장은 어이없다는 시선을 지었다. 살짝 연민마저 담아서.

최강식이 너, 정말 아는 게 없구나. 아니, 괴물 해체 외에는 무관심하다는 게 맞겠지.”

“......”

“BJ, 개인방송을 찍는 사냥꾼을 말해. 괴물을 잡는 영상을 찍어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시청료를 받지. 설명하는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만, 요즘은 이게 대세라더라.”

괴물 사냥꾼.

인류를 위협하는 괴물을 역으로 사냥하는 사람들.

늘 일손이 부족한 하드코어 직업이다. 요즘은 핵무기 대신 이 사냥꾼의 질과 양으로 국력을 재기도 한다.

최강식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 살기 참 편해졌네요.”

 

이 도축장에는 간이소각장이 부속처럼 딸려 있다. 원래는 도축한 괴물의 쓸모없는 부위를 태우는 용도지만...

사람.

죽은 괴물의 입안이나 위장에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중 심하게 훼손되어 유가족을 찾을 수 없거나, 장례식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이곳에서 조용히 화장(火葬)한다.

이게 인간과 괴물의 관계다.

그런데 오락거리라고?

마음에 안 들어.’

심심풀이로 인간을 죽이는 괴물이랑 하등 다를 게 없었다.

자연히 그의 말투도 삐딱해졌다.

 

그래서 그 여자가 어쨌는데요?”

최강식, 너 말이다. 스마트폰은 뒀다가 망치 대용으로 쓰냐? 지루한 시사프로는 안 보더라도 연애뉴스는 콩가루, 막장 소식이 많아서 재미있다고? 앞으로 챙겨봐라. 연장자로서 추천하마.”

사모님이 걱정하시는 이유가 있군요.”

, 하여간! 최근에 BJ 김소윤이 염문설로 큰 곤욕을 치렀거든. 그래서 남자 기용을 피하고 있어.”

저도 남자인데요?”

 

넌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사장이 오만한 어른의 미소를 지으며 단호히 부정했다.

그래서, 그 사업이란 게 구체적으로 뭡니까?”

위험한 도시 밖에서 즐기는 낭만적인 바비큐 파티.”

“...?”

너는 김소윤 양이 잡은 괴물을 해체해서 먹을 수 있는 부위를 넘기면 돼. 쉽지?”

“......”

 

바비큐 파티라고...?’

 

최강식의 예상을 뛰어넘는 기행이었다. 괴물이 득실거리는 도시 밖에서 낭만을 찾는다는 BJ의 발상에 혀를 내둘렀다.

이건 미친 짓이다.

 

어떤 신이 참가를 희망합니다

 

사장님. 벌써 계약하신 건 아니죠?”

최강식은 살짝 불안해졌다. 신이 반겨서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신의 행복은 그의 불행이었다.

 

어떤 신이 이의를 제기합니다

 

안 받겠다.

이건 불변의 진리다.

아니, 이미 계약했는데? 도축장을 공짜로 홍보할 수 있는 이 절호의 기회를 나, 오국봉이 놓칠 리 없잖아?”

오국봉 사장.

사업수완 하나만으로도 벼락부자가 된 젊은 사업가다. 시대를 타고났다고 일컬어지는 괴물 사냥꾼 못지않은 풍운아.

제가 안 가면요?”

어쩔 수 없지, . 고추 큰놈을 여장해서 데려가는 수밖에. , 송수현 알지? 걔가 꽤 곱상하게 생겼잖아.”

수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이 사장은 수단과 방법을 꽤 안 가리는 편이다.

그 형은 무슨 죄랍니까...”

본인의 정체성 혼란은 둘째 치고, 치마 두른 남자란 사실이 들통났다간 인터넷에 박제되고 말리라.

 

최강식이 너, 강해지고 싶다며?”

 

사장이 툭 던지듯 말했다.

살아있는 괴물을 해체하는 것이 네 꿈 아니었어? 지금은 그 예행연습이고.”

맞습니다.”

목숨을 걸고서라도 꼭 해체하고 싶은 괴물이 있다.

 

그 잘난 팔다리를 자르고 애벌레처럼 바닥을 기며 해주리라! 놈이 내 가족을 그리했던 것처럼!’

 

그렇다면 견학한다고 생각해.”

견학...”

잘 들어. BJ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야. 배짱과 실력을 고루 갖춘 괴물 사냥꾼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내. 그중에서도 BJ 김소윤은 세계적인 스타고.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진 않겠지?”

.”

도시 밖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 정도로 엄청난 실력자란 뜻이다.

그리고 말이다.”

.”

“BJ 김소윤, 방송보다 실물이 더 예쁘더라.”

“......”

그런데 그 여동생이 훨씬 예뻐서 깜짝 놀랐지 뭐냐. 아직 어린데도 색기가 좔좔! 벌써 장래가 기대되더라. 어때? 조금은 흥미가 동하지 않냐? 너도 남자라면.”

싸구려 도발에 최강식의 눈썹이 꿈틀했다.

유치합니다.”

흐흐. 그래서? 가는 거지?”

“....”

오늘 일은 사모님 귀에 빠짐없이 전하자.

 

&

 

최강식이 너, 세상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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