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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오피스 108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중·단편

완결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9.10.25 20:57
최근연재일 :
2020.06.06 00:19
연재수 :
10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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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51
추천수 :
912
글자수 :
254,932

작성
19.11.01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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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3쪽

1. 첫 출근

DUMMY

이른 아침, 악몽 같은 눈칫밥 인생 2년 만에 드디어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집을 나선다. 2년 전, 나름 성적도 나쁘지 않았고 누구도 취업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모두의 기대와는 달리 100번의 도전 실패와 함께 캥거루족의 삶이 시작됐다. 그 시간 속에서 제일 싫었던 것은 1년에 두 번인 명절 때마다 마주쳐야 하는 친척들의 걱정스런 시선과 취업에 성공한 사촌들이었다.


“형. 어디 다녀?”

“알아보는 중이야. 일하는 거 재미있어?”

“재미있긴, 회사일이 그렇지 뭐. 그러나 저러나 형도 빨리 취직해야 할 텐데.”


이럴 때마다 속으로 쏟아내던 말이 있었다.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 제 아버지 빽으로 취직한 자식이 거들먹거리긴.’


그러던 중, 자존심 상하기 싫어 이 핑계 저 핑계로 피했던 동창회에 갔다가 대기업 간부로 있던 고교선배를 만났고 운 좋게 취직할 수 있었다. 집안에서 유일했던 캥거루족이 대기업에 취직했다는 소식은 친척들 사이에 이슈가 됐다. 그동안 취직한 자기 자식들을 은근히 자랑하며 측은한 눈길을 보내던 그들에겐 충격적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정도야. 취직했다며?”

“네.”

“그것도 대기업에, 정말 잘됐어. 축하한다.”


그런데 성격도 못됐지, 그냥 감사하다고 하면 될 것을 그동안 받았던 설움을 참지 못했던 걸까? 결국 쌓였던 앙금을 쏟아내고 말았다.


“은수 회사 잘 다니죠? 요즘 문 닫는 중소기업들 많다던데.”

“잘 다니지. 아무튼 축하한다.”


말은 그렇게 했어도 속은 부글부글 끓었을 것이다. 그러게 자식 자랑 좀 적당히 하시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버스 창밖에 늦깍이 신입사원이 목에 힘을 주게 될 건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수고하십니다. 청육축산 신입사원인데요. 인사팀이 몇 층입니까?”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니다. 이유는 모르겠으나 로비에 근무 중인 경비에게 그렇게 묻고 싶었다. 경비는 반갑게 경례를 하면서 인사팀 팻말이 붙은 안내판의 10층 칸을 가리켰다. 승강기를 타고 10층으로 올라가는 동안 같이 동승한 여직원들의 힐끔거림이 느껴졌다. 내가 신입사원인 것을 아는 것일까? 뒤에서 여직원끼리 속삭이는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귀를 간지럽게 했다.


“팀장님. 안녕하세요?”

“어, 왔어?”

“네.”

“20층 강당으로 올라가. 거기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이 있을 거야. 참, 이미 알고 있겠지만 거기 있는 애들 다 너보다 어려.”

“압니다. 그리고 거의 로열패밀리라면서요?”

“그렇지 않으면 요즘 같은 때 취직이 됐겠어?”


강당으로 올라가니 이미 서른 명쯤 되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 중 3분의 1은 여직원이었는데 몇몇의 뛰어난 미모는 남자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을 유발했다. 그런데 나이차이 때문일까? 신입사원이면 당연히 가져야 할 긴장감 보다는 웃고 떠드는 철없는 행동을 비웃고 있는 것이다.


“자,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언제 들어왔는지 선배의 지시에 모두 자리에 앉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표이사가 모습을 나타냈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그는 선배한테 들었던 대로 재벌가 장남답게 여유가 넘쳐흘렀다.


“이번에 저희 청육의 가족이 되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대표이사 강철주입니다.”


상투적이고 지루한 대표이사의 연설이 이어지는 동안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전까지 목에 힘을 주던 거드름 대신 긴장한 시선들이 단상을 향하고 있었다.


‘등신들, 쫄기는. 역시 초짜들이라 별수 없네.’


잠시 후, 환영사를 끝낸 대표이사가 퇴장하고 선배인 인사팀장이 단상에 섰다.


“예년 같으면 3개월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했겠지만 이번 입사자들은 회사가 확장됨에 따라 수습기간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되겠습니다. 이것으로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마치고 저희 인사팀 팀원들을 따라 각자 발령 받은 팀으로 가시면 되겠습니다. 정보관리팀으로 발령 받으신 분들은 저를 따라오시면 되겠습니다.”


인사팀 직원들이 각자 자신들이 맡은 신입사원들을 데리고 강당을 빠져나가는 사이 인사팀장 정선배가 다른 신입사원과 함께 미소를 띠고 다가왔다.


“인사해. 이번에 같은 팀에서 일하게 될 이중성씨야.”


한 달 전 전역했다는 이중성은 머리가 짧고 아직 군기가 남아 있었는지 절도 있는 동작으로 인사를 건넸다.


“이중성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진정도입니다.”


그런데 그와 인사를 건네고 정선배를 따라 가는 동안 궁금증이 일었다. 청년 실업자 100만 시대에 전역한 지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어떻게 이런 대기업에 들어올 수 있었을까? 의문은 오래가지 않았다.


“두 분 앞으로 열심히 하셔야 합니다. 모두 특별 케이스로 채용됐기 때문에 윗분들께서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 이중성씨는 부친 생각해서 노력 많이 하셔야 됩니다.”


그의 부친이 누군지는 모르나 분명 회사의 높은 사람들과 관련 있는 게 분명하다. 정선배를 따를 계단을 내려가 비상구 문을 밀고 들어가자 중간 높이에 정보관리팀이라고 새겨진 패널이 붙은 유리문이 나타났다.


“여기는 출입통제 구역이라 간부급 외엔 들어갈 수가 없어.”


정선배가 목에 걸고 있던 사원증을 패널에 갖다 대자 철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정선배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곳은 서른 평 쯤 돼 보이는 사무실과 한 눈에 보기에도 규모가 장난이 아닌 시스템실이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사무실은 파티션에 의해 3개로 구분돼 있고 시스템실 반대쪽 파티션 뒤에 금테 안경을 쓴 50대 초반의 간부가 앉아 있었다.


“두 분 인사하세요. 정보관리팀 주전노 팀장님이십니다.”


그런데 너무 예민한 탓일까? 주전노 팀장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왠지 느낌이 좋지 않다. 특히 안경 너머로 치켜 뜬 눈에 경계심이 가득해 보이는 게 마음에 걸린다.


“신입사원들인가?”

“네. 이번에 새 식구를 둘이나 받으셨으니 한잔 쏘셔야겠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할까. 정말 고마워. 인 그래도 인력이 부족했는데. 어이! 유과장하고 손과장 이리와.”


주팀장의 부름에 자리에 있던 두 사람이 다가왔다. 그 중 한 사람은 부드러운 인상에 나이가 들어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약간 마르고 무표정한 인상이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갖게 했다.


“신입사원들이야. 이쪽은 유과장 밑에서 일할 진정도씨.”

“진정도입니다.”

“반갑습니다. 업무지원과 과장 유부돈입니다. 앞으로 잘해 봅시다.”

“그리고 또 한사람은 손과장하고 같이 일할 이중성씨.”

“업무지원과 과장 손노문입니다.”

“전무님은 해외 출장이라 안 계시니까 나중에 인사하고 일단 이 사람들 자리부터 정해줘. 그리고 정차장은 바쁘지 않으면 차 한 잔 하고 가지.”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사장님께 보고드릴 게 있어서 나중에 하겠습니다.”


그렇게 간부들과의 인사가 끝나고 과장들의 소개로 팀원들과의 상견례를 마쳤다. 앞으로 내가 일하게 될 업무지원과는 프로그래밍이 주 업무였다. 그런데 같이 일하게 된 담당 상사가 뜻밖에도 고지영이라는 여성 대리다. 그 밑에 입사 3년차에 들어선 미혼의 선배 사원 김무용이 있었다.


“프로그래밍 가능해요?”

“네. 취업 준비하는 동안 어플 개발 알바를 좀 했습니다.”

“어머. 잘됐네요. 일은 금방 배우겠네.”


명문대 출신인 고대리는 이미 결혼까지 해 딸이 하나 있고 선배 김무용은 내가 2년간 캥거루족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나와 동갑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입사는 물론 경력으로도 분명 선배이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저하곤 나이가 같은데 그냥 친구할까요?”

“김무용씨 그건 안 되지. 엄연히 위계질서가 존재하는 직장인데. 진정도씨도 이해할 수 있죠?”

“그럼요. 대리님.”

“자, 우리 새 식구도 왔는데 휴게실가서 음료수라도 마십시다.”


대기업답게 휴게실엔 각종 음료가 비치된 자판기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고대리와 김선배가 제일 먼저 시작한 것은 사풍에 대한 것과 팀 분위기에 대한 교육이다. 겉보기엔 회사가 물러터진 것 같지만 규칙에 매우 엄격하니 주의하라는 것과 사무실에선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힘들 일은 없을 거란 조언을 해줬다. 그런데 셋이 이야기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였다.


“야. 손과장. 왜 지시대로 안 하고 당신 마음대로야.”

“팀장님. 이것 때문에 말이 많습니다. 특히 구매팀 반발이 심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거 하나 해결 못해? 그러고도 과장이야?”


대체 무슨 일일까? 첫 출근 날, 생각지 못한 광경이 왠지 앞으로 다가올 시간들이 평탄치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결국 보다 못한 유과장이 다가가 두 사람을 진정시키면서 언쟁은 마무리됐다. 그 사이 자리로 돌아간 손과장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잠시 숨을 고르곤 밖으로 사라졌다.


“선배님. 무슨 일입니까?”

“사실 좀 창피한 이야기인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에요.”


김선배와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얌전하게 생긴 여직원이 다가와 인사를 하고 책상위에 가슴에 안고 있던 상자 2개중 하나를 내려놓았다.


“아직 인사 못했지? 이쪽은 오늘부터 우리하고 일하게 된 진정도씨야.”

“안녕하세요. 진선미입니다.”

“진정도입니다.”

“어머! 같은 진씨네요?”


상자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사무용품이었다. 신입사원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총무팀에서 사무용품들을 수령해 온 것이다. 사무용품들을 정리하는 사이 선미는 남은 상자를 들고 시스템 운영과에 있던 여직원에게 전했다. 그런데 시스템 운영과에 있는 여직원 미모가 장난이 아니다. 이를 눈치 챘는지 무용이 입을 열었다.


“정도씨. 저 여직원 예쁘죠?”

“예.”

“오미호씨인데 사내에서 열 손가락에 들 정도에요. 그런데 성질이 좀 더러워서 가급적이면 부딪히지 않는 게 좋아요.”


그런데 아까 상견례 했을 때 왜 보지 못했을까? 저 정도 미모라면 당연히 눈에 띠었을 텐데 말이다. 여기에 대한 해답은 선미가 가르쳐 주었다. 선미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지 대리 조재용과 오미호가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아까 시스템실에 있느라 미처 인사를 못했네요. 조재용입니다.”

“안녕하세요? 진정도입니다.”

“전, 오미호예요. 혹시 부탁하실 일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야. 오미호씨가 웬일이야? 그런 소릴 다하고.”


옆에서 끼어든 김무용의 간섭에 갑자기 표정이 바뀐 오미호는 살짝 눈을 부라리곤 자리로 돌아갔다.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이지? 김무용의 말에 의하면 오미호는 자존심이 강해 팀장과 과장 외엔 누구도 일을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런 애가 정도씨에게 친절한 걸 보니 마음에 들었나 본데?”

“설마요.”

“아니에요. 제가 봐도 정도씨 진짜 짱이에요.”


그러는 사이 어느새 창밖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원래는 신입사원이 오면 팀 전체가 회식을 했는데 팀장은 중요한 약속이 있다며 과장들에게 일임하고 퇴근했다. 그런데 팀 회식이라 당연히 같이 갈 줄 알았던 회식이 좀 이상하게 흘러갔다.


“운영과는 별도로 한다니까 우린 먼저가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유과장을 따라 우리가 먼저 회사를 나섰다. 앞장선 고대라를 따라 간 곳은 고급 한정식 집으로 규모가 동네 한식집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다. 그런데 역시 대기업이라 그런지 클래스가 다르다. 옆에서 고대리가 펼쳐든 메뉴를 슬쩍 보니 웬만한 부유층이 아니면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숫자들이 나열돼 있다.


“과장님. 오늘 2차 있는 거죠?”

“당연하지. 오랜만에 우리 고대리 노래 한번 들어야지. 안 그래?”

“그러면 내일 출근해야 하니까. 술은 조금만 마시는 걸로. 어때요? 과장님?”

“OK.”


그러나 고대리의 부탁이 있었음에도 한정식 집에서 나왔을 때는 유과장과 무용은 이미 혀끝을 통제 못하는 상태였고 당장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보였다. 결국 2차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한 유과장과 무용 때문에 취소됐고 마침 집이 같은 방향인 고대리와 진선미를 택시에 태워 보내면서 첫 출근의 하루를 끝낼 수 있었다.


“회식했다면서?”

“네.”

“회사는 어떻디?”

“대기업이라 그런지 전에 면접 봤던 회사하곤 전혀 딴판이더라고요.”

“당연하지. 그런 구멍가게는 비교가 안 되지. 얼른 씻고 자라.”


아버지와 엄마는 대기업에 취직한 아들이 대견스러운지 흡족해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생각해 보니 두 분에게서 저런 표정을 본 것은 대학에 합격했을 때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하나뿐인 아들이 집에서 빈둥거리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힘들었을까? 그러나 이제는 엄연한 직장인, 자식 노릇 제대로 해보자.


작가의말

2019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졸업을 앞둔 대학 4년차 학생들이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을 시기입니다. 스펙을 쌓으면서 채용공고를 찾아 인터넷을 뒤지고 학교 취업 상담실 문을 두두리며 미래를 준비히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다수 예정자들이 제일 먼저 눈을 돌리는 곳은 대기업입니다. 일단 취직만 되면 고액 연봉에 각종 복리후생이 보장될 테니까요. 하지만 기대와 현실은 차이가 있습니다. 저 역시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만 겉보기와는 많이 다른 게 현실입니다. 이는 본 소설의 주제이기도 한데 졸업 예정자들에게 대기업은 기대를 충족해 주는 곳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 자신을 증명해야 살아 남을 수 있는 곳이란 점을 조언해 주고 싶어 본 소설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미력하나마 졸업 예정자 또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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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 97. 예비 사위 20.05.27 181 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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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95. 프러포즈 20.05.25 183 7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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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93. 나르시즘 20.05.22 190 5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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