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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먼치킨을 막아내라!!!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2.28 07:14
최근연재일 :
2021.06.19 22:22
연재수 :
163 회
조회수 :
13,275
추천수 :
45
글자수 :
1,064,784

작성
21.06.1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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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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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제 162화 조커가 준비한 것(완결)

DUMMY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웃음을 그친 광대가 가면 뒤에서 물어왔다.

그러자 월검향은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네메시스의 검인 루나를 본 후.

네메시스가 빌려준 검을 빼내어 빈자리에 프레이야의 검을 집어넣었다.


“그녀를 만나러 가야지.”


월검향이 프레이야의 검을 찾는 이유는.

죽음의 미래가 있는 람히르를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네메시스가 월검향에게 해준 말인 만큼.

그 미래는 확실하겠지...


“네메시스는 프레이야의 검이라면.

어쩌면 그녀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검을 얻어낸 이상.

내가 할 일은 하나뿐.”


네메시스에게 찾아가 제대로 된 정보를 듣고,

람히르를 지켜내는 것이었다.


“많이 사랑하나요?”


“내 목숨을 바쳐도 상관없을 만큼.”


람히르에게 구원받은 목숨.

그것이 람히르를 위한 길이라면.

월검향은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것이다.

그러한 월검향의 결심에 조커마저 수긍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기에,

당신이 저의 ‘게임’을 클리어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정말이지..

당신과 살인귀는 닮은 것 같다니까요. 쿡쿡!”


기만의 조커가 보기에는 둘의 성격이 비슷했으므로,

둘이 붙여두면 꽤나 재미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겠지만요.”


살인귀는... 거짓된 영웅으로서 최후를 맞았으므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조커는 그렇게 생각하며 월검향 손에 있는 루나를 보았다.


“네메시스님도 참 짓궂기도 하시지.

사랑하는 마음을 이용하여 이곳까지 오게 하다니...

하마터면. 이곳에서 죽을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게임을 클리어했으니.

이제는 상관없는 일이다. 조커.”


월검향은 그 말과 함께 서서히 몸을 돌렸다.


“난 이만 떠나겠어.”


“마음대로 하시지요.

가는 길에 네메시스님에게 검을 돌려주시고요.”


그 말에 월검향은 자신의 손에 있는 루나를 가는 길에 버릴까? 라고 진지하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네메시스를 싫어하는 월검향이어도.

검을 다루는 무인이자.

무기가 없는 자신에게 빌려준 무기였기에,

그것은 그의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월검향은 콧방귀를 뀌고는 동굴 바깥으로 걸어 나갔고,

그러자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고블린킹이 기만의 조커에게 다가왔다.


“조커!”


“?”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플레이어들과 청색 거인은 뭐야?

종말자라고?

난 그런 것은 전혀 들어보지 못했어.

그 누구도 아닌!

666의 괴물 중 한 명인 내가 알지 못한 정보라고!

같은 666의 괴물보다!

저 필멸자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말이 돼?!”


“월검향이란 필멸자는 당사자였기에 알려준 것뿐.

이 정보는 최고 보안으로 통제되는 정보라고요?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괴물이라고 해봤자.

10명이 되지 않아요.

지금 당신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10명을 넘지 않는 숫자에 고블린킹의 안색이 굳어졌다.

대체 어떤 적이기에 이렇게나 정보가 통제되는가?


“...놈들과의 전투는 언제지?”


적어도 놈들이 괴물의 적이라는 사실은 고블린킹도 안다.

하지만 그 시기를 모르는 고블린킹이였기에 그는 조커에게 그 점을 물었고,

그러자 가면의 미소가 커졌다.


“얼마 남지 않았어요.

우리 세상 앞에서 저항하고 있는 ‘이데아’가 멸망한다면.

다음이 바로 우리 차례에요.”


“이데아?”


“‘세계’보다 더 높은 단위죠.

세계가 주신이 통제하는 단위라면.

‘이데아’는 세계보다 더 큰.

창조주가 통제하는 단위에요.

그 안에 여러 세계가 있죠.

뭐... 알 필요 없는 정보지만요.”


“잡다한 정보는 필요 없어.

승산은?”


“저희가 가용 가능한 자원을 총동원해도 승률이 매우 낮아요.

적들은 무한하지만.

저희는 유한하니까요.

하지만...

그에 대응하여 네메시스님과 야누스님이 준비하고 있어요.

종말을... 막아낼 준비를 말이죠...

준비가 완성될 때까지는 이 정보를 퍼트리지 않는 것이 좋아요.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아무리 네메시스님이라도 크게 화를 내실걸요?”


“퍼트릴 생각은 전혀 없어.

다만...”


고블린킹은 긴 한숨을 내쉬고는 롱기누스에 자신의 몸을 기대었다.


“네메시스님을 직접 돕지 못해서 안타까울 뿐이야.”


네메시스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그것을 본 기만의 조커는 가면 속에서 붉은 눈동자를 깜박였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가요? 고블린킹?”


“월검향과 함께 네메시스님 한 번 만나봐야지.

내 현재 임무는 저놈이 루나를 돌려주도록 도와주는 거야.

그리고 겸사겸사 네메시스님을 도울 일이 있다면. 도와드려야지.”


고블린킹은 그 말과 함께 몸을 돌려 동굴 바깥을 향했다.


“그럼 안녕히...”


“근데...”


고블린킹의 발길이 멈추었다.

그 모습에 기만의 조커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는 뭘 할 생각이지?”


“이곳은 정리해야지요.

이제 이 동굴은 더 이상 필요 없는 곳이니까요.”


“난 그걸 묻는 것이 아니야.”


“?”


“너는 네메시스님과 야누스님의 꼭두각시 역할만 할 괴물이 아니야.

너는 뭘 꾸미고 있지? 광대?”


“저도 저만의 카드를 준비했지요.

종말에 맞설 때.

우리에게 힘을 보태줄 카드를 말이죠.”


“...너답군.”


“고블린킹도 그때까진 준비해두는 것이 좋을 거예요.

아니면... 진짜 죽는다고요?

가뜩이나 가장 약하면서! 키득! 키득!”


“흥! 나에게 그 말을 하던 괴물들이 가장 먼저 죽더라! 잘 있어라!”


고블린킹은 조커에게 이죽이며 동굴 바깥으로 사라져갔고,

그러자 기만의 조커는 그가 사라진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곧 몸을 돌렸다.


“좋아.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군요...

이제 저의 ‘카드’를 꺼내 볼까요?”


꿀렁! 꿀렁!


프레이야의 검이 꽂혔던 자리의 흙이 꿈틀거리더니,

곧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것은 기다란 기둥이 되었고,

흙들이 지면으로 모조리 떨어져 나가자.

그곳에는 거대한 관이 세워져 있었다.


“‘게임’의 클리어로 드디어 형체를 갖추는 데에 성공하였군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니까요. 키득키득!”


끼이이이익!


관의 문이 열리고 서서히 그 안의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신 프레이야.”


“기만의 조커...”


거짓된 영웅들과의 사투 끝에,

살인귀에게 최후를 맞이한 프레이야 여신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관 속에 있었던 거라곤 믿을 수 없을 만큼.

먼지 한 톨 묻지 않는 깨끗한 몸을 드러내며 관에서 걸어 나왔다.

이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의 귀는 길게 자라나 엘프와 닮아 있었고,

몸에서 풍겨오는 분위기는 비슷하나 날카로움이 새겨져 있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이 변하여 프레이야의 딸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유사하되, 그녀가 아닌 감각을 받게 하였다.


“당신이 현재 쓰고 있는 엘프의 육체는 어떠신가요?

여신의 육체에 비해 많이 불편하신지?”


“이전 육체의 감촉은 잊은 지 오래야. 괴물.

난 저 관 속에서 천 년 동안 처박혀 있었단 말이야!”


그녀는 그 말과 함께 자기가 나온 관을 힐끔! 보았다.


“다시는 저곳에 들어가고 싶지 않아. 으으..”


“그래도 완전히 소멸하는 것보단 낫죠?”


“됐고.

나를 왜 부활시켰지?

너와 내가 무슨 이야기가 있었던 것은 기억하지만...

자세한 내용이 기억나지 않아.”


“과거 저와의 대화를 망각해버렸나 보군요.

아무래도 부활 도중에 손실된 거겠지요.

좋아요. 간단하게 알려드리죠.”


프레이야의 HP가 0이 되는 순간.

프레이야의 영혼은 산산이 부수어져 그녀가 주인님이라 불리는 존재에게로 흘러갔다.

원래는 이것으로 그녀가 소멸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저의 법칙 역전으로 당신의 조각 중 가장 큰 걸 잡아.

후에 관 안에 봉인했지요.

원래라면 당신을 연구해 무기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만...

마음이 바뀌었어요.”


가면 속에서 조커의 붉은 눈동자가 프레이야를 훑어보았다.


“최후에 후회하셨죠?

거짓된 영웅들을 배신한 것을...?”


“난 배신한 게 아니야!

애초에 그런 계획이었으니까!!!”


“그것이 당신이 주인님이라 부른 존재의 계획이었지만.

당신이 바꾸었죠.

원래라면 거짓된 영웅들을 이용해서 경험치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제물로 사용했어야 했죠.

만약에 그렇게 했다면.

손 쓸 틈도 없이 당신의 주인님은 이 세상에 강림하는 데에 성공했겠죠.

하지만...

당신은 자신이 쓸 장기말이라 주인님을 설득하면서.

거짓된 영웅들을 살려둔 상태로 경험치를 모아 갔고,

그 결과. 거짓된 영웅들은 당신에게서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어요.

아닌가요?”


“.......”


“그리고 거짓된 영웅들과 싸우면서.

당신은 자신이 동경했던 영웅들과 싸워야 하는 현실에 괴로워했겠죠.

이상인가? 아니면 욕망인가?

당신의 이상은 구원을 위해 세상을 멸망시키는 것.

하지만 당신의 욕망은...

거짓된 영웅들과 함께하는 일이겠지요.

마지막 순간.

저는 당신에게서 볼 수 있었어요.

욕망이 이상을 삼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이 가진 후회를.

그렇기에 저는 당신을 살리는 선택을 했어요.

영웅왕의 부탁도 있어서.

겸사겸사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저는 이 ‘게임’을 준비했죠.”


조커의 ‘게임’은 프레이야의 검의 주인을 찾는다는 시험이기도 했지만.

그 수면 아래로는...


“당신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요.”


프레이야의 부활을 위한 술식이었다.


“이곳에 많은 이들이 찾아와,

거짓된 영웅들의 일원이 되어 괴물들과 싸웠죠.

그리고 실패한 이들은 당신의 영혼을 복구할 에너지가 되었죠.

그 과정에서...

당신의 육체를 위한 제물들은 프레이야의 삶을 직접 체험하면서.

프레이야의 영혼과 자연스럽게 결합하게 되죠.

그렇기에 현재 제 앞에 있는 이는 프레이야가 아니에요.

프레이야 영혼과 제가 데려온 제물이 결합한 존재이지요.

여기에 당신의 술식을 많이 참조했답니다.”


“.....내 술식을?”


프레이야가 어리둥절 하자.

기만의 조커가 가면 속에서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이 더 필요해 보이는군요.

제가 데려온 제물로서의 기억도 남아있지요?”


“내가 엘프 성노예였던 기억 말이지?

물론이야.

네가 성노예였던 나를 구한 것도.

왕궁 곳곳을 피 칠갑으로 만든 것도.

그리고 네가 새로운 삶을 주겠다는 것도.

모두 기억해.

하지만 프레이야의 기억도 나의 기억이야.

둘은 다른 존재지만...

모두 나란 느낌이랄까...?”


“맞아요.

제가 만든 ‘게임’에선 두 개의 제물이 있어요.

첫 번째 제물은 술식을 움직이는 에너지 용도.

두 번째 제물은 프레이야의 육체와 영혼을 채우는 존재지요.”


‘게임’에 사용된 제물의 종류는 두 가지.

한 명은 프레이야의 검을 잡아.

‘게임’ 클리어에 실패하면 모든 힘을 빼앗기는 제물.

그리고 또 하나는 기만의 조커가 데려와 프레이야의 검 밑에 묻혀 있는 관에 넣어.

수명이 끝나는 대로 주기적으로 바꿔주는 제물이었다.


“클리어에 성공하면.

프레이야의 영혼은 두 번째 제물과 자연스럽게 들러붙어 하나의 존재가 되죠.

그게 바로 당신이에요. 프레이야.”


그리하여 여신 프레이야는 부활할 수가 있었다.

다른 존재와 섞여 더는 본인이라 할 수가 없지만.

거짓된 영웅들과 같이 싸우고,

그들을 적대했던 프레이야라 칭한다면.

그녀가 맞았다.

프레이야의 가장 큰 조각으로 부활시킨 것이었으니 말이다.


“...왜지?”


“속죄를 위해서지요.”


“속죄..? 누가?”


“당신의 속죄를 위해서죠.”


기만의 조커는 그 말과 함께 프레이야에게 다가왔다.


“당신은 종말자를 이 세상에 강림하려고 했다는 큰 죄가 있어요.

만약에 그것이 성공했다면.

많은 이들이 죽고 소멸했겠지요.

저는 말이죠.

이 죄를 당신 스스로가 갚기를 바래요.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당신도 알겠지요?”


“나보고...

종말자들과 싸우라는 거야?”


“협조하자는 거지요.

당신이 저지른 것은.

당신이 치워야 하지 않겠어요?”


“웃기지 마. 내가 왜...”


“거짓된 영웅들 때문이죠.

그들이라면.

그렇게 했을 거예요.”


“거짓된 영웅...”


그들의 이름에 프레이야의 눈동자가 떨려왔다.


“필멸자들이 만들어낸 캐릭터들을 보며,

당신은 마약과도 같이 빠져들었어요.

그들을 동경하기에.

당신은 거짓인 그들이 현실에서 움직이길 원했고!

당신의 집착은 그걸 이루는 데에 성공했죠!

누구보다도 거짓된 영웅들을 이해하며!

누구보다도 그들을 사랑하는 존재!

그게 당신이란 것은 잘 알고 있어요.”


기만의 조커의 말에 프레이야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렸다.


“......난 못해.”


프레이야의 손이 떨려왔다.


“난....

그런 영웅들이 아니야...

오히려 반대지...”


“그들에게 사죄하고 싶지 않나요?”


“....하고 싶어.”


거짓된 영웅들에게 패배한 후.

오랫동안 관에 갇힌 상태로 고민한 그녀였기에.

프레이야는 즉답했다.


“그럼 거짓된 영웅들이 했을 일을 행하세요!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거짓된 영웅들이 이 세상에 있다면!

그들이 무엇을 행할지!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미안하다면!

당신이 할 일은 오직 하나!

거짓된 영웅들이 막았던...

종말을 막는 일이에요!

지금 당신의 몸을 봐요.”


프레이야가 가렸던 얼굴을 내리자.

그곳에는 눈물 자국이 남아있는 그녀의 얼굴이 있었다.


“많은 이들이 이 술식에 희생되어!

당신의 힘이 되었어요!

지금의 당신은 약하지 않아요!

666의 괴물에 가까운 힘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

영웅을 동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가 영웅이 되는 것을!!!

할 수 있다고요!!!”


“.......”


프레이야의 주위로 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곧 서서히 치솟는다.

그러한 힘의 기류에 프레이야는 굳은 의지가 담긴 눈으로 조커를 보았다.


“내가 무엇을 하면 될까?”


“얼마 안 있으면...

종말자와의 침공이 시작될 거랍니다.

그 전에 4세계로 가세요.

빛의 기둥이 있는 곳에 들어가면 돼요.

물론 많은 괴물들이 당신의 앞길을 막아설 거지만.

그들을 죽이고! 죽여서!

빛의 기둥에 들어가 666의 괴물에게 도전하세요!

당신이 666의 괴물의 인원이 된다면.

당신은 종말을 막는 데에 최전선에 갈 수 있을 거예요.”


기만의 조커의 등 뒤로 검은 구멍이 열렸다.

그것은 4세계로 가는 입구로,

기만의 조커가 자신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다.


“이곳에 들어선다면.

당신의 몸에 흐르는 종말자들의 힘과 더불어,

괴물로서의 힘과 능력도 얻게 돼요.

잠재력으로 따진다면.

서열 두 자리 괴물은 충분히 되고 남겠지요.

이거면 당신도 영웅이 될 수 있어요.”


“알겠어.”


프레이야는 조커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4세계로 가는 입구 앞에 섰다.


“영웅이 된다라...

곁에 거짓된 영웅들이 있으면 좋았을 텐데...”


영웅들과 같이 싸우고 싶었다.

그들과 울고 웃으며.

동경하던 그들과 같은 위치에 있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프레이야의 어리석은 선택으로 무너져내렸다.

거짓된 영웅들과의 신뢰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들은 원래의 세상으로 되돌아갔다.

어쩌면...

그곳에서도 프레이야를 원망하겠지.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죄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단 한 가지.

종말을 막아.

세상을 지켜내는 것.

거짓된 영웅들에게 패배하는 그 순간부터,

오랜 고뇌 끝에 프레이야는 변할 수가 있었다.


“...프레이야란 이름을 버리겠어.”


그것은 거짓된 영웅들에게 고통을 주고 세상을 멸망을 바란 여신으로서가 아닌.

그들과 닮고 싶은 한 명의 필멸자로서의 결심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스스로 이름을 버렸다.


“그럼 뭐라고 불러드릴까요?”


“‘프레이’.

앞으로는 그렇게 불러.”


“기도라...

무슨 기도인가요?

스스로의 죄악에 대한 속죄의 기도?

거짓된 영웅들에 대한 사죄의 기도?”


“둘 다.”


프레이의 대답에 기만의 조커는 가면 속에서 미소지었다.


“그럼 좋아요.

다만... 4세계로 가기 전에 한 가지 사실만 확인해도 될까요?”


“확인할 사실?”


프레이가 4세계로 가기 직전.

무슨 일이냐는 듯이 조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가면에 그려진 미소가 커졌다.


“현재 누구를 사랑하나요?”


“.....뭐?”


갑자기 나온 질문에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은 살인귀와 연인 사이까지 가셨잖아요?

원래라면 살인귀를 좋아하는 것이 맞지만....

현재의 당신은 사정이 달라요.

월검향이란 필멸자와 같이 게임을 하면서.

그때의 감정을 똑같이 느꼈겠지요.

그렇다면 현재의 당신에게 묻겠어요,

살인귀인가요? 월검향인가요?”


“그건....”


프레이의 얼굴이 새빨개지자.

기만의 조커는 자신의 가학증이 충족되는 것을 느끼며 가면 속에서 키득거렸다.


“둘 다...

지금은 나는 그래...”


나쁘게 말하면 술식의 부작용이고,

좋게 말하자면 사랑했던 상황을 똑같이 경험한 것이기에 어쩔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 프레이의 모습에 조커는 짓궂은 질문이 생각났다.


“그럼 언젠가 월검향을 만났을 때.

당신의 마음을 전해주기를!!!”


“닥쳐...!!!!!!”


“아참! 혹시 알아요?

언젠가 살인귀와 월검향. 그리고 당신이 동시에 만날지? 쿡쿡!”


“이이이이이이이익!!!”


더는 놀림을 참지 못한 프레이가 4세계로 가는 문으로 도주했다.

그 모습을 보며 기만의 조커는 어깨를 으쓱였다.


“물론 그런 일은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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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앗!!! 이렇게 계속 떨어질 거라고는 말 안 했잖아! 망할 괴물!!”


조커가 만든 문을 넘어서자마자.

프레이는 뻥 뚫린 구멍으로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이에 처음에는 무서워하는 프레야였으나.

몇 시간이나 지속하는 추락에 이제는 익숙해져 발버둥 치고 있었다.


“4세계로 가는 것이 원래 이렇게나 시간이 걸리나!?”


물론 아니다.

일반적인 필멸자라면 4세계로 들어가면.

얼마 안 돼서 4세계의 괴물이 된다.

하지만 프레이는 사정이 달랐다.

그녀의 영혼 자체가 제물들의 영혼이 얽혀 고쳐진 사실과,

전혀 다른 종말자의 법칙도 섞여있기에.

4세계가 그녀의 영혼을 읽어내어 괴물로 바꾸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었다.

그 결과.

4세계는 의도적으로 프레이의 도착을 늦추고 있었다.


“아! 됐다!”


몸속에 활력이 감돌고,

이전까지 없었던 이질적인 감각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것이 괴물로서의 능력이란 거겠지.

아직은 능력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지만...


“나라면 어떤 능력이 생겨도 상관없겠지.”


프레이는 주인님이라 부른 존재와의 연결은 끊어졌을지 몰라도.

거짓된 영웅들과 전투 때 흡수했던 기술들은 그대로 그녀에게 흡수되어 있었다.

웬만한 666의 괴물이라도 상대할 자신이 있는 그녀이기에,

그녀가 4세계로 가는 길은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괴물이 된 여신이라.

강물의 에린 꼴이네...”


아래쪽에 빛이 밝혀지자.

프레이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리며 착지를 준비했다.


콰앙!!!!


4세계에 도착하자마자.

사뿐하게 다리를 숙여 착지했다.

그러자 메마른 대지와 피로 물든 주변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피 냄새에 프레이는 눈을 좁혔다.


“역시 4세계란 걸까?

사방에 피 냄새만이 가득하네.

그런데..

흔적을 보면 방금 싸운 것 같은데?”


괴물들이 싸우던 장소였을까?

프레이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느 괴물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검을 향해 손을 뻗었고,

그러자 지면에 꽂힌 검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에 날아왔다.


“이기어검도 잘 되고.

어디...

이곳에 살아가는 4세계 괴물 실력이나 볼까?”


“....야!”


어디선가 들려온 낯선 목소리.

프레이가 경계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자.

적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변을 초토화하기 전에 당장 나와!

아니면 나에게 겁이라도 먹은 거야?”


“......이 망할 년이! 무슨 헛소리야!!!”


쌩!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발밑에서 단검이 휘둘려지자.

프레이는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고,

그러자 지면에 몸이 박혀 있는 괴물이 보였다.


“땅속에 사는 괴물?”


“네가 공중에서 깔아뭉개잖아!!!!!”


“아...!”


프레이가 도착하는 순간.

재수 없게도 그녀의 발밑에 있었나 보다.

프레이는 이 사실에 멋쩍게 웃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


“방금 4세계에서 도착해서 그런데...

네가 아는 정보라도 알 수 없을까?”


“정보고 나발이고! 넌 내 손에 죽....!!”


땅에서 올라와 거칠게 항의하던 괴물이 갑자기 말을 멈추었다.

그 모습에 프레이 또한 어리둥절해서 그 괴물을 자세히 보니...


“어....?”


어째 눈에 낯익다.

프레이는 이 사실에 어리둥절하며 자신의 눈을 비벼보았지만.

익숙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눈앞의 괴물도 그녀와 마찬가지인 듯이 프레이를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사....살인귀!?!?!?!?!”


프레이가 잘못 볼 리가 없었다.

거짓된 영웅들의 모습과 기척.

그리고 아주 작은 습관마저도 기억하는 것이 그녀였다.

특히 살인귀의 경우.

그와 연애도 해보았고 그의 손에 최후를 맞이한 프레이였기에,

그녀가 절대 착각할 리가 없었다.

그녀의 모든 감각이 눈앞의 존재가 거짓된 영웅들 중 하나인 살인귀라고 외치고 있었다.

문제는...

어째서 그가 이곳에 있는가?

여기는 괴물들이 돌아다니는 4세계인데!?


“프...프레이야!?!?!?!”


살인귀도 어처구니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네메시스를 만나 종말자에게 대응하기 위해.

666의 괴물에게 도전하러 가는 중인데.

길을 막는 괴물들을 처리하던 중.

갑자기 하늘에서 자신을 깔아뭉갠 괴물이,

그가 잘 아는 프레이야였으니 말이다.

겉모습은 조금 다르나.

거짓된 영웅들은 프레이야 손에서 만들어진 만큼.

모를 수가 없었다.

문제는...

프레이야가 왜 4세계에 있는가?

천 년 전에 심장을 꿰뚫어 그대로 소멸시켰다.

그것도 그 누구도 아닌.

살인귀의 손으로 말이다!

이러한 현실에 두 명은 경악하며 서로를 멍하니 볼 수밖에 없었다...


“사람 잘못 보셨어요!”


결국, 패닉을 버티지 못한 프레이는 도주를 택했다.

4세계에서 안정장소는 빛의 기둥이 있는 지역이기에,

그녀는 살인귀를 피해 그곳으로 질주하기 시작하였고.

자신의 앞길을 막으러 달려오는 괴물들을 모조리 베어내기 시작했다.


“야 임마! 여긴 괴물밖에 없는 4세계인데! 무슨 놈의 사람!

너! 프레이야 맞지!?!!

그게 아니면!

날 단번에 살인귀로 부를 리가 없잖아!!!

어째서 네가 여기에 있어!?

당장 말해! 프레이야!!!!”


“난 프레이야가 아니라고요!!!!!!!”


이름을 프레이로 바꾼 상태이기에 그것은 거짓말은 아니었다.

거짓말을 못 하는 괴물 특성상 살인귀가 주춤했지만.

곧바로 따라붙으며 외쳤다.


“그렇다면 나와 얼굴 맞대고 말해봐!

네가 여신 프레이야였던 적이 없는지!!!”


그것은 진실이기에 숨길 수가 없다.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은 프레이는 자신의 모든 힘을 다해 질주했으며,

살인귀 또한 육체 능력으로는 666의 괴물에 달했기에 그녀를 바짝 따라가기 시작했다.


“거기서! 프레이야!!!!”


“전 프레이야가 아니라고요! 살인귀!!!!”


그렇게 둘은 네메시스의 결계가 있는 곳을 향해 4세계를 횡단했다고 한다...

후에 둘이 666의 괴물이 된 것은 며칠이 지난 뒤였다.

-거짓된 영웅들의 에피소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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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162화 조커가 준비한 것(완결) 21.06.19 122 0 23쪽
162 제 161화 기적 혹은 사고. 21.06.17 87 1 14쪽
161 제 160화 영웅의 타락 21.06.14 88 0 14쪽
160 제 159화 666의 괴물들의 잔해2 21.06.13 88 0 16쪽
159 제 158화 666의 괴물들의 잔해1 21.06.12 84 0 14쪽
158 제 157화 악몽에 도전하는 살인귀. 21.06.11 96 0 12쪽
157 제 156화 눈이 내리는 달밤 속에서. 21.06.10 93 0 14쪽
156 제 155화 살인귀의 안식을 위하여. 21.06.09 89 0 15쪽
155 제 154화 각자의 길. 21.06.08 91 0 19쪽
154 제 153화 소돔의 공성전. 21.06.07 91 0 17쪽
153 제 152화 진월검향 무쌍. 21.06.06 100 0 13쪽
152 제 151화 1vs30000. 21.06.05 95 0 13쪽
151 제 150화 마지막에 남은 영웅. 21.06.04 90 0 15쪽
150 제 149화 가브리엘의 강림. 21.06.03 91 0 16쪽
149 제 148화 마지막 행복. 21.06.02 98 0 15쪽
148 제 147화 거짓된 영웅들의 결정. 21.06.01 101 0 14쪽
147 제 146화 이별준비. 21.05.31 99 0 16쪽
146 제 145화 다가오는 이별. 21.05.30 99 0 12쪽
145 제 144화 영웅들의 휴가. 그러나... 21.05.29 108 0 17쪽
144 제 143화 일상 속의 불안감. 21.05.28 101 1 12쪽
143 제 142화 네메시스에 대한 단서 21.05.27 105 1 14쪽
142 제 141화 세상을 지켜내다. 21.05.26 107 1 14쪽
141 제 140화 하나가 된 괴물과 영웅들의힘2 21.05.25 92 0 15쪽
140 제 139화 하나가 된 괴물과 영웅들의 힘1 21.05.24 91 0 13쪽
139 제 138화 법칙 붕괴 21.05.23 98 0 16쪽
138 제 137화 현자의 덫 21.05.22 101 0 14쪽
137 제 136화 거짓된 영웅들의 패배. 그러나... 21.05.21 105 0 16쪽
136 제 135화 종말 vs 괴물 21.05.20 99 0 12쪽
135 제 134화 침공해오는 종말. 21.05.19 103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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