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4.03 14:00
연재수 :
663 회
조회수 :
52,965
추천수 :
2,060
글자수 :
5,884,774

작성
21.05.18 17:39
조회
60
추천
3
글자
24쪽

제 167화 주신 그리고 괴물, 필멸자. 그들이 만난 순간2

DUMMY

4세계의 괴물인 네메시스가 공간의 주신인 말리고스를 처음 만났던 날은 어땠을까?

아쉽게도 현재처럼 함께 붙어 다니는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험악한 관계였다.

실제로 말리고스가 네메시스를 본 순간 내뱉은 말은 이거였으니까.


[감히 필멸자 주제에 ‘세계 간의 경계’를 넘다니!

모든 것들의 어머니인 ‘창조주’의 명에 의거 처형하겠다!]


“.....”


거대한 크기의 드래곤의 형상.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드래곤과 모습이 같다.

하지만 그것은 독특하게도 이 세상에 어느 드래곤에도 존재하지 않는 선홍색을 연상시키는 듯한 분홍빛 날개와,

앙증맞게 동글게 말린 꼬리는 마치 날개달린 카멜레온을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다.

그런 도마뱀의 형상을 한 말리고스가 내뿜는 힘의 압력과 살기는 명백히 그의 앞의 네메시스를 향하였다.

반면에...


“......”


말리고스를 지켜보고 있던 네메시스는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하고는 침묵했을 뿐이었다.

이때의 네메시스란 괴물도 주신이란 존재를 처음 접했기 때문이겠지.

이것이 최초로 4세계 괴물과 주신이 접촉했던 날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


네메시스는 4세계 괴물로서는 최초로 1세계에 발을 내딛고는 자신이 손에 쥐고 있던 푸른색 사슬을 당겼다.

하지만 그 사슬은 허공에서 무언가에 걸린 듯이 멈추었고,

그가 힘을 주어 그것을 잡아당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몸체의 도마뱀하나가 끌려나왔다.

도마뱀은 자신의 목에 걸린 사슬을 어떻게 끊으려 듯이,

주위로 붉은 색의 ‘공간’들을 휘둘렸지만.

묘하게 푸른 사슬은 그대로 속박한 채로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이에 말리고스는 소리쳤다.


“야!! 내가 누군지 알고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필멸자?

난 8명의 주신 중 하나.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라고!!! 당장 풀어줘!!!!!”


“.......”


목에 걸린 문스톤으로 만들어진 사슬을 잡고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말리고스를 보며,

네메시스는 침묵과 무표정으로 일관했다.

그 입장에선 그저 1세계에 ‘조사’할 것이 있어서 왔던 중에 새로운 흥미의 소재를 발견한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먼저 자신을 향해 공격을 해온 것은 말리고스였고,

네메시스는 그런 이들은 어떻게 처리하는지는 4세계에서 충분히 요령을 쌓아둔 상태였다.


“시끄럽군. 도마뱀.”


그 말을 툭 내뱉고는 하늘을 본다. 처음부터 4세계에서만 존재해온 네메시스란 존재에겐 1세계의 모든 광경이 신기했고,

그리고 호기심 덩어리였다.

그의 다른 동료들의 666의 괴물들에게서 다른 ‘세계’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지만.

직접 보는 것은 다른 법이었다.


“.....?”


4세계라면 당장 지나가던 마물이 달려들 시간이 지남에도.

주위에는 작은 풀벌레 소리 말고는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이상한 듯이 갸웃하고는,

손에 쥐고 있던 사슬을 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놔! 놔란 말이야! 이 빌어먹을 녀석아!!! 죽어!!!!”


말리고스는 그런 그에게 억지로 끌려가면서도 붉은색 ‘공간’을 만들어 네메시스를 향해 휘둘렸고,

네메시스는 상관없는 듯이 그걸 맞으며 지나간다.

이에 그를 스쳐나간 ‘공간’의 선들이 주위의 숲을 깨끗한 단면을 남기고 잘라냈지만.

그럼에도 네메시스는 태연했다.


“어째서 상처하나도 안 생기는 거야! 넌 대체 뭐야!?”


“괴물. 그리고 그 속성으로는 나에게 어떤 피해도 못 입히니 포기하는 것이 좋을 거야. 도마뱀.”


“공간의 주신이라고! 게다가 종족은 페어리 드래곤이야! 도마뱀이 아니라고!!!!”


“....들어 본적 없는 종족이군.”


“당연하지! 난 오직 하나만 있는 종이니까! 마나의 주신 이세리아처럼 혈족 따윈 안 만들었어!”


말하는 신기한 도마뱀. 네메시스는 말리고스를 보며 그렇게 생각하고는 사슬을 잡아당겨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말리고스는 산책하기 싫은 고양이마냥 바닥에 누워버리고는 질질 끌려갔다.

그렇게 그 둘의 첫 동행은 시작되었다. 이때의 그들은 몰랐다.

이 인연이 수많은 시간동안 함께하게 될 것임을.


---------------------------------------------------------------


“흐음....”


네메시스는 피범벅 된 자신의 손을 보고는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가 1세계에서 와서 일주일 동안 머물며 느낀 것은 이곳의 생물체는 4세계에 비해 너무나 육체가 나약했다.

아니. 4세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능력’도 이곳에서는 볼 수 없었다.

비효율적이고 불안한 육체 구조. 네메시스 입장에서는 ‘툭’쳤을 뿐인데도 이곳에 있는 것들은 육편이 되어버렸다.

이에 네메시스는 고깃덩어리가 된 것들을 보고는 ‘괴물’의 형상이 되어 모두 ‘포식’했다.


“우와. 소름끼쳐라! 그거 볼 때마다. 소름끼친다는 거 알아? 네메시스?”


그 모습을 보며 말리고스는 입을 열었다. 일주일 정도 같이(강제로) 끌려 다니다보니,

문스톤으로 만든 사슬을 끊는 것을 포기하고는 그냥 곁에서 사슬이 허가된 범위에서 날아다니거나,

그의 어깨에 내려앉으며 지내고 있는 공간의 주신이었다.


“자신이 죽인 이상. 깨끗하게 먹어주는 것이 우리 괴물들의 신조지.

우린 재미삼아 무언가를 죽이진 않아. 물론 예외는 있지만.”


그렇게 대꾸하고는 네메시스는 주위를 둘려보았다. 애초에 그가 1세계로 온 것은 ‘그것’을 조사하기 위해서지.

이곳에서 식사나 하려고 놀려온 것이 아니었다.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라도 그로서는 이곳의 지적생물체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미 몇 번이나 실패해서 그가 ‘포식’해버렸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그들이 먼저 네메시스에게 무기를 휘둘려 와서,

네메시스가 반사적으로 4세계처럼 손을 써버리고만 것이었다.

말리고스도 몇 번이나 해버린 네메시스의 현재 작업을 보며 한숨 쉬더니,

배고픈 듯이 남은 찌꺼기를 먹어치우고는 한탄한다.


“내가 이러고 있다는 것을 ‘어머니’가 아시면 요절 하실 거야... 물론 어머니는 불멸자지만.”


“또 그 창조주인지 뭔지를 찾는군. 말리고자.”


“말리고스야! 게다가 난 주신이라고!!!”


“그래...그래.”


말리고스의 말에 네메시스는 그를 주신 따위로 보지 않은 채로 대강 대답하고는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방금 전에 그의 귀에 작지만 언어의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비명에 가까운 날카로운 소리. 그것은 4세계에서도 익숙한 음성이었다.


“...음?”


피 냄새. 자신의 몸에 붙었있던 피는 모두 ‘검은 피’가 삼켜버렸으므로 현재 나고 있는 피 냄새는 다른 이들의 것이었다.

그 냄새에 네메시스는 잠깐 움찔거렸다. 피 냄새가 낯선 것은 아니었다.

다만 거기에 담겨 흘려온 ‘무언가’가 네메시스란 ‘존재 자체’에 자극했을 뿐.

그 순간. 네메시스의 인상이 험악하게 일그러진다.


“...네메시스?”


인상을 구긴 채 살기를 내뱉는 네메시스를 보며 말리고스가 이상한 듯이 묻는다.

하지만 네메시스는 거기에 대답하지 않은 채로 그곳을 향해 걸음을 옮겨갔다.


한 걸음.


‘포식’할 때처럼 인간의 형상이 무너진다. 이에 말리고스는 ‘또 그건가?’하고는 날기 귀찮은 듯이 그 위에 올라탔다.


두 걸음.


말리고스가 깜짝 놀라 날개를 파닥이더니 최대한 물러난다.

괴물의 형상 등 뒤로 8개의 속성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빛, 어둠, 파괴, 시간, 마나, 혼돈, 생명.... 심지어 자신의 속성인 공간에 이르기까지...

그 모습에 말리고스의 두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졌다.


세 걸음.


변해버린 괴물의 주위로 나온 검은색 기류의, 옅은 농도의 ‘검은 피’가 주위를 먹어치워. 네메시스란 괴물을 살찌운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 주위를 둘러싼 녹색의 숲이 순식간에 썩어 물들어지며 사라져가는 그 모습은 공포에 가까운 것이었다.

누가 이것에 대항할 수 있는가?

그에게서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날개에 나온 속성들을 그 스스로가 부딪혀 기척을 줄이고 있음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네 걸음.


서로 부딪히며 소멸시키던 속성들을 엇갈리게 한다.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압력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이에 말리고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네메시스를 노려보면서도.

그런 괴물이 경계하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무엇이 이런 존재가 위협할 정도지?

말리고스에게는 저곳에는 옅은 기척만이 느껴질 뿐이었다.


다섯 걸음.


괴물의 두 앞발이 겨우 모습을 유지하던 썩어버린 나무들을 짓이기고, 그 자신이 경계하던 이를 찾아냈다.

그리고는 그대로 흠칫! 하고는 움직임을 멈추었다.


“....꺄?”


“....에?”


[...........]


말리고스의 당황한 물음과 그리고 자신이 경계했던 것을 보고는 멈춰버린 네메시스.

그들의 시선의 끝에는 작은 엘프 아기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기는 네메시스를 보고는 두 팔을 벌려 잡으려 듯이 바둥거렸고,

이에 네메시스는 한숨을 쉬고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겨우 이런 아이에게 경계한 거야?”


“....기가 막히군.”


“?”


말리고스의 말에 네메시스는 그 말만을 남기고 침묵하더니 주위를 둘려보았다.

이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도망가는 모습의 뼈들이 남아있었고,

그리고 그들을 추격한 것으로 보이는 개과 짐승의 뼈만이 그곳에 남아 있었다.

아마도 이 때문에 피 냄새가 났던 거겠지.

그리고 그 시체들은 네메시스가 세 걸음을 뗐던 무렵. 옅은 농도의 ‘검은 피’에 의해 뼈만을 남기고는 사라졌을 것이다.

심지어 그가 보고 있는 순간조차도 뼈는 천천히 삭아 들어가고 있었다.

이 순간. 말리고스는 무언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 주신인 자신도 그런 압박감을 느낄 정도였는데.

한날 미물인 이 아이가 어떻게 그것을 버텨낸 것이었을까?

그 이유를 네메시스가 말하였다.


“9번째 속성이군. 지금까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형태다.”


“.....뭐?!”


네메시스의 말에 말리고스는 화들짝 놀라더니 아이를 향해 다가간다.

그리고 곧 아이의 주위를 감싸던 연녹색의 속성이 보였다.

주신인 말리고스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속성이었다.


“....말도 안 돼. 그럼 애가 9번째 주신이라고?”


“...아니. 이 아이는 그저 필멸자다.. 다만. 이 아이는... 날 죽이기 위해 태어난 것 같군.”


“....?”


그 말에 말리고스가 무슨 말이냐 듯이 네메시스를 보았지만.

그는 행동으로서 그 아이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가까이 간 순간. 네메시스의 피부가 타 틀어간다.


“뭐야...? 주신인 나도 네메시스에게는 상처를 못 입혔는데?”


말리고스가 그렇게 물었지만 네메시스는 그저 고통에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그 아이를 안아들고는 바라보았다. 아이는 네메시스를 보자마자 해맑게 웃었다.


‘.....죽일까?’


이 아이의 주위에 흐르는 녹색의 속성은 명백히 자신을 죽이도록 만들어진 새로운 형태의 속성이었다.

‘이것’은 너무나 쉽게 네메시스 고유의 방어체계를 망가트리고 또한 재생을 억제했으며,

관통 형태로서 사용한다면.

손쉽게 네메시스란 존재의 육체에 바람구멍을 낼 수도 있겠지.

아마도 이 속성이 만들어진 이유는...


“.......”


어느 정도 예상이 된다. 이에 네메시스는 그 아이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아마도 아이가 자신에게 발견되지 않고 자라났으면 본능적으로 후에 자신을 죽이려고 들겠지.

애초에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존재니까.

그렇다면 자신이 이 순간 이 아이를 죽여도 아마도 같은 속성을 지닌 새로운 개체가 태어나겠지.

그리고 그것은 자라서, 네메시스. 자신의 목숨을 노릴 것이다.

애초에 이것은.... ‘면역체계’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자신은 ‘그들’에게 있어서는 불쾌한 이물질. 내지는 바이러스겠지.


“........”


손을 하늘로 치켜든다. 이대로 휘두르면 이 아이는 반으로 나누어진다.

그러면 그 개체가 자랄 시간을 더 벌 수 있겠지.

하지만 네메시스는 손을 휘두르지 않고는 다시 그 아이를 감싸는 듯이 안아들었다.


‘.....위험하긴 하지만 흥미로군. 기존에 조사하려던 것보다 흥미로워.’


“....뭐해. 안 죽이고? 그 속성이 뭔지 모르지만.

‘어머니’와 관련 없으면 막을 생각 없어. 게다가 널 죽이려 한다며? 그럼 죽여야지?”


태연하게 불멸자의 사고방식으로 말리고스는 조언한다.

그 말에 네메시스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러지 않을 거다.”


“....그럼?”


“키울 거다.”


“...???”


말리고스는 네메시스의 대답에 의아해하면서 네메시스를 이상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이에 네메시스는 품속의 아기를 조심히 다루고는,

저 멀리에 이 아이와 동족들이 모여 있는 것이 느껴지는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


“...3년인가?”


네메시스는 엘프 마을에서 구한 책을 흔들의자에서 읽으며 입을 열었다.

벌써 자신의 적이 될 아이에게 ‘플로라’란 이름을 붙이고 말리고스와 어렵게 구한 이 집에서 산지 3년이었다.

처음에는 그곳에 있는 엘프들이 그들을 경계하였기 때문에 네메시스와 말리고스는 상당히 고생을 하였지만.

현재는 엘프들의 신임을 받아. 어렵게 숲속에서 부모를 잃고 발견한 아이라고 소개한 플로라를 데리고 살 수 있었다.

그 동안 그들이 플로라를 돌보면서 힘든 것을 꼽자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먹일 젖이었고,

두 번째는 그들이 머물 집이였으며,

세 번째는... 경제개념이었다.

다행히 첫 번째는 딱한 사정을 듣고 도와주는 일부 이웃들이 있었기 때문에 무사히 넘어갔지만.

집은... 아예 새로 지어야했기 때문에 토목지식이 없던 네메시스는 죽을 맛이었다.

워낙 그가 신체능력이 좋고, 공간의 주신 말리고스의 도움으로 그럴 듯하게 지을 수는 있었지만.

현재 머물고 있는 조약한 이 집은 조만간 허물고는 새롭게 지어야할 것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쿠웅!!!!


“이거면 되냐?”


터무니없이 크기의 루비를 내놓으며 계산하는 네메시스였다.

당당하게 상인에게 등쳐먹거나 사기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

다행힌 점은 그걸 받은 엘프마을에 오는 인간 상인이,

양심적으로 네메시스와 말리고스에게 설명하고는 다른 것으로 받아갔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 네메시스와 말리고스는 이곳의 돈이란 것을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현재는 오히려 네메시스보단 말리고스가 더 잘 다룰 정도였다.

그래서 현재 플로라를 데리고 생필품을 사러가는 것은 말리고스의 일이었다.


“슬슬 오겠군. 말리고스 녀석. 플로라를 또 업고 오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에는 플로라를 매우 귀찮아했던 말리고스지만.

어느 정도 지나자. 오히려 그녀에게 정을 붙이고는 플로라를 애지중지하면서 양육하는 말리고스였다.

심지어 플로라가 다리 아프다고 어린아이의 땡깡을 피우면.

네메시스에 의해 힘이 제약당하는 그 작은 몸으로 플로라를 태우고 여기까지 날아오는 거였다.

정말이지. 자신의 몸의 두 배나 되어 보이는 아이를 업고 휘청거리며 날아오는 그 모습은,

너무나 해학적이어서 네메시스도 살짝 미소 지을 정도였다.


끼이익!


“나 왔어. 뇨롱.”


말리고스는 입에 생필품들이 담긴 보자기를 물고는 날개를 퍼덕이며 오더니.

네메시스의 곁에 그것들을 내려두었고, 네메시스는 익숙한 듯이 그것들을 정리해나갔다.

그리고...


“아빠!”


그런 네메시스의 등 뒤로 한 작은 엘프 소녀가 등 뒤에서 껴안는다.

어느세 현재까지 자란 플로라였다.


“.......”


엘프와 근친종에 속하는 인간과는 다르게 엘프는 상당한 성장속도를 자랑했다.

아니. 애초에 자라는데 10년이 넘어가는 인간이 비정상적으로 느린 거겠지.

이미 이 아이의 육체는 인간으로 놓았을 때 8살 아이 수준이었고 지능도 그만큼 성장한 상태였다.

그에 네메시스는 정리가 끝나자. 플로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으로 2년 정도면. 이 아이는 성년으로 자라나겠지.


“....재밌군.”


네메시스는 중얼거렸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불멸자, 괴물, 그리고 필멸자.

서로 다른 세 존재가 한 집에 살면서. 서로 독특한 관계를 이룬다.

불멸자는 괴물에게 힘을 억제당한 체 괴물을 향해 살기를 드러내고,

하찮게 여기는 필멸자를 애지중지하며 양육하며,

괴물은 자신을 죽이려고 만들어진 필멸자를 죽이지 않고는 불멸자와 필멸자를 살아가며 즐긴다.

그리고 필멸자는 본래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는 자신이 죽여야 하는 괴물에,

정을 붙이고는 친근하게 부르며 불멸자와 함께 같이 자라난다.

정말이지... 네메시스란 괴물이 보기엔 섞일 수 없는 이들이 모두 모인 희극으로 보였다.


‘....하지만 즐겁군.’


그리고는 말리고스를 바라보자. 말리고스는 같은 생각을 한 듯이 작게 끄덕인다. 그리고 플로라를 향해 둘이 시선을 돌리자.


“...엄마. 아빠?”


“.......누가?”


“이런 놈이랑... 뇨롱..”


순수한 어린 아이의 질문에 네메시스와 말리고스는 동시에 그렇게 대답하였다고 한다.


--------------------------------------------------------------------


“뭐. 대충 그렇게 플로라를 만나게 됐어.”


“...키잡(키워서 잡아먹기의 약자)이네.”


벨라스트라즈의 툭 내뱉은 말에 회상에 젖어있던 네메시스는 화들짝 놀라더니,

부정하는 듯이 손을 내저으면서 외쳤다.


“아니야! 난 그때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어!........

다만 그때로 돌아가면 사진은 찍어두고 싶군...

정말이지.. 그때의 플로라는 정말 귀엽....

음...? 다들 왜 그래?”


네메시스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곱지 않다. 흡사... 예비범죄자.

아니. 현행범을 보는 듯한 표정이다.

다만 머메이드인 미나만은 플로라가 누군지 몰라서 의아해할 뿐.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손을 휘저으면서 변명하였고 이에 세레나는 무언가 이상한 듯이 물었다.


“그런 사이면서 플로라랑 사이가 왜 그렇게 험악했던 것에요? 제가 보았던 기억 속의 플로라는.....”


‘모두 좋지 않은 기억뿐’이라고 세레나는 뒷말을 흐린다.

이에 다들 동의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말리고스는 그녀의 말을 이었다.


“네메시스 이 자식이 크게 사고 쳤거든. 뇨롱. 네메시스가 그 좋았던 관계를 완전히 파탄 냈어. 뇨롱.

정말이지. 그때는 나랑 플로라는 어떻게든 네메시스를 죽이려고 혈안이 될 정도였으니까. 뇨롱.

지금 와서는 어느 정도는 네메시스가 이해가 되지만...”


“...덮쳤어?”


““.....아니야!””


제우스의 물음에 네메시스와 말리고스가 동시에 대답하였다.

이에 세레나가 네메시스를 향해 다가왔다.


“그럼 뭐죠?”


“...음. 그게.... 그건 다음에 설명하도록 할게. 가게주인이 돌아오는 것 같으니.”


“....그저 말 돌리려는 것은 아니고요?”


네메시스는 뒤편으로 황급히 달려오는 이곳의 주인을 가리켰고 이에 세레나는 눈을 좁히더니 물었다.


“나에게... 실망할거야. 예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이 다르거든. 세레나.”


“그것도 당신이잖아요? 전.... 그저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을 뿐이라고요?”


세레나가 얼굴을 마주보며 다가오자.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이 네메시스는 식은땀을 흘리며 시선을 돌린다.


“.......알겠어. 다음에 꼭 설명할게...! 제발 부탁이지만. 그걸 듣고는 나에게 실망하지 말아 줘!”


“흐음.. 그렇다면 다른 걸 묻겠어요. 네메시스. 제가 다루는 ‘조화’란 것은 대체 정확히 무엇인 거죠?”


“날 죽이기 위한 독이자.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만들어낸 새로운 속성.”


“....무슨 말이죠? 그리고 ‘그들’이란 것은...”


“때가 되면 스스로 알고 싶지도 않아도 알게 될 거야. 세레나. 다만 그때가 되면 이 한마디를 기억해줘.”


“?”


“부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길 바래.”


영원히. 네메시스는 뒷말을 삼키고는 계산을 위해서 가게 주인을 향해 다가갔고,

그 뒷모습을 세레나는 그가 남긴 말을 고민하며 조용히 바라볼 뿐이었다.


----------------------------------------------------------------------

내 이름은 용의 여왕 이세리아. 오랜 만에 연구 일지를 쓰는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것을 다시 적게 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나와 형제자매들은 승산이 거의 없던 4세계 괴물들과의 전쟁을 벌였으니까.

‘천 년 전 전쟁’이라는 한때 모든 ‘세계’를 나락으로 떨어트릴 뻔한.

4세계 괴물들과 6명의 주신이 참전한 최악의 전쟁이 한 엘프의 희생으로 막을 내렸다.

이 전쟁으로 각 세계는 상당 수준으로 피해를 입었으며,

그 동안 세계의 주인이었던 우리 주신들 또한 4세계 괴물들이라는 경계해야 하는 적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전쟁 도중 나는 시온. 아니. 혼돈의 주신이자 자매였던 ‘전대 시온’의 흔적을 발견하고야 말았다.

과거에 그녀는 ‘어떠한 이유’에 의해 폭주하여. 갓 4세계를 운영하던 4세계의 주신들을 죽였고,

그녀는 또한 수습하러 온 창조주에 대해 대항하는 실수를 범하고는 결국 후계자로 ‘현재의 시온’을 지정하고는 어머니께 살해당했다.

혼돈의 시간. 나는 오랜 기간 그 원인을 조사했다.

그 동안 요괴를 혐오하던 ‘현재 시온’이 3세계의 균형을 흩트렸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원인’이 뭐든 간에. 그것은 주신에게도 위험한 존재였으니까.

내가 이전에 마지막으로 흔적을 찾아낸 것은.... 4세계의 주신들이 시온에게 살해당한 후.

시온이 창조주에 대항하던 그 시간동안에 ‘그 존재’가 4세계의 주신 권한 자체를 손에 넣어 사용했다는 것이며,

그의 흔적은 주신 부재로 멸망해버린 것으로 추측되는 4세계로 이어져있었다는 것 뿐.

그 이상은 조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본래 주신의 부재로 멸망해야했던 4세계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악착같이 떠도는 영혼들을 흡수해 살아남고 있었고,

그 결과. 4세계의 괴물들이라는 위험한 존재들을 탄생시켰다.

....어쩌면. 이 4세계의 괴물들이란 것도, 그리고 멸망해야했던 4세계가 멸망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도.

‘그 존재’의 계획대로인 것은 아닐까?

아마도 ‘그 존재’는 현재 4세계에 존재하겠지... 그리고 그가.... 현재의 4세계의 탄생에 관여한 존재이다.

‘그’가 누군지는 마나의 주신인 나조차 추측이 되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그 존재는 매우 위험하며...

그 존재의 목적은.... 우리 주신, 그리고 우리 어머니에 대한 파멸일수도 있다는 것이다.

글이 길어졌군. 마지막으로 이 글을 써두어야겠다.

얼마 전. 4세계 측에서 나의 성지인 드래곤 캐슬로 방문하겠다는 연락이 왔다.

그것도 그들의 왕인 탐식의 네메시스가 홀로 오겠다는 연락이 말이다.

대체.... 그들의 왕은 무슨 생각인 걸까...?

그래도 현재는 웃으며 맞이해야겠지....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않을 것이다.

“감히 시온을 폭주시킨 ‘그 존재’는 언젠가 용의 여왕의 분노를 받아야 할 것이다!!!!

갈기갈기 찢어서, 내 자매가 받았던 고통을 똑같이 되갚아주겠어!!!!!!”

-----------네메시스가 요리를 배우러 오기 하루 전 이세리아가 쓴 일지------------


작가의말

같은 자매였던 '전대 시온'의 폭주가 이세리아에게 큰 아픔을 줬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33 제 632화 다가오는 위협 +1 23.12.14 13 2 13쪽
632 제 631화 요괴들의 절망. +1 23.12.14 15 2 20쪽
631 제 630화 요괴들의 희망. +1 23.12.14 10 2 23쪽
630 제 629화 첫 시험의 승리자. +1 23.12.14 10 2 17쪽
629 제 628화 의외로 쓸만한. +1 23.12.14 9 2 24쪽
628 제 627화 보스 아이템들. +1 23.12.14 10 2 15쪽
627 제 626화 비릿한 냄새 +1 23.11.13 15 2 17쪽
626 제 625화 타락한 드래곤 +1 23.11.13 16 2 14쪽
625 제 624화 네메시스가 사는 성 +1 23.11.13 16 2 17쪽
624 제 623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2 23.11.13 14 2 14쪽
623 제 622화 고블린굴. +1 23.11.13 11 2 16쪽
622 제 621화 눈보라 속의 습격 +1 23.11.13 11 2 22쪽
621 제 620화 무기 테스트 +1 23.11.13 17 2 19쪽
620 제 619화 빨간 망토 벨라 +1 23.11.10 13 2 18쪽
619 제 618화 카툰랜드 +1 23.11.10 13 2 15쪽
618 제 617화 첫번째 시험. +1 23.11.10 11 2 20쪽
617 제 616화 마이페이스 주신. +1 23.11.10 11 2 17쪽
616 제 615화 비트레이 +1 23.11.10 14 2 15쪽
615 제 614화 괴물과 주신들의 회담. +1 23.11.10 15 2 15쪽
614 제 613화 왕을 막는 자. +1 23.11.03 18 2 15쪽
613 제 612화 처형. +1 23.11.03 14 2 17쪽
612 제 611화 장난치는 괴물들. +1 23.11.03 12 2 19쪽
611 제 610화 드래곤 캐슬로 모이는 괴물들. +1 23.11.03 12 2 15쪽
610 제 609화 트라우마 +1 23.11.03 9 2 15쪽
609 제 608화 패닉에 빠진 드래곤 +1 23.11.03 15 2 16쪽
608 제 607화 드래곤 캐슬로 가는 길 +1 23.11.03 20 2 14쪽
607 제 606화 묘한 만남. +1 23.10.04 27 2 20쪽
606 제 605화 마안 개방. +2 23.10.04 17 2 34쪽
605 제 604화 비웃기 위해 모인 괴물들. +1 23.10.04 23 2 31쪽
604 제 603화 장기전에 자신있는 자들. +1 23.10.04 27 2 2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