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99화 적림마을과 소녀의 토론7
적림 마을에서 만든 듯한 꽤 낡은 철창 안.
벨제부브는 나귀가 끄는 짐수레에 실려 ‘신’이라는 존재가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처럼 와이셔츠 한 장만 입은 것이 아닌 멜핀과 비슷한 무녀 복장이 입혀져 있었고,
그 곁에는 건장한 청년 두 명과 적림 마을의 촌장, 그리고 그녀와 같이 철창 안에 있는 이 마을의 무녀 멜핀이 있었다.
벨제부브는 거친 산길에 따라 흔들리는 철창 속에서 얼마 전에 되찾은 곰 인형을 품에 꼬옥! 앉은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곧 무언가 느낀 듯이 뾰족한 귀가 흔들리더니 황급히 왔던 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능력?”
“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멜핀의 질문에 벨제부브는 고개를 서서히 가로저었다. 그녀가 느낀 것은 4세계 괴물이 ‘능력’을 사용할 때.
느껴지는 파장. 보통의 경우라면 코앞에 있지 않는 이상 느낄 수 없었지만.
오메가처럼 강하다 못해 아예 주위를 쓸어버릴 정도의 능력이라면 멀리서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메가가 움직였을 리가 없어...’
별 다른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오메가란 이름의 괴물은 움직이지 않는다.
하물며 벨제부브는 그가 판단하기에는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으니까.
그럴 만큼 오메가가 움직일 가능성은 한없이 낮았다. 이에 벨제부브는 조금 쓸쓸한 듯이 곰 인형을 품에 안았다.
그녀의 마법으로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낡을 대로 낡은 인형이지만.
인형에 스며든 그녀의 어머니 냄새가 아직 그곳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에 곁에서 빼놓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이 이상한 듯이 곁에 델핀은 인형을 보며 물었다.
“....그 곰 인형. 소중한가 봐요?”
“응.... 어머니가 선물해준... 인형.”
“.....돌아가신 건가요?”
다소 어두운 벨제부브의 말에 멜핀은 그렇게 추측해서 물었고,
그녀의 물음에 벨제부브는 천천히 가로저었다.
“어머니는.. 죽지 않았어.”
벨제부브의 어머니 되는 존재는 8명의 주신 중 하나이자. 1세계의 어둠의 주신 벨라작스.
그런 그녀는 불멸자였다. 그러니 매우 특별한 상황이 있지 않는 한 죽을 터가 없었다.
벨제부브의 대답에 멜핀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럼 왜?”
“...이제 만나기 힘들거든... 우리는 서로 ‘적’이라서...”
벨제부브와 벨라작스는 서로 적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들 주위로 얽힌 관계는 복잡했다.
4세계 괴물과 주신은 표면적으로는 적.
다른 세계의 주신이라면 몰라도.
유독 4세계 괴물을 싫어하는 1세계의 주신 중 하나인 켈렌트가 1세계에 있는 이상.
아무리 4세계 세력에서 최상위에 속하는 서열 4위 나태의 벨제부브라도 그녀의 어머니를 직접 만나기는 힘들었다.
그런 만큼 어머니의 냄새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이 곰 인형은 소중했다.
“이해가 안 돼요.”
부모를 적이라고 말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그런 이가 준 인형을 소중하게 껴안고 있는 것을 보며,
델핀은 솔직하게 말했고 벨제부브는 그런 그녀를 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모든 것들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법이야. 하나의 인연은 하나의 실.
세상이란 그런 실들이 모여 거대한 밧줄이 되어가는 곳....
그런 만큼... 겉으로 보기에는 이해하기 힘든 관계가 있는 법이야.... 나랑 어머니의 관계가 그런 거고.... ”
“......”
벨제부브의 말에 멜핀은 이해가 될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고,
곁에서 그걸 들으며 걷고 있던 촌장이 그 말에 인상을 찌푸리더니 입을 열었다.
“흥! 허튼 소리! 모든 것은 ‘신’께서 결정한다!”
“...할아버지. 당신들이 말하는 ‘신’이란 무엇이야?”
그 말에 벨제부브는 그들이 말하는 ‘신’이 무엇인지 정보나 얻을 겸해서 물었고,
이에 촌장은 콧바람 한 번 쉬더니 말을 이었다.
“신은 전지전능하며 절대적인 선이지!”
의외로 일반적인 신을 나타내는 말. 하지만 그 말에 벨제부브는 무언가 이상한 듯이 되물었다.
“....왜?”
“?”
“왜 신이 전지하고 선하고 전능해야하는데? 신도 악할 수도 있고 무능할 수도 있고,
아무것도 모를 수도 있어. 그리고... ‘선’과 ‘악’이란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아직 죄를 짓지도 않았는데. 예지로서 문제가 되는 이들을 선별해서 어느 날 갑자기 죽이러 오는 빛의 주신 켈렌트를 ‘선’이나 ‘악’으로 정의할 수 있을까?
이것은 피해자를 구하는 행위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4세계 괴물들의 다른 세계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는 행위기도 했다.
실제로도 천 년 전 전쟁 때 엑스트라들이 대거 참여한 이유가 그런 이유도 포함되었으니까.
오히려 그런 행위가 천 년 전 전쟁에서 연합군의 피해를 극도로 증폭시켜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주신으로서 일을 할 때마다 자주 대재앙을 일으키는 어둠의 주신 벨라작스를 전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에게도 주신으로서의 권한은 있지만 해내는 성과는 그것의 반대.
솔직히 말하자면 ‘무능’에 가까운 행위였다. 하물며... 주신으로서의 일을 대충 갔다버리고 돌아다니는 2세계의 파괴의 주신 제우스는 당연한 거고..
또한 1세계, 2세계, 3세계를 각각 다스리는 그들은... 천 년 전 전쟁 이전만하더라도 4세계 괴물이란 이들을 전혀 몰랐다.
이것은 ‘무지’. ‘신’이란 말에 가장 가까운 주신이란 이들조차 이럴 정도였다.
그렇다면 필멸자들이 말하는 신은 무엇인가?
수많은 종교가 난립하고 또한 사라져가는 4세계에서 이것에 대해 꽤 많이 토론하는 편이었고,
곁에서 어둠의 주신인 벨라작스를 살폈던 경험이 있던 그녀로서는 경험이 우러나오는 솔직한 질문이었다.
“신을 의심하지 마! 꼬마야!”
“...왜?”
“!?”
“왜 신을 의심하면 안 돼....? 오히려... 이 방향이 사실일 수도 있잖아....?
그리고 당신이 보았던 ‘신’이란 것도... 사실 알고 보면 신이 아닐 수도 있잖아?”
끊임없이 예민한 주제의 사회문제라도 토론하고,
그것에 대한 타협점과 결론을 찾고자하는 4세계 괴물이기 때문에 하는 당연한 질문이자.
적림 마을의 ‘신’이 결코 신이란 존재가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하는 질문.
정확히는 질문함으로서 적림마을의 ‘신’이란 존재에 대해 캐려고 물은 거였지만.
벨제부브의 물음에 촌장은 얼굴이 빨개지더니 외쳤다.
“그 분은 ‘신’이시다! 그 분은 전지전능하고 절대적으로 선하단 말이다!”
벨제부브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더니 곧 끝이 뾰족한 귀를 움직이면서 물었다.
“그럼...... 할아버지가 말하는 ‘선’이 뭐야? ‘악’은 또 뭐고?”
“선이란 한없이 옳은 것! ‘악’은 그것의 반대다!”
“할아버지가 말대로 신이 전지전능하고 선한데... 왜 악이 존재하는 건데?
만약 신이 할아버지 말 대로면 악을 없애야 하잖아? ‘신’이란 전지하고 전능하니까.
그럼 세상에 ‘악’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옳은 답 아니야? 하지만 그렇지 않잖아...? 촌장 할아버지.”
“그....그것은 신이 우리에게 준 자유의지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악이 생겨나는 거야!”
“‘신’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자유의지를 허락하면서 악을 저지르지 않게 할 수 있지 않아?
...전능하고 전지하다면 그게 가능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한다면.. 전지하지도 않고 전능하지도 않잖아....?”
“....신...시...신에겐!! 우리란 자식과도 같아. 그래서 자식처럼 사랑하는 우리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맹랑한 꼬맹이야! 그래서 전지전능한 ‘신’이 있어도 악이 생겨나는 거고!”
그리고는 스스로도 명답인 듯이 촌장은 회심의 미소 지으며 벨제부브를 바라보았다.
대답해보라면 대답해보라는 듯한 미소. 하지만 벨제부브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물을 뿐이었다.
“...이상해. ‘신’이 자식처럼 너희를 사랑한다면서 ‘제물’로 주기적으로 바칠 것을 명령해..? 왜?”
“이.... 되먹지 못한 꼬맹이가!!!!!!”
벨제부브의 끝없는 질문에 더 이상 참지 못한 듯이 촌장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고,
곁에서 흥미롭게 벨제부브와 촌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멜핀은 화들짝 놀랐다.
평소 온화했던 촌장의 인상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는 꼬맹이가!!!! 너까지 것이!!
외지인 년 주제에!!!! 감히 신을 논해!!!? 태어나서 얼마 살지도 못한 년이!!!!?”
“.....할아버지의 조상이 돌도끼 들고 사냥했던 시절보다 오래 살아왔어.”
필멸자가 주신들에게 감지되면서 그것들을 ‘청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벨제부브.
그런 그녀인 만큼 그녀가 살아온 세월은 주신을 제외한 존재들 중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오래 살아왔다.
그녀와 살아온 시간이 비슷할 정도라면 똑같은 목적으로 만들어진 664위 적천사 루시퍼 정도겠지.
그 외는 대부분은 벨제부브가 보기에는 노인과 막 태어난 갓난아기 수준의 세월 차이였다.
하물며 앞의 1세계 인간이라면..... 먼 과거의 그의 조상인 원핵생물을 가져와도 될까 말까 정도였다.
벨제부브로는 솔직한 대답이었지만 오히려 그 말은 촌장의 화를 일으켰다.
“네 이놈..... 네 이놈!!!!! 네 녀석은... 죗값에 대한 천벌로서 ‘신’에게 제물로 바쳐질 때 갈기갈기 찢겨질 것이야!!”
“...별로. 당연한 결과니까. 말할 필요 없어.”
벨제부브는 그렇게 답하고는 조용히 고개를 내려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
오랜 세월동안 필멸자들을 ‘청소’하면서 이 손에 얼마나 많은 피를 묻혔던가?
4세계 괴물들을 통틀어도 그녀만큼 피를 묻힌 존재는 거의 드물었다.
“나는 스스로도 벌을 받을 만큼 잘못했다는 사실을 잘 아니까.”
고블린킹과 대화하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녀는 몰랐다.
그 이전만 하더라도 그것들은 그저 기생충일 뿐.
하지만 그와 대화하면서 필멸자들도 각자 의지가 있고 살아가는 개별의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그녀가 지나온 길만 하더라도 비록 주신의 명령이더라도 하더라도 이미 많은 피를 묻혔으니까.
그래서... 과거에 울었었다.
그녀 스스로 죽여 왔던 필멸자들을 향해 애도하면서....
그녀가 지워나갔던 수많은 필멸자들의 미래를 아쉬워하면서...
끝없이 후회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벨라작스가 그녀를 찾아왔다.
‘...미안해....미안해...’
4세계 괴물이 되기 전. 그녀의 어머니가 되는 존재인 벨라작스가 했던 마지막 말.
그리고 벨제부브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살해당했다. 후회는 없었다.
그녀 스스로도 비관했긴 했지만 벨라작스가 직접 나서서 왔다는 것은 벨제부브.
그녀도 켈렌트의 ‘예지’에는 적으로 나왔기 때문이겠지...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오히려 이것으로 끝이라고.. 그리고 편해질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녀가 눈을 뜨고 다시 본 세상은 붉은 하늘과 척박한 대지.
주위에서 수많은 마물들이 그녀의 목숨을 노렸지만 전직 주신 오른팔로서 필멸자들을 ‘청소’했던 그녀인 만큼.
그런 그녀를 이길 존재는 없었다.
‘이것 참.. 재미있는 녀석인 걸? 내가 보낸 이들을 하나도 죽이지 않다니.’
‘...너는 누구?’
‘야누스. 4세계의 왕이다.’
그리고 야누스를 만났다. 피로 목욕한 듯이 피범벅 된 벨제부브를 보며 그 자는 웃고 있었다.
등 뒤에... 색색의 날개를 펼친 체. 그것은.... 네메시스의 ‘날개’와는 전혀 다른 그의 날개였다.
단색이 특징인 것이 네메시스의 날개라면... 야누스의 날개는 깃털 하나하나가 색이 달랐다.
거기까지 생각하고는 벨제부브는 생각을 털어내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곁에서 촌장이 화를 내면서 말을 잇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은 저주가 담긴 악담. 하지만...
“너어어어어엇!!! 누가 널 가르쳤는지 몰라도 누가 어른에게 그렇게 대꾸하라고 했느냐?
널 배 아파서 낳은 어미가 보면 참 좋아하겠구나! 분명 네 애미도 창.....”
촌장이 모욕어린 말을 이으려는 찰나 벨제부브가 있던 철창이 찢겨져나간다.
벨제부브는 그녀답지 않게 뛰어나와 작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촌장의 목을 잡고는 나무에 박았다.
콰직!
“커...커억!!!”
부딪힌 나무의 일부가 부서진다. 그나마도 벨제부브가 끝에 이성을 되찾아 힘 조절을 했기 때문이겠지.
그것만 아니었으면 길거리에 예쁘게 정류점고기마냥 육편이 흩어졌겠지.
촌장은 말을 잇지 못하고 숨을 쉬지 못한 채로 경악하면서 자신을 목을 누르는 손을 보고 있었고,
그제야 정신 차린 주위 청년들이 벨제부브의 양 팔을 잡아 떼어내려 했지만.
벨제부브는 미동도 하지 않은 체. 말을 이을 뿐이었다.
“....날.... 욕하는 것은 나는 신경 쓰지 않아... 그것은.. 내 문제이니까..
하지만... 내 어머니는... 그리고 내 친구들은.... 결코 하지 마...”
그리고 손을 놓아준다.
그 순간. 촌장은 숨을 거칠게 들이쉬면서 부서진 철장을 향해 돌아가는 벨제부브의 뒷모습을 보며,
‘고약 놈... 고약 놈’이라고 중얼거렸지만.
아까의 벨제부브의 힘을 직접 봐서인지 속삭이는 듯한 작은 소리였고 청년들은 그런 촌장을 부축했다.
곧 벨제부브가 다시 철창으로 돌아오자 멜핀은 물었다.
“..그런 힘이 있으면서.. 왜 이곳에서 도망가지 않는 거죠? 당신이 도망간다면.. 우리는 막을 수 없어요.”
“나는 더 이상... 도망가지 않기로 약속했으니까.”
“?”
벨제부브는 저 앞에 보이는 붉은 산을 보며 누군가를 생각하는 듯이 말을 이었다.
“...많은 친구들을 잃었어.”
천 년 전 전쟁 때도... 그 이전의 4세계 괴물 간의 내전에도.. 그녀와 알고 지내던 ‘친구’들은 죽어나갔다.
어떤 이는 단순히 벨제부브만 보면 과일 하나 건네주는 수준이었고 또는 그저 얼굴만 아는 이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벨제부브에겐 ‘친구’라 칭하는 이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현재는 없었다.
“....처음에는 싸우기 싫었어.”
더 이상 과거처럼 누군가의 삶을 끊기 싫었다. 그렇기 때문에 벨제부브는 천 년 전 전쟁만 하더라도.
전투 자체를 기피했었고 몇 몇 666의 괴물이 쓰러져도 전쟁에서 멀리 떨어졌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러한 나의 주저함이... 많은 친구들을 잃게 만들었어... 심지어 믿었던 ‘플로라’언니도...
그 이후부터 생각해왔어. 만약 그때 내가... 네메시스 오빠를 막아섰다면...
그때의 전쟁은 피해가 크게 축소되지 않았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때 죽었던 12명의 666의 괴물들도 현재에 같이 웃을 수 있었을 텐데....
그때 죽었던 엑스트라들도... 레지나 연합의 친구들도..
그리고 필멸자들도...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약속한 거야.”
벨제부브는 볼이 상기한 체. 숨을 한 번 들이쉬더니 말을 잇는다.
“필요한 전투는... 더 이상 피하지 않겠다고... 더 이상.. 외면하고 숨지 않겠다고... 나는 이제는 ‘친구’들을 지킬 거니까....”
더 이상.... 잃고 싶지 않으니까. 앞으로도 영원히... 그들과 같이 지내며 웃을 수 있기를 바라니까...
그것이 벨제부브란 이름의 4세계 괴물의 바람이었다.
“....당신의 말은 알겠어요. 곧 도착할 거에요.”
도망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인가? 아니면 벨제부브의 말에 진심이 담겼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가?
공손하게 벨제부브를 향해 멜핀이 고개를 숙인다. 그녀들의 눈앞으로 솟대 비슷한 건축물을 지나간다.
그러자 벨제부브는 피부에 맞닿는 결계의 느낌을 느꼈고 곧 저 앞에 제단이 보였다.
적림 마을의 ‘신’이 코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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