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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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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괴물왕이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연재 주기
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16 19:36
최근연재일 :
2021.09.16 19:15
연재수 :
238 회
조회수 :
8,878
추천수 :
260
글자수 :
2,182,044

작성
21.07.2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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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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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2쪽

제 223화 괴물과 필멸자의 차이.

DUMMY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제독? 말씀하신 대로 바로 늪지대의 건너편에 데려다 드립니까? 원하신다면 150km쯤은 3분 이내에 도착이 가능한데..”


실비는 그렇게 말하면서 뚜껑이 달린 라이터를 꺼내 담배를 피고 싶다는 듯이 뚜껑을 열고 닫으며 네메시스를 바라보았고 이에 그는 가로저었다.


“아니. 저속운행으로 다음날 아침에 도착하도록 해줄 수 있어?”


“헤에? ‘노아의 방주’에 하룻밤 묵고 가실 겁니까?”


“응... 본래라면 그냥 건너가려고 했는데 말이지..”


네메시스는 주위에 신기한 듯이 돌아다니는 일행들을 가리키며 속삭였다.


“일행들이 대부분이 어린 탓인지. 이 배안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바로 내리면 실망할 것 같거든.”


“쿡쿡. 우리들에 비하면 한 순간에 늙어버리는 필멸자니까요. 뭐. 좋습니다. 제독. 엔진실 말고는 ‘노아의 방주’ 어디든지 가셔도 상관 안하겠습니다. 술을 원하신다면 제 능력으로 끝없이 술이 보충되는 바도 있으니 마음대로 하십쇼. 물론..”


실비는 네메시스를 흘깃 보고는 킥킥거렸다.


“네메시스님은 술을 못 드시지만 말이죠. 후후.”


“...그걸로 나를 그만 좀 놀려라.”


“술도 ‘능력’으로 무한히 보충돼!? 이야! 끝내주는 데!?”


라고 실비와 네메시스의 대화에 그 순간 끼어든 것은 말리고스와 제우스의 모습. 제우스의 면상에 실비는 당장이라도 사격해주고 싶은 듯이 검지로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을 했긴 했지만 그녀는 놀라운 자제력으로 그것을 참고는 애써 설명했다.


“내 ‘능력’은 단순 탄환만 보충되는 것에 국한되지 않아. 보급에 관련된 것도 충원이 가능해.

이를 테면... 바 안의 술이나, 깔깔이나 양말 같은 생활 군수품, 연료, 노아의 방주 수리 용품, 주방시설의 물이나 가스. 본래라면 유지비가 엄청난 ‘노아의 방주’를 2000명 정원 다 채우고도 무료로 운용하는 게 가능할 정도의 능력이라고?

만약 바에서 술을 원하는 만큼 처먹고 싶으면 밑층에 내려가면 바로 보일 테니.

그곳으로 내려가든가. 빌어먹을 파괴의 주신아.”


그렇게 사정없이 제우스를 비꼬는 실비였지만 제우스와 말리고스는 그 말 따위는 상관없는 듯이 좋아라하며 밑층 계단을 향해 뛰어갔다. 그걸 보며 네메시스는 조용히 혀를 찼다.


“저 녀석들... 나랑 붙어 다닌 이후. 술도 함부로 못 먹게 했을 뿐인데. 아예 맛이 갔네.”


고아원에서 마지막으로 마신 이후. 지금까지 술에는 손도 못 대게 막은 네메시스 탓인지. 그들은 술에 굶주려있었다.


“저 식충이들을 위해서 안주라도 만들어줘야겠어.”


이러니저러니 툴툴거리면서도 그렇게 그들의 안주를 준비하러 함선의 주방으로 향하는 네메시스였다.


------------------------------------------------------------


“아~! 오랜만에 제대로 된 주방에 오니. 기분이 좋아지는군. 후훗.”


가스부터 시작해서 전자레인지,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 현대의 주방의 모든 것이 있자. 너무나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전자레인지에 뺨을 비벼보는 네메시스였다.

그것은 네메시스답지 않는 반응이었지만. 그 동안 간이식 주방을 만들어서 불편하게 조리해온 네메시스에겐 이런 현대식 주방은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네메시스는 기본적으로 사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새로운 기능이 있는 주방용품이나 가전제품이 나왔다는 소식만 들리면 망설임 없이 사들일 정도로 이 부분에서만은 예산을 깐깐하게 집행하는 네메시스답지 않게 관대한 편이었다.


“마음에 들어? 제독? 언젠가 제독이 쓸 것 같아서. 주방 청소정도는 주기적으로 하고 있는데?”


“훌륭해~!”


주방 문 옆에 등을 기대어 군모를 손가락으로 올리는 실비의 모습에 네메시스는 급히 다가가 손을 잡으며 말했고 이에 그녀는 미소 지었다.


“정작 이곳은 나는 쓰지 않는 곳이지만 말이죠.. 쿡쿡”


“그럼 식사는 어떻게 해결 하는데?”


이에 실비는 냉장고의 냉동실을 가리켰고 네메시스는 불안한 예감을 느끼며 그곳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의 내용물을 보며 요리사로서 깊은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매 끼를 냉동으로 때우지 말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살아. 내가 월급을 적게 주는 것도 아니잖아..”


“4세계 괴물의 육체라 영혼만 잘 먹으면 나의 건강에는 문제없는 걸? 이런 나에겐 음식은 그저 신체 연료에 불과해.”


“....내 마음이 아파오는 말이야. ‘매 식단 무엇을 요리해먹을까?’만큼 행복한 고민은 없는데 말이지... 밥은 먹고 1세계로 넘어온 거야?”


천 년이란 세월동안 요리를 공부해온 네메시스에겐 실비의 저 말은 너무나 가슴 아픈 말이었다. 이에 실비는 킥킥거리더니 설명했다.


“귀찮아. 내 출신 잊었어? 말년간부 인간 군인이라고. 이런 나에게 기대할 것을 기대 해야지.”


귀찮니즘이 하늘을 찌르다 못해. 요리를 스스로 하느리. 굶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저 놈의 말년간부인 실비의 마인드. 네메시스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절로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후우. 내가 너 때문에 못 살겠다. 급한 대로 간단한 식사 정도는 해줄게. 잠깐만 기다려.”


“아아. 밑층의 바에 있을 테니. 가져다주면 안 돼? 제독?”


“...이것 참. 누가 누굴 부려먹는지 모르겠군.”


“우리 666의 괴물들은 거의 수평관계라서 그러잖아? 쿡쿡. 그럼 식사 기대할게. 제독.”


표면적으로는 666의 괴물들은 실력에 따른 계급제였지만 정작 그곳에 속하는 666의 괴물들은 상대가 웬만큼 성질이 개판이 아닌 이상. 서로를 편하게 부르는 편이었다.

물론 상대가 레퀴엠쯤 되면(기분 나쁘면 무참히 밟아버리는 그녀의 성격상...) 이야기가 틀려지는 편이었지만.

네메시스는 상대가 666위인 대영웅(고블린의 이명이나 스스로는 좋아하지 않는 이명) 고블린킹이라도 존중하는 존재였다.

물론 이런 자세 때문에 9위 ‘증오’ 같은 악성에 속하는 666의 괴물들이 네메시스를 무시할 법했지만, 의외로 그런 괴물들은 네메시스에게 스스로 겁에 질리고는 네메시스에게 복종하는 편이었다.

그런 괴물들의 말을 들어보면. 네메시스와 대화를 하면 그가 매시간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한 광기와 흉폭함이 알게 모르게 흘러나온다고...

물론 대부분의 666의 괴물들은 네메시스를 스스로 따르는 편이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우리 ‘666의 괴물’ 전체를 통틀어서 모두와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존재는 제독뿐이니까 말이지...”


스스로 그렇게 중얼거린 실비는 곧 무언가 생각나는 듯이 도마를 꺼내던 네메시스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근데... 제독이 데리고 다니는 일행들 말이야...”


“?”


“....‘또’ 여성들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생각하는데? 제~독~.”


“나도 원해서 이런 것은 아니야...”


“그런 것 치고는 이상하잖아. 제독! 처음부터 시작해볼까? 분명히 초기 네메시스 세력만 하더라도..”


네메시스 세력은 비정상적으로 여성인원들이 많았다. 이에 실비는 묘한 미소를 띠더니 그를 보며 킥킥됐고 네메시스는 스스로를 변호했다.


“4세계 인구비율 자체가 여성이 더 많다는 것은 모르지 않겠지? 실비? 게다가 당시 내 세력에 레지나 연합이 속해있어서 그런 거잖아!!”


과거 사방에서 마물들이 서로 물어뜯고 먹고 먹히던 4세계에서의 생존율은 남성보단 여성이 더 높았다.

종족 간의 신체적인 힘과 속도가 동일하게 맞춰지는 4세계 괴물 특성상. 성별에 따른 힘의 차이는 사라지고 환경적응력은 본래 종을 따르다보니.

아무래도 여성이 더 많이 살아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네메시스의 세력은 당시에 필멸자 연합인 레지나 연합이 포함되었는데. 레지나 연합에 속해있는 종족들은 기본적으로 곤충 체계를 따르며 번식에 필요한 극히 일부 빼고는 전부 암컷이었다.

이러니 네메시스의 세력이 비정상적인 성비를 띄는 수밖에..


“하지만 레지나 연합을 빼도, 정비례인 야누스 세력에 비해 네메시스 세력이 여성 비율이 너무 많은 것은 부정할 수 없잖아? 안 그래? 제~독~.”


그러면서 과일을 써는 네메시스의 옆구리를 툭툭 찌르는 실비였고 이에 네메시스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레지나 연합의 세력을 제외해도 이상하게 높은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이성을 함부로 유혹하는 것은 아니야. 그게 제독이 흘리는 페로몬이든 호르몬이든 말이지~.”


하면서 뒷말을 끌며 식은땀을 흘리는 네메시스를 재미있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실비였고 이에 네메시스는 답변했다.


“그런 것은 없다니까! 그리고 중간마다 옆에서 주워 먹지 마!”


식욕을 돋우는 모양새로 에피타이저로 샐러드를 만들고 있던 네메시스였지만 샐러드를 꾸미던 과일 하나를 실비가 훔쳐 먹자. 네메시스는 투덜거렸다.


“뭐 어때. 지금 내 뱃속에 들어가나, 나중에 들어가나 마찬가지인 걸.”


실비는 과일 하나 더 집어먹고는 장난기 없이 사뭇 진지해진 눈빛으로 네메시스를 보더니 입을 열었다.


“.....라고 경고를 해도. 내가 먹은 과일처럼 이미 늦어버린 제독의 일행이 보이지만 말이야.. 안 그래?”


“..........”


정말이지. 눈치 한번 빠른 괴물이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실비에게서 시선을 떼어 할 일을 할 뿐이었고 실비는 그의 반응 따위는 상관없는 듯이 말을 이었다.


“당신이 원해서 이런 상황을 자초하지는 않았겠지만... 나중에 떠날 때. 상대는 꽤 마음이 아플 거야. 우리에겐 그저 한 순간의 만남일 뿐이지만.

저 필멸자들에겐... 그들의 삶에서 큰 부분이 되어버릴 수 있거든..

그러니 함부로 당신에게 마음을 주지 못하게 노력 좀 해봐. 제독. 사방에 페로몬이든 호르몬이든 뿌리고 다니지 말고.

알겠어? 나의 노파심에 하는 말이야.”


처음으로 네메시스를 ‘제독’이 아닌 ‘당신’이라 칭한 실비는 그렇게 충고해주었다.


“....새겨듣지. 180세에 4세계 괴물이 되신 인간 할머니.”


현재 실비의 잘빠진 몸을 보면 결코 믿을 수 없는 말이 네메시스의 입에 튀어나왔고 이에 실비는 자신의 가슴을 만지며 킥킥거렸다.


“지금 1000세가 훨씬 넘어가는 할머니지. 뭐. 4세계 괴물이 된 덕에 현재처럼 쭉쭉빵빵 하게 되었지만!”


4세계 괴물의 육체가 되면. 해당 대상의 전성기 때의 나이대로 되돌린 다음.

육체 변화가 시작되기 때문에 실비는 우주군 대장 출신이라는 계급에 맞지 않게,

과거에 장교 훈련을 받을 때의 육체로 젊어진 상태가 되었고 이 사실에 실비는 킥킥거렸다.


“신체는 젊어 졌는데. 머리카락 색은 왜 다시 안 돌아왔는지. 몰라. 쿡쿡.”


심지어 그녀의 은발로 보이는 것은 사실은 연세에 의한 탈색이었다. 물론 지금은 생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매끈한 머리결이지만 놀라운 사실이었다.


“근데 괜찮겠어. 실비?”


“뭐가? 제독?”


“주신이란 이름의 식충이 두 명.. 지금 밑에 박살내고 있을 텐데..?”


“괜찮아~ 괜찮아~. 내 전용 비밀 술 창고에 있는 희귀 술들만 건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보충이 돼. 이를테면 발렌타인 500년 산 술이라든지.”


실비의 말에. 네메시스는 잠시 손을 멈추고 말리고스와 제우스를 생각하더니 실비에게 진심어린 충고를 내뱉었다.


“....내가 그 녀석들을 잘 알아. 그들은 좋은 술을 찾아내는 것은 기가 막히거든. 금세 후회할 텐데? 실비?”


“설마 꽁꽁 숨겨둔 술 창고를 찾을 리가? 그냥 바에 있는 것들만 마시겠....”


[오오오오오오!!! 발렌타인 500년 산 술이잖아?! 최고의 술인데. 이곳에서 찾다니 끝내주는 군...!!!!]


[마시자~! 마셔!!!]


“이런 썩을!!!!!”


아래층에서 들려온 소리에 술하고 담배가 인생의 낙인 실비의 얼굴이 새하얘진다. 실비는 급히 미니건을 소환해 손에 집어 들더니 주방에서 나가며 소리쳤다.


“야이! 이 빌어먹을 주신 놈들아! 거기 꼼짝 말고 있어! 내가 지금 이 미니건으로 너희 몸통에 바람구멍 내주러간다!!!!”


그 모습에 네메시스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흡연하고 음주랑 거리를 두는 네메시스에겐 이해가 되지 않는 광경이었다.


“음? 람히르?”


실비가 바로 나간 다음. 람히르가 자신을 옆을 빠르게 달려 나간 실비를 얼떨결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네메시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 네메시스님. 역시 주방에 있으셨군요!”


“......”


왠지 조금 씁쓸한 말이었다. 네메시스 자신이 주방에만 살아가는 존재도 아닌데... 람히르에겐 그렇게 각인이 된 건가...

뭐. 주방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긴 하지만..


“무슨 일이야?”


“이 함선의 주방은 4세계 것이잖아요? 이곳에서는 어떤 조리 기구로 조리하는지 궁금해서 왔어요!”


확실히... 람히르가 살아가는 1세계의 주방과는 전혀 다른 구조이다 보니. 궁금할 법하겠지. 이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좋은 마음가짐이야. 마음껏 구경해. 모르는 조리 기구가 있으면 설명해줄게.”


이에 람히르는 그녀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이 날개를 좌우로 파닥이며 주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는 그녀입장에선 신기한 조리 기구를 하나하나 물어보기 시작했고 네메시스는 밑층으로 식사를 가져와달라는 실비의 요청에 따라.

보나마나 술과 같이 먹을 그녀를 위한 술안주에 가까운 기름기가 많은 요리와 위장에 좋은 것들을 조리하기 시작하였다.


“음? 이건 뭐죠? 이것도 조리 기구인가요?”


네모난 모양. 1세계에선 결코 보지 못한 조리 기구에 람히르는 물었다. 이에 네메시스는 그녀가 가리킨 것을 보며 미소 지었다.


“전자레인지라고 2세계에서 음식을 데우기 위한 조리 기구인데. 꽤 다용도로 쓸 수 있어. 해동시키거나 팝콘을 굽거나 빵을 굽는 등. 내가 좋아하는 가전제품 중 하나야. 물론 1세계에 전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쓰질 못하고 있지만...”


네메시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속으로 안타까운 한숨을 내뱉었다. 이놈의 빛의 주신 켈렌트가 제발 전기만이라도 1세계에서 굴려가게 해주면 참 고마울 텐데. 이걸 트집 삼을 것 같을 놈이기에 함부로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네메시스의 한탄이었다.


“우와....!!!”


람히르로는 마치 기적의 물품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전기레인지를 슥슥 만져보았고 곧 네메시스를 보며 강아지마냥 눈을 빛냈다. 마치 네메시스 보고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표정. 이에 네메시스는 졌다는 듯이 팝콘용 옥수수를 꺼냈다.


“...전자레인지로 팝콘이라도 튀겨줄게.”


어차피 실비가 식사하고 나서 가져다 줄 간식거리였기 때문에 팝콘용 옥수수를 아공간에 꺼내 그릇에 담고는 전자레인지에 넣는 네메시스였다. 이에 람히르는 기대감이 찬 눈빛으로 전자레인지 앞에 기다렸고 곧 톡톡! 전자레인지 내부에서 터치는 팝콘들을 보며 아이 같이 즐거워했다.


“신기해요. 4세계는 이런 조리 기구를 사용하는 군요...”


“정확히는 4세계보다도 2세계에서 먼저 만들어진 거야.”


“음? 의외네요?”


네메시스의 답변에 람히르는 놀란 듯이 전자레인지에서 시선을 떼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그녀에게 다가가 팝콘들을 꺼내 준비해둔 카라멜 소스와 버터, 소금이 담긴 프라이팬으로 옮겨 다시 한 번 볶고는 말을 이었다.


“생활용품이나 가전제품 같은 것은 거의 무조건 2세계에서 먼저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돼. 람히르. 우리 4세계에서 사용되는 것들은 2세계에서 그런 것들이 만들어지면 따라하거나 혹은 기능을 개선시킨 거야. 이 부분에서는 4세계 괴물들이 많이 밀리거든.”


“그건 어째서죠?”


“필멸자와 괴물의 상상력 차이.”


의외의 답변이 네메시스에게서 돌아왔다. 이에 그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우리 4세계 괴물은 수명이 제한이 없다보니. 장수할 수 있는 놈들은 꽤 장수하게 돼.

하지만... 이 점이 오히려 4세계 괴물들의 사고를 제한하게 된 달까?

상식을 깨는 기발한 것들은 4세계에서 잘 만들질 못해. 우리 4세계는 ‘잊혀진 문명’에서 사망한 과학자나 기술자들을 많이 흡수한 탓인지. 기술력 자체는 모든 세계를 통틀어 최고라고 할 수 있지만 긴 세월을 살면서 사고가 틀 안에 굳어져버렸거든.

요컨대 기술력은 있되. 그걸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것을 잘 못하게 되어버렸어.

이 때문에 우리 4세계의 교육은 상상력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나아가게 되었지.

물론.. 그렇게 하여도 금방 태어나서 금방 죽어버리는 덕에 세대교체가 빠른 2세계에 비해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네메시스는 자신의 오랜 고민인지 깊은 한숨을 쉬더니 전자레인지를 보았다.


“저 가전제품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크기가 쓸 때 없이 컸어. 그때는 조리기구로는 불합격이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 4세계는 이것에 감명을 받아. 발전시키고자 이것의 소형화 기술을 2세계로 알게 모르게 지원하였고 현재 저 모습이 그 결과야.

이런 식으로 2세계와 4세계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발전하고 있어.

내 마음 같아선... 우리 4세계 괴물들이 저런 제품을 처음부터 생각해 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지.”


“헤에? 4세계 괴물이라도 전부 잘하는 것은 아니네요?”


“응. 우리 괴물에도 한계는 분명 있다는 거지. 그렇기에 만약에 우리 괴물들이 길을 잘못 걷게 되면..”


“....잘못 걷게 되면?”


“다시 되돌아 버릴 수 없는 길을 걸을 수도 있어. 세대교체가 느린 우리 4세계 괴물 특성상. 길을 되돌린다는 선택지는 생각의 틀이 굳어서 힘들거든.

이 점은 필멸자가 괴물에 비해 훨씬 낫지. 그들은 아무리 윗대가리가 꽉 막혀도 언젠가는 늙고, 병들어 죽으며, 이 때문에 새로운 윗대가리들로 세대교체가 되니까 말이야. 반면에 우리 괴물들은...”


“세계가 위험할 수도 있겠네요.”


“...잘못된 길을 걸으면 모든 ‘세계’가 4세계 괴물들의 송곳니와 발톱에 불탈 수도 있지.

물론 그러지 않도록 내가 최선을 다해 막겠지만 말이야.”


“그것은 네메시스님의 연인과의 약속인가요?”


람히르는 ‘연인’이라는 부분에서 씁쓸하게 네메시스에게 물었고 이에 그는 정답인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난 플로라와 약속했거든. 그녀가 소중하게 여겼던 모든 것들을.... 지켜내겠다고...

그러니 내가 4세계 괴물들의 왕인 이상은 걱정할 필요 없어.”


네메시스는 그 말을 끝으로 완성된 에피타이저와 요리, 그리고 팝콘을 접시에 담더니 람히르에게 말했다.


“이것들을 가져가는 것 좀 도와주겠어? 람히르?”


“...네!”


그의 말들을 잠시 고민하는 람히르였지만 곧 밝게 웃으며 대답 하였고 이에 네메시스는 살짝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널 ‘네메시스의 자식’으로 만든 날 원망하지 않아?”


“언제까지나 실수라고 들었으니까요. 게다가...”


“게다가?”


“....네메시스님과 이어지고 있는 이 감각. 나쁘지 않는 걸요?”


람히르가 퀸과의 전투 이후. 그녀가 해당하는 속성인 네메시스의 시공간의 날개와 약간이나마 이어진 것을 네메시스나 람히르나 둘 다 또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말에 네메시스는 슬픈 표정으로 람히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자신의 ‘계획’에 필요하다지만..

이용하기에는 너무 순수한 천족의 아이였음으로... 아무리 네메시스라지만 마음이 아픈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근데 네메시스님?”


“....?”


“그럼 전 족보상. 네메시스님과 켈렌트님이 저의 부모인가요.....?”


“............................”


확실히 켈렌트의 직계가 람히르이고, ‘검은 피’에 감염된 람히르는 ‘네메시스의 자식’에도 속하므로....

족보로 따지면 그렇긴 한데.....

그러면 네메시스와 켈렌트는.... 이 사실에 네메시스는 경악해하면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끔찍한 말은 하지 말아줘. 그 순간 아무리 나라도 자괴감이 들었으니까.”


“쿡쿡. 그래도 두 분 다 저에겐 소중하니. 네메시스님도 저의 부모라고 하죠. 후후.”


람히르의 말에 소름이 끼치는 네메시스였다. 플로라라면 몰라도 켈렌트와 그런 관계로 람히르에게 인식되다니... 켈렌트를 선택할 바에야.

차라니 자신의 악질 스토커인 달기를 선택하는 것이 100배는 훨씬 나은 선택지겠지. 이에 변명을 하려고 입을 여는 네메시스였지만....


[찾았다! 이 빌어먹을 술 도둑 놈들!]


실비의 외침과 함께 밑층에서 울려 퍼지는 미니건 소리. 이에 비명 지르는 주신들의 말이 들려왔다.


[자...잠깐! 으악! 몸에 구멍이 뚫렸어! 허파에 바람이 들어와!]


[네가 마음대로 먹으라며?!!!]


[그렇다고 멋대로 남의 비밀 술 창고를 털어!? 바에 있는 것만 먹으라고!!! 이 빌어먹을 주신 놈들아아아아아!!!!!]


수많은 술병들이 깨지는 소리도 들려오고 주신들이 깨지는 술병들에 안타까워하는 신음도 들려왔다.

그야말로 밑층은 개판. 소리만으로도 어느 정도 상황이 짐작된 네메시스는 조용히 침묵하더니 창피한 듯이 이마를 짚었다.


“...미안해. 내가 저런 실비의 상사라....”


“저런 기행에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걸요. 저 정도쯤은 상관없어요.”


이러한 기행에 익숙해진 람히르는 밑층의 상황에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족보상 켈렌트와 강제 부부행이 되어버린 네메시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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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제 236화 오메가와 주신. 그리고 인간. 21.09.16 3 0 21쪽
237 제 235화 친구를 죽이고, 앞으로.. 21.09.07 7 0 23쪽
236 제 234화 노년의 군인은 쓰러지지 않는다. 21.09.03 10 0 28쪽
235 제 233화 인공지능과 인간. 21.08.30 10 0 24쪽
234 제 232화 혼란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전황 21.08.25 11 0 24쪽
233 제 231화 차바르의 전투. 그리고 통수 대결. 21.08.21 14 0 27쪽
232 제 230화 인간이란 종의 자식들. 21.08.16 11 0 19쪽
231 제 229화 사냥하는 자와 사냥당하는 자 21.08.11 12 0 15쪽
230 제 228화 사냥 준비 21.08.07 13 0 20쪽
229 제 227화 행성 파괴자의 흔적 21.08.04 12 0 17쪽
228 제 226화 그녀의 꿈 속으로 21.08.02 12 0 12쪽
227 제 225화 군인의 후회. 21.07.29 12 0 28쪽
226 제 224화 게임으로 괴물조차 이기는 필멸자. 21.07.27 13 0 24쪽
» 제 223화 괴물과 필멸자의 차이. 21.07.23 11 0 22쪽
224 제 222화 늪지대에 나타난 우주전함 21.07.20 14 0 28쪽
223 제 221화 은혜를 원수로 갚다. 21.07.17 12 0 19쪽
222 제 220화 괴물왕의 함정. 21.07.14 14 0 22쪽
221 제 219화 세계수를 향하여. 21.07.12 12 0 17쪽
220 제 218화 연극의 무대 뒤 21.07.11 13 0 24쪽
219 제 217화 이룰 수 없는 꿈. 21.07.08 11 0 21쪽
218 제 216화 세계 평화를 지키는 괴물들? 21.07.06 11 0 21쪽
217 제 215화 괴물들의 왕조차 겁에 질리게 하는... 21.07.05 15 0 19쪽
216 제 214화 잊혀지지 않는 괴물의 사랑. 21.07.03 11 0 17쪽
215 제 213화 여장을 한 괴물들의 왕의 피해보상 21.07.01 13 0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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