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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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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괴물왕이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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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16 19:36
최근연재일 :
2021.07.29 21:56
연재수 :
227 회
조회수 :
8,173
추천수 :
260
글자수 :
2,076,777

작성
21.05.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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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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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4쪽

제 169화 괴물들의 왕과 플로라1

DUMMY

어느 던 시간이 지나 점심에 도달할 때 쯤. 퀸과 나태의 벨제부브가 목욕했던 물가의 옆. 그곳에서 네메시스는 주방기구를 아공간에서 꺼내어 요리솜씨를 발휘하여 곁에 수많은 요리가 담긴 도시락들을 만들어내고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 내가 가장 싫어하는 요리인 레토르트와 패스트 푸드. 200인분... 일단 급히 만든 도시락 400점...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는 너희 둘이서 이걸로 식사를 때울 수 있겠어?”


“....아껴... 먹으면?”


끄덕.


네메시스의 곁에서 식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벨제부브와 오메가. 그들은 사이좋게 네메시스가 자신들을 위해 챙겨둔 것들을 아공간에 집어넣었고 이에 네메시스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이걸로 자신과 다시 만날 때 까지는 이들의 식사를 걱정할 일은 없겠지. 그리고는 같은 666의 식사도 자신이 챙겨줘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 한숨을 쉬는 네메시스였다. 그 모습들을 다른 일행들은 지켜보고 있었고 붉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꼬며 지켜보고 있던 벨라스트라즈는 한 마디 툭. 내뱉었다.


“이야! 네메시스. 자식들 돌보는 엄마 같네. 누가 지금 보면 4세계 괴물들의 왕인 줄 알겠어?”


“비꼬지 마. 벨라. 이 녀석들을 돌봐주려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특히나 이 두 명은.. 후우. 보시다시피 생활력은 빵점이라서... 아마 666의 이름을 가진 자들 중 유일하게 누군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어디 가서 쫄쫄 굶을 것 같은 놈들이야.”


과장에 가까운 네메시스의 말이었지만 자신이 오기 전만하더라도 델핀에게 헐값으로 부림을 받고 있던 것을 생각하면 네메시스의 걱정은 결코 과장이 아니겠지. 이에 오메가와 벨제부브는 멋쩍게 뒷머리를 긁적였고 그걸 보고 한숨을 길게 내쉬는 네메시스였다. 그리고 그는 곧 고개를 올려서 아직 본래의 육체로 키틴질의 날개를 핀 체. 태양빛을 새고 있는 레지나일족의 대표자를 보았다.


“퀸은 왜 아직도 그러고 있어?”


[아직 빨래가 마르지 않아서 말이에요. 헤헤.]


퀸은 그 말과 함께 머리 위의 더듬이로 나뭇가지를 모와 일시적으로 만든 빨래걸이를 가리켰고 이에 네메시스가 오메가를 향해 눈짓하자 오메가는 손을 휘둘려 퀸이 평소 뒤집어쓰고 있는 위장용 가죽을 말려주었다. 그러자 퀸은 슬금슬금 그곳에 들어가 곧 평소 다니던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제 됐지?”


“네~! 그런데... 네메시스님!”


“?”


퀸은 얼굴을 빨갛게 붉히더니 오랜만에 제대로 식사를 시작한 벨제부브가 먹고 있는 도시락을 힐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저도 네메시스님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을...”


“...정중히 거절할게.”


애초에 퀸은 앞의 둘처럼 생활력이 빵점이 아닌 관계로, 어디다 버려둬도 잘 먹고 잘 사는 타입이기에 네메시스는 그렇게 대답한 거지만 퀸은 그 말에 머리위의 더듬이를 신경질적으로 한 번 튕기더니 두 손을 모와 주먹을 쥐고는 외쳤다.


“너무해!!! 저도 네메시스님의 도시락을 먹고 싶단 말이에요!”


“돌아가. 해줄 생각 없어. 넌 벨제부브나 오메가와는 달리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잖아?”


“핏!! 너무해에에에엥!!! 흐...흥!!”


콰아앙!!!


네메시스가 차갑게 몸을 돌리자 퀸은 귀엽게 볼을 둥글게 부풀며 날개를 신경질적으로 퍼덕이더니 잠시 뒤 삐졌는지 지면을 박차고 저 멀리 하늘로 치솟았고, 곧 키틴질의 날개를 파닥이며 모습을 감추었다. 이에 그 뒷모습을 보던 세레나는 드디어 말을 걸 수 있는 듯이 네메시스에게 말을 걸었다.


“...네메시스.”


다소 어두운 세레나의 목소리. 그녀의 말의 뒤편으로 불안감 등의 복잡한 감정이 섞여있자 네메시스는 의아해하면서 세레나를 돌아보았고 이에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나와 단둘이서 이야기 좀 해. 옆에 있는 말리고스도 같이.”


“엥? 나? 으음.. 알겠어. 세레나. 뇨롱...”


말리고스도 자신이 지목되자 작은 앞발로 자신을 가리키더니 곧 알겠는 듯이 끄덕이고는 날아가 그녀의 어깨에 앉았고 세레나가 먼저 발걸음을 옮기자. 네메시스는 세레나의 의도를 모르겠다 듯이 갸웃거리며 그 뒤를 따라 갔다. 잠시 뒤 그녀가 자신에게 무엇을 물을지도 모른 체...


------------------------------------------------


어느 정도 깊은 숲에 도달하자. 세레나는 멈춰서더니 자신의 어깨 위에 있던 말리고스에게 입을 열었다.


“방음이 되도록 결계 좀 쳐줘. 말리고스.”


“음? 그걸 왜?... 아.. 알겠어. 뇨롱.”


이유를 물으려고 한 말리고스였지만 곧 무언가 결의가 세워져 있는 세레나의 눈을 보자마자 군말 없이 따라 붉은 색의 결계로 그들의 주위를 감싸 안았고 곧 세 명은 세상에서 격리되었다. 이에 그녀는 네메시스를 보았다. 평소와 달리 그녀의 눈동자는 수많은 감정들에 의해서 흔들리고 있었다.


“....당신에게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어. 대답해 줄 수 있어?”


“세레나의 질문이라면 무엇이든지...이지만. 오늘은 어쩌면 대답하지 못할 지도 모르겠는데...?”


라고 뒷말을 흐리는 네메시스의 모습에 세레나는 도끼눈을 뜨며 외쳤다.


“말 돌리지 마. 이번은 나도 장난이 아니니까.”


“.....흐음.”


그 모습에 다소 당황하는 듯이 작은 신음을 흘리는 네메시스의 모습. 어떻게든 지금의 세레나는 네메시스에게서 묻고 싶은 것이 있는 걸로 보였다.


“...무엇을 원해?”


“...내가 당신과 말리고스에게 듣기로는... 플로라. 정확히는 과거의 나는... 아기 때부터 너와 말리고스에게서 자랐어... 그렇지?”


“그렇지.”


그 물음에 네메시스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에 세레나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이후에는.... 당신과 말리고스. 그리고 나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거야? 플로라가 4세계로 가기 이전에 ‘1세계에서 있었던 일’말이야. 과거의 플로라는 분명 당신을 증오했어.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세레나는 눈을 감으며 가슴에 손을 얹더니 잠시 뒤에 눈을 떴다. 그리고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당신을... 사랑하기도 했어...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어. 그 외에도 복잡한 감정들이.. 플로라의 기억의 잔해에 붙어서 날 괴롭게 하고 있어. 당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과... 그리고 긍정적인 감정들이.... 점점 날 혼란스럽게 해...”


“........”


“...대체... 당신과 말리고스, 그리고 플로라와 무슨 일이 있었기 때문에. 과거의 나는 당신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된 거야? 난... 이해가 되지 않아... 그러니... 난 오늘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묻고 싶어. 나와 당신 사이에 있던... 그때의 그 일을... 둘의 사이가 틀어지게 된 ‘그 일’을 말이야.”


피할 수 없는 세레나의 단언에 네메시스는 씁쓸한 눈으로 그녀를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렸다. 죄책감에 더 이상 그녀를 마주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후회 할 수도 있어. 세상에는 가혹한 진실보단 달콤한 거짓말이 나을 때가 있는 법이거든.”


“상관없어!”


“.......”


네메시스는 그 말에 조용히 시선을 하늘을 향해 돌리더니 묵묵히 침묵을 유지하였고 곧 입을 열었다.


“세레나... 난 너에게 아무것도 숨기고 싶지 않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지금은 두려워. 이 이야기를 끝내고 나면. 네가 날 증오하게 될 것 같아서.. 혹은 나를 혐오하게 될 것 같거든. 그리고...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네가 날 영영 떠나게 될까봐.... 그래서 내가 아직 너에게 이야기 못해주고 있는 거야... 그런데..... 정말로 듣고 싶어? 세레나..? 듣게 되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을 거야..”


“....당신이 완전히 깨끗하지 않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이미 수 백 억의 생명을 삼킨 존재니까요. 하지만.. 그것은 언제까지나 과거의 당신. 지금의 당신을 보면... 솔직히 그런 일을 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좋은 존재에요. 곁에서 당신을 믿고 따르는 다른 666의 괴물들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리고... 전.. 네메시스...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어요. 당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관심 있어 하는지... 아주 사소한 것들을 말이에요. 솔직히 말하면... 전 지금의 당신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입으로 하기에는 너무나... 부끄러운 말이지만요. 후우...”


“세레나...”


“지금 엉겨 붙을 생각은 하지 말아요. 네메시스. 지금의 당신은 저의 물음에 답할 시간이니까요.”


세레나의 고백에 화색을 띄며 그녀에게 다가오던 네메시스였지만 곧 세레나의 단언에 풀이 죽어 뒤로 물러서더니 표정을 굳힌다. 그리고 곧 할 수 없는 듯이 네메시스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그의 삶을 통틀어 가장 힘든 한숨이라고 네메시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후우.. 알겠어.. 말할게.”


“.......”


세레나가 조용히 네메시스를 바라본다. 듣겠다는 그녀의 무언의 표시겠지. 이에 네메시스는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을 느꼈다. 이 일이 끝난 후에도... 세레나는 자신을 바라봐줄까? 아니면... 수많은 의문들이 잠시 그를 훑고 지나가지만 곧 네메시스는 머리를 흔들어 잡생각들을 털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들려주겠어.. 과거 나와 플로라 사이에 있던 일을... 이것을 듣고 난 후.. 부디 날 미워하지 않기를... 바래.. 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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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로 된 도시의 폐허 속에서... 굳건한 인연이 일그러지고,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진 언덕위에... 삐뚤어진 애정을 가진.. 4세계 괴물들의 왕은 그곳에서 엘프를 내려다보며 애정을 담아 속삭인다.


“사랑해...”

-플로라, 네메시스와의 ‘그 일’의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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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천 년 전 전쟁’이 일어나기 10년 전. 그 전쟁의 발달이 된 플로라란 이름의 엘프와 자신의 몸집보다 두 배는 커 보이는 짐을 목에 걸고는 플로라의 등 뒤를 쫓고 있는 푸른 도마뱀이 보인다.


“아! 글쎄! 난 푸른 도마뱀 아니라고!”


“음? 무슨 말이야? 말리고스.”


갑자기 말리고스가 화를 내자 플로라는 잠시 멈추어서더니 뒤따라오는 말리고스를 보았고 그에 말리고스는 잠시 지면에 내려앉아 짐을 내려놓더니 말을 이었다.


“..누군가 나보고 푸른 도마뱀이라고 한 것 같아서 말이야.. 뇨롱...”


“...아니었어!?”


그 말에 플로라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고 이에 말리고스는 화난 듯이 도끼눈을 떴다.


“갑자기 새삼 놀란 것처럼 하지 마! 난 이래 봐도...!”


“아아. 그 놈의 공간의 주신인가. 뭐시기? 나참.. 언제까지 그 말을 하려는 건지..”


플로라는 언제나 있는 말리고스의 개소리가 시작됨을 느끼고는 등을 돌려 다시 발걸음을 옮겼고 이에 말리고스는 표정이 구겨지더니 짐을 다시 목에 걸고는 날아서 그 뒤를 쫓으며 외쳤다.


“너무해!! 난 진짜 주신인데....”


그리고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곧 목에 걸고 있던 짐의 내용물을 내려다보고는 중얼거렸다.


“대체 네메시스는 무슨 생각으로 이것들 사오라고 한 걸까?”


“우리들끼리 어디 피서라도 갈 생각은 아닐까? 이제 ‘네메시스의 자식’들의 위협은 드림랜드에서 완전히 끝났으니까. 그리고 마침 여름이고..”


“...그렇다고 해도.. 네메시스가 사오라고 하는 물품은 생존물품에 가까운데... 도끼나 천막부터 시작해서.. 보존성 높은 비상식량까지.. 이 정도나 챙길 필요가 있나? 뇨롱...”


말리고스는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때 드림랜드를 도살장처럼 만들어버린 7명의 ‘네메시스의 자식’들은 자신과 플로라. 그리고 네메시스에 의해서 모두 격퇴되었고 마지막에 ‘달의 책’으로 처절하게 저항하던 한 놈까지 이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이 살고 있는 1세계의 드림랜드에서는 그 일을 해낸 영웅으로, 고양이 수인 ‘수인왕’이 해낸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도 벌써 1년이 지난 상황. 드림랜드는 ‘네메시스의 자식’이 나타나기 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일부 세계와 접전이 생겨 보따리상인 수준이지만 다른 세계의 물건을 구매하고 또한 판매하는 것이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현재 말리고스와 플로라가 네메시스와는 따로 길을 걷고 있는 것도 네메시스의 요청으로 타 도시에 생긴 ‘문’에서 다른 세계의 물건을 구입하고 돌아가는 도중이었다.


“그래도 이제 ‘네메시스의 자식’들이 없으니. 무슨 문제라도 있겠어? 네메시스도 혹시 모르니 챙겨두는 거겠지.”


플로라와 네메시스 그리고 말리고스. 그들이 현재 살고 있는 도시에 정착한지도 벌써 6개월. 이제 더 이상 어느 날 ‘네메시스의 자식’에게 도시가 궤멸 당했다는 소식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고 오히려 빠르게 폐허가 된 도시를 복구하기 시작한 소식들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평화 상태였다.


“....그렇지. 뇨롱..”


평화가 가장 소중한 순간은 한없이 처참한 상황을 겪은 직후. 이 이후야 말로 모든 이들이 평화를 갈망하게 된다. 그런 만큼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물품을 챙겨두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리고스가 현재 삐져있는 이유는 네메시스가 자신들에게 귀금속 덩어리를 하나 주고 심부름을 보내두고는 자기는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하여간. 그 개 같은 성격은... 뇨롱..”


이 사실에 호박씨 까는 것을 시작하는 말리고스. 그 모습에 플로라는 말리고스 머리 위의 볏를 쓰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도 네메시스도 현재는 많이 나아졌잖아? 표현만 못하지 네메시스에게도 감정은 있어.”


“알고 있어. 뇨롱..”


처음에는 감정 없는 듯한 단순한 괴물. 하지만 플로라와 함께 다니며 그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이 말리고스의 피부에 느껴질 정도였다. 실제로 딱딱하기만 하는 그가 플로라만 챙겨주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점점 신경써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 돼. 변화라는 것은.. 꼭 좋은 쪽으로 일어나지 않거든.”


“음?”


이에 플로라가 의아해하면서 말리고스를 되돌아봤지만 말리고스는 입을 다문 체. 날개를 퍼덕일 뿐이었다. 아직 플로라는 네메시스의 본래 모습이나 성격 같은 것을 몰랐다. 괜히 이 부분을 말을 이어나갔다간 그들 사이의 평화가 깨져버릴 수 있었기 때문에 말리고스는 침묵했다.

비록 주신인 그였지만... 네메시스와 플로라. 그 둘과 살아가는 현재의 삶이... 창조주의 명에 따라 쓸쓸하게 ‘세계 간의 경계’를 감시하던 때와는 달리 너무나 즐거웠기에... 말리고스는 말을 돌렸다.


“아니야. 그냥 늙은이의 걱정일 뿐이야.”


“헷! 또 그 말이야. 말리고스. 너와 네메시스가 늑대에 부모를 잃은 나를 어렸을 때부터 키워주었다는 사실은 잘 알지만. 전혀 늙은이로 보이지 않아. 말리고스.”


“.....”


그거야.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불멸자인 말리고스니까 당연한 소리였다. 또한 플로라가 생장속도가 워낙 빠른 엘프니까 그렇지. 다만 필멸자인 네메시스가 조금도 늙지 않는 그 모습에 대한 이유는 알 수 없는 말리고스였다. 이때의 말리고스는 아직 필멸자와 불멸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 반지를 산거야? 널 키워준 아빠나 다름없는 네메시스에게 고백하려고?”


뜨끔?!


말리고스의 물음에 길을 걷던 플로라가 우뚝 서서 멈추더니 곧 녹슨 기계를 보는 듯한 움직임으로 몸을 돌려 말리고스를 보았고 그때 말리고스는 볼 수 있었다. 플로라에게서 흘러나오기 시작한 식은땀들을! 그 모습에 말리고스는 혀를 찼다.


“그런 걸 보고 엘렉트라 콤플렉스라지...? 그래도 아기 때부터 자신을 키운 이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한 거 아니야...?”


“....그...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걸! 이미... 좋아해버리게 되어버린 걸...”


이때의 플로라는 4세계에 널리 알려진 미친개 같은 성격보다는 미래의 세레나와 닮아있었다. 만약 이 모습을 다른 666의 괴물이 보면 뒷목부터 잡든지, 자신의 눈을 비비며 말도 안 된다고 소리치겠지. 하지만 이때의 플로라는 이랬다. 그 모습을 보며 말리고스는 그런 그녀를 따스하게 바라보았다. 플로라는 자신이 어쩌다가 키우게 된 필멸자지만. 현재의 플로라는 한없이 자신의 딸과 같은 기분이라고 말리고스는 생각했다.


“....필멸자의 관점을 잘 모르겠지만... 네가 원한다면 난 반대할 생각은 없어. 뇨롱. 둘은 나름 어울린다고는 생각하니까.”


“으으....”


플로라가 얼굴을 붉힌다. 그 모습에 말리고스는 킥킥거렸다. 이전에 다른 ‘네메시스의 자식’들을 상대할 때도 여러 이들이랑 힘을 합하기도 한 적은 몇 번 있었고 그럴 때마다 대부분은 그 둘을 보며 그런 오해를 했을 정도이니 말 다했다. 실제로 가끔씩 자신들에게 놀려오는 수인왕도 플로라와 네메시스는 이미 부부라고 공인한 듯한 모습이었으니..


“어차피 종의 수명이 다르니 그건 별 상관없잖아! 인간과 엘프는!”


“하지만 근연종이지. 피가 섞이는.. 뇨롱..”


“으으으!!!!”


그 말에 플로라가 얼굴을 붉히며 물러서자 말리고스는 작게 웃었지만 곧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근데 네메시스가 인간이긴 하던가?’


거기에 답은 ‘아니다’라고 말리고스는 생각했다. 네메시스는 겉으로는 인간 위장을 뒤집어쓰고 있긴 한데.. 과거의 네메시스의 본래 모습을 생각하면 그는 결코 인간이 아니었다. 하물며... 그 ‘날개’들은... 비록 플로라와 함께 다닐 때. 한 번도 내비치지 않는 날개였지만 말리고스는 네메시스가 언제라도 그것을 필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필멸자보다는 오히려 주신의 ’속성‘과 비슷하지. 하지만 영~. 알 수 없단 말이야. 과거에 물었을 때는 스스로 ’괴물‘이라고 칭하니 말이야... 뭐 상관없나?“


“그래도 난 플로라가 누구와 삶을 살아가든. 행복하기만 하면 별 상관없어. 뇨롱. 그러니 마음대로 해~! 뇨롱.”


‘필멸자라 비록 언젠가는 죽을 지어도.. 그 끝까지는 내가 지켜봐줄 테니까...’


플로라는 엘프라 천 년 가까이는 살 수 있겠지만... 자신은 불멸자. 그 삶조차 한 순간에 불과했다. 아마도 아직은 늙음이 보이지 않는 네메시스도 언젠가 늙고 병들어 사라지겠지.(이때의 말리고스는 몰랐지만. 4세계 괴물은 노화가 없다.) 만약이 그 날이 오면 말리고스는 다시 쓸쓸하게 세계 간의 경계의 틈으로 돌아가 본래 일을 시작하겠지.. 그 생각에 그는 씁쓸하게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래도 현재의 행복을 즐기고자 말리고스는 애써 밝게 웃었다.


“자. 이제 다 왔.... 음?”


다 왔다고 말을 끝맺으려는 순간. 말리고스는 자신의 닿는 결계의 느낌에 고개를 갸우뚱했고 플로라의 주위도 녹색으로 잠시 반짝거렸다. 플로라의 몸속의 조화가 결계가 위험하다고 판단되자마자 주위의 결계를 뚫어버린 것이었다.


“...이게..”


“...무슨?”


대략 한나절동안 옆 도시의 장에 다녀왔을 뿐인데... 그들이 기억하던 것과는 도시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말리고스와 플로라는 멍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분명 출발하기 전만하더라도 활발했던 도시인데... 그들이 돌아온 후 아무런 생명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 냄새...”


진한 피 냄새가 도시에서 흘려 나오고, 군데군데의 건물에는 거대한 발톱자국과 찢어진 옷가지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건물은 한 번에 짓밟았는지 흔적이나 조금 남아 있었고 그리고 지면에는... 수많은 피들이 모여 작은 시냇물을 이루어 흐르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존재들이 죽었는지 상상조차 안 되는 양이었다.


“네메시스의 자식!!! 또 다시!!!!”


언젠가 본적이 있던 흔적. 플로라의 시야에 보이는 눈앞의 폐허와 과거의 기억이 교차했다. 분명 이런 적이 예전에도 있었다. 7명의 ‘네메시스의 자식’을 막으려고 했던 모험의 시작이 되었던... 그녀가 있던 도시를 피로 물들였던 ‘네메시스의 자식’과의 첫 전투가... 그때에 플로라는 학살을 막으려다가 처참하게 당했고 이에 분노한 말리고스에 의해 ‘네메시스의 자식’은 부상을 입은 체 쫓겨났다. 그 일 직후 플로라와 네메시스. 그리고 말리고스는 그들을 막기 위한 모험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때와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났다. 그렇기에 플로라가 의심한 것은 네메시스의 자식이었다. 아마도 플로라에게 보복하고자 이런 일을 벌인 거겠지..


“살아서 도망친 것이 있었어!? 용서 못해!!!... 잠깐! 분명 네메시스는 여기 혼자 있었을...”


그 순간 분노하던 플로라의 표정이 한순간에 굳어졌다. 어쩌면 살아남은 ‘네메시스의 자식’이 자신들이 떠난 틈을 타. 홀로 있는 네메시스를 습격하는 가정에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었다. 이에 플로라는 정신없이 달려 나갔고 그 뒤에서 말리고스는 외쳤다.


“잠깐만. 기다려! 플로라! 이 흔적들은!!! 네메...”


“기다릴 틈이 없어! 네메시스는 ‘네메시스의 자식’을 상대로 지금 혼자 있다고! 그의 실력이라면 버틸 수는 있겠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몰라! 지금 당장 그를 찾아야 해!!!”


그 말을 내뱉고는 정신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뒤에서 말리고스가 뭐라 말을 하는 것이 보였지만 분노와 그에 대한 걱정으로 눈이 돌아간 플로라에겐 들리지 않았고 곧 발걸음을 옮기던 중.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시체들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목을 전부 잘랐어? 이런 미친....’


성한 시체는 아무도 없었다. 가지각색으로 토막 내고, 순대를 뽑아내는 등의 잔혹함이 보였지만 공통점으로서 모두 목의 위가 존재하지 않았고, 시체의 손들은 힘에 억지로 찌푸려서 어느 방향을 향하도록 되어있었다. 마치 올 테면 오라는 듯한 도발에 가까운 모습. 그 모습에 플로라는 분노가 커져가는 것을 느끼며 내달렸다. 이런 것을 할 여유이면 어쩌면 네메시스는 이미...


“..........”


불길한 생각들을 머리를 흔들어 털어내고는 아직 네메시스가 살아있기를 기원하며 플로라는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직은 시간이 있길 바라며... 불안한 걱정을 애써 무시한다.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여러 저기에 날뛴 듯한 흔적이 지면과 건물들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까지의 어떤 ‘네메시스의 자식’들에게서도 보지 못한 흔적들. 그럼 지금까지 숨어있었던 새로운 형태의 ‘네메시스의 자식’인가? 그렇다면 어쩌면 이 도시전체가 함정일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플로라는 입술을 깨문 체. 뛰어다니며 네메시스를 찾기 위해 간절히 달려나갔다.


“네메시스.. 제발... 아직 고백도 하지 못했는데... 살아있어 줘....”


간절하게 외치며 어느 건물의 모퉁이를 도는 순간. 마침내 도시의 모든 생물체들을 도륙내서 모와 둔 듯한 광장에 도착했다. 광장 전체에 살아있는 생명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지면에 뿌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의 중앙. 목만 절단 내어 모와서 만들어진 언덕이 보였다. 전부 플로라가 알고 지냈던 이웃들.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플로라와 친했던 이들의 순서였다. 그 모습에 플로라는 구역질이 치미는 것을 느끼며 꼭대기를 향해 돌렸고 마침내 볼 수 있었다.


“다녀왔어? 플로라?”


이 도시를 깨끗하게 말살한 이로 보이는 이가 머리로 만든 의자에 턱을 괴며 기다리고 있었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플로라는 아무런 말을 못한 체. 멍하니 그를 보았다.


“...거...거짓말.... 거짓말이야...”


이상했다. 분명 자신은 그 존재를 두 눈으로 보고 있었지만... 인식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그 존재가 머릿속에서 그려지더니 인식이 되었다.


“네....메.....시.....스?”


“응.”


머리로 이루어진 시체 더미들의 위에. 네메시스는 플로라가 지금까지 그에게서 보지 못한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플로라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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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왕이 살아가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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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제 171화 일그러진 관계의 괴물과 엘프 21.05.13 17 0 17쪽
172 제 170화 괴물들의 왕과 플로라2 21.05.12 22 0 17쪽
» 제 169화 괴물들의 왕과 플로라1 21.05.11 27 1 24쪽
170 제 168화 괴물들의 왕의 깜짝 고백! 21.05.10 21 0 28쪽
169 제 167화 '인간이 만든 신'이 인류를 학살한 이유. 21.05.09 32 0 18쪽
168 제 166화 폐륜 21.05.08 23 0 32쪽
167 제 165화 오메가의 3개의 최상위 명령들. 21.05.07 19 0 19쪽
166 제 164화 '만들어진 신'과 최상위 명령권자 21.05.06 18 0 18쪽
165 제 163화 이어지는 인연 21.05.05 20 0 16쪽
164 제 162화 오메가의 형제들3 21.05.04 17 0 15쪽
163 제 161화 오메가의 형제들2 21.05.03 27 0 17쪽
162 제 160화 오메가의 형제들1 21.05.02 25 0 12쪽
161 제 159화 만들어진 '신'. 21.05.01 18 0 25쪽
160 제 158화 종말자의 흔적 21.04.30 24 0 21쪽
159 제 157화 괴물들의 왕이 경계하는 것 21.04.29 25 0 23쪽
158 제 156화 색욕의 릴리스와 기만의 조커 21.04.28 22 0 16쪽
157 제 155화 채무자와 4세계 괴물 21.04.27 23 0 16쪽
156 제 154화 적림마을과 레일건8 21.04.26 28 0 31쪽
155 제 153화 적림마을과 소녀의 토론7 21.04.25 26 0 16쪽
154 제 152화 적림마을과 CS...6 21.04.24 27 0 15쪽
153 제 151화 적림마을과 시기의 오메가5 21.04.23 60 0 20쪽
152 제 150화 적림마을과 고뇌하는 괴물들4 21.04.22 21 0 16쪽
151 제 149화 적림마을과 사로잡힌 괴물들3 21.04.21 21 0 15쪽
150 제 148화 적림마을과 식사하는 괴물들2 21.04.20 25 0 14쪽
149 제 147화 적림마을과 농사 짓는 괴물들1 21.04.19 25 0 19쪽
148 제 146화 팔려나간 2명의 4세계 괴물. 21.04.18 32 0 20쪽
147 제 145화 레일건의 흔적 21.04.17 29 0 23쪽
146 제 144화 4세계 괴물들의 형벌 21.04.16 22 0 31쪽
145 제 143화 살인인형 엘리스와 여우. 그리고 인간 21.04.15 23 0 31쪽
144 제 142화 네메시스란 이름의 괴물 21.04.14 40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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