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 셋의 준비시간 2
‘라킨?’
아버지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이종족의 정체를 최민수는 단번에 파악했다.
평균신장 100~120 정도의 난쟁이에 해당하는 종족은 민수도 회귀 전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무기를 든 성인인간 남성이라면 목숨걸고 한번 붙어 볼만한 상대이기도 했다.
라킨족들의 별인 라구행성도 지구처럼 7등급에 불과 했기 때문이다.
다만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서 총과 화약등 최신식 기계설비에 익숙한 인간들의 무기가 이곳 포탈 안에는 가지고 올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반면 라킨은 먼 과거의 인간들처럼 무리를 이루고 칼과 화살 같은 재래식 무기를 들고 사냥을 하며 살아가는 종족이라는게 문제였다.
멀리 임시로 설치한듯한 감옥에 포박한채 한데 모아둔 실종자들이 보였다.
군복을 입은 것으로 보아 수색에 참여한 군인들로 보였고 일반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몇몇이 보였다.
최양락이 천천히 발목부근에 숨겨둔 군용대검을 꺼내 들었다.
눈앞의 라킨족은 셋 아버지의 전투능력이라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란 걸 최민수도 알고 있다.
문제는 주위에 설치된 함정들을 아버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귀 전 인류최강의 방패라 불리던 최민수는 언제나 선봉에서 적들의 이목을 자신에게로 돌리는 역할을 맡았기에 함정과 같은 적들의 계략을 빠르게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났다.
지금 주위에 있는 함정들도 최민수기에 파악한 거지 일반인들의 눈에는 절대 발견되지 않을 만큼 매우 정교한 형태의 함정들이 곳곳에 설치되어있었다.
“아버지 잠시만요.”
급히 최양락의 어깨를 잡은 최민수가 조용히 작은 돌맹이 하나를 집어 들곤 20여 미터 앞에 있는 바위를 향해 던졌다.
타악!
파앗! 촤아아!
돌맹이가 바위에 부딪히자 아무것도 없던 바닥에서 대형 그물이 일제히 나타났다.
어선들이 물고기를 끌어 올릴 때처럼 허공을 향해 솟아오른 그물들은 10여 미터 높이에서 멈춰 섰고 이후 숨어있던 라킨족들이 나타났다.
이들을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최양락의 얼굴에 당혹감이 들어섰고 최민수는 조용히 아버지를 뒤쪽으로 끌어 당겼다.
“저 녀석들은 라킨족이라 불리는 종족이에요. 기본적으로 사냥에 나갈 때는 최소 10마리 이상 모여서 무리 사냥을 하는 집단이니까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닙니다.”
최양락은 적들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 놀랍고 궁금했다.
“넌 그걸 다 어떻게 알고 있는거냐?”
“나중에 설명해 드릴테니까 일단 몸을 감출곳을 찾아요. 저 녀석들 추적에 능한 편이라 잘못하면 포위될 수도 있어요.”
아들의 말에 동의한 최양락이 인기척을 지우며 천천히 자리를 벗어나려는 찰라. 포로 무리에 있던 여성 하나가 그를 발견하고는 소리 치기 시작했다.
“저기요 살려주세요. 제발 좀 살려주세요”
눈치가 없는 여자의 절규에 사냥감이 없는 빈 그물에 잔뜩 화가 난 라킨족들 무리와 생존자들의 이목이 일제히 최양락 부자에게로 쏠렸다.
‘아니 저 미친X이’
속으로 욕설을 내뱉은 최민수는 서둘러 아버지와 등을 맞댄채 점점 다가오는 라킨족에게 대항할 준비를 하였다.
10대2의 싸움.
멀리서 보면 성인 남자 둘과 열명의 잼민이들의 싸움처럼 보이는 전투가 시작되었지만 실상은 보는것과 달랐다.
일반인을 능가하는 최 씨 부자이지만 조직적으로 그 사람의 체력을 빼앗아가는 라킨족들의 전술에 점차 열세에 몰리는 두 사람이었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최양락이 아들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
“얼른 빠져나가 내가 막고 있는동안 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른 상황에서 최양락은 부성애를 발휘한 것인지 아들만은 살려 보내려 필사적이었다.
최민수는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전형적인 군인 아버지의 표본이었던 최양락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따뜻함과 자상함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던 그가 지금 자신을 살리겠다고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허억! 허억!
두 부자의 거친 숨소리만 들릴 때 최민수에게는 아버지가 들을 수 없는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사 최민수님의 회귀 전 데이터 동기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거칠었던 호흡이 돌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온몸에 충만해진 힘들을 느끼는 최민수였다.
본능적으로 아들의 기운이 달라졌음을 느낀 최양락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민수 너?”
천천히 최양락이 했던것처럼 그의 앞을 막아선 최민수가 말했다.
“라킨녀석들은 몰이 사냥을 해야하는겁니다.아버지”
우워억!
[광역 도발 함성을 사용합니다]
최민수의 외침에 주변의 모든 라킨족들이 격분하여 그에게 달려 들기 시작했다.
지금껏 거리를 둔채 두 부자를 괴롭히던 모습은 사라지고 광기에 물든 모습으로 무작정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칼날이 아들의 몸을 찌르려는 순간 최양락은 본능적으로 소리 치고 말았다.
“민수야...”
[아이언 스킨이 발동합니다]
시스템을 알림과 함께 최민수의 전신을 새하얀 오라가 감싸기 시작했고 오라에 둘러싸인 그를 찌른 라킨족들의 칼끝에서 예상치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카앙! 캉!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충격에 무기를 놓치고만 라킨족 하나의 목을 빠르게 낚아챈 최민수가 잽싸게 돌려버렸다.
우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무너지는 라킨족을 시작으로 최민수의 양학이 시작되었다.
[웨펀 마스터 스킬이 발동합니다]
모든 무기술에 능통한 전사답게 바닥에 떨어진 볼품없던 몽둥이도 최민수의 손에 잡힌 순간 최고의 무기로 바뀌었고 10마리의 라킨무리가 전멸하는 데는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 우우!
긴 한숨과 함께 최민수의 몸에 둘러진 오라가 거둬들여 졌고 그런 그에게 천천히 다가선 최양락이 말을 걸었다.
“민수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나중에요 아버지 일단 저사람들부터 내보내고요”
민수의 말에 정신이 든 최양락이 대검으로 생존자들이 포박된 밧줄을 끊어 내자 살았다는 안도감에 여기저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들 중 소리를 질러 일이 자신들을 위험에 빠트린 여자를 보고 민수는 짜증이 났지만, 그냥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털어버렸다.
그리고 최양락은 구출한 군인들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자신들은 2차로 투입된 구조대고 함정에 빠져 모두 사로잡혀 1차로 투입된 부대원들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다는것이었다.
총기류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대검을 들고 필사적으로 싸워 보았지만, 역부족이었고 전원 포박당한 채 감시를 받고 있었다 했다.
그중 몇몇을 따로 끌려가서는 아직 되돌아 오지 못했다는 설명도 덧붙이는 병사였다.
최양락은 몸을 추스린후 다시 수색에 나서려 했지만 최민수가 그들 단호히 만류했다.
“늦었어요 아버지”
“아니 이녀석들도 살았는데 먼저 투입된 부대도 어딘가 감금되어 있을거다”
최민수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진 않았지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잡아 먹혔을거에요.. 저녀석들 식인을 합니다.”
최민수가 자신의 손에 죽은 라킨족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하자 최양락을 비롯한 생존자 무리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2차 생존자 무리에서 추가로 인원을 끌고 갔다는 건 먼저 잡은 사냥감들이 이미 다 떨어졌다는 뜻이에요”
최양락은 급격히 표정이 굳었고 그런 그를 최민수가 천천히 이끌며 말했다.
“산사람은 살아야죠”
최민수의 말에 최양락은 자신이 구출한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 보았고 그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도 아들과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부대원들은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며 철수한다”
“네 알겠습니다.”
부대원들의 힘찬 대답과 함께 포탈 밖으로의 철수가 시작되었지만 긴 시간 공포에 떨며 포박당했던 탓인지 걸음걸이에 속도가 붙지 않았다.
“자자···. 서두르지 않으면 녀석들의 추격대가 옵니다 조금씩 힘을 내세요”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내요?”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한 민폐녀가 또 빼액하고 소리를 질렀다.”
‘아놔 근데 이게 진짜’
최민수는 갑자기 강하진이 떠올랐다.
회귀 전 하진은 감정이 없다 싶을 만큼 자신을 신경을 거스리는 이들에게 가차없었다.
방송에 나와 자신을 험담하는 이들에게는 그날이 지나기 전에 목을 잘라버렸고 지금처럼 주제를 모르고 헛소리를 하는 인간들은 그냥 적들에게 미끼로 던져 버렸다.
암살자라는 직업 특성에 하진 만큼 어울리는 이는 본 적 없는 최민수였기에 하진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회귀한다 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던 그였다.
‘그녀석이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욱 강해져 돌아올테지’
잠시 하진의 생각에 미소짓던 최민수는 일단 눈앞의 무개념녀를 처리하는게 급했다.
“자아! 그럼 제가 여러분께 힘을 드릴겁니다. 지금부터는 뒤처지면 그냥 두고 갑니다”
최민수의 영문모를 소리에 생존자 무리는 서로 쳐다보기 바빴고 이를 무시한채 최민수의 요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워억....우워억...”
[전사의 발걸음이 사용되었습니다.]
생존자들의 다리 아래로 원이 생겨났고 여기저기서 놀라움 가득한 탄성이 터져나왔다.
“와...이거...대체.....”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군인들 역시 갑작스런 변화에 놀라선 감탄사를 터뜨렸다.
“10분정도 여러분의 스테미나와 스피드를 2배로 상승시켰습니다.”
최민수의 말에 모두가 놀라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고 그런 그들을 둘러본 최민수가 조용하지만, 단호히 말했다.
“그럼,뛰어”
최민수가 빠르게 뛰기 시작하자 그를 놓칠세라 허겁지겁 생존자들이 그를 따르기 시작했고 가장 뒤에서 그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최양락은 작은 다짐을 하고 있었다.
‘내가 아들에 대해 모르는게 참 많았구나’
포탈 밖에 나가면 최민수와 소주에 삼겹살을 먹으며 많은 대화를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최양락이 뛰어나가자 주변은 금세 적막감만이 감도는 공터가 되었다.
그리고 생존자들이 있던 장소의 한쪽 구석 돌무더기에서 작은 들썩임이 있더니 이내 라킨족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추가 식량을 조달하기 위해 이곳으로 오던 그는 멀리서 자신의 동족을 손쉽게 학살하는 최민수를 보고는 황급히 몸을 감춘 채로 그들을 조용히 감시했었다.
번개발 부족의 전사인 그는 빠르기라면 부족 제일이었고 지금까지 목격한 정보들을 족장에게 빨리 전해야만 했다.
‘괴물이다...사냥감들 사이에 괴물이 섞여있어’
황급히 부족에 이사실을 전하기 위해 몸을 날리려는 그를 멈춰 세우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제 가려구?”
목소리의 정체를 알아본 라킨족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고 부족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하던 다리는 땅에 붙은 듯 꼼짝을 하지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최민수였다.
힘을 되찾은 그의 감각에 이미 숨어있는 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고 일행들의 속도를 올려주는 함성을 내지를 때 살짝 라킨족을 향해 마비를 거는 함성을 섞어 보낸 그였다.
“어..언제부터...”
푸욱!
최민수가 날린 대검에 얼굴을 꿰뚫린 빠른 발을 자랑하던 라킨족은 즉사하였고 다시 한번 주변을 확인한 최민수는 빠르게 일행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용사 시스템 활성창]
캐릭터:최민수
직업:전사
레벨:98
힘:920
민첩:330
활력:870
마력:130
용사포인트: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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