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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허수 공간입니다.

천재 마법사는 착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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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종
작품등록일 :
2022.05.11 17:37
최근연재일 :
2022.08.26 15:1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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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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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91. 가고자 하는 방향

DUMMY

소란이 일단락되고 이틀이 지난 시점.


하이엔과 길로테, 이메리, 르파벨 네 사람은 식탁 앞에 모여 앉아 회포를 풀고있었다.


이제서야 이렇게 마주앉게된 까닭은 어제 하루 내내 하이엔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 며칠 간격으로 마력을 두번이나 바닥낸 여파인지 뭔지. 요즘은 그렇게 자본적 없던 잠을 곧잘 잔다 싶었다. 지난 수 년간 못잤던 것을 몰아서 자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래도 오래 끌 정도는 아니었다.


하루 사이 멀쩡해진 낯으로 인사하는데 르파벨이 뜬금없이 고급 와인이라며 술을 잔뜩 내오는 바람에 난데없이 술판이 벌어졌다.


지금은 길로테가 사건 당시 밖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대고 있었다.


"요 꼬맹이랑 나름대로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살기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대충 몇명 붙잡아서 뭐하는 짓인지 주먹에 진심을 담아 물어봤더니 폭탄 이야기를 하더군요. 형님이 말씀하셨던게 이거다 싶었죠."


르파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이엔 공이 뭘 이야기 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긴장하고 있으랬습니다.”

“설마 이 사태를······.?


이쪽을 대단한 사람 쳐다보듯 하기에 하이엔이 고개를 저었다.


“그런건 아닙니다. 다만 다른 마을에서 계시주의자가 수도에 잠입한 정황을 파악한 상태인데다, 축제 시기와 워낙 교묘하게 겹쳐 혹시나 했을 뿐입니다.”


참고로 하이엔이 건물 내에서 겪었던 일은 이미 대략적으로 각색해 사람들에게 들려준 상황이었다.


길로테가 혀를 내둘렀다.


“그런건 또 언제 알았대······ 아무튼 제가 알았을때는 이미 때는 늦었단거죠. 여기서 펑, 저기서 펑. 그 다음에는 아수라장 이었습니다. 갑자기 평범한척 하던 놈들이 돌변해서는 무차별적으로 칼질을 해대는데. 뭐 열심히 팔다리를 아작내줬죠.”


이메리가 빵에 고기를 끼워먹다 말고 입을 오물거렸다.


“무서웠어요······.”

“무섭기는? 얘가 제일 미쳐 날뛰었습니다. 웬 나이많은 여인이 머리채를 붙잡히는걸 보더니 눈이 뒤집혀서는, 갑자기 푸른 빛을 온몸에 휘감고 마법 몽둥이로 놈들을 다 줘패고 다니는데······.”

“아니, 아, 아니! 잠깐만요!”


르파벨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했다.


“아, 나도 봤네. 그때쯤 건물밖으로 나왔으니까. 실로 대단했지.”


어쩐지 이메리가 근육통을 호소하더라니, 그런 이유가 있었나.


“적들한데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깡깡 내리치는데, 정작 손속에는 자비가 없더라고요. 요 꼬맹이가 이중인격인가, 아니면 이성이 나간건가 순간 고민했다니까요.”

“아, 저, 그······.”


이메리가 새빨간 얼굴을 빵으로 감췄다. 저게 감춰진다는 것은, 지금 이메리가 먹는 빵이 제 머리보다 크단 소리다. 하이엔이 말했다.


“잘했다.”

“잉? 잘했다고요?”

“내가 시킨 일이니까.”

“?”


길로테와 르파벨의 시선이 따갑게 와 닿았다. 이메리가 오물오물 말했다.


“그게 그, 하이엔 님이 정 사람을 마법으로 공격하는게 힘들것 같으면 차라리 때리라고 하셨거든요.”

“뭐?”

“사람에게 마법을 쓰면 치명상을 입거나 죽잖아요. 제가 겁이 많아서 그걸 잘 못하고 자꾸 발치에만 쏴대니까······ 그랬더니 하이엔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게 다 제가 속으로 하면 안되는 짓이라고 강한 경계선을 그어두어서 그런거라고. 그러니까 일단은······.”


이메리가 한 손에는 빵을, 다른 한 손에는 완드를 꼭 끌어안았다.


“되게 미안한 감정이 드는 행동을 반복해서 저지르랬어요. 해선 안되는 정도는 아닌데 그냥 나쁜 짓이요. 실컷 미안해 하다보면 어느순간 그럭저럭 참을만 해질거래요. 그러니까 거기선 때리는거였죠.”

“.......”


맞는 말 한 것 같은데, 왜 시선이 여전히 따가운지 모르겠다. 길로테가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뭐, 줘터져야 문명화 되는 놈들은 어딜가나 있으니까 나쁘지 않은 가르침이네요. 마음 약하게 굴어봐야 내 묏자리만 보게되는 세상이니. 그나저나 의외로 꼬맹이한테 전투마법사의 싹수가 있나본데요?”

“그러게. 나도 놀랐다. 역치가 낮아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생각했는데.”


여기선 습격을 받았다던 나이 지긋한 여인의 모습이 모종의 불씨가 된 것이려나.


길로테가 이메리를 놀리듯이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근데 꼬맹이, 사람은 마법에 맞아도 죽지만 마법 몽둥이에 맞아도 죽어. 알긴 알지?”

“아, 그거라면 괜찮아요. 실은 제가 많이 맞아봐서 어딜 때리면 죽지는 않고 아프기만 한지 아주아주 잘 알거든요. 그래서 더 죄송한 마음이 들기는 했는데 그럴땐 어쩔수가-”

“잉? 아니아니, 이건 또 뭔, 너, 너 누구한테 맞고 다녔냐? 설마······ 설마 그렇게 안보였는데 형님······?”


두 사람의 시선이 훽 이쪽을 향했다. 벌써 세번째 볼이 뚫어질 지경이다. 이번에는 르파벨이 먹던 고기를 주륵 포크 채 땅에 떨어뜨렸다. 이메리가 당황해 양손을 저어댔다.


“네? 아뇨아뇨아뇨. 절 때린건 다른 사람들이예요. 하이엔님은 절 구해주신거고요.”

“어허, 아하, 우와, 그치? 그런거지? 와나 식겁했네.”

“허··· 허허! 그러게 누가 그런 이상한 오해를 하는겐가. 나는 아닐줄 알았지. 나는, 난··· 미안하네 하이엔 공.”

“아닙니다.”


길로테가 손에 난 땀을 허리춤에 닦고 르파벨이 떨어뜨린 포크를 대신하여 인형에게 새 식기를 들고오게 했다.


“뭔가 사연이 있는것 같으니 내가 캐묻지는 못하겠고. 뭐라 해서 미안하다.”

“예? 아니예요. 뭘 그런, 사과까지야······.”


길로테가 자신의 앞에 놓인 두툼한 고기를 슥 잘라 이메리의 입에 넣어준 후 하던 말을 이어서 했다.


“여튼 뭐 그 다음에는 칼든 놈들이 팩 나자빠지더니 산송장이 되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팔다리가 잘려도 꾸역꾸역 움직이는데 그나마 목을 날리니 안움직이더군요. 여기 르파벨 공? 이렇게 부르는게 맞나, 암튼 합류해가지고 다같이 사람들 대피시키는데 웬 자꾸 넝쿨이 기어오르지 않나, 하늘에 빛덩어리가 떠오르지 않나······.”


그렇게 구구절절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늦은 밤.


어른들 틈바구니에 껴서 꿋꿋이 버티던 이메리가 결국 탁자에 머리를 쿵 박고 엎어지는 것을 보고 길로테가 낄낄댔다.


“어이고, 술은 우리가 마셨는데 왜 꼬맹이가 가장 먼저 나가떨어지냐.”


맞은편에서 르파벨이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아까 한모금 입에 대지 않았던가.”

“에이, 뭔 맛인지 궁금하다 해서 정말 쥐똥만큼 먹여본건데 이제와서요? 아참, 그나저나 형님은 아까 꼬맹이한테 왜 뜬금없이 잔 쥐는 법이나 건배 대응법이나 잔을 기울이는 각도 따위를 가르친거랍니까?”


뜬금없이 하이엔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마시던 와인잔을 내려놓고 답했다.


“전에 알려준다고 약속했거든.”

“굳이요? 그게 뭔데요?”


대답한 것은 르파벨이었다.


“술자리 예법일세. 내게 익숙한 것도 보였네만 몇가지는 내가 모르는 방식이더군. 다른 지역의 예법인겐가?”

“예. 북부 제국식과 중부 대국 형식입니다. 소국의 예는 해당 지역에 가지 않는 이상 그다지 필요없으니까요.”


길로테가 술이 다 깼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어댔다.


“아니 뭔, 높은 양반들은 술마시는데도 그런게 필요하답니까? 어우, 말만 들어도 어우.”


그러더니 골아떨어진 이메리를 번쩍 들어 어깨위에 얹어놓고 일어섰다. 꼭 어린아이를 납치해가는 한량같은 모습이었지만 감상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전 가서 꼬맹이 눕혀놓고 덩달아 골아 떨어질랍니다. 적당히 즐기다 들어가십쇼.”

“들어가라.”


길로테가 식당 홀을 나가고나니 남은 것은 하이엔과 르파벨 뿐이었다.


즐기라고는 했지만 이미 서로 건물 안팎에서 무엇을 겪고 보았는지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 터라 남아있는 용건은 없었다.


가만히 잔을 바라보고 있는데 르파벨이 질문을 던졌다.


“처음부터 이리 될줄 알았던겐가?”

“무엇을 말입니까?”

“트리젠이란 가명 말이야. 세간에 자넨 이미 죽은 사람이네. 장렬하게 산화한 영웅이자, 「테젠의 유성」의 저주를 받고 침몰한 올해 최고로 불운한 사내이지. 왕이 헛소리를 지껄이는 바람에 퇴색되긴 했네만 케플레스를 중심으로 자네를 추모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더군.”

“과연.”


역시 여기서는 「테젠의 유성」의 저주는 사실이었다는 헛소문을 강화시키는 편이 나았다. 애초에 누가 무슨 목적으로 만들어낸 소문인지는 모르나, 이런건 유용하게 사용해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가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규모가 지나치게 커지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청사진과 비슷해졌군요.”

“자네는 실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르파벨이 씨익 미소지었다.


“어제 자네가 휴식을 취하는 사이에 사업체와 후원처를 돌고왔네. 게중에는 알현까지는 아니어도 왕성에 드나드는 이도 있었는데 민심이 상당히 흉흉하다더군. 처음 왕이 자네를 언급하며 저주를 대신 받았다 모욕했으나, 이 말이 고스란히 되돌아가 애초에 저주를 수도에 들인 것은 왕이었다며 여기저기에서 들끓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거기에 라스랜은 완전히 왕 눈 밖에 난 모양이네. 가주가 별안간 칩거를 선언했는데 시기가 지나치게 절묘해서 말이 많아. 브릴도······ 거긴 뭐 한게 없지. 이 참에 시트빗이 치고 올라갈 셈인지 케플레스가 바빠보이더군.”

“그녀에게 직접 들으셨나보군요.”

“아? 아 그렇지.”


표정을 보아하니 그녀에게 있던 앙금같은 것은 진작에 사라진듯 보였다. 일부러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참, 자네와 마지막까지 같이 붙어다니던 것이 나였던지라 자네에 대해 캐묻는 자들이 특히 많았네.”

“어찌 답하셨습니까?”

“사전에 논의한대로 했지. 축제 당일날 사업 얘기를 하며 마주친 사람이라 신상을 일절 모른다고 말이야. 그래도 정말 죽은게 맞는지 자꾸 물어오길래, 아련하게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젓고 눈물을 찔끔 흘려주었네. 그제서야 다들 ‘아······.’ 하면서 물러서지 뭔가. 이 정도면 뭔가 책잡힐 일은 없겠지?”

“예.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아니, 생각해보니 고생을 좀 한 것 같네. 그러니 그거······ 보여주게.”

“뭘 말입니까?”

“그거 말일세. 금괴 3천만짜리!”

“아, 그거라면······.”


하이엔이 와인 한 모금을 입안에서 한번 굴리고는 천천히 삼켰다. 잠시 아련하게 창문도 쳐다봐 주고 고개도 절레절레 저어주고 다시 먼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물은 나오지 않아서 무리였다.


“잃어버렸습니다. 난리통에.”

“허어!!? 허어어?! 그 아까운 것을 잃어버렸다고!??”

“예. 실로 아쉽게도······.”


그러면서 최대한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냈다. 어느새 벌떡 일어서있던 르파벨이 털썩 앉으며 중얼거렸다.


“자네는 정말······ 이런 와중에도 어찌 그리 냉정하나.”


아, 그래보이나.


참고로 여기서 진실을 이야기 하지 않는 것은 르파벨을 위함이었다.


훗날 누군가 집요한 추적을 통해 르파벨에게 접근하여 삿된 짓을 할 수도 있는거니까. 세뇌까지는 아니어도 암시라던가 제약이나 뭐 이런거 저런거 많지 않은가.


아예 모르는 것이 그런 위험을 피하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아무튼 자신의 일도 아니건만 허공을 응시하는 르파벨의 표정이 허탈해 보였다. 와인을 벌컥벌컥 병째로 들이켜던 것도 잠시. 그가 뜬금없이 모든것을 깨달은 현인처럼 너그러운 얼굴이 되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자네 그런거였군."

"?"

"자신의 재산을 희생해서 그 저주받은 아티팩트를 파괴하는데 일조한게지. 청사진이란 그런걸 뜻한거였어."

"......"


드물게도 하이엔의 말문이 막혔다.


일단······ 「테젠의 유성」은 파괴되지 않는다. 그런 마법이 걸려있으니까. 하지만 대충 수긍하는 척 말을 줄이는 것이 좋은 반응인듯 보였다.


별안간 짝! 소리가 날카롭게 들리기에 누가 뺨이라도 맞았나 싶었는데 르파벨이 제 이마를 치는 소리였다.


"하! 세상에 이토록 욕심없는 자가 있던가! 의인도 이런 의인이 없군. 내가 얼마나 자네의 아량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고 또 깨닫게 되는 바이네."

"......."


지금 가방 안에 들어있다고 말할수도 없고. 이럴때는 말을 돌리는 것이 최고다.


“그보다······ 앞서 언급했듯 당분간 신전과 시틸을 주시하시며 움직이십시오.”

“아? 아, 그랬지. 내 명심해서 몸 잘 사리겠네. 안그래도 왕궁에서도 언급이 나왔던데 쉽지 않은 싸움이 될거라고 하더군. 증좌가 없으니.”

“아마 외교문제가 장기화 될겁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이엔은 빠르게 이곳을 뜰 생각이었다. 바로 오는 새벽에.


잠깐 생각에 잠겨들어있던 르파벨이 입을 열었다.


“그리고 내내 사람이 많아 말을 못했는데, 실은 오늘 아침에 조카 아이에게서 서신이 와서 말이네.“

“벨하르 영주님 말씀이시군요.”

“맞아.”


아직 하이엔이 보냈던 백 여명의 도적들이 도착할 시기는 아니었으니, 제치의 차남이 도착한 직후에 쓰인 서신이라 보는 편이 맞다. 르파벨이 말했다.


“영주가 이르길, 혹여 자네를 만나면 주신 선물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실망시키지 않을 결정을 내리겠다는 말을 언급해달라 써있던데. 자네와 조카 사이에 있었던 모종의 이야기를 뜻하겠지?”

“예.”

“흠, 이건 그럼 됐고. 보니까 나와 사업을 하나 하고싶다 하는군. 그런데 혹여 공이 이 저택에 도착하게 되거든 함께 지분을 나누는 것이 어떤지 제안해 달라는 부탁이 들어있는데.”

“지분을 말입니까?”

“음. 조심스럽게 돌려 적어놨네만 자네에게는 따로 투자금을 요구하지는 않고 사업의 발안자로 두고싶어 하는군.”


그렇게 말하며 르파벨이 서신을 이쪽에 띄워 보냈다. 지난번과 달리 인형을 통하지 않고도 똑바로 하이엔에게 날아왔다. 받아서 펼쳐보고 있는데 흥미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조언을 준겐가?”

“여러가지로 드렸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 복잡하군요. 영지의 기밀 역시 섞여있으니 저보다는 벨하르 영주님을 통해 듣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하긴. 나중에 자리를 마련해야겠어.”


서신의 내용은 평범한 사업기획안과도 같았다.


‘지분. 지분이라.’


사실 본래 하이엔의 재산은 벨트 가방 안의 금괴 뿐만이 아니었다. 예전부터 이래저래 얽히며 거들었던 사업이 많고, 차명으로 된 재산 또한 있으니까.


하지만 그쪽에는 어쩐지 손을 대기가 꺼려졌다. 바로 지크헤임. 시피에의 황제 때문에.


절대 풀수 없는 계약의 인을 풀고 세상에 제 스스로의 경지마저 속이고 있던 놈이다. 뭘 더 어떻게 숨기고 있을지 알게 뭔가.


결코 허술하게 굴진 않았다만, 처음부터 토사구팽을 염두에 두고있던 놈이라면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이쪽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꿰고 있었을 가능성 또한 간과할 수 없었다.


즉 '하르이젠'이었던 시절에 단 한번이라도 손을 댔었던 것들에는 접근하지 않는 편이 좋다. 괜히 이쪽의 존재를 노출시킬 위험성이 있으니.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하이엔의 명의로 된 것들을 새로이 하나씩 늘려가는 편이 좋을 터였다. 마침 아텔라와 르파벨 모두 이쪽과 뭐라도 연결점을 만들어두고 싶어 몸이 달아있으니 상대로는 적절하겠지.


‘또 「테젠의 유성」을 얻는다고 금괴를 상당량 소모하기도 했으니······.’


생각을 마친 하이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지분을 나누지요.”


후로는 일사천리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계약서를 적고, 사업 방향에 대해 조언을 몇가지 얹고, 훗날 발생될 이익금을 어디에 보관할 것이며 어떻게 찾아갈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괜히 잡음을 만들기 싫었기에 경영권이니 승계권이니 하는 문제는 모두 양측에 미뤘다.


훗날 이익이 국가 사업 단위로 늘어나게 되면 새어나가는 소량의 금액마저 아까워질지 모르나, 그거야 상관할 바가 아니지.


‘이 또한 그녀의 선택.’


일을 끝마치고 나니 새벽이 되어있었다. 잠시 방으로 가 짐을 챙기고 나오니 하늘이 어슴푸레하다.


배웅나온 르파벨이 입매에 힘을 준 채 말했다.


“트뤼멜가 가문의 문장패와, 자네가 가지고 있다던 페나 공방 길드의 문장패만 있으면 이 난리통 속에서도 성문을 나서는 것은 일도 아닐걸세.”

“여러모로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야말로.”

“벨하르 영주께 안부 전해주십시오.”

“아무렴. 어디를 가던 몸 조심하시게.”


하이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옆에서 이메리가 손을 흔들고 길로테가 마차를 출발했다.


순식간에 르파벨의 저택이 멀어지고, 곧 어수선한 성문 앞에 도달했다. 며칠 전 사건 탓에 통행이 빡빡했는데 문득 마차가 우뚝 멈춰섰다. 또 무슨 시비가 걸렸나 싶었는데 길로테가 껄렁하게 소리쳤다.


"아, 동생! 오늘은 여기 근무야? 전엔 반대편 문에서 봤잖아."


하이엔이 흘긋 보니 도시에 들어올 적에 검문을 하며 뇌물을 뜯어먹었던 경비가 보였다. 그는 뭐 훔쳐먹다 걸린 사람처럼 딸꾹질을 해대고 있었다.


“아, 그, 저 바, 바꿨습니다. 그런데 저기, 나리께서 어쩐일로 이쪽에······.”

"전에 너랑 어깨 부딪혔잖아. 요양이나 하러 나가려고.”

“힉, 어어깨는 괜찮으신지······.”

“괜찮아, 괜찮아. 네 은화 치료로 다 나았어. 그냥 핑계김에 쉬는거지 뭐. 그보다 엊그제 난리도 아니었는데 집안에 별일 없지?"

"예, 예. 그러믄입죠."

"그래 수고해 자식아, 손은 적당히 사람 봐가면서 비비고."

"예. 살펴가십시오."


마차가 태평하게 성문을 통과하여 길로 들어섰다. 문득 길로테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가 콧등을 긁적이며 변명했다.


"아, 친해지자는 의미로 떴따떴다 좀 시켜줬더니 저러네요. 많이 괴롭힌건 아닙니다."

"안물어봤다."

"옙."


멀리 어슴푸레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데 같은 방향을 바라보던 이메리가 툭 질문했다.


“저 내내 생각해봤는데 종말론 말이예요. 여기서 있었던 일이 대부분 그 계시주의자란 사람들이랑 관련이 있는거잖아요. 그게 그럼 사실일까요?”

“글쎄, 확신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지.”


이메리가 놀란 눈을 하며 이쪽을 올려다보았다.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일테지만, 하이엔 역시 모르는 것은 있는 법이다. 다만.


“한가지 분명한건, 지성체가 존재한 이래 종말론은 단 한번도 사라진 적이 없다는거다.”

"!"


길로테와 이메리가 동시에 이쪽을 훽 돌아보았다.


“생각해보니 그러네.”

“진짜네요. 그럼 괜한 걱정 같은걸까요?”

"보통같으면 그럴테지만······ 대개 종말론이라는건 어렴풋한 공포의 원인을 나름대로 납득하기 위해 억지로 형태화한 것에 불과해. 즉 그만큼의 공포가 세상에 팽배해 있다는 의미인데, 그게 이만큼 조직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야.”

“어째서 그렇죠?”

“역사적으로 계시주의자들 같은 사상가들이 들끓었던 때에는 항상 큰 사건이 있어왔으니까. 각종 재해나 역병, 거대한 전쟁, 사상의 분열 등. 이를테면 지금이 시대의 분기점인 셈이지."

"그러면 곧 큰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뜻인가요?"

"그거야말로 아무도 몰라. 그걸 안다고 주장하는 것이 계시주의자들의 사상인데 글쎄, 지금까지 얻은 단서로는 눈 가리고 렐린트 꼬리를 만지는 정도의 불투명함이군."

"끼유잇?"


멀쩡히 걸어가던 렐린트가 귀를 쫑긋하더니 뒤를 돌아보았다. 역시 사람 말을 알아듣나. 적어도 어린 아이의 지능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잠깐 딴 생각을 하는데 길로테가 진절머리를 쳤다.


"전 예전부터 그런게 싫더라고요. 내 인생이 남의 주둥아리에 달려있는거요. 운명이니 계시니 다 구라 아닙니까.”


이메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사실 전 그런 얘길 들으면 귀가 쫑긋한 편이라 궁금하긴 해요. 정말 예시나 그런게 맞는거예요?”

“아무도 답을 모르니까 개판 싸움이 난거지. 니가 맞다, 내가 맞다 하느라. 안 그렇습니까, 형님?”


하이엔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론을 이야기하자면, 예시자는 결코 자신이 본 것을 단언하지 않는다. 올바른 방향을 안내해주는 조언자. 그것이 그들의 역할이니까. 동시에 계시주의자들의 사상은 역설적으로 자가당착에 부딪힌다. 결국 이루어질 신의 뜻이라 말하면서도 원하는 결과를 위해 부지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알듯이, 항상 역사는 지상의 의지로 이루어졌기에.”


이쪽의 말을 경청하던 길로테와 이메리가 제각기 생각에 빠져들었다. 아침의 고요가 주변을 감쌌다.


하이엔 또한 창밖을 바라보았는데 눈앞에 펼쳐진 대지가 드넓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은 지금 드넓은 망망대해에서 고작 노 하나 가지고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눈에조차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한 흐름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그것은 때로 운명이나 숙명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해류에 갇힌 나머지 벗어날 수 없다는 착각에 빠지는거지.


그러니 만약 좀 더 멀리서 보고 흐름을 조절할 수 있다면, 훨씬 강력한 힘을 가할 수 있다면, 노를 올바른 방향으로 저을 수 있다면.


자신은 언제든 현재의 해류에서 벗어나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


이런건 답이 없는 문제다. 막연함은 설령 천재라 하더라도, 마법사라 하더라도 빗겨나갈 수 없는 논제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그럴테지.


다만 해야할 일은 변치 않는다.


목표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 끝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시선을 돌리자 이메리는 물론 길로테와도 눈이 마주쳤다. 길로테가 고삐를 살살 흔들어 렐린트를 달래며 물었다.


“자, 그러면 이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갑니까?”

“곧장 중부로.”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마차가 내달렸다. 등 뒤로 남부가 멀어진다.


하이엔의 시야가 닿는 곳에.


미지가 펼쳐져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 어린 인사를 드립니다. 이로써 천재 마법사는 착하게 살고싶다 1부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끝까지 따라와 주신 분들께 그저 감사한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이 글이 여기까지 온 것은 오로지 여러분들의 관심 덕분입니다.


동시에 뒷내용을 당당하게 바로 내놓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 죄송함과 부끄러운 마음 또한 한가득입니다. 저 스스로도 많이 아까운 글이라 이것이 잠깐의 휴식이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입니다.


내일 1부 완결 후기로 뵙겠습니다.

혹시 궁금한 점이 있으셨다면 후기에서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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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0

  • 작성자
    Lv.81 영혼헌터
    작성일
    22.08.25 15:25
    No. 1

    잘봣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4 dj****
    작성일
    22.08.25 15:54
    No. 2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린차잉
    작성일
    22.08.25 16:01
    No. 3

    잘 읽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푸딩맛나
    작성일
    22.08.25 16:50
    No. 4

    감사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6 요소로
    작성일
    22.08.25 17:46
    No. 5

    2부 혹은 리메이크로 나올까요 테젠의유성 모으는이유라던가 궁금하긴함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KS0731
    작성일
    22.08.25 18:35
    No. 6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0 제로자데
    작성일
    22.08.25 18:44
    No. 7

    수고많으셨습니다 2부로오시든 다른작품으로 오시든 리메이크로 오시든 기다리겠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25 클립보드
    작성일
    22.08.25 19:40
    No. 8

    수고하셨습니다. 뒷내용을 언젠가 계속해 볼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71 총하나
    작성일
    22.08.25 22:13
    No. 9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화이팅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61 파불로수스
    작성일
    22.08.26 01:13
    No. 10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충전기
    작성일
    22.08.26 04:13
    No. 11

    정말 마음에 들고 재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네요. 부디 2부로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55 tk99951
    작성일
    22.08.26 04:32
    No. 12

    좋은 글 잘봤습니다 연재처를 이동하신다면 따라가서라도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의 사정이 어찌될지 독자가 왈가왈부할 수는 없는 일이네요 글에 대한 반응때문에 혹시라도 서운하시거나 섭섭하셨다면 부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기있는 글에는 좋은 글도 많지만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글도 많죠 차근차근 쌓아올리는 서사의 진가는 그 글이 끝난 후에나 알수 있는 것이라 그냥 운이 없으셨던 것이지 정말 좋은 글이었어요 언젠가 다음에라도 다시 뵐수 있었으면 좋겠고 그동안 즐거웠어요 감사합니다

    찬성: 4 | 반대: 0

  • 작성자
    Lv.32 lcen
    작성일
    22.08.26 10:59
    No. 13

    정말 재밌었습니다! 2부도 언제든 따라가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9 k7******..
    작성일
    22.08.26 12:13
    No. 14

    1부 완결 축하드립니다. 정말 재밌게 봤고요, 하이엔의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글 속에 빠져들어갔네요 2부도 언젠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ㅠㅠ 파국을 맞은 지크헤임과 하이엔의 관계 너무 감질맛납니다.이들의 과거사가 너무너무 궁금해요. 하이엔말고도 적들도 동료들도 많은 비밀들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진행될수록 차차 풀려나가겠지요? 렐린트랑 길로테랑 이메리도 너무 정들었는데 또 언제 볼 수 있을지...아쉬워요. 하이엔과 오랫동안 함께하기를. 그동안 좋은 작품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1부가 마무리 됐는데 나중에 혹시 비공개로 돌리실 예정이 있으신지 아니면 전체공개로 계속 두실지 여쭤봐도 될까요?;ㅇ; 인상깊은 장면들이 많아서 생각날 때마다 두고두고 곱씹어보고 싶은데...그래도 부담갖지 마시고 작가님이 원하시는대로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5 유이진
    작성일
    22.08.26 12:24
    No. 15

    그동안 재밌게 잘봤습니다. 그래도 어느정도 일단락되고 끝나 다행입니다 2부든 리메이크든 아니면 새로운 작품이라도 다시 돌아오시길 기다릴게요. 수고하셨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2 月靈
    작성일
    22.08.26 13:48
    No. 16

    정말 재밌게 잘 봤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심해관광
    작성일
    22.08.26 13:57
    No. 17

    2부를 기다리고 있을테니, 게시판 잠그지 말고 유지해 주셨으면 합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99 먕코
    작성일
    22.08.26 19:21
    No. 18

    미지로 나아가는 주인공 일행...멋진 1부의 마무리네요.
    이렇게 좋은 글을 바로 이어서 보지 못한다는게 그저 아쉬울 따름입니다.
    2부든 아니면 새로이 다듬은 리메이크작이든 오래지 않아 하이엔의 여정을 다시 따라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근래에 읽었던 문피아작 아니 웹소설 중 가장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좋은 글 보여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조만간 꼭 다시 뵐 수 있기를.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99 첨보냐
    작성일
    22.08.30 11:09
    No. 19

    재미있게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aenm
    작성일
    22.08.31 21:08
    No. 20

    하루만에 정주행 완료했습니다! 오랫만에 문피아에서 보는 잘 쓴 소설인 것 같네요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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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90. 갈리는 희비와 생사 +8 22.08.23 740 54 17쪽
89 89. 리마르 달 +4 22.08.22 738 71 16쪽
88 88. 불가시의 영역 +8 22.08.19 855 67 15쪽
87 87. 잿빛 안대 +5 22.08.18 814 67 16쪽
86 86. 권력의 삼각구도 +6 22.08.16 881 64 16쪽
85 85. 난무 +5 22.08.15 846 61 15쪽
84 84. 개화 +8 22.08.12 966 59 14쪽
83 83. 운이 좋은 자들 +7 22.08.11 923 62 15쪽
82 82. 금투(金鬪) +7 22.08.09 949 67 13쪽
81 81. 군중 제어 +3 22.08.08 950 64 14쪽
80 80. 삼자대면 +5 22.08.05 1,056 62 15쪽
79 79. 비로소 전시회 +6 22.08.04 1,031 67 16쪽
78 78.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4 22.08.02 1,109 67 15쪽
77 77. 합류 +4 22.08.01 1,154 66 14쪽
76 76. 초능력자 +10 22.07.29 1,205 79 14쪽
75 75. 르파벨 트뤼멜가 +8 22.07.28 1,157 73 16쪽
74 74. 인형을 조종하는 자 +10 22.07.26 1,239 69 14쪽
73 73. 트뤼멜가 저택 +5 22.07.25 1,291 72 12쪽
72 72.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13 22.07.22 1,444 89 15쪽
71 71. 랑귀스 트릴로이 +6 22.07.21 1,439 81 14쪽
70 70. 문장패 +10 22.07.20 1,448 93 13쪽
69 69. 남부 지점장 +9 22.07.19 1,490 90 13쪽
68 68. 아눌루 연맹 청문회 +9 22.07.18 1,503 93 15쪽
67 67. 수도 피할테헤 +9 22.07.17 1,609 103 13쪽
66 66. 달맞이 호수 +17 22.07.16 1,590 108 15쪽
65 65. 가장 설득력 있는 주제 +6 22.07.15 1,518 75 14쪽
64 64. 한 계단 너머 +11 22.07.14 1,513 89 16쪽
63 63. 재해의 끝에서 +5 22.07.13 1,500 78 14쪽
62 62. 소모되는 자들 +6 22.07.12 1,490 71 12쪽
61 61. 단절되어 있다는 환상 +3 22.07.11 1,535 71 12쪽
60 60. 강줄기처럼 해후하기에 +3 22.07.10 1,570 74 13쪽
59 59. 통찰에 가까운 상상력 +4 22.07.09 1,570 74 13쪽
58 58. 안개의 방 +7 22.07.08 1,586 80 14쪽
57 57. 델타 강 중류 +6 22.07.07 1,577 83 13쪽
56 56. 페나 공방길드 +5 22.07.06 1,662 80 14쪽
55 55. 빚으로 빚어진 +3 22.07.05 1,646 73 14쪽
54 54. 도적단 +1 22.07.04 1,676 72 13쪽
53 53. 확장과 성장 +4 22.07.03 1,741 78 13쪽
52 52. 길로테 +5 22.07.02 1,736 91 16쪽
51 51. 눈을 닫는 의식 +8 22.07.01 1,806 87 15쪽
50 50. 생각의 흐름 +1 22.06.30 1,775 65 14쪽
49 49. 순백의 광휘 +3 22.06.29 1,879 66 14쪽
48 48. 세뇌와 금제 +3 22.06.28 1,879 66 16쪽
47 47. 색의 계시자 +4 22.06.27 1,885 71 15쪽
46 46. 계시주의자 +1 22.06.25 1,938 6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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