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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허수 공간입니다.

천재 마법사는 착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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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종
작품등록일 :
2022.05.11 17:37
최근연재일 :
2022.08.26 15: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228,609
추천수 :
8,220
글자수 :
598,444

작성
22.08.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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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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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89. 리마르 달

DUMMY

귀가 울린다. 하이엔은 특유의 날카로운 음색을 내고 있는 청은 단검을 가만히 허공에 밀어넣었다.


불가시의 길로 들어선 그것은 현실에서 보자면 갑자기 스르르 사라진 것처럼 보일터였다. 그러나 분명 존재했고.


케테의 심장 깊숙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끄아아아아!”


여분의 목숨이 없을지언정 영혼을 제물로 바쳐 일구어낸 힘 자체는 유효했던 탓에, 케테의 심장 박동은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회복되었다.


격통의 한복판에서도 제 심장에 박혀있는 단검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이 느껴진다.


아직 단검과는 의념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


마력을 더 퍼붓자 케테가 내부에서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유의 저항력과 반발력이 심상치 않았으나 「테젠의 유성」으로부터 끌어낸 마력이 부족한 부분을 메꿔주고 있어 금세 밀어붙일 수 있었다.


“이 빌어먹을 변수가······.”


케테가 하던 말조차 끝 마치지 못한 채 얼어붙었다. 거대하고 흉측한 몰골의 얼음이 입을 쩍 벌린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하이엔은 여태 허공에 붙잡혀 있다 풀려난 사람처럼 땅에 내려섰다. 있는대로 마력을 쏟아부은 여파로 주변이 온통 새하얀 설원같은 모습. 잠시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고요해진 얼음 넝쿨의 돔 안. 건물이 있던 흔적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을만큼 망가진 내부가 비쳤다.


을씨년스럽게 굳어버린 넝쿨에 가려 바깥이 보이지 않았음에도 소란이 일고있음은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케테가 영혼을 흡수하고 남은 껍데기들이 제멋대로 날뛰는 상황인것도 한 몫 하겠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하이엔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길로테와 이메리라면 별 문제 없겠지.’


이메리에게는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만큼의 호신 마법을 가르쳐놓았다. 아직 사람에 대고 공격 마법을 사용할 정도로 강단이 세진 못하나 스스로의 신체를 강화시키는 마법을 익히게 했으니 어디 다치고 그러진 않을 것이다.


길로테는 델타 강 호수 때의 경험이 있는데다, 본디 정이 많은 성격인것 같으니 생각이 맞다면 지금쯤 혼이 쏙 빠진 얼굴로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있을 터.


마침 조금 전부터 주변 일대에서 크고 작은 기척들이 쑥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실로 나쁘지 않은 판단이었다.


‘르파벨 역시 개화했고 사람들의 관리는 케플레스가 알아서 할것이다. 시트빗의 마법사들이 도시 전체를 담당하니 바깥의 소란은 길지 않을테지.’


남은 문제는 이쪽 밖에 없군. 잠깐의 점검을 끝낸 하이엔이 천천히 걸어 얼어붙은 케테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스스로가 만든 얼음 동상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음을 흘린다.


“보통은 여기서 끝난줄 알테지. 안그런가? 케테.”


놈의 귀와 눈은 아직 열려있다. 다만 여전히 심장에 단검을 박아넣은 채였기 때문에 운신의 제약을 받고있는 것일 뿐.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하이엔이 손가락을 튕기자 놈의 입과 혀를 감싼 얼음만이 쉬익 하는 연기를 내며 사라졌다. 심각한 동상으로 변색된 입술이 움찔 열렸다.


“지독한······ 놈······.”

“설마 이제와서 자기 소개를 하는건 아닐테고.”

“크흐흐······ 그래, 무엇이 궁금하여 내 입을 열었는지 궁금하구나.”

“벨하르에서 시종에게 걸었던 꼭두각시 술법과 이곳의 전사들에게 심어놓은 영혼과 신체의 분리 주술. 그건 네 머릿속에 들어있는 금제를 본따 만든 것이었나?”

“......!”


케테의 입매가 일자로 다물렸다.


이럴때 세뇌를 쓸 수 있으면 참 좋을텐데.


케테는 확실히 주교쯤이나 되는 인물인 탓에 정신력이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이 지경에 와서도 세뇌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아쉬운대로 스스로 내뱉는 자백을 받아내는 수밖에 없다.


“...잠시 기절한 사이에 내 머릿속을 엿본 것이더냐.”

“마력장이 흔들린 덕분에 살짝. 그래서 말이다만, 너희에게 걸린 것에 비하면 시종과 전사들에게 걸린것은 상당한 열화판이더군. 애써 따라하긴 했는데 실패한 인상이라고 해야하나. 부여받은 금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험을 하고 있었나본데. 벨하르의 시종과 전사들을 사용해서 말이야. ”

“흥······ 빌르딘 놈······ 꽤 많은 것을 주절거린 모양이구나. 허나 내게 심문은 의미없도다. 그분의 정체에 대해 묻는 것이라면 나 또한 알 수가 없으니. 실제로 뵌 적은 한번도······.”

“잠시 듣고 있어봐. 너희 계시주의자가 ‘그분’이라 불리는 자. 그자가 정화 혹은 종말을 설파하며 이끄는 거두일테지. 빌르딘은 그의 추종자일테고. 그러나 너는 계시주의자이면서 존속을 바라고 있다. 여기서 내가 묻고싶은 것은 이것이다.”


하이엔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네가 진정 따르는 자는 누구지?”

“.......”


잠시 대답이 없었다. 하이엔의 시선이 문득 그의 심장으로 내려갔다. 안에서 감도는 열기. 단검으로 틀어막아놓은 맥에서 마력이 부글부글 들끓고 있다.


시도는 좋다만 쉽지 않지?


케테가 음산하게 지껄였다.


“...아까 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더냐. 나만큼은 다른 계시주의자들과 다르도다. 진정한 미래를 알고있지.”

“세력 안에서 단독 행동을 했다?”

“그러하다.”


슈아아악-


바닥의 얼음이 빠르게 증발하고 있었다. 틀어막힌 맥은 여전했다. 케테 본신의 마력으로 행하는 일이 아니다. 곧이어.


쩌저저저적!


사방을 뒤덮인 얼음이 쩍 갈라지며 나무 넝쿨이 바닥을 뚫고 울컥 튀어나왔다. 하이엔이 주먹을 꽉 쥐자 심장에 꽂힌 단검이 체내에서 반바퀴 회전했다.


“-----------!!”


케테가 목에 핏대를 세우며 듣기조차 괴로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나 격통 속에서도 멈추지 않았다.


쿠과아아앙!


지금까지 중 가장 두터운 규모와 크기의 새로운 넝쿨이, 기존의 넝쿨 돔을 뚫고 솟아올랐다.


피할테헤의 새하얀 도시 정경 일부를 잡아먹으며 피어난 흉측한 넝쿨 꽃.


살아있는 것처럼 하늘을 향해 아우성치는 넝쿨의 모습이 흡사 신적인 무언가를 향해 갈구하는 모습처럼 보일 지경이다.


그도 그럴것이.


"달은 예로부터 키히히힉, 신의 눈이라 불리웠지. 실로 밝은 빛이로다······!"


보름이 지났건만 여전히 거대한 리마르 달이 새카만 밤 하늘과 어우러져 무언가의 입구처럼 보였기 때문에.


케테의 비명소리가 어느새 굉소로 바뀌어 있었다.


“너를 이자리에서 압사시키고······ 넝쿨을 이용하여 이 도시를 쓸어버릴 것이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음에도, 하이엔은 여전히 미동조차 않고 있었다.


“주술사라는건 참으로 특이해. 단검을 통해 맥의 통로를 틀어막았는데 어떻게 이것이 가능하지?”

“영혼이라는 매개를······ 이용하면 어렵지 않은 일이로다!”

“꽤 소모한 것 같던데 아직도 힘을 끌어올 구석이 있다는 소리로군.”

“후욱······ 당연하다. 나는 지금 내 생명과 영혼까지 담보로하여······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


하이엔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그 나불거리는 입. 역시 비밀을 숨기지 못하는 상태인가?”


케테의 입꼬리가 움찔 떨렸다. 그러나 입을 다물려는 노력이 무색하게도 쉽사리 열렸다.


“그러······ 하다.”

“아, 정말 갖은 요소를 다 끌어다 쓰나본데. 제약이 폭주하는걸 보면 말이야. 세뇌가 통하지 않는 상대라 심려가 깊었건만 의도대로 되어 다행이군.”


제약은 극단적인 형태일수록 그 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 물론 지키지 못할 시의 반작용 또한 강력하기에 좀처럼 사용하지 않지만 상대는 물불을 가릴 수가 없는 상태.


절박하게 밀어붙이자 활로를 열기위해 제 스스로 제약마저 강화시킨 것이다.


“상관······ 없노라. 이 자리에서 살인멸구하면 그만인것을!!”

“글쎄, 그보다 네게 또다른 미래를 제시한 자의 이름이 뭐지?”

“......!”


마치 저녁을 무엇을 먹을지 묻는듯한 평이한 질문에 케테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그······."


말해서는 안되는 것을 말하려 드는 순간 케테의 얼어 붙어있던 팔에 와직 금이 가며 다급히 움직였다.


퍼억!!


스스로의 뺨을 후려갈긴 케테가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뭔가 웅얼거리기는 했는데 말 대신 핏물이 흘러나왔다.


“용쓰는군.”

“끄으으흐흐!!”


거대한 넝쿨들이 하이엔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런건 구태여 점멸을 사용하거나 멀리 피할것도 없다. 현재 케테의 목숨은 하나 뿐. 놈에게 바짝 붙으며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네가 모시는 진정한 그분의 이름을 말해봐.”

“나, 나의 그분은······ 끄아아아!!”


말을 꺼내려다 말고 케테가 검지를 들어 제 양 귀를 찔렀다.


이건 예상치 못했던 터라 하이엔도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가지가지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간과한게 있다면, 정말 말하기 죽기보다 싫었다면 귀가 아닌 혀를 뽑았어야지.


-세번째다. 네 주군이 누구냐.


뇌리에 울려퍼지는 파도소리.


"!!!"


케테가 경악에 찬 얼굴로, 절망 어린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자신만의 침묵 속에서 열리는 입을 막을 수는 없었다.


[나의 주군은 지크헤임 바할 시피에 황제폐하이시다.]


“아······.”


하이엔이 긴 한숨과도 같은 탄성을 내뱉었다. 누가 보더라도 해사하다 말할법한 웃음이 입가에 떠오른다. 만개하는 살의를 억누르며 마력을 움직였다.


-너는······.


파도 소리를 이으려다 말고, 피식 김빠진 웃음소리를 냈다. 케테가 혀를 잘근잘근 씹은 것으로도 모자라 제 입술을 찢어놓더니, 스스로의 머리에 넝쿨을 박아넣었으니까.


콰직.


지독한 회복력 탓에 아직 죽지 않은 케테가 이쪽을 바라보며 찢어진 입술을 끌어올려 웃었다. 만약 한번 더 질문을 던진다면 제 머리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기세.


아쉽게도 더이상은 들을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하려던 말은 끝맺었다.


-계시주의자들 사이에 심어놓은 쐐기이자, 간자였군.


이로써 확실해졌다.


지크헤임은 계시주의자들과 반목하고 있다.


놈은 존속을 지지한다.


쿠콰콰콰콰!!


케테가 스스로의 머리를 꿰뚫었다고 해서 일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술사가 잘못되더라도 끝나지 않는 부류의 주술인듯 보였으니까.


넝쿨이 끝도없이 자라나며 주변 일대를 집어삼키려 드는 것을 보면서 하이엔이 손을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그 모습이 마치 케테가 처음 두가지 계시를 언급할 때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제 끝을 내야할 때.


“내가 아까 힘을 끌어다 썼던 「테젠의 유성」의 숫자는 둘이었다. 단검을 공간 전이 시키고도 아주 조금 여분이 남을 만큼의 힘이었지.”


높디높은 하늘에 완성되어있는 구의 형상. 비록 눈이 멀었으나 그럼에도 보는 자인 케테는 마력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터.


아마 제 스스로 입을 찢어놓지 않았다면 이 순간 이렇게 중얼거리고 싶지 않을까.


'리마르 달이 아니었던가······?'


이 순간 의문을 느낀 것은 하이엔 또한 마찬가지였다. 왜 하필 달의 형상을 한 구였을까.


‘아······ 그래. 무심결에 아까 봤던 르파벨의 유성우가 뇌리에 박혔었나보군.’


그러고보니 고대로부터 사람들은 달이 이렇듯 구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말로 달의 재현과 무엇이 다를까.


하이엔이 담담한 어투로 케테에게 안녕을 고했다.


“잘가라.”


하늘에서 달이 떨어져 내린 날.


쿠우우웅!


피할테헤에 해일이 일었다. 땅이 통째로 뒤집히는 광경과 잘게 부서지는 새하얀 빛. 그것은 실로 부서지는 파도처럼 보였다.


가까이에 있었다면 분명 참혹했을 테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광경. 목도한 모든 이들의 뇌리에 박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이 지상에 펼쳐진 이 때.


반대로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진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사라진 「테젠의 유성」의 행방이었다.



* * *



푸욱!


땅을 뚫고 나온 하이엔이 호흡을 가다듬으며 옷을 털었다.


깊게 파인 구덩이에서 튀어나오는 경험은 이번이 두번째다. 첫번째는 나오자마자 피를 쏟고 물세례를 맞았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둘 다 없었다.


“후우······.”


다만 지독한 피로감이 몰려오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한참을 숨을 고르며 주변을 살폈다. 청은 단검이 어디있는지 찾아보려 했으나 의념은 이미 끊겨있다.


이 거대한 구덩이 속에서 찾아내기엔 엄두도 내지 못하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혹시나 해서 주변으로 거의 남지 않은 마력을 얇게 퍼뜨리자.


키이이잉-


맨 처음 동굴 안에서 그러했듯이 단검이 기이한 울림을 토해냈다. 그쪽으로 다가가보니 얼음과 흙, 넝쿨 조각 속에서 옅푸른 빛을 내는 단검이 징징대며 울어대고 있었다.


그것은 이번에도 하이엔의 손이 닿자마자 잠잠해졌다.


“...찾아달라는 울음이었나.”


검이 주인을 고른다더니,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내내 시끄럽다가 별안간 주변이 하도 고요하니 귀가 멀은 느낌이다. 잠깐 달을 쳐다보다가 품 속에서 「테젠의 유성」 ‘쌍성의 눈물’을 꺼내들어 바라보았다.


벨트 가방 안에 잠들어 있는 것과 손아귀에 있는 것을 합하면 지금까지 모인 「테젠의 유성」의 숫자는 다섯.


저 멀리 어딘가에 있을 남은 여덟개의 「테젠의 유성」과, 시피에의 황제가 있을 북쪽 방향을 바라보며 손아귀에 힘을 주자 금속과 보석이 부딪히며 와그락 하는 소리를 냈다.


'지크헤임은 본디 보는 자가 아니다. 계시주의자일 가능성은 제외해도 될 터.'


거기에 놈은 생존을 무엇보다 중시 여기고 사리사욕을 확실히 챙기며 세속에 충실한 현실주의자였다.


추측하자면 모종의 방법으로 계시주의자들 내부의 약동을 알아채고 케테를 끌어들여 그분이라는 자의 정체를 캐내려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당장 놈의 의중을 완벽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건 지크헤임이 그분이거나 혹은 그분이라는 자와 손잡은게 아니라는 점.


어쩐지 속이 다 후련했다.


그 지크헤임이 예시 따위에 미쳐 스스로를 불구덩이에 넣으며 희희낙락하는 삼류 악당으로 전락했을리 없는거다. 비록 벨하르를 노린 진정한 이유와 피할테헤 습격 건에 어디까지 입김을 불어넣었을지가 오리무중이지만······.


안도감이 들었다.


왜 하필 안도감일까. 제 감정을 잔잔히 가라앉혀 관조한 끝에 깨달았다.


그건 좀······ 시시하잖아.


예시에 순응하여 제 한몸 바치는 지크헤임이라니. 항상 진취적으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던 자가 그리 변했다면 배신보다 더한 실망감이 들었을 것이다.


그러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놈이 대체 무엇 때문에 「테젠의 유성」 이 모이는 것을 방해하는 건지는 모른다. 어째서 이쪽에게 계시주의자나 여타 다른 정보에 대해 털어놓고 대화한다는 가장 손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았는지도.


문득 과거 놈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스쳐지나간다.


「하르이젠, 너는 왜 이것들을 모으고 있나?」

「13개의 「테젠의 유성」을 모두 모으면, 성지의 유물을 열 수 있다.」


“성지의 유물을 연다, 라.”


곰곰히 곱씹으며 떠오르는 의문을 가슴 속에 담는다.


'네놈은 대체 뭘 알고있지.'


풀리지 않는 의문을 뒤로한 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지금 이 자리에 서있는 이유를.


지크헤임. 놈이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는 상관하지 않겠다.


어차피 해야할 일은 변치 않으니까. 목표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다. 그 끝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하더라도.


부디 놈이 타락을 선택했을지언정 존속하기를 바란다. 변치 않고 끝까지 그런 놈이기를. 언제까지고 인간성을 상실한 힘에 눈먼 짐승이기를.


휘엉청 뜬 리마르 달을 올려다 보며 읊조렸다.


“멋들어지게 최강의 좌(座)에서 기다려라 지크헤임.”


그래야 이쪽도 칼을 가는 보람이 넘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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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74. 인형을 조종하는 자 +10 22.07.26 1,240 69 14쪽
73 73. 트뤼멜가 저택 +5 22.07.25 1,292 72 12쪽
72 72.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13 22.07.22 1,445 89 15쪽
71 71. 랑귀스 트릴로이 +6 22.07.21 1,440 8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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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9. 남부 지점장 +9 22.07.19 1,491 90 13쪽
68 68. 아눌루 연맹 청문회 +9 22.07.18 1,504 93 15쪽
67 67. 수도 피할테헤 +9 22.07.17 1,610 103 13쪽
66 66. 달맞이 호수 +17 22.07.16 1,591 108 15쪽
65 65. 가장 설득력 있는 주제 +6 22.07.15 1,519 75 14쪽
64 64. 한 계단 너머 +11 22.07.14 1,514 89 16쪽
63 63. 재해의 끝에서 +5 22.07.13 1,501 78 14쪽
62 62. 소모되는 자들 +6 22.07.12 1,491 71 12쪽
61 61. 단절되어 있다는 환상 +3 22.07.11 1,536 71 12쪽
60 60. 강줄기처럼 해후하기에 +3 22.07.10 1,571 74 13쪽
59 59. 통찰에 가까운 상상력 +4 22.07.09 1,571 74 13쪽
58 58. 안개의 방 +7 22.07.08 1,587 80 14쪽
57 57. 델타 강 중류 +6 22.07.07 1,578 83 13쪽
56 56. 페나 공방길드 +5 22.07.06 1,663 80 14쪽
55 55. 빚으로 빚어진 +3 22.07.05 1,647 73 14쪽
54 54. 도적단 +1 22.07.04 1,677 72 13쪽
53 53. 확장과 성장 +4 22.07.03 1,743 78 13쪽
52 52. 길로테 +5 22.07.02 1,737 91 16쪽
51 51. 눈을 닫는 의식 +8 22.07.01 1,807 87 15쪽
50 50. 생각의 흐름 +1 22.06.30 1,776 65 14쪽
49 49. 순백의 광휘 +3 22.06.29 1,881 66 14쪽
48 48. 세뇌와 금제 +3 22.06.28 1,880 66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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