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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허수 공간입니다.

천재 마법사는 착하게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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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종
작품등록일 :
2022.05.11 17:37
최근연재일 :
2022.08.26 15:1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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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8,355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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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9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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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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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86. 권력의 삼각구도

DUMMY

화포의 등장에 케플레스가 경악해 소리쳤다.


“저런 것이 왜 도시 내에······!”


콰앙!


주변에서 또 폭발이 일었다.


비록 화포는 특유의 덩치 때문에 바퀴로 굴리느라 진격이 늦은 편이었으나 사거리가 긴 편이라 무시할 수 없다.


빠르게 추측컨데 평소에 조금씩 숨겨 들여오다가 축제를 틈타 꺼내오지 않았을까 싶은데, 진실은 모른다. 아무튼 유일하게 화포가 없는 방향이 바로 11시였다.


“신경쓰지 말고 달리십시오.”

“......!”


한 박자 늦게 정신을 차린 사람들이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하고, 그에 응답하듯 벽 뒤에 숨어있던 추가 적들이 사방에서 나타나 화포와 원거리 공격을 날려댔다.


쾅! 쿠아앙!


“얼음, 물 계열 원소 마법사들을 중심으로 일점으로 뚫습니다. 무조건 제끼고 돌파!”


바로 옆에서 케플레스가 경매로 받은 마법서를 들고서 주문을 외웠다.


<아라드의 영민함이 이 땅에 솟구치노라!>


마법서에서 엷은 빛이 새어나오며 마력이 증폭되었다. 곧이어 땅에서부터 물줄기가 치솟고, 길을 틀어막은 화마가 조금씩 물러났다. 다른 마법사들 역시 힘을 보탰다.


<아라드의 눈물.>

<벨타치드라의 폭포!>


솟구치는 불과 물 사이에서, 고귀했던 귀족들이 땀과 그을음에 찌든 채로 나아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치와 웃음으로 가득했던 장소라고는 믿을 수 없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익숙한 공기. 익숙한 분위기. 무너진 평화.


이렇듯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는 얇은 종이 한 장만이 버티고 있다. 언제든 녹고 사그라드는 위태로운 경계 속에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오로지 대응 뿐.


경매장의 거품처럼 연약한 파도 장막을 뚫고, 철퇴가 하이엔의 머리를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쿠웅!


한 발 물러선 앞으로, 빗나간 철퇴가 바닥을 짓뭉갠다. 비산하는 돌조각이 항시 몸 바로 위에 엷게 덧대고 있던 파도 장막에 의해 튕겨져 나갔다.


“...보아하니 네놈이 사령탑이로구나.”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후둑 들어올려진 철퇴가, 정작 대답을 듣지 않겠다는 듯 빠르게 후려쳐졌다. 동시에 하이엔이 양 손을 들어올리며 마력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형성된 얼음 기둥이 양 옆에 세워지고.


쿵! 빠각!


왼편에는 철퇴가, 오른편에는 검날이 틀어박혔다. 앞 뒤에서 동시에 들어온 합공을 막아낸 상황.


“뒤통수에 눈이 달렸나!”


얼음을 통해 뒤에 있는 놈을 슬쩍 비춰봤는데, 비쩍 마른 검사가 혀를 낼름거리는 것이 보였다.


이들 모두가 마력을 사용하는 전사들. 그것도 경지는 대부분 중위에서 상위에 해당한다.


‘조금 성가신데.’


이자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려면 어느 정도 규모가 큰 마법이 필요하건만 적들과 아군이 뒤섞여 있는 상황.


물론 충분히 피해가며 마법을 쓸 수는 있으나 그러면 아무래도 위력이 떨어진다. 이는 지키면서 하는 싸움이라 그렇다.


그런 생각을 하며 발을 멈추었더니 르파벨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트리젠, 자네!”

“먼저 가십시오.”


여기서 길을 뚫을만한 실력자는 르파벨 뿐이고, 사람들을 통솔할만한 인물은 케플레스 밖에 없다. 그러니 둘은 붙어다니는 것이 맞다.


“혼자 남을 생각일랑-”

“제 실력 아시잖습니까.”

“......!”


르파벨이 입을 다물었다. 대화의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케플레스가 이쪽을 흘끗 돌아보고는 놀란 얼굴을 했다.


“설마 희생할 생각인가!”

“.......”


그런거 아니라니까. 그러나 그녀의 지레짐작은 멈출 생각을 못했다.


“제길, 어찌하여 타지인인 그대가 이토록······!”


아니라고.


콰앙!


길게 설득하기에는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날파리를 쫒아내듯이 손을 휘저었다.


“이쪽은 신경쓰지 말고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대피시키십시오. 그편이 더 도움됩니다.”


르파벨이 굳은 얼굴을 하고서 케플레스를 바라보았다. 둘 사이에 시선이 오간다.


왜일까. 이 순간 멋대로 상상력이 날뛰었다. 어린 시절 그들의 사이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별 희한한 감상에 빠져있는 사이, 사람들이 잔해를 밟고 오르기 시작했다. 전사들이 뒤를 바짝 쫒았다.


“망할! 놓쳐선 안된다! 모두 여기에서 매장을-”

“미안하지만 그렇겐 안될거다.”


하이엔이 발을 구르자, 뻗어나가는 마력이 허연 얼음 길을 만들며 전사들의 발을 묶었다.


"르파벨 공. 나가자마자 입구를 틀어막으십시오. 얼마간의 시간을 벌 수 있을터."

"...믿겠네!"


르파벨이 케플레스의 등을 떠밀었다.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으나 날아든 폭탄이 파도 장벽을 뒤흔들고 사람들이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지르는 것을 보고서야 그녀가 결단을 내렸다.


"제길, 일단 이들을 탈출시키고 곧장 돌아오겠다!”


안와도 된다. 솔직히 거슬렸거든.


하이엔이 르파벨을 향해 파도 소리를 보냈다.


-르파벨 공. 케플레스 공이 되돌아오지 못하도록 막아주십시오.

“!?”


난생 처음으로 듣는 파도 소리에 르파벨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긴 했으나, 금세 평정을 되찾고 고개를 끄덕였다.


케플레스의 통솔 하에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고, 뒷길을 르파벨이 잔해로 틀어막는다. 켜켜히 쌓이는 바위 틈새로 눈이 마주친 것도 찰나.


후와아악!


하이엔의 마법이 잔해를 통째로 뒤덮으며 얼음 벽을 생성해 진로를 완벽히 틀어막았다.


“길이······!”


이중에 저 높디 높은 벽을 단숨에 부술 수 있는 수준의 실력자는 없다. 어쩔 수 없이 타고 오르거나 우회밖에는 답이 없는데, 그럴 시간을 줄리가 없지.


하이엔이 손가락을 튕기며 이미 흩뿌려진 마력을 조종하여 일시에 폭발시킴과 동시에.


스카캉!


벽 주변에 가시같은 형태의 얼음이 생성되어 벽을 오르거나 돌아가려는 적들을 꿰뚫었다.


“끄으아악!”

“이건······! 만만치가 않다. 일단 이놈부터 처리한다!”


즉시 허공에서 빛이 번뜩였다. 날이 바짝 서린 부메랑이 얼음 가시를 단숨에 쪼개며 날아와-


슈악!


조금 전까지 목이 있던 위치를 스쳐 지나갔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얼음은 물론, 웬만한 파도 장막마저 두부처럼 자를만큼 담긴 힘이 상당하다.


흘끔 올려다보니 채 부서지다 만 건물의 높다란 벽 위에서 각종 병장기를 든 전사들 여럿이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확히 8시 방향에서. 아까 전에 길이 뚫렸던 것 자체가 저들 작전의 일환이었던 셈.


하이엔이 입을 열었다.


“이걸로 모여있던 인원은 다 투입된 듯 하군.”

“...제기랄 놈. 네놈은 육편 하나 남기지 못할 것이다.”


동문서답을 무시하고는 빠르게 시선을 굴렸다. 보아하니 죄다 전사들 뿐이지 마법사는 없어보인다.


“근방에서 마법사 가문이 아예 없는 국가는 하나 뿐이지.”


피할테헤와 국경을 마주한 소국 시틸.


마법을 기피하고 전사들 육성에 힘쓰는 곳인걸로 알고있다만, 솔직히 별로 상관은 없다. 피할테헤와 마찬가지로 고만고만한 국가이니까.


문제는 그 정예 중 일부가 여기 모여있다는 것.


적들의 수장으로 보이는 자가 지시를 내렸다.


“허, 이런 순간에도 머리를 굴리려 드나. 하여간 마법사란 족속들은······ 결코 살려두지 마라!”


전사들 다섯이 동시에 각자의 병장기를 휘두르는 것을 보며, 하이엔이 본격적으로 마력을 끌어올렸다.


심상에서 뛰쳐나온 통제력이 주변의 마력을 통째로 움켜쥐어 법칙을 비튼다.


마력이 밖에서 안으로, 안에서 밖으로, 끊임없이 돌고 돌며 그 자체로 하나의 원을 이룬다. 현실에 있을 수 없는 현상이 발현되는 까닭은 이러한 의념의 완성에서 비롯되는 것.


순식간에 뻗어나간 냉기가 주변 일대를 휩쓸었다.


스-쩌정!


움직이던 형상 그대로 멈춘 사람들의 모습이 비현실적이었다.


검을 휘두르다 멈추고, 도끼를 내리찍다 멈추고, 무기를 든 채 다가오다 멈춘 이들은 자신들의 처지조차 알지 못하는 듯 여전히 맹렬한 눈빛을 한 채였다.


문득 얼마전에 보고 온 인형의 집이 떠올랐지만, 사실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익히 봐온 모습이기도 했다.


“이게 무슨······.”


하얗게 변한 바닥과 서리 낀 공기. 얼어붙은 적들.


믿을 수 없었는지, 건물 벽 위에서 내려다보던 이들의 눈에 불신이 어렸으나 그마저도 찰나였다.


슈아아악-


바닥에서 벽을 타고, 냉기가 꽃을 피우며 올라간다.


일순 판단력을 잃은 전사들이 무작정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하려 들었으나, 딱히 벽이라는 매개가 없어도 상관없다.


뒤쫓는 냉기. 허공에 얼음의 다리가 수 놓아진 끝에-


스쩌저저정!


결국 붙잡힌 적들이 버드나무의 이파리처럼 허공에 주렁주렁 장식되었다. 일견 아름답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장관이었으나 실상을 알면 을씨년스럽기만 할테지.


“후우······.”


하이엔의 입김을 타고 공기가 허옇게 뿜어져나왔다. 여름이 한창인데 이곳만큼은 한 겨울과도 같았다.


“수가 좀 줄었군. 하지만.”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으저적 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소수가 몸을 꿈틀 움직였다. 이미 심장까지 멎은 이가 상당수지만 저렇게 저항력이 있는 자들은 중심부까지 얼지 않아 버티는거다.


“끄아아악!”

“아파, 아파······!”

“동상? 화상인가? 제길!”


비명의 틈바구니에서 검날이 날아들었다. 아예 멀쩡하지는 않아도 그럭저럭 견딘자들의 맹공격.


하이엔이 얼음 위를 빠르게 미끄러지며 공격을 피하고, 주위에 반딧불같은 마력구를 띄웠다. 즉시 이어지는 요격.


피슈슈슝! 빠가각!


쭉 늘어지는 빛줄기가 채 얼음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꿈틀대는 자들의 숨통을 끊어놓았다. 이제 남은 전사들의 수는 한 줌 뿐이었으나, 이제와 드는 의문이 하나.


‘놈들의 목적. 피할테헤 수뇌부와 경매품 중 어느쪽이지?’


머리가 빠르게 굴러간다.


밖에서 들려오는 폭음과 투시에 비치는 시야로 보건데 공격은 총 세군데에 집중되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곳 경매장과 멀리 보이는 왕성, 그리고 수도 내 귀족 저택으로 보이는 장소. 조심스럽게 추측컨데 라스랜 가문이 아닌가 싶었다.


적들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려 전장을 삼분화 시키고 있는 상황. 보통 같으면 어리석다 말할테지만 문득 한가지 생각이 스쳤다.


‘적이 하나라 단정지을 이유가 없다. 공격의 주체가 여러 목적을 가진 군집체라면?’


그때 적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처음 하이엔을 향해 철퇴를 휘둘렀던 전사가 손을 들어올려 제지한 것이다.


하이엔이 바라보자 그가 묵직한 입을 열었다.


“어째서 너 정도의 마법사가 이런 하찮고 더러운 소국의 편을 드는 것이지? 아까 언듯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타지인이라 했던것 같은데.”

“내가 대답할 가치가 있는 내용인가?”

“있고말고. 이 나라의 왕이 더러운 마법사들과 결탁하여 어떤 무시무시한 계략을 꾸미는지 안다면 네놈도 이렇듯 놈들을 감싸지는 못했을테니까.”


약간 이상한 이야기였다. 계략이라니. 당장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델타 강 근방에 지하 갱도를 만들고 청은 동굴을 뚫으려 했던 짓 뿐이다만······.


‘그걸 시틸 측에서 알고 있다라?’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정보를 알고 있었다면 진작 델타 강 근방을 뒤지고 있었겠지.


그들이 가진 정보에 어딘가 미흡한 면이 있다는 반증. 미심쩍게 여겨지는 부분을 되물었다.


“무시무시하다는게 어떤 의미지?”

“이곳의 마법사들은 지금 천기를 거스르려 하고 있다.”

“......?”


하이엔이 놈을 가만히 주시했다. 정말 뜬구름잡는 소리지만, 대개 적들이 괴상한 소리를 지껄일때는 그것이 정신 깊숙한 곳부터 튀어나온 진심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이 미친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천기라고?"

"그래, 마법사. 시야가 어두워 눈앞의 이익만을 노리니 당장은 모르겠지. 그러나 너는 훗날 세상을 어지럽게 만들 악의 씨앗을 돕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바로잡고자 이들을 정벌하는 임무를 얻었지. 오늘 이 자리에서 피할테헤의 수뇌부를 몰살시켜 그 명맥을 끊었어야 했다고!"


여기까지 듣자,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시틸······ 설마하니 너희 국정 일에 예시자들이 적극 참여하나?"

"당연하다. 그들은 진정 미래를 읽는 자. 세상을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자들이니까."

"......."


하이엔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알트 대륙은 예로부터 신권(神權)과 왕권(王權)이 철저하게 나뉘어있으며, 거기에 마권(魔權) 이 더해져 힘의 균형이 안정적인 삼각 구도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니 응당 신전 소속인 보는 자들이 국가 권력에 한 팔을 거둔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교리에 맞지 않을 뿐더러, 조화를 중시하는 보는 자들의 이념에도 위배되니까.


여기까지 생각하자, 이해는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이거 아무래도······ 시틸이 계시주의자들에 의해 파먹힌 상태인듯하군.’


먼저 신전을 내부에서부터 잡아먹고, 왕실을 의존 상태로 만들어 사실상의 신정일치를 이룬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틸이 마법사를 양성하지 않는 국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신권과 왕권, 양각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균형은 불안정하다. 견제하는 세력이 서로밖에 없다보니 한쪽이 무너지면 즉시 잡아먹히기 쉬운 구도. 이는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었다.


'생각해보면, 전사들만큼 신앙에 목숨을 걸고 미신을 신봉하는 자들이 없긴 하지.'


밤마다 기도를 올리는 것도, 투구를 꼭 세번씩 두드리는 것도, 한가지 장비만을 너덜너덜 해지도록 고집해 착용하는 것도, 모두 전투에 임하기 직전 전사들이 하는 행동.


보통의 사람들은 마법사들이야말로 미신적인 행위를 많이 행할 것이라 생각한다만, 실상은 그 반대였다.


항시 최전선에서 적이 휘두르는 검과 창을 맞대야하는 전사들에게 신앙과 미신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실낱같은 동앗줄인 것이다.


“인정하지. 내 상상력이 부족했음을.”


계시주의자가 시틸에서부터 벨하르와 제치를 거쳐 피할테헤에 숨어든 이유.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들이 이미 한 국가의 속을 파먹고 똬리를 틀고 앉아 다른 국가를 잡아먹기 위해 초석을 다지고 있었을 줄이야.


하이엔의 말에 철퇴를 든 전사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알았나. 우리는 세상의 질서를 흐트리려는 악의 소굴을 미연에 제거하기 위해-”

“그만. 네 이야기는 이제 됐다. 나머지는 당사자에게 직접 듣지.”

“뭐?”


하이엔이 스스로 얼려두었던 두터운 얼음 벽을 향해 입을 열었다.


“언제까지 멀뚱히 서서 구경만 할 생각인가.”


다음 순간, 얼음 벽의 일부가 연기가 되어 산화되기 시작했다.


슈아아악-


자욱한 증기 한 가운데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까전에 사람들과 함께 탈출했던 인물 중 하나.


내내 존재감이 없었기에 눈치챌 수 있을리가 만무했다.


평범한 용모와 차림새를 하고서 경매장 어중간한 위치에 앉아 가끔 손을 들까말까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던 사내.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무시할 수 없을만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주술사 특유의 사이한 기운을 줄기줄기 흘리며, 얼굴을 가린 천 아래 드러난 입매를 휘어 웃는 모습.


쓰고 있는 안대는 정확히 잿빛이었다.


작가의말

푸른동산님, lcen님 후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분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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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6. 권력의 삼각구도 +6 22.08.16 880 64 16쪽
85 85. 난무 +5 22.08.15 844 61 15쪽
84 84. 개화 +8 22.08.12 963 59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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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 삼자대면 +5 22.08.05 1,055 62 15쪽
79 79. 비로소 전시회 +6 22.08.04 1,029 67 16쪽
78 78. 모든 준비를 끝마치고 +4 22.08.02 1,108 67 15쪽
77 77. 합류 +4 22.08.01 1,153 66 14쪽
76 76. 초능력자 +10 22.07.29 1,204 79 14쪽
75 75. 르파벨 트뤼멜가 +8 22.07.28 1,155 73 16쪽
74 74. 인형을 조종하는 자 +10 22.07.26 1,238 69 14쪽
73 73. 트뤼멜가 저택 +5 22.07.25 1,289 72 12쪽
72 72.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13 22.07.22 1,443 89 15쪽
71 71. 랑귀스 트릴로이 +6 22.07.21 1,438 81 14쪽
70 70. 문장패 +10 22.07.20 1,446 93 13쪽
69 69. 남부 지점장 +9 22.07.19 1,489 90 13쪽
68 68. 아눌루 연맹 청문회 +9 22.07.18 1,501 93 15쪽
67 67. 수도 피할테헤 +9 22.07.17 1,608 103 13쪽
66 66. 달맞이 호수 +17 22.07.16 1,588 108 15쪽
65 65. 가장 설득력 있는 주제 +6 22.07.15 1,517 75 14쪽
64 64. 한 계단 너머 +11 22.07.14 1,512 89 16쪽
63 63. 재해의 끝에서 +5 22.07.13 1,498 78 14쪽
62 62. 소모되는 자들 +6 22.07.12 1,489 71 12쪽
61 61. 단절되어 있다는 환상 +3 22.07.11 1,533 71 12쪽
60 60. 강줄기처럼 해후하기에 +3 22.07.10 1,569 74 13쪽
59 59. 통찰에 가까운 상상력 +4 22.07.09 1,566 74 13쪽
58 58. 안개의 방 +7 22.07.08 1,585 80 14쪽
57 57. 델타 강 중류 +6 22.07.07 1,576 83 13쪽
56 56. 페나 공방길드 +5 22.07.06 1,661 80 14쪽
55 55. 빚으로 빚어진 +3 22.07.05 1,645 73 14쪽
54 54. 도적단 +1 22.07.04 1,675 72 13쪽
53 53. 확장과 성장 +4 22.07.03 1,740 78 13쪽
52 52. 길로테 +5 22.07.02 1,735 91 16쪽
51 51. 눈을 닫는 의식 +8 22.07.01 1,804 87 15쪽
50 50. 생각의 흐름 +1 22.06.30 1,774 6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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