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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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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1
최근연재일 :
2021.05.16 22:5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23
추천수 :
50
글자수 :
21,943

작성
21.05.15 12:22
조회
77
추천
8
글자
8쪽

백산기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DUMMY

“뒷산 경작지꺼 다 끝났으면 빨리 로먼네 넘어가서 밥이나 먹구 와!”


“마르클 할배! 안그래도 갈꺼요!”


머리를 문지르며 투덜거리는 모그릭.

이내 마을 아래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광활한 서부 대삼림지대의 검은창 오크 부족.

백여년전 일어난 ‘녹색피의 대전쟁’을 일으켜 대륙을 공포로 몰아넣은 주범들이었다.

그 대가로 숲에 잔존한 그들은 지속적인 토벌을 당해야만 했다.

대륙에 나온 오크들은 대게 군에서 필요한 막노동꾼이나, 도시에서의 노예로 부려질 뿐.

메린대륙의 인간들은 오크를 혐오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삼림에 인접한 변방의 끝자락인 프리드쇼어.

이곳은 삼림 지역의 몇몇 오크 마을과 평화로운 교류를 이어가는 마을이었다.


늘 부족한 인력과 풍족한 식량생산량은 양쪽의 이해관계를 잘 맞아떨어지게 해주었던 것이다.

오크의 우월한 신체조건으로 농사를 도와주면 마을사람들은 그 삯을 식량으로 치렀다.


모그릭은 가까운 오크마을에서 파견나온 젊은 농부였다. 다른 인간들과 달리 이곳의 사람들은 그를 진심으로 아껴주었다.


저 성질 괴팍한 노인만 빼면.

마르클 노인은 모두에게 투덜거렸다.


언뜻 보기엔 그저 무지렁이 시골 촌로일 뿐.

그러나 모그릭은 숲에서 마르클이 마나를 다루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평생 함구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협박에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메린대륙에서 마나의 축복을 받는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했으니까.


이 마을에서 노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모그릭은 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되며 머리에 난 혹을 만질 뿐이다.


“노친네.. 힘도 좋네.”


오크의 가죽은 인간의 그것보다 수배는 두껍다. 맨몸으로 야생을 질주해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는 피부에 시뻘건 혹을 하나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었다.


“어디 변방의 큰 도시에서 마나수련이라도 받았던 모양이지..”


아무리 그래도 마나를 실어 때리다니.

콱 뒈질 노인네 같으니.


* * *


모그릭을 단숨에 제압한 노인이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투덜거렸다.


“빌어먹을 놈..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전에 벌써 큼지막한 고기 한덩이를 로먼네 주방에 가져다 놓은 그였다.

평화로운 프리드쇼어의 하루였다.


옆에 내려놓았던 묵직한 하이라키 볍씨 자루를 들쳐맨 그가 창고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구부정하게 숙인 등에 머리가 앞으로 내밀어진 전형적인 촌로의 걸음새.

그 자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티잉!


“어..어억! 이게 뭐야!”


노인의 작은 몸이 보이지 않는 벽에 막힌 듯, 머리부터 부딪히며 튕겨져 나왔다.

평소 아무 일 없이 들어가던 마을창고.

분명 열려있는 그 문을 통과할 수가 없었다.


어이가 없다는 듯 머리를 문지르는 노인.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문 주변을 살피던 그의 눈빛에 이채가 어렸다.


“대체 누가 이런 장난을.. ”


말을 끊은 그가 주변을 조용히 둘러본다.

모그릭이 떠난 이후 아무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산 중턱.


아주 잠깐이면 충분했다.

눈을 감은 노인이 힘을 집중했다.

심장아래에 응축된 정순한 푸른 기운을 부른다.


우우우웅....

응답하는 모양새가 사뭇 들떴다.

은근히 불러주기를 기다린듯한 모양새.


처음엔 단지 한줌에 불과한 기운이다.

끌어올린 기운을 심장 어귀로 밀어올리자 이내 마주하는 것은 에너지로 만들어진 고리.

일곱 개의 마나링(Mana ring).


마나링을 휘감으며 통과하자 그 세를 급격히 불리기 시작하는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이내 노인의 손 끝에 푸른빛이 맴돌았다.

적어도 이 작은 마을에서, 아니 마을뿐 아니라 대륙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그의 마법적 천재성으로 이해하지 못할 일은 많지 않았다.


노인의 눈빛에 광망이 어리며 손 끝에 피어난 빛이 정교한 마법진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어디, 무슨 영문인지 알아볼...”


불쑥!


낡은 물품과 식량들로 반쯤 차있던 텅빈 창고.

눈앞의 허공에서 튀어나온 손 몇 개가 순식간에 노인의 멱살을 잡아챘다.

예상치 못한 역습에 균형이 깨지며 순환하던 마나흐름이 어그러졌다.


“우..우욱!”


순식간에 심혈관과 중추기관에 가해진 마나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한 노인이 피를 뿜었다.

그를 움켜쥔 손 몇 개가 창고안으로 그를 확 잡아당겼다.


순식간에 창고 안으로 빨려가듯 사라진 노인.

남은 것은 창고 문 앞 흙바닥에 그가 뿜어낸 피 몇방울 뿐이었다.


하일렌 제국의 전대 대마법사.

제국의 황태자를 암살한 후 수십년전 홀연히 자취를 감춘 반역자.

7서클의 대마법사 마르키스 클레르송.


그가 변방의 작은 마을에서 이계의 흉수(凶手)들에게 납치를 당한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 *


설상 가상이었다.

거대한 녹색 괴물이 등장했을때만 하더라도 이러다 다 죽겠다는 공포가 모두를 지배했다.

갑자기 등장한 노인이 지팡이로 괴물을 때린 시점에서는 모두가 할말을 잃었다.


순식간에 무력의 순위가 재정립된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무심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본 노인이 이상한 자루를 짊어진 채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한 것.


“뭐.. 뭐야! 왜 일로 오는거야!”


이성을 잃기 직전인 내 직원들이 공포로 슬금슬금 물러났다.

보통 노인이 아니라는건 실시간으로 봐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티이잉!


“αβ... αβγδ! ζηρθ τυξμφ?”

갑자기 허공에 머리를 부딪히며 들어오지 못하자, 직원 몇 명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곧 그것은 비명으로 바뀌었다.


“뭐.. 뭔짓을 할라는거야. 저거!”


화가 잔뜻 난 듯 중얼거린 노인의 온몸에서 푸른빛 광명이 어른거렸다.

설상가상으로 손에 이상한 문양이 마구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저걸 그냥 놔두면 안될꺼같은데.”

“마...법, 무슨 마법 같은 거 아니에요? 녹색괴물이 나타났는데 마법이 대수야!  뭔지 몰라도 빨리 막아봐요!”


맞는 말이다!

근데 뭘로?


“푸른빛이면 우리 다 얼어죽을 수도 있다고!”

“일단 잡아!”


나를 포함한 몇 명이 거칠게 손을 뻗었다.

TV 너머로 손을 뻗는게 이런 느낌일까.


노인이 걸친 흰색 로브의 거친 질감이 손에 확실히 느껴진 순간. 나는 이미 늙은이의 멱살을 제대로 움켜쥔 상태였다.

최부장과 김사원도 빛살같이 달려들어 그의 어깨와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갑자기 노인이 고개를 돌리며 바닥에 피분수를 뿜었다. 이계로 넘어가 그를 움켜쥔 우리의 손에 뭍은 선명한 피.


“뭐야! 왜 갑자기 피를 토해!”


당황한 모두가 노인을 이쪽으로 끌어당겼다.

저항하지 못하고 끌려오나 싶더니 순식간에 막을 넘어 사무실로 넘어왔다.


피를 뿜으며 기절한 모습.

피부가 창백한 것이 오늘 내일 하는 듯 보였다.

고주임의 행방과 저곳의 정체를 알고 있는, 현시점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존재.


나와 최부장, 김사원이 노인을 붙든 상태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어... 그러니까.”

“일단, 그 .. 라꾸라꾸 침대에 눕히죠?”


그렇게 백산기공의 작은 사무실은 창사 이래 최고령 방문자를 맞이했다.

탕비실을 통해 들어온 첫 번째 손님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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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9 할젠
    작성일
    21.05.15 12:36
    No. 1

    라꾸라꾸 진짜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요즘엔 다들 이케아 폴딩베드 사던데.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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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치찌개에 김치를 싸서 드셔보세요! +2 21.05.16 72 6 9쪽
» 백산기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21.05.15 78 8 8쪽
4 문명인의 대가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21.05.13 79 7 9쪽
3 저게.. 대체 뭐랑 연결된거야? 21.05.13 88 8 8쪽
2 진짜 미안한데, 우리 망했어 21.05.12 108 10 9쪽
1 [프롤로그]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1 21.05.12 199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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