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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좋소기업 이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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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1
최근연재일 :
2021.05.16 22:5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26
추천수 :
50
글자수 :
21,943

작성
21.05.13 12:13
조회
88
추천
8
글자
8쪽

저게.. 대체 뭐랑 연결된거야?

DUMMY

백산기공의 모든 자산은 수도권 한구석의 공장지역 끝자락에 몰려있었다.


말이 좋아 공장지역이지 사실 난개발된 시골 끝자락에 겨우 걸친 회사였다.

감가상각이 끝난 지 수십년은 되어보이는 낡디 낡은 밀링머신 몇 대와 자재들이 쌓인 1층.

창고 외벽에 붙은 녹슨 철제계단을 올라가면 낮은 층고의 비좁은 사무실이 나왔다.

그곳에서 내려온 두 남자는 창고 뒤편의 으슥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밖으로 나온 순간부터 불이 붙어있던 담배가 빠르게 그 생명을 태우며 불로 화했다.

최명석 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씨벌. 결국 이렇게 시마이 치는 거야?”


“형님. 이제 우째하실껍니까.”


옆에서 바짝 붙은 안현우 차장의 얼굴에도 깊은 그늘이 졌다.


“저 작은놈, 희석이. 내년에 초등학교 들어갑니더. 백산기공에 뼈를 뭍고 싶은 제 마음 형님도 잘 아시지예?”


왜 모르겠는가.

우정과 신뢰, 꿈과 희망.

그딴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 다니는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으로 돈을 버는 것뿐이었다.


함께한 세월이 벌써 십수년째다.

가족같던 회사라는 단어가 조롱의 의미로 바뀐지 꽤 되었지만, 이곳만큼은 달랐다.


“후우우...”


전 사장님이 갑작스럽게 쓰러졌을 때였다.

아직은 앳된 장남이 사장이랍시고 다니던 대기업을 때려치고 달려왔을 때.

혼자 뛰어다니던 그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 그 고비를 넘겼고, 그 대가로 상속 대상이던 지분의 일부를 모두가 나눠받았다.


모두가 조금씩 주인이 된 이 작은 회사.

이번에도 상황을 극복하고 또 성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랬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았다.


그렇지만 친동생같은 안차장의 저 말.

함께 다른 직장을 찾아보자는 저 말에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가신이 쉽게 군주를 저버리는 것은 배신이다.

오래 이어온 거래처들과의 관계까지.


“썅! 어디 하늘에서 금덩이라도 안떨어지냐?”


분위기에 맞지도 않는 농을 건네며 담배를 비벼 끄는 그 순간.


번쩍! 우우우우웅..!


2층 사무실의 유리창에서 새하얀 불빛이 가득 뿜어져 나왔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늘 어둡고 칙칙한 상태를 유지했던 창고건물.

철거 날까지 그 상태를 유지해야 했을 터였다.

그런데... 저건 왜...


우우우우웅..!


낡은 2층 건물이 새하얀 빛에 쌓여 부드럽게 떨리는 모습.

순식간에 빛과 진동은 사라졌다.

입을 벌린 채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최부장과 안차장이 정신을 차리며 미친 듯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 * *


번쩍..!

한곳에 모여있던 백산기공의 전 임직원들이 패닉에 빠졌다.


탕비실 문에서 뿜어진 밝은 빛.

그곳을 중심으로 새하얀 파동이 주변의 모든 물건들을 감싸며 코팅되듯 퍼져나갔다.


“뭐.. 뭐야! 이거 폭발..!”


순식간에 회의실까지 도달한 파동이 직원들을 덮치자, 이혜원대리가 공포섞인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악..! 어.. 어?”


내지르던 비명은 온몸을 감싸는 따뜻한 기운에 의해 잦아들었다.

이것이 내 몸에 해를 입히는게 아니라는 확신.

모두를 감싸고 지나간 빛이 건물 전체로 퍼져나가며 부드러운 흰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모든 것이 사라졌다.


“콰앙!”


낡은 사무실 간이출입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두 남자가 헐떡이며 뛰어들어왔다.


“뭐..뭐야! 다들 괜찮아?”

“사장님! 괜찮으세요? 방금 뭐였죠?”


다들 자기몸을 더듬거리며 아무 이상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사이, 이대리가 울 것 같은 얼굴로 외쳤다.


“없어요! 없다고요!!”


“뭐? 없어..? 누가!”


“고주임말이에요! 사장님이 계속 암걸리는 소리만 하고 있으니 못버티고 커피타러갔잖아요!”


윽.. 틀린말은 아니었으니.

다들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나만 명치를 제대로 한 대 맞았다.


“탕비실! 애초에 이 이상한 빛도 탕비실에서 시작된거잖아요.”


우당탕!


좁은 회의실에서 한번에 일어난 모두가 탕비실로 뛰었다.

낡은 화장실 문 너머에 구석에 붙은 탕비실.

탕비실 문은 활짝 열려있었다.


제일먼저 도착한 내가 그대로 멈춰섰다.


“어...”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리더의 자질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거라고 한다면, 나는 실격이 분명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의 그분이 지금 내 자리에 서 있다고 한들, 그 역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거라고.


“짹.. 째재재잭!”


새가 지저귀는 소리.

한적한 시골마을의 정겨운 풍경.

산중턱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아래로 드문드문 떨어진 민가.


“이.. 이게 뭐야..!”


나를 뒤따라온 십여명의 직원들도 뒤따라 선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모두가 입을 헤 벌린 채, 눈앞에서 벌어지는 한평생 최고의 어이없는 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TV... 는 아니겠지?”


김재철 사원이 떠듬거리며 말했다.

말한 그 역시도 이것을 단지 현대기술의 산물로 치부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변명조차 없다면 이것을 상황 그대로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월급날에 월급이 나오지 않는 초유의 사태는 모두의 머릿속에서 깨끗이 사라진지 오래.


불어오는 바람에 흩날리는 이국적인 나무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문을 사이에 둔 이곳은 바람한점 없이 고요했다.


이것이 정녕 초자연적인 무언가라면,

이곳의 공간과 건너편의 공간은 분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혹시...?


주변을 둘러보자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얼굴이다.


‘사람이 통과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만 할 뿐, 아무도 시도해볼 엄두는 없다.

아무도 할 수 없다면 내가 해야 했다.

그것이 사장의 역할이었고, 이 탕비실 역시 나의 소유였으니까.

나는 눈이 시릴 듯이 아름다운 풍경을 향해 손을 서서히 뻗었다.


“으.. 으으으 사장님! 제발 조심히..!”


이혜원대리가 앓는 소리를 내며 코너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출렁...


마치 얇은 비누막 위에 손을 가져다 댄 느낌.

그대로 손을 뻗자 가벼운 출렁임과 함께 풍경에 파장이 일었다.


“드.. 들어갔다!”


최부장의 단말마 같은 외침.

모두가 숨을 죽였다.

모든 직원들의 시선이 공간 너머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손으로 집중되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손을 간질인다.

시원한 공기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따스한 햇빛.


휴양지의 해변에서 느끼길 바라는 그 촉감이 손을 타고 내 뇌를 자극했다.

그 표정을 본 모두의 얼굴이 서서히 상기되기 시작했다.


‘저곳으로 넘어갈 수 있다!’

‘빌어먹을 QLED TV는 아닌모양이라고!’


“나.. 나도 해볼래요!”


김재철사원이 급히 손을 뻗자, 조그마한 문앞에 모여있던 모두가 일제히 손을 내밀었다.

옹기 종기 모인 손들이 일제히 문을 통과하려는 그때!


“타악!”


“악! 뭐.. 뭐야! 왜 때려요!”


“손만 내밀께 아니라!”


어느새 다가온 이대리가 모두를 노려봤다.

방금전까지 무서워하며 숨어있던 모습은 사라진지 오래다.


“고주임! 찾아야된다고요!”


아.. 그걸 잊고 있었네.

팔짱을 끼고 치켜뜬 이대리의 눈초리에 모두가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파산을 눈앞에 둔 백산기공의 본사 탕비실과

메린대륙의 서부 변경지역 작은 마을.


‘프리드쇼어’의 낡아빠진 마을창고에 이계와 연결된 포탈이 개통되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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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치찌개에 김치를 싸서 드셔보세요! +2 21.05.16 72 6 9쪽
5 백산기공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1 21.05.15 78 8 8쪽
4 문명인의 대가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21.05.13 79 7 9쪽
» 저게.. 대체 뭐랑 연결된거야? 21.05.13 89 8 8쪽
2 진짜 미안한데, 우리 망했어 21.05.12 109 10 9쪽
1 [프롤로그]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1 21.05.12 20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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