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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웹소설작가 은찬입니다.

좋소기업 이계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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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찬(恩燦)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1
최근연재일 :
2021.05.16 22:56
연재수 :
6 회
조회수 :
624
추천수 :
50
글자수 :
21,943

작성
21.05.12 10:02
조회
199
추천
11
글자
7쪽

[프롤로그]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DUMMY

하이라키 평원이 황금색으로 물들었다.

메린대륙의 중앙에 펼쳐진 너른 평야.

거대한 평원의 중심부에는 대륙에서 가장 크고, 또 번화한 도시가 자리하고 있었다.


라키움.

세상의 모든 재화가 모여드는 도시.

하일렌 제국의 수도성이자 대륙의 중심인 그곳은 모두가 한번은 가보길 꿈꾸는 왕도였다.


라키움 본성의 높다란 성벽의 남쪽.

견고한 성문의 테두리는 휘황찬란했다.

단단하기로는 북부 협곡의 로열스톤에 뺨친다는 슈프림엘더 나무를 수백차례 압축한 육중한 문.

그 묵직한 게이트는 지금껏 단 한차례도 적에게 내어준 적이 없었으나 ..


"콰앙..!"


지금은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강철로 만든 거대한 공성추의 연타에 금방이라도 부서질듯 위태롭다.

외성 곳곳에 박힌 대형 크리스탈이 집요한 공격에 파괴된 채 흉물스러운 잔해를 남겼다.


소국의 왕성에서는 중앙의 신전, 첨탑 꼭대기에 한 개나 겨우 올려두었을 크리스탈이다.

라키움의 거대한 부와 명예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성벽마다 이어진 성탑 꼭대기에는 여지없이 마나를 응축하는 푸른 보석이 매달려 있었다.

아니 지금은 크리스탈이었던 것이겠지.


최초 시동된 성벽용 자이언트 쉴드는 유지를 위한 마나공급원이 파괴되자 오래 버티지 못했다.


구역별로 중첩되며 성벽을 방어하던 쉴드가 하나씩 빛을 잃자, 성벽위의 방패병들의 표정에 절망이 어렸다.


"마방대! 마방대는 성문을 지켜라!"


외성의 망루 위에 올라선 사내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며 수성측 병력을 지휘했다.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이계의 로브를 입었다.

틀림없다.

화이트마운틴 길드의 단장급 이상들만 입을 수 있다는 로브.

지휘관이 확실해보였다.


전쟁터에서 지휘관은 최고의 고가치표적이다.

강제징집된 농노병들이 성을 향해 끝없이 몰려드는 사이, 거대한 인간의 물결 속에 조용히 숨어있던 왕국의 최정예 마법저격병단이 움직였다.

최소 백부장 이상을 전문적으로 노려온 그들이 지시에 따라 시뻘겋게 달군 화염구를 성벽위의 지휘관에게 쏘아보냈다.

찰나의 순간.


"콰드드드득!"


빛살처럼 망루를 오른 젊은 여성이 화염구를 막아냈다.

파란옷을 걸친 그녀의 손에 들린 것은 보잘 것 없는 나무방패.


아니, 자세히 보니 무슨 문짝이다.


"아이씨! 차장님! 정신안차려요?"


"아..아니 이대리. 마방대가 동문에서 놀고있는거 같아서.."


"아~ 그러셨어요? 그래서 지금 무재해 안전모도 안쓰고 성벽위에서 나 죽여줍쇼 하고 소리지르시는거죠?"

"하.. 사장님 오시면 쪼인트 한 대정도는 각오하세요."


"......" ​


물경 십만은 족히 되는 듯한 병사들의 바다.

소모하듯 밀어낸 농노병 뒤에는 제대로 된 플레이트 아머를 걸친 중장보병들이 빈틈없이 성을 포위하고 있었다. ​


"와아아아! 밀고 들어가라!"

"오늘 안에 외성을 함락시킨다! 모두 진격하라!"


동부연합왕국의 욕심많은 노인네들이 기어이 칼을 뽑아들었다.

그런데 그 칼을 하필 나한테 뽑아들었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 * *


"그래도 늦지 않게 도착했구만."


흉험한 기세를 뿜어내는 길드의 최정예.

블랙스피어 기사단이 하이라키 평원에 도착했다.


기사단의 선두.

이계의 로브를 걸친 세명의 용사들이 모두를 이끌었다.

그중 한명, 장창을 비스듬히 맨 나이 지긋한 남자가 입을 열었다.


"재철아."


"네.. 부장님."


"나는 말이다.. 지금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왜 또 이걸 우리가 치워야되냐, 이말이야 내말은."


재철이라고 불린 젊은 남자.

꼬질꼬질한 사원증을 목에 건 그가 머리를 뒤로 쓸어올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되물었다.


"부장님. 우리 중에 그걸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래도, 여긴 그 빌어먹을 미세먼지는 없잖습니까."


구름이 둥실 떠다니는 푸르른 하늘.

선선한 바람과 맑은 공기.

그곳에 빛나는 태양... 두개까지.

그래.. 거 죽이기 딱 좋은 날씨네.


"최부장. 김사원. 헛소리는 나중에 하자!

깃발을 올려라!"


돌격 준비가 완료된 것을 확인한 나는 즉시 지시를 내렸다.

거대한 검은색 포목천에 새긴 새하얀 설산.

​때로는 눈앞의 총칼보다 소문과 위세가 더 무서운 법.


제국이건, 변경의 백작령이건 모두에게 평등한 그 깃발.

귀족부터 노예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우러르는 그 깃발.

지금의 메린대륙에서 이 깃발을 알아보지 못하는 이는 없다.


언덕 뒤편에서 검은 깃발이 동시에 치솟자, 성을 포위한 병사들에게 공포 가득한 반응이 보이기 시작한다.


"저.. 저거 .. 틀림없어!"

"이런 정보는 없었잖아! 검은 악마들이 대체 왜!"


메린대륙의 상권을 통째로 다스리는 자들.

드래곤의 레어보다 더 많은 부를 쌓은 자들.

이계의 로브를 입고 신병을 휘두르는 전사들.


"스노우마운틴 길드가 참전했다!"

"으아악! 밀지 마!"


겹겹이 성을 포위했던 동부연합왕국의 기세가 순간 느슨해진다.

바로 지금이다.


"기사단! 진격!"


호령하는 나의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언덕을 박차고 평원으로 질주한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서 치맥이나 먹..​

재철아.. 아이고 저놈 벌써 뛰어나갔네."


나를 보며 원망가득한 표정을 짓는 최부장.

​ 미안한 마음에 애써 시선을 돌려본다.


"사장님. 아무리 믿을 사람이 없어도 그렇지..

연차휴가 중인 사람을 이렇게 부려먹으면 안되는거라고요!"

"내 팔자에, 이런게 있었다니.."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내 표정을 본 최명석 부장이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무기를 고쳐쥐었다.

그의 손에 들린 기이한 모양의 장창.


자세히 보니 장창이 아니다.

마포걸레가 빠진 알루미늄 걸래 뼈대.

그것을 뒤집어 들고 있는 모습.

덕지덕지 검게 칠한 대걸레봉 위로 알루미늄 걸레고정대가 햇빛에 반짝였다.

​​

기획담당 막내 재철이는 이미 평야에 진입했다.


"뿌우우우우 ~"


어디서 구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뿔피리를 불며 달리는 모양새가 사뭇 심장을 뛰게 했다.


"야! 어디서 반지의 제왕 흉내내고 자빠졌어!"

"저새낀 진짜.. 빠져가지고!"


툴툴대며 뒤따르는 최부장.

꼬나쥔 대걸레의 금속 부분에 순간 칠흑같은 기운이 서린다.

한뼘 크기의 정제된 오러블레이드.


그의 뒤를 따르는 정예 기사단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가운데 창을 대각선으로 곧추세우며 랜스차지 대형을 갖췄다.

일사불란하게 진형을 만드는 형태가 전쟁터에서 겪었을 숱한 경험을 말해준다.


"자~~~~! 드가자!"


숫제 동네 건달이 외칠만한 대사를 외친 내가 질주를 시작했다.​

숨이 거칠어지고, 우왕좌왕하는 적군의 병사들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병 돌격의 맨 앞에서, 나는 늘 함께하는 오랜 질문을 떠올렸다.


'빌어먹을.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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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명인의 대가리는 얼마나 단단한가 21.05.13 79 7 9쪽
3 저게.. 대체 뭐랑 연결된거야? 21.05.13 88 8 8쪽
2 진짜 미안한데, 우리 망했어 21.05.12 108 10 9쪽
» [프롤로그] 우리.. 어디서부터 잘못된거지? +1 21.05.12 20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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