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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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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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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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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9. 천마대전 11(1부 完)

DUMMY

“불만이라면 힘으로 증명하면 될 뿐이다. 나를 이기고 누이를 이겨서 너희 자격을 증명해라. 힘이 없는 정의는 불의만 못하다.”


그들은 분해보였지만, 반박할 말을 찾을 수 없었다.


“못 하겠나? 결국 너희는 고작 그 정도인 것이라. 말만 앞설 뿐, 누구 하나 앞서서 행동하지 못하니.”


케빈의 서슬 퍼런 기세에 눌려 그들은 이제 입을 열지도 못했다.

그가 가장 먼저 입을 여는 이의 혀를 손수 베어내주겠다는 듯이 허리춤에서 도끼를 풀어내기까지 하자 자신들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젠 다물라는 말도 귀찮군. 마음대로 지껄여라. 다만 너희에게 허락된 것은 딱 거기까지다.”


그 모습에 케빈은 피식 웃으며 다시 허리에 도끼를 찼다.


“처음으로... 그가 옳은 소리를 했군. 불만이 있다면 증명하면 될 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희 자신의 힘으로. 그렇게 뒤에서 떠들어대는 것이 아니라.”


그 긴 말다툼에 질려버린 유피마저 그의 편을 들자 이제 명분에 이어 힘으로까지 밀려버렸다.

코르가 하티를 이겼을 때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그들이지만 그가 유피마저 이기자 이제 그 역시 유피와 같은 어나더 레벨로 둘 수밖에 없었다.

하티가 약해서 진 것이 아니라 그가 강해서 이겼다.

남매가 쌍으로 괴물이라고 다들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혀를 찼더랬다.


이제 나머지 불만은 하티가 직접 해결할 일이다.

모욕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은 언제나 본인이어야 하니, 이곳에서 그녀를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이는 단 둘밖에 없었다.


“호의에 감사한... 크읏!”


케빈은 자신의 편을 들어준 유피에게 고개를 숙임으로 감사를 표하려 했지만 그 옆을 지키는 미나를 보고 서로 표정을 구겼다.


둘은 아주 오랜 앙숙으로 잠시 서로를 노려보던 그들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나저나... 오늘도 도전자는 없어 보이는 군.”


유피도 케빈이 마음에 들어 도와준 것이 아니었기에 감사인사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하는 그를 무시하고 주위를 둘러보며 아쉬움에 권태감에 젖은 한숨을 내쉬었다.


“누가 감히 그대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겠나. 더군다나 한껏 그 기세가 벼려진 지금 말이야. 여기서 죽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는 것이다. 더럽고 구차해도 살아야지.”


그런 한탄에 답한 것은 마치 거대한 산맥을 의인화한 듯한 사내였다.

유피도 덩치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 편인데 그는 유피보다 적어도 머리 두 개는 더 차이가 났다.


“내가 언젠가 누군가를 죽인 적이 있던가, 아이트나여.”


서열 5위, 활화산의 아이트나(Aetna)가 바로 그를 이르는 말이었다.


“음...?! 그하하하! 그러고 보니 한 번도 없군!”


무척 놀랐다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뜬 그는 주신이 아님에도 주신과 자웅을 겨뤄 상위 서열에 입성한 존재였다.


산맥의 신, 우레아(Ourea)들은 분명 고대의 신격이었지만 대부분의 신앙을 잃은 지금, 그 강함이 산신이나 신선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에 그의 강함은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군중의 주인, 가네샤의 환생이었던 가나파티, 그와의 서열전에서 싸워 승리하고 끝내 그 목숨을 취해냈을 정도로...


금기 중의 금기인 신살(神殺)을 저질렀음에도 조직으로부터 별 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그는 여러 의문을 남기는 존재였다.


‘그와 서로 절친한 친구사이였다 들었는데...’


같은 신을... 그것도 친구를 죽이다니, 그만큼 상위의 서열이 간절했던 것인가?

하지만 그는 상위 서열의 가장 큰 권리인 후견인을 둘 수 있는 권리를 스스로 거절했다.


‘바라던 건... 신앙? 그 단 한 번의 패배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하잘 것 없는 것에 친구의 목숨을 저울질하다니 우습구나.’


판테온의 상위 서열에게 돌아가는 신앙.

인간이 아닌 신이 보내오는 믿음은 그 끼칠 수 있는 영향력만큼이나 아주 진했다.

신이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성전에서 이겨 그 강함을 증명하는 것뿐인 것이다.


하지만 이 쉬우면서도 어려운 길은 단번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길이기도 했다.


수백 년을 살아오며 자신의 서열을 지켰음에도 한 번의 패배로 다시 올라올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저 수많은 패잔병들처럼.


저 수치를 모르는 패잔병들의 군세에 유피는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의 사연이 궁금하긴 했지만 직접 질문하고 답을 구할 만큼 유피는 타인에게 관심이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꼬리를 만 개에게는.


‘모두가 약자다. 약자의 지혜란 참으로 비참하군.’


다음세대의 신은 분명 강하다.

분명 이 세계의 먹이사슬의 끝자락에 있는 이들.


다만, 그만큼 강하기에 패배에 익숙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자신과 같은 영원을 살아가며 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를 보게 될 때 오는 좌절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영원한 패자(敗者)로 남게 됨을 의미했기에.

그것은 죽는 것과 다름없으며, 차라리 상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위를 보전하는 것이었다.


“때론 목숨을 버려서라도 관철하고 싶은 게 있는 법이지. 그대들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유피는 약자에 대한 비웃음과 동족에 대한 약간의 존중을 담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도 그의 말에 반박하지 못했다.


그렇게 생각했다.


“뙈론 묙슘을 벼려셔랴도 관쳘햐고 시픈 게 있는 버비지~”

“푸흡!”


그 스스로 유피와 동등하다 생각하는 미나만을 제외하고는.

미나는 유피의 말을 괴상하게 따라하며 한껏 비꼬았다.

강자의 말을 경청하던 아이트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뿜어버렸다.


유피는 자신의 위엄이 깨지는 것을 신선한 자극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미나의 발등을 지그시 내리눌러주었다.


─꾸욱!


“아악! 야! 너 미쳤어! 족발 안 치워?!”


사납게 화를 내는 미나를 무시하며 유피는 자신의 자리를 찾았다.

가장 상석에 앉아 이 자존심 강한 친구를 내려다봐주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이리라.


“호오?”


하지만 그 자리엔 이미 먼저 온 손님이 있었다.


“안녕~ 안 오는 줄 알고 먼저 앉았지 뭐야.”

“그 의미는 서열을 되찾기 위해 재도전을 원하는 뜻이라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전대 1위...!

리버스가 자랑하는 봄의 여신에게 그는 제 권위에 대해 도전하는 것인지에 대해 물었다.


“칫, 사무엘 군은 역시 너무 진지하다니까~”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옆자리로 옮기려는 그녀를 유피가 막았다.


“그 자리가 마음에 든다면 계속 앉아있어도 상관없다. 벗의 누이에게까지 그런 예를 받고 싶지는 않으니까.”

“헤에~ 설마 내가 너한테 예를 취한다고 생각해?”


마치 ‘너 많이 컸다?’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코레에 유피는 오랜만에 곤혹스러움을 맛봤다.

벗의 누이라는 것을 떠나 그녀는 그로 하여금 몇 번이고 패배의 고배를 들이키게 한 존재였다.


“그래, 내가 말실수를 했군...”

“꽤나 너그러워졌네. 이전이라면 바로 한판 붙었을 텐데.”


자신이 너그럽다니, 언젠가 들어본 말인 것 같다고 생각하며 유피는 말을 이었다.


“착각하지 말기 바란다. 내가 자리를 양보한 것은 내가 있을 곳이 최전방의 전선이지, 옥좌 위가 아니기 때문이니까. 불만이라면 그대가 증명하면 될 뿐. 물론 이번에 도전해야하는 입장은 내가 아닐 거다.”

“쳇, 너랑은 뭔 농담을 못 하겠다니까...”


아직이다.

아직 때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저 건방진 입을 닫게 해주고 싶었지만, 리벤지 전은 승리를 확신할 때 해도 좋은 것이다.


여기 모인 모두가 그렇듯이 코레 역시 신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호승심이 강한...


하지만 그녀는 복수를 차게 식혀먹는 법을 알았다.


“그럼 동지들이여.”


유피는 자리에 앉는 대신 구름을 밟고 올라 그 누구보다 높은 위치에 섰다.

제일 상석을 차지한 코레보다 더욱 높은 위치에 오른 그는 천둥과도 같은 목소리로, 동굴과도 같은 깊이 있는 울림으로-


“전쟁을 준비하라.”


전쟁을 선포했다.


“종(種)의 안위(安危)를 건 전쟁을 시작하자.”


한쪽에는 종의 안위가 다른 한쪽에는 종의 말살이 결정될 것이다.

이번 전쟁의 결과로...!


***


“시리우스는 강함이 뭐라고 생각해?”


나는 문득 시리우스가 생각하는 강함에 대한 정의가 궁금해졌다.


“역시 자기 의지를 끝까지 관철해내는 것? 아니면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


후자는 장자가 생각한 강함이고, 전자는 내가 생각하는 강함이었다.

장자는 분명 나와 닮았지만 강함에 대한 정의는 이다지도 달랐다.


그녀는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길 바랐지만, 나는 그저 내 의지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게 내가 정의하는 힘이었고, 내게 검이란 이를 관철해내는 수단이었다.


설령 그것이 잘못되었다 하더라도 내 의지로 선택한 것을 끝까지 고집하는 삶을 나는 바랐다.

그게 아집일지라도, 무지개가 허상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사람을 늙어버린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하는 것.”

언제나처럼 내 말에 가벼운 동의를 들려줄 줄 알았던 시리우스는 예상 외로 무거운 자신의 생각을 말해왔다.

때로는 한 호흡에 다 담을 수 있는 그 짧은 한 마디의 말에 그 사람의 삶이, 삶의 무게가, 신념이 담길 때가 있다.

지금이 그랬다.


“당연하게 가져야하는 것을 빼앗고, 당연하게 달려있는 손발을 자르며, 그 사람의 몫인 감정과 판단을 부정하고, 자기 자신만의 선택마저, 당연하게 올리는 기도, 보고, 듣고, 느끼는 것마저도 부정하는 존재.”

“아버지구나...”


나는 이날 처음으로 시리우스가 나와 조금 닮았다고 느꼈다.

그에게 강자란 압제자였다.


“어쩌면 진짜 강한 사람은 역경을 이겨내고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자일지도 모르죠.”


그한테 힘이란 억압임과 동시에 거기에 굴하지 않는 기적인 거다...


“너의 억압자도 나의 억압자도 모두 각자의 아버지네... 지금은 어때?”


아버지로부터 독립한 나...

아버지가 사라진 너...


시리우스, 난 지금 너한테도 압제자일까?


나는 뒷말을 속으로 삼켰다.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저와 당신은... 동등할까요?”


동등함에 긍정을 부당함에 부정을 해주길 바랐다.


“강하면 친구를 가질 수 없는 거야...?”

“글쎄요. 지금의 전 지금 한낱 검에 지나지 않기에... 어쩌면 이렇게 절 쥐어줄 존재가 필요한 걸지도 모르죠.”


시리우스는 내 손목을 잡아 자신의 목을 쥐게끔 만들었다.

그는 그렇게 무언가 안정을 찾는 듯 보였다.


“그런데 코르. 키가 좀 큰 거 같은데요?”

“진짜?”


우울의 베일은 생각보다 빠르게 걷혔다.

어쩐지 평소보다 그의 멱살이 잡기 쉬운 위치에 있더라.


“네. 이전에는 173cm이었는데 지금은 176cm정도로 보여요.”


그 말에 신이 난 나는 서둘러 키를 재보았고.


“오오! 진짜다! 역시 신은 20살 넘어서도 크는 구나!”


반올림하면 180cm!

굉장한 숫자다.


‘물론 권능을 사용해서 외형을 바꿀 수 있는 나한테는 큰 의미가 없을지 모르지만...’


-하지만 좋은 걸 굳이 여러 이유를 들어 부정할 이유 또한 없지 않나.


‘역시 친절해졌다니까.’


1부 完


작가의말

드디어 1부가 끝났네요. 

늘 그랬듯이 한 챕터의 마지막이니 외전 좀 올린다음 일주일 정도 휴재에 들어가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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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5 22.11.28 54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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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0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2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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