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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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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93,659

작성
22.10.0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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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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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9. 천마대전 9

DUMMY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놀랍게도 편지 중에는 천무극이 직접 보내온 것도 있었다.


한 300년쯤 뒤에 무림 최초로 천마와 맹주를 겸직한 이의 자필 편지란 이름으로 경매에 올려도 꽤나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저씨는 속도 없나?”


「어느덧 추운 겨울이 지나 만연한 봄이 시작되어 나에게 다시금 봄을 가져다준 사제에게 편지를 보낸다.......」


묘하게 능글맞아진 그는 우리를 자연히 사제라 칭했는데 당연하게도 미나와 유피는 이를 질색했다.

유피는 그를 동등한 존재라 인정했기에 공통된 스승을 뒀다 한들 사형제 관계를 맺길 꺼려했고, 미나는 그렇게 되면 미나와 청명이 자신의 사형이나 사저가 된다고 싫어했다.


-속이 없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속도 조절을 못해서 과속했을 거라는 건 틀림없겠군.


목소리가 요즘 내게 친근하게 내게 말을 붙여오는 일이 늘었다.


‘오~ 언어유희야? 요즘 왜 이리 사근사근하게 대해줘?’


까칠한 말투도 확 줄었다.

권능의 각성도 성공했으니 이제 내가 좀 봐줄 만해졌나보다.


-그래... 많이 성장했구나. 더는 내가 필요 없을 정도로...


‘너 뭐 잘 못 먹었어? 너 가을 타?’


아직 가을은 오지 않았지만 계절이 겨울로 고정되어버렸으니, 체내의 계절에 혼란이 오는 일도 있을 법했다.


-실수다. 신경 쓰지 말거라.


‘그러게 말하는 데 어떻게 신경을 안 쓰냐...’


-편지나 마저 읽자꾸나. 적대 세력이긴 하지만 두루 친분을 두어 나쁠 것은 없으니.


그 말에 나는 순순히 시선을 편지로 내렸다.


자칭 ‘대’사형이 된 천무극의 편지는 나에 대한 감사와 언젠가 꼭 은혜를 갚겠다는 내용, 그리고 필요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서신을 보내 요청하면 힘닿는 데까지 도와주겠다는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유피가 천무극을 죽이려 했던 것을 말린 걸 후회하지는 않을 것 같네. 나를 사제 취급 하는 건 그닥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이야.”


-무림의 배분은 선착순이니 어쩔 수 없지.


“근데 이 아저씨도 폰없찐이야? 요즘 시대에 무슨 서신이야...”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아본 것이 언제 적인지 정말 까마득하다.


천무극은 편지와 함께 자신의 옷과 같은 재질로 만들었다며 옷을 몇 벌 지어 보내줬는데 나는 이 선물(뇌물)을 받고 그간의 앙금을 모두 털어내 주기로 했다.

슬쩍 만져보니 신축성과 질김의 정도가 장난 아니었다.


“밖에서 입고 돌아다니기엔 너무 눈에 띄는데... 특별한 날에만 입어야겠다.”


나는 그의 편지를 다 읽은 뒤 곧장 다음 편지를 열었다.

이번 편지는 장자의 것이었다.


「장내 평안하신지요. 저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번 술법이 무너졌다고 하여 절망하지 않고 장자는 새로운 술법을 쌓아가는 도중이라는 모양이다.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는 남을 속이는 데 특화된 기존의 술식을 버리고 새롭게 선택한 술식은 ‘황연대오(恍然大悟)’.


“황연대오면... ‘문득 모든 것을 깨우치다.’라는 뜻인가? 이제 같은 조직도 아닌데 이렇게 까발려도 되는 거야?”


장자가 이를 토대로 새롭게 만들어낼 영역에 과연 어떤 법칙이 적용될지 대충 감이 왔다.


-더 이상 누군가를 속이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일깨우기 위한 영역을 만드는가.


또한 이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이것은 죄 사함을 얻게 하려고 제자들을 위해 흘린 바.’라고 했던가?”


장자가 도술(道術)에 성법(聖法)을 섞어 사용한 유사 선술(仙術).


마공을 익힌 자가 한번 마성에 먹히면 다시 이지를 찾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전보다 정신적인 방벽이 약해져 마성에 다시 사로잡힐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던데 이 술식은 아마 그런 천무극을 위한 것이리라.


“자식 같은 제자가 미쳐버렸음에도 자기 힘으로 되돌리지 못한 거에 무력함을 느낀 건가?”


-이미 경지에 오른 길을 버려두고 새로운 길을 걷다니... 그 결단력만큼은 존경스럽구나.


일생 겪었던 특별한 경험이나 잊지 못할 경험이 자욱처럼 남아, 이내 술법에 자아(自我)가 싹트고 그것이 정수(精髓)의 형태로 굳어져 종국에는 영역(領域)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한 번 가봤던 길을 다시 가는 것이 분명 더 쉬울 텐데, 장자는 모든 것을 버리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을 택했다.

모든 것은 사랑하는 제자를 위해서.


“참 극진한 제자사랑이야.”


청명이나 데미안에게 소홀히 대한다면 분명 불같이 화를 냈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으니 굳이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아, 그 둘의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청명과 데미안은 결국 교육을 받지 않는다는 모양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왠지 괜찮을 거란 느낌이 들었다.


-그래, 그게 너의 ‘기원’이라면 이루어지겠지.


“그런데 이건 무슨 뜻이지?”


장자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 글귀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전에 제가 리버스에 첩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한 것을 기억하시나요?

물론 망각이 없는 코르 군이라면 분명 기억하시겠지요.


저도 여기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건 아니지만 제가 아는 정보만이라도 공유해보려 합니다.


그들의 이름은 ‘거인의 어깨 위’.

이 이름을 들으면 아마 ‘내가 더 먼 곳을 보았다면 이는 내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라는 뉴턴의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요.


사실 이건 꽤나 흔한 문장이랍니다. 1,000년도 더 된 말이지요.

그건 이 조직 역시 그만큼 오래됐음을 뜻합니다.


우선 그들은 ‘인간’ 아니에요.

‘신’... 이라 하기에도 어렵네요.

‘거인’에 좀 더 가까울까요?


관리자가 만들어냈는지조차 의문이 드는 존재들.


그들은 제 오랜 제자인 치우를 외롭게, 종국에는 미치게 만들었지요.

증거는 남지 않았지만 심증만으로도 저는 충분했답니다.


아니,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안 되었어요. 버틸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렇게 저는 이 심증을 토대로 저는 조사를 이어나갔고 종국에는...


코르, 종의 끝자락에서 발버둥치는 이를 조심하시어요.

그들은 한때 ‘교인(鮫人)’라고 불렸고 또 한때는...」


“대체 누굴 조심하라는 거야?”


나는 편지를 대충 책상 위에 던졌다.


광마가 폭주하며 제 오랜 제자를 또 다른 제자의 손으로 떠나보내야 했던 장자가 슬픔과 복수심에 칼을 갈며 100년간의 조사 끝에 얻어낸 것이 고작 이 하나라니 정말 허무하기 그지없었다.


“하긴 장자 정도 나이가 되면 슬슬 치매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시기지.”


최근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일도 많이 받지 않았던가.

나는 편지의 마지막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솔직히 이것보단 장자 다음 대의 원로가 누구일지가 더 궁금한데...”


리버스는 현재 장자의 뒤를 이을 새 원로를 찾기 위해 굉장히 분주하다고 알고 있다.


원로는 항상 아홉의 수를 유지해야하고 각 원로마다 아홉에 맞는 상징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세상을 구성하는 아홉 물질을 뜻한다.


그 중에서 장자가 맡은 역할은 ‘물’이었다.

여기서 물은 단순 액체만을 뜻하지 않는다.


옛 사람들은 수면(水面) 너머엔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 세계에 있는 것은 주로 신과도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


때문에 연못이나 호수에는 신성한 존재가 있다고 생각하여 제물을 바치곤 했는데 그것이 지금 시대엔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문화로 남아있다.


그렇기에 ‘물’이 상징하는 것은 ‘다른 세계’.


장자는 ‘세계’를 ‘물’로 인식하는 술사이자, ‘영역’에 도달하여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해낸 인물이니 ‘물의 자리’를 맡기에 더할 나위 없는 인선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조건에 부합되는 존재를 찾는 게 어디 쉽던가.

세계 어딘가에는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은 찾지 못해 리버스도 꽤나 골치를 썩는 모양이다.


-공석이 된 게 ‘불의 자리’가 아닌 게 어디더냐.


만약 그랬다면 정말 난감했을 거다.


“‘불’이 상징하는 건 많고 많지만, 이 시대에 스스로 불을 피울 수 있는 존재는 고작 둘... 아니, 가온까지 포함하면 셋인가?”


생각보다 많다.

이에 한결 걱정을 덜은 나는 나머지 편지 두 통을 마저 확인했다.


“데미안도 편지를 쓸 줄 아는구나.”


데미안은 편지와 함께 술을 보냈다.

아니, 술을 보내는 김에 편지도 보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누가 봐도 술이 메인이구나.


「선도주 1

적포도주 2

백포도주 2

복분자주 1

매실주 2

.

.

.」


“이건 편지가 아니라 선물 목록이잖아!”


-심지어 내용도 전부 술이군. 그 흔한 인사말조차 없다니.


데미안은 성의를 물질로 하는 편인 듯했다.

어쩐지 그 커다란 우편함이 웬일로 가득 찼다 했다.


“선도주(仙桃酒)... 설마 이거 선도복숭아로 빚은 거야?!”


가장 고급지게 포장된 어느 술에선 달큰한 복숭아 향이 흘러나왔는데 10년에 한 알이 열린다는 반도보다 10배의 가치를 가진다는 선도다.

한 알이 여무는데만 100년의 시간을 필요로 하는 귀물.


이런 건 거대 문파의 장문인 취임식 때나 하나씩 선물 받는 거였기에 설마 데미안이 자신의 소교주 취임식 때 받은 선도로 술을 담근 건가 싶어 살짝 부담스러운 마음이 올라왔다.


「추신: 참고로 이 술은 천마 몫의 선도를 빼앗아 담갔음. v」


-영특하군. 실리를 취할 줄 알아.


데미안은 이 사실이 못내 자랑스러웠는지 답지 않게 마지막에 브이 사인까지 추가했다.


“그때 천마가 때린 걸 아직 마음에 담고 있는 건가. 얘도 뒤끝이 참...”


얘한테는 절대 밉보일 짓 하지 말아야겠다.

참고로 매실주는 매실청과 같이 왔는데 화산에서 보내온 덜 익은 청매로 담가 시큼하면서도 달큰한 게 맛이 좋았다.


“마지막은 청명이 보낸 건가?”


나는 매실청을 물에 타먹으며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코르 오라버니에게.

오라버니,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이게 편지지...”


한 명은 편지 대신 가정통신문을 보냈고, 또 한 명은 염장질을 했으며, 또 한 명은 그냥 선물목록을 보냈기에 이 평범한 편지 한 장이 유달리 가슴에 따뜻하게 다가왔다.

편지만 봐도 누가 따뜻한 불의 신인지 알 수 있었다.


「최근 들어온 시녀하고 나이가 비슷해 친해졌어요.」


어딜 갔는지, 무얼 먹었는지, 누구와 지내는지와 같은 근황이 아기자기한 글씨로 꾹꾹 눌러써져있다.


무림의 다른 이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항상 장자의 집 안에서만 생활해야했던 청명은 이제 중국 내라면, 무림의 입김이 닿는 곳이라면,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모양이다.


청명이 시녀라면서 적은 인물은 아무리 봐도 시녀라기 보단 감시자에 더 가까워보였다.

청명은 이걸 진짜 몰랐을까?


어쩌면 일생 대부분을 장자의 집에서만 지냈기에 이것만으로도 기쁜 것인지도 몰랐다.


-너와도 상황이 비슷한 것 같구나.


“나보단 청명이 좀 더 상황이 심했지.”


적어도 나는 학교도 다닐 수도 있었고 렌즈를 착용한 상태라면 집 근처를 돌아다닐 수도 있었다.


“이건 뭐지?”


청명 역시 다른 이들처럼 편지와 함께 다른 물건을 보내왔다.

상당히 작고 접을 수 있어서 편지지 안에 함께 동봉되어있는 그것.


“부적...? 아니, 진법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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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1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4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2 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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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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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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