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221 회
조회수 :
43,364
추천수 :
1,474
글자수 :
1,693,659

작성
22.09.10 22:00
조회
78
추천
3
글자
11쪽

8. 무림으로 29

DUMMY

“설마?!”


맹자성에 의해 찢어진 부적들은 땅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허공을 고고하게 떠다니며 목표물을 조준했다.

너무 잘게 찢어져 마치 먼지처럼 보이는 그것들을 나는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보이는 것은 각 조각마다 새겨진 미세한 문자들.


부적이다.

저 작은 조각들이 하나하나 다 작은 크기의 부적인 것이다.

신의 피로 쓰인 부적은 이적을 행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규격마저도 무시했으며 마치 쌀알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도 같은 기예에 나는 전율했다.


─투콰악~!


수천, 수만 조각으로 잘게 찢긴 부적들에서 동시에 사출되는 바위 송곳들은 일부는 부적의 손상이 심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고 일부는 호신강기를 뚫지 못한 채 바스러졌다.


하지만 일부는... 이를 뚫고 들어가.


─파바바바바바바박!!!


“흐어어어~”


맹자성의 피부 위를 빼곡하게 메웠다.

심지어 안구 위까지 채워진 마치 바늘과도 같은 얇디얇은 바위송곳들에 의해, 눈꺼풀마저 뚫고 눈동자를 고정시킨 그것들에 의해, 그에게는 이제 눈을 깜빡이는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초소형 부적... 미나가 준비한 것이 저것이었군. 벗은 이미 발동된 상태의 저걸 막을 자신이 있나?”


그 모습에 유피는 나지막이 감탄했다.


“사전에 태우는 것 말고는 답이 없어 보이는데?”


이미 발동하고 난 뒤에는 막을 수 없다.

신의 피를 대가로 현현한 저것은 설령 내 불의 벽이 자신을 가로막는다 하여도 어떻게든 틈을 찾아 뚫고 들어올 테니 말이다.


“애초에 바위는 불에 잘 타지 않는다고...”

“미나가 좋은 무기를 얻었군.”


유피는 미나의 성장에 만족했는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즉석에서 만든 것이 저 정도의 위력이라니...”


규격과 숙성 기간을 채우고 신의 피에 담긴 힘을 증폭시켜줄 여러 재료들까지 섞어 제대로 만들었다면 그 부적은 고작 저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거다.


“송곳 중 몇 개가 혈도를 찔렀군. 승부는 났다.”


의도치 않은 점혈까지...

하지만 자연지경에 이른 강자는 끈질겼다.

내공뿐만 아니라 외공에도 신경을 쏟은 그의 강철과도 같은 근육은 깊숙이 박히지 못한 송곳들을 힘을 주는 것만으로 튕겨낼 수 있었고 강제로 점혈을 풀어내어...


“하압!”


급기야 온 몸에서 불을 뿜어내는 것에 이른다.


“전신으로 삼매진화라니. 역시 부맹주님이시다!”


삼매진화(三昧眞火)는 강기를 강하게 마찰시켜 불을 일으키는 기예이다.

출기지경에선 어림도 없고 강기지경의 고수부터 비로소 할 수 있으며, 기의 성질 자체를 바꾸는 것이기에 강기지경의 고수라 하여도 쉽게 따라하지 못한다.


비록 오래 타오르게 할 순 없어도 저것은 불의 신의 권능을 제외하고 지금 시대에 잠시나마 불꽃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거의 유일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삼매진화의 진짜 무서운 점은 이게 아니다.

저 불은 오행의 요소를 전부 불로 바꾸어 물마저 태워낸다.

불을 지피는 것은 분명 기(氣)이지만 기로 시작하여 이내 모든 것을 연료로 삼으니 삼라만상(森羅萬象) 모든 것을 태우는 불꽃이 바로 이것이라 하겠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손오공도 우마왕의 아들인 홍해아가 펼친 삼매진화를 이기지 못하여 빈사상태에 빠졌다고 하지...’


물론 이 불꽃에 그 정도의 위력은 없다.


‘삼매진화의 시작점은 원래 기(氣)가 아니라 피(血)니까...’


홍해아도 자신의 얼굴을 때려 코피를 내고 눈과 코 그리고 입으로 불길을 토해냈다.


그래도 대단한 기예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물며 이를 온몸으로 발(發)하다니.


“호오~”


그는 유피의 감탄을 샀으며 자신이 부맹주 자리를 단순 딱지치기로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하지만 신의 피를 매개로 만들어낸 게 고작 이 정도에 사라질 리가 없는데...?”


하지만 사라졌다.

나는 이적을 발하고 땅에 널브러진 부적들을 확인했다.


─타닥타닥!


먼지처럼 작은 그것들은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열풍에 의해 순식간에 타들어가 재가 되었다.


송곳들이 실재할 수 있게 하는 매개는 결국 저 보잘 것 없는 천 조각이었다.

그의 피부 위를 빼곡히 메운 바늘들은 한차례 일렁이더니 이내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허억! 허억! 아무래도 이 몸의 승리인 것 같구나. 피로서 이적을 행하다니. 네놈은 역시 요술쟁이구나! 혈교의 잔당 중에 이렇게 피로써 사술을 행하는 이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절반 이하로 줄어버린 내공에 그의 얼굴에 낭패가 스친다.


자연지경의 고수부터는 이제 내공의 한계를 거의 느끼지 않는 단계, 내공의 부족을 느낀 것이 얼마만이던가.

자연지경의 고수인 그는 싸우는 도중에도 호흡을 통해 내기를 보충할 수 있었다.


‘내공을... 회복시키는 건 무리로구나.’


그 또한 해당 공간을 대격변 이전으로 되돌려버리는 진법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더 이상 강기를 유지할 순 없게 된 그는 검과 창에 덧씌운 강기를 각각 검기와 창기와 바꾸었다.


“요술이 아니라 도술이야. 너희가 그토록 모욕하던 장자의.”


장자에게 배운 것이 폄하되었다고 느낀 것인지 미나가 불만스레 읊조린다.

지친 것은 맹자성뿐만이 아니었다.

맹자성이 내력을 소모했다면 미나는 다량의 혈액을 소모했다.

쉽게 보충하기 어렵다는 점에선 둘 모두 같았다.


“그것이 바로 사도(邪道)라는 것이다! 무림에서 인정받는 도술은 도술(道術)이 아닌 도술(刀術)뿐, 무공을 겨루는 대련에서 비겁하게 사술을 사용하다니!”

“좀 닥쳐! 너랑 대화하다보면 내 지능까지 덩달아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무기조차 들지 않은 상대에게 그런 흉흉한 걸 두 개나 들고 상대하는 건 무슨 경우니?”

“이익!”


맹자성은 검과 창을 동시에 들기엔 역시 내력이 모자라다 느꼈는지 초천검을 집어던지고 초진창에 다시 강기를 씌워 자세가 흐트러진 미나에게 다시 한 번 섬광 같은 찌르기를 날렸지만.


“이미 모든 수를 읽힌 순간, 너에게는 어차피 승산이 없었던 거야.”


미나는 마치 물 흐르듯 그 공격을 피해냈다.

육체를 강화할 내공마저 없는 맹자성의 공격을 피하는 것은 그 기본 피지컬에서 더 뛰어난, 말 그대로 종(種)이 다른 우리 다음세대의 신들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맹자성의 얼굴엔 자신의 근육에 대한 배신감이 떠올랐다.

미나는 그의 창을 쳐내고 창을 쥔 손을 짓밟고 다른 발로 오금을 찬 뒤 그를 무릎 꿇렸다.

무릎을 꿇었음에도 미나와 맹자성 간의 신장은 별반 차이나지 않았다.


미나는 고고하게 선 채로 신에게 반기를 든 인간을 내려다봤다.

그의 턱을 움켜쥐고 그를 한 차례 더 끌어내린 채로 내려다보았다.


끝을 직감한 걸까?

그가 눈을 감았다.

자세히 보니 입술도 살짝 내밀고 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설마?!’


나는 뒤늦게 그 행위를 이해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지만 우리 중 성욕이 가장 왕성한 미나는 전투의 열기로 인해 ‘혹시’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친구였다.

미나는 벌써 한 달 가까이 금욕을 이어간 것이다.


─꿀꺽!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났다.

미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맹자성의 대가리에 그 몸을 가까이 했다.

그 모습에 맹자성은 입술을 더욱 길게 빼내었다.


─슥. 스윽.


하지만 미나는 오리마냥 입술을 내미는 맹자성을 무시한 채 그의 이마에 무언가를 그려 넣었다.


“휴우~ 역시 그럴 리가 없지.”


맹자성의 이마 가죽은 그 자체로 부적을 새길 도화지가 되었다.


“더럽게. 어디다 대고 입술을 삐죽이는 거야.”


─쑤욱!


맹자성의 이마에선 마치 유니콘과도 같은 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길어지고 두꺼워졌으며 이내 그의 얼굴 전체를 뒤덮었다.


“크으으윽! 고작 이 정도에 무릎 꿇을쏘냐!”


물론 그는 이미 무릎이 꿇려져 있었다.

그래도 단단한 목 근육만으로 어떻게든 등이 땅에 닿지 않고 버틴 것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할만 했다.


─쿵! 쿵! 쿠웅!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나는 돌기둥은 몇 개의 천장을 부수고 올라갔고 이내 대련장의 단단한 지붕까지 닿고 나서야 더 이상 뚫고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이 자라는 것이 멈췄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

지붕에 가로막힌 돌기둥은 이제 위 대신 아래로 밀려났고 미나의 허리보다 두꺼운 목 근육으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맹자성은 결국 그 힘을 이기지 못해 바닥에 뒤통수를 처박았다.


─콰직!


기둥에 깔려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이 있을 부위에서 왈칵왈칵 피가 솟구쳤다.


“역시 들을 자격도, 기억할 가치도 없는 녀석이었네~”


그런 맹자성을 내려다보며 미나는 한쪽 팔로 턱을 괸 채 사악하게 웃어보였다.

입을 전혀 가리지 않아 말려 올라간 입 꼬리가 그대로 보였다.


─싸아아아.


기대했던 환호성은 없었다.

장내가 침묵에 휩싸였다.

심판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로 그에게 다가가 맥을 짚더니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죽었다는 뜻인지 아니면 의식을 잃었다는 뜻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상관없다.


‘저 아래에 깔린 얼굴은 어떻게 됐을까.’


기둥 아래 깔렸을 그의 얼굴은 더 이상 얼굴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바, 그것은 ‘얼굴’이 아닌 새로운 이름을 지어보임이 마땅했다.

비록 눈코입은 뭉개졌더라도 안에 뇌는 들어있을 테니 ‘안에 뇌 있어요.’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얼굴은 본인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외형적인 수단이다.

그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이제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모습으로 독보적인 자기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된 그의 얼굴은 세상 어느 얼굴보다 훌륭히 제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그의 보기 드문 면상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새로운 이름을 지어주는 것을 그만두었다.


“후우~ 루미나 폰 덴브리던 공의 승리요.”


이 상황에서까지 치졸하게 나올 생각은 아닌지 심판은 작게 한 숨 쉬고는 허탈하게 우리 측의 승리를 선언했다.


그렇게 첫 번째 대련이 종료됐다.

우리의 승리다.


나는 곧장 관객석에서 대련장으로 뛰어내려 미나를 부축했다.

쉽게 지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이렇게 멋지게 이길 줄은 몰랐다.


“멋졌어, 엄청!”

“히히~ 나도 알아.”


불행인지 다행인지 맹자성은 죽지 않은 모양이다.


“맥이 뜁니다. 아직 살아있어요!”

“일단 돌기둥을 치워야 합니다.”

“이미 이마 가죽과 하나가 됐어요. 마뇌 노사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마 가죽을 도려내야지 별 수 있겠나... 결코 지워지지 않는 흉터가 남겠지만 죽는 것보다는 나을 게야.”


다만 부적이 새겨진 이마 가죽을 벗겨내야 했다.

그는 간신히 돌기둥으로부터 벗어나 치료실로 옮겨졌다.


다시 관객석에 올라 내게 몸을 기댄 체 휴식을 취하는 미나를 장자는 마치 첫 비행을 무사히 마친 아기 새를 보는 어미 새와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대견해서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는 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휴재공지 +2 22.11.29 263 0 -
공지 드디어 1부가 끝났습니다. +4 22.10.08 161 0 -
공지 이 소설을 읽어주신 분들께...(#연중 공지 아님.) +3 22.09.02 349 0 -
공지 초반부는 아포칼립스에 걸맞게 조금 우울할 수 있습니다. 22.06.17 346 0 -
공지 연재시간을 매일 오후 10시로 변경하겠습니다. 22.05.15 191 0 -
221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6 +1 22.11.29 81 2 18쪽
220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5 22.11.28 54 3 19쪽
219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4 +1 22.11.27 58 4 16쪽
218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3 22.11.26 50 5 17쪽
217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2 22.11.25 53 3 14쪽
216 13장. 나에게는 좋은 사람 1 22.11.22 58 2 21쪽
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0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2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2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0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7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3 3 12쪽
20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6 22.10.31 80 4 13쪽
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4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19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3 22.10.28 77 4 1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