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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니르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의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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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함(阿含)
작품등록일 :
2022.05.11 10:08
최근연재일 :
2022.11.29 2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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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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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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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 무림으로 26

DUMMY

마침내 다가온 친선대련의 날, 무림 측에서 마련한 대련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가 외친 영광스런 첫마디는 이러했다.


“이, 이건 사기야!”


뒤이어 나와 유피도 차례대로 한 마디씩 했다.


“심하네...”

“이... 비열한! 이게 무림의 방식인가!”


1000명은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

그 주위로 길게 관객석이 마치 계단처럼 순서에 맞게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당연하게도 여기에 모인 이들은 우리를 제외하고 모두 무림인으로 대부분 선도를 먹었고 이로 인해 한정된 불사를 누리는 자들이었다.


이들 중 가장 어린 무림인의 나이가 우리 셋의 나이를 합한 것보다 많을 것이다.


“이건 그냥 반칙이잖아!”


하지만 우리가 이리 반응한 이유는 단순히 이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도 수련 기간에 너무 많이 차이가 나서도 아니었다.


이 대련장 자체가 함정이었다.

아니, 함정이란 말은 정확하지 않다.

저들 모두 이 공간의 영향을 받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마나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어. 이것도 진법인가?”


최초의 진법은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들어가면 길을 잃게 되는 숲과도 같은 것이었다고 하는데 후대에 한 천재가 이를 분석하여 이 이치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만들었으니 그것이 바로 현대의 진법술이다.


‘그리고 그 원류(源流)는 방위를 통해 운수를 조정한다는 기문둔갑(奇門遁甲).’


언젠가 풍백이 현녀에게 배워 사용할 수 있다 말한 태을, 기문, 육임의 삼식(三式) 중 하나다.


“어쩐지 대련장 외벽에 마석이 박혀있더라니...”

“마석을 진법의 매개로 사용한 것인가. 스승이여, 그대의 말과 다르게 무림도 발전이라는 것을 하는 모양이다.”


우리에게 무공을 가르친 스승은 당연하게도 우리와 함께 이곳에 섰다.

무림 측이 아닌 우리쪽에서, 우리의 안내자이자 스승으로서 그녀는 청명과 데미안만을 집에 남겨둔 채 우리와 함께 무림으로 들어왔다.


“마나가 없는 공간을 만들면 전처럼 불을 피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런 진법을 연구한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건 불을 피우기 위한 진법이 아닌 오히려 대(對) 다음세대 용 진법에 가까운 거여요.”


그런 그녀도 이 상황을 예측할 순 없었는지 얼굴에 낭패가 서렸다.


굳이 불리한 환경에 남기를 고집하는 건 만용.

우리는 서둘러 뒤돌아 나가려 했지만 문은 이미 굳게 닫혀있었다.


“물러서시지요. 대련이 끝나기 전에 나가는 것은 패배선언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이익! 이게 정당한 대련이 성립된다고 생각해?!”


문 앞에 서서 창을 꼬나 쥔 채 우리를 견제하는 이들의 기세가 보통이 아니다.


“쿄쿄쿄쿄! 왜들 그러십니까? 그동안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기가 사라지니 어깨가 좀 가벼워진 것 같지 않습니까? 쿄쿄쿄쿄!”


그때 이 일의 흑막으로 추정되는 이가 나타나 한껏 웃어재꼈다.


외모로 사람을 차별하는 건 옳지 못하지만 누가 봐도 비호감.

등이 굽고 얼굴은 찌그러져 비대칭이다.

한쪽 눈은 눌려서 뜬 건지 감은 건지도 구분이 안 가고 다른 쪽은 너무 튀어나와서 뒤통수를 때리면 뽁 하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목소리 또한 칠판을 긁는 듯한 괴음...


“마뇌(魔腦)... 이 진법은 당신 작품이었군요.”


장자에게 마뇌라 불린 그는 다지증이 있는지 손가락도 무려 6개인 육손이였다.


“다안증에 이어 다지증이라... 무림은 장애인 소굴인가?”

“러시아의 부랴트인 중에서는 다지증을 가진 이만을 샤먼, 그러니까 주술사로 보았어. 때문에 저것은 주술사의 상징과도 같은 손이야. 비록 맹주의 ‘중명안’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상당히 강력한 특성 중 하나지.”


유피의 심한 말에 옆에서 미나가 추가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무림을 배신한 창녀가 입을 열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장자는 여전히 무림의 모든 이들에게 적대를 받았다.

그저 입을 열었을 뿐인데 쌍욕이 날아온다.

그들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니 우리는 편을 들어주고 싶어도 제대로 편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설마...”


옆에서 미나가 ‘첩자인 걸 들킨 건가?’하고 소곤대며 물어본다.


“무림의 인물임에도 리버스에서 온 우리에게 무공을 가르쳐줘서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 일은 맹주가 맡긴 것이다. 이들이 왈가왈부할 것이 못 된다.”


거기에 대한 답변은 유피가 했다.


어느덧 상황은 장자와 마뇌 사이의 말다툼으로 발전했다.


“이래서는 권능을 쓰기도 어렵게 됐군.”


유피는 장자가 모욕을 받든 말든 이제 전혀 괘념치 않는 듯 보였다.

그저 덤덤히 우리들의 상태를 분석했다.


미나는 그저 장자를 비웃은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눈에 담았다.

당장 열을 내는 것보다 그런 차분한 분노가 나는 더욱 무서웠다.


“그러게... 이래서야 촛불 하나 켤 수 없겠어.”


다음세대가 가지는 힘 중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인 세계 그 자체에 대한 지배권.

자연계의 마나를 제 것처럼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지금 막혀버렸다.


세계에 퍼트린 불과의 연결이 끊어진 것은 아니다.

다만 재료가 없어서 새롭게 타오를 수 없었다...


쓸 수 없는 건 무공 또한 마찬가지.

우리는 혈맥은 물론 단전 또한 없기에 마나를 담아둘 수 없었다.


‘이러면 대련 자체가 성립되지 않잖아. 친선전의 의미가 퇴색될 텐데... 천마, 그렇게 안 봤는데 설마 이 정도까지 저질이었다고?’


나는 내가 봤던 천마와 지금 사태에 대한 갭으로 인해 일말의 의아함을 느꼈다.


“여전히 머리가 좋으시어요, 마뇌. 누가 자연적으로 불을 피우기 위해 만든 진법을 이런 식으로 활용할 생각을 했을까요. 하지만 어설픕니다. 이를 제대로 다루고 싶었다면 전쟁과 같을 때 비장의 한 수로 사용했어야죠.”


장자는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마뇌를 가르쳤다.

마치 어린애에게 충고하듯이 말이다.


그 모습에 마뇌의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눈이 붉게 물들었다.

이것이 분노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리움인지, 그조차 아니면 슬픔인지 우리는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무언가 굉장히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음은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전쟁 중에 우리에게 이것을 사용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그렇게 간단히 쓸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만일 이런 진법이 설치된 곳에 우리를 유인하는데 성공했다면... 생각하기도 싫네.’


마나를 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마나 진공상태의 현재가 익숙해지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마나에 의존했었던가?

왜 신화시대의 강대한 생물들이 고작 대기 중의 마나가 없어진 것으로 모두 죽거나 사라져야했는지 그 일면을 본 느낌이다.


“하지만 이러면 너희도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


미나는 말을 하다말고 안색을 굳혔다.


“서, 설마?!”

“이제야 눈치채셨나 보군요. 저희는 여러분과 다르게 주위에 기가 없어도 단전에 담아둔 기를 이용하여 무공을 다룰 수 있답니다. 쿄쿄쿄쿄쿄!”


물론 단전 안의 내공을 다 사용하면 다시 운기조식 등을 통하여 채워야하겠지만 저들은 아마 단전 가득 마나를 담고 왔을 거다.


“맹주는 어디 있죠? 이건 무극의 방식이 아니어요.”


장자는 이게 천마의 방식이 아니라곤 말했지만 이것이 무림의 방식이 아니라는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갈(喝)! 감히 맹주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는가! 한때 그분의 스승이었다고 한들 무림에서 퇴출당한 네년 따위가 입에 담을 수 있는 함자가 아니다!”


이번에는 마뇌 옆에 있는 사내가 장자를 향해 소리쳤다.

내공이 어찌나 심후한지 그의 목소리를 따라 주위 공기가 파도쳤다.


“무아... 아니, 맹주는 이곳에 없군요.”


이런 상황에서도 장자는 화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장자의 표정이 너무 아파 보여서 차마 물을 수도 없었다.


“맹주께서는 새로운 동맹을 찾아 루마니아로 떠나셨다.”


그때 등에 긴 월도를 찬 사내가 맹주가 있는 곳에 대해 알려주었다.

검은 옷에 악귀 같은 것이 그려진 것이 아마 마교 쪽의 인물인 것으로 추정됐다.


“루마니아라면... 발칸 반도에 있는 그곳인가요? 그곳은 지금 혈강시들이 지배하고 있을 텐데... 설마 혈교와 관련된 일이어요?”


그 짧은 말을 가지고 장자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보였다.


“더 이상 대답할 의무는 없다! 서둘러 대련을 시작하지. 도망간다면 패배한 것이라 간주하겠다.”

“하?!”


하도 어이가 없다보니 당혹감에 말이 제대로 안 나온다.

우리가 이런 불리한 대련을 받아들여야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우리는 명백히 초대를 받고 온 손님의 입장이고 친선대련의 목적은 대련을 통해 서로의 경지를 확인하는 것에 있다.


아무리 이게 올림픽과 같은 거대세력 간의 자존심 싸움이 된다 하더라도 상대의 팔다리를 묶어놓고 하지 않으면 패배로 간주하겠다니... 무례하다.


‘뒤가 없는 거야? 아니면 생각이 없는 거야?’


이 정도면 더 말을 섞기보단 리버스로 돌아가서 이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하는 것이 나아 보였다.


‘설마 이 알량한 진법을 믿는 건가?’


우리가 무림에 수출을 완전히 끊어버리면 무림은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된다.

아발론은 우리의 동맹이고 무림은 중국에만 한정된 경향이 크기에 어쩔 수 없다.


‘분명 이게 다시 자연적으로 불을 피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만든 진법이라고 했지.’


중국은 그 땅덩어리가 무척 큰 편이고, 무림인들의 개입으로 인해 피의 크리스마스로 인한 인구 감소 또한 거의 없었다고 하니... ‘식량’과 ‘불만’ 손에 들어온다면 확실히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건 그저 아집이잖아...’


지금은 세를 늘리고 발전에 힘써야하는 때이니만큼 이 행동은 제 살 깎아먹기밖에 되지 못했다.

그것도 모두에게 안 좋은 최악의 악수(惡手)...


‘아까 천마가 동맹을 찾으러 갔다고 했지? 설마 그걸 믿는 건가?’


대격변이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새로운 거대세력이 또 다시 출몰한다는 건 믿기 어려웠지만 이런 자신감을 보일 정도면 장난이 아닐 것이다.

나는 돌아가서 사태에 대해 좀 더 알아봐야할 필요성을 느꼈다.


“가자. 뭐 저런 게 다 있어.”


미나는 앞장서서 내 손을 끌며 대련장을 벗어나고자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꺼냈다.


“코르, 내가 예전에 짜증나는 인간이 있어서 목을 베고, 그 잘린 머리통을 가져다가 침대에 누워 그 우스꽝스런 얼굴을 감상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손이 미끄러져서 실수로 그 잘린 머리통과 입을 맞춘 게 내 신생(神生), 최악의 날이었는데 설마 그보다 기분 나쁜 녀석들을 만날 줄은 몰랐어.”

“음... 누워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실수로 놓쳐서 얼굴로 떨어졌을 때와 비슷한 감각인 건가?”


이제 나도 신이지만 역시 신들의 감성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미나가 무척 기분이 나빠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패배든 뭐든 알아서 하라고 생각하고 나는 문을 막아선 채 우리에게 창을 겨누는 무림인들을 창 채로 잡고 뒤로 집어던졌다.

체화된 특성은 마나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었기에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설마 마나가 봉인된 상태에서 이런 괴력을 선보일 줄은 몰랐는지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이대로 가면 너희는 패배처리가 된다. 그래도 괜찮다는 거냐?!”

“웃기지도 않아서 정말.”


유피도 이들의 졸렬한 모습에 흥미를 잃었는지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 우리 뒤를 따라왔다.

그렇게 이번 친선대련이 흐지부지 끝나게 될... 줄 알았다.


미나가 문을 열다 말고 고개를 돌려 비겁자들을 바라봤다.


“아, 잠깐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화나네...? 꼭 우리가 도망치는 거 같잖아.”


고개가 돌아간 것에 더해 눈깔도 돌아갔다.


‘망했다...’


신은 모욕을 참지 않는다는 게 설마 이 상황에서까지 적용될 줄이야.

유피와 나는 이들에 대한 기대치가 한없이 낮아져 뭐라고 떠들든 모욕당했다는 생각조차 느끼지 못했다면 지금 미나는 이 상황을 명백히 모욕이라 인지했다.


“하아,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을 것 같네...”

“동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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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5 22.11.21 79 2 16쪽
214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4 22.11.20 49 3 17쪽
213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3 22.11.19 51 2 18쪽
212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2 22.11.18 61 2 16쪽
211 12장. 스승의 은혜는(The teacher's favor) 1 22.11.15 61 2 18쪽
210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6 +2 22.11.14 55 4 18쪽
20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5 +1 22.11.13 62 3 13쪽
20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4 22.11.12 59 2 14쪽
207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3 22.11.11 74 3 16쪽
206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2 22.11.08 67 3 19쪽
205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1 22.11.07 62 2 19쪽
204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10 22.11.06 60 3 11쪽
203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9 +1 22.11.05 90 3 17쪽
202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8 22.11.04 67 2 9쪽
201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7 +2 22.11.01 9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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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5 22.10.30 74 2 15쪽
198 11장. 신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4 22.10.29 76 4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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