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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님의 서재입니다.

내가 타면 무한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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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듬
작품등록일 :
2019.11.11 12:12
최근연재일 :
2019.11.22 00:36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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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5
추천수 :
179
글자수 :
57,905

작성
19.11.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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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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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살았으면 관심 없어요.

DUMMY

- 분쟁 지대란 엄밀히 말하자면 서대륙 남부, 괴수의 침공으로 1년 만에 멸망한 옛 연방의 영토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지만 실생활에서 쓰이는 분쟁 지대의 의미는 옛 연방의 영토 중 인류가 수복에 성공한 곳들을 뜻한다. 제국과 공국은 이렇게 수복한 영토를 자국의 통치 아래 두기보다 각 도시의 자율권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좋게 말하면 제국과 공국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땅따먹기를 하는 대신에 협력한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분쟁 지대 도시들을 괴수 침공의 화살 받이로 방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살았으면 관심 없어요.









똑똑.


"으아아아아악!"


전신에 쓰레기를 덕지덕지 묻힌 채로 관리실 창문을 두드리자 졸고 있던 관리인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간신히 관리인에게 나는 한낮에 나타난 귀신이 아님을 설득하자 관리인은 겨우 내 설명에 납득했다.


"후아. 살겠다."


관리인들이 쓰는 샤워실에서 씻고 나와 관리인이 준비해준 옷으로 갈아입고 나니, 조금 살 것만 같았다. 사실, 아직도 조금은 쓰레기 냄새가 몸에서 나는 것 같기도 했지만.


"그런데 어쩌다가 쓰레기장에서 일어나게 되신 거예요?"


젊은 관리인은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내게 뭔가 역동적인 스토리를 기대하는 듯해 보였다. 기꺼이 나는 그 기대에 응해주기로 했다.


"어젯밤에 광란의 밤을 보냈거든요. 아찔하게 비싼 술들을 속에 잔뜩 들이부었는데 일어나보니까 여기네요. 그런데 오늘이 며칠이죠?"


관리인은 상류층 사회에 대한 동경이 있는지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며 눈을 빛냈다.


"2070년 4월 7일이에요."


작전 일로부터 3일이나 지나있었다. 다행이었다. 실종된 슈타인 조종사의 사망처리는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 시작되니까.


"전화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대체 내게서 뭘 기대하는지 몰라도 이 관리인 친구는 내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나는 전화기를 받아들고서 트라담 팀장의 번호를 눌렀다.


- 트라담입니다.


전화를 받는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처져있었다.


"쓰레기들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염입니다. 트라담 팀장님."


- 여, 염이냐! 역시 살아있었구나! 나는 네가 살아있을 거라 믿었다! 진짜 믿었다고! 그래서 지금 어디냐!


나는 고개를 돌려 관리인을 보고서 입모양으로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여기는 다무스 시티 쓰레기매립지입니다."


다행히 삼촌은 날 내가 활동하는 도시의 쓰레기매립지에다가 버려줬다.


"다무스 시티 쓰레기매립지라네요."


- 그래! 알았다! 지금 당장 데리러 가마! 아, 지금 당장은 조금 무리다. 여기부터 정리하고 가마.


"뭐하고 계신데요?"


- 네 장례식.


"네? 누가 상주인데요? 그리고 아직 일주일 안 지났잖아요!"


- 내가 상주다.


"아니, 팀장님? 제가 죽은 줄 알아서 굉장히 기쁘셨던 거 아니죠? 사람이 왜 그렇게 일 처리가 빨라요? 아까 저 살아있을 줄 알았다고 한 거 다 뻥이시죠?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빨리 포기한 거 아니에요?!"


-흠흠. 일단 연락 돌린 거부터 다 아니라고 한 뒤에 바로 거기로 가마. 얼마 안 걸릴 거다.


트라담 팀장은 굉장히 무안한지 그 말을 끝으로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주머니를 뒤적거려 아까 씻기 전에 챙겨둔 쪽지를 펼쳤다. 이 핑크색 쪽지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일어났을 때 내 가슴에 붙어 있었다. 분명 삼촌이 붙여놓은 거겠지.


- 사랑하는 조카야.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른을 대하는 예의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구나. ^^


10년 만에 봤는데 내가 틱틱댔더니 그걸 또 속에 담아두셨나. 쪽지의 밑에는 의미 모를 문장이 적혀있었다.


- 갈구하고 또 갈망하라. 그리하면 답이 흘러넘칠 것이다.


"진짜 하나도 안 변했네. 있어 보이는 말만 하면서 바로 안 가르쳐주는 거. 대체 내 몸에 뭔 짓을 해놓은거야."


샤워하면서 확인한 바로는 내 몸에 왼쪽 가슴부터 왼 어깨를 지나 왼쪽 등까지 이어지는 기괴한 문양의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뜻을 알 수 없는 언어들로.


"깨끗하게 관리한 몸인데, 이딴 헛짓거리를 해놓다니! 다음에 만나면 삼촌이고 뭐고 제대로 한 방 먹여드릴 거예요. 진짜로!"


쪽지를 대충 구겨서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잠시 어디를 갔던 관리인이 따뜻한 음료를 가져왔다.


"대체 왜 이렇게 저한테 친절하세요? 혹시 부탁하실 거 있으세요?"


관리인은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그··· 혹시 슈타인 파일럿 아니십니까?"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젊은 슈타인 파일럿분들은 돈을 많이 버신다고 들어서요. 아까 비싼 술을 잔뜩 마시면서 광란의 밤을 보내시다가 깨어나셨다길래 넘겨짚어 봤습니다."

"아."


대충 무슨 부탁을 하려는 지 짐작이 갔다.


"슈타인 적합자 테스트를 하고 싶으신 거죠?"

"네, 네!"


슈타인의 적합자 테스트를 하는 건 아주 간단했다. 슈타인의 코어에다 손만 대봐도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분쟁조정협회는 누구에게나 유료로 슈타인 적합자 테스트를 해해준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꽤 부담되는 액수로. 테스트를 치르는 대부분이 부적합자 판명이 나기에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은 슈타인 적합자 테스트를 하기 힘든 것이 보통이었다.


나는 무심하게 관리인을 바라봤다.


"그거 굉장히 무례한 부탁인 거는 아시죠?"


관리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슈타인의 파일럿들 사이에서는 자기 슈타인의 코어를 타인과 접촉 시키면 동화율 상승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미신이 퍼져 있어 이렇게 대놓고 슈타인 적합자 테스트를 시켜달라는 건 굉장히 무례한 일이었다. 뭐, 나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나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펜 하나를 집어 번호를 휘갈겨 써서 관리인에게 내밀었다.


"제 번호예요. 지금 당장은 제 슈타인이 없어서 못 시켜드리고 나중에 다시 연락 한 번 주세요. 그때 시켜드릴게요."

"가, 감사합니다!"


관리인은 내가 내민 번호를 굉장히 소중한 물건 다루듯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렇게 관리인과 노가리를 까며 잠시 시간을 보내자 저멀리 거친 소리를 내는 트럭 화나가 달려오는 게 보였다. 트라담 팀장이었다. 트라담 팀장은 퉁퉁 부은 눈으로 내려 나를 격하게 끌어안았다. 굵은 팔뚝에 숨통이 막혀왔다.


"이 새끼 이거 진짜 살아있었구나!"

"이거 안 놓아주시면 이대로 죽을 거 같은데요."

"주둥아리가 살아 있는 걸 보니 진짜 염이 맞구나!"


간신히 트라담 팀장의 품에서 벗어난 나는 옷을 털었다.


"누가 들으면 제가 입만 산 줄 알겠어요."

"물에다 빠뜨려도 입만 둥둥 뜰 녀석이 아닌 척 하기는. 그건 그렇고 그 빌어먹을 협회놈들이 네가 주교급 괴수랑 전투 끝에 사망했다고 나한테 연락했는데, 대체 어떻게 살아서 돌아온 거냐?"


여기 분쟁지대 사람은 아직 내 가족관계를 전혀 몰랐다. 굳이 말해줄 필요가 없었기도 하고. '염'도 내 본명이 아니기도 했다. 염은 내 가족들이 날 부르던 애칭이다. 게다가 지켄슈타인 삼촌이랑 접촉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또 공국 정부가 날 귀찮게 굴 게 뻔했다.


"주교급 괴수는 제 슈타인의 코어를 부수더니 다른 곳으로 가버렸어요. 가끔 있잖아요. 슈타인의 코어를 부순 거로 만족하고 사라지는 괴수들이요. 지난 사흘 동안 어떻게 잘 도망치다 보니 여기까지 왔고요."


트라담 팀장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진짜 바퀴벌레같이 살아남았구나. 역시 그래야 재수탱이 염이지."

"그거 칭찬이에요? 욕이에요?"

"욕이다. 임마."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을 쓸어내린 트라담 팀장이 날 보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했다.


"나 회사 그만뒀다."

"네?"

"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널 해고하자고 한 망할 전 사장 아들 새끼한테 욕 한 바가지하고 바로 때려치고 나와버렸다."

"그럼 제 복직은요?"

"내가 없으니 당연히 힘들겠지?"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아. 이제 진짜배기 백수인가. 꿈도 희망도 없는."

"너랑 내가 이 바닥에서 설마 굶기야 하겠냐. 그래서 말인데 너 혹시 투자 좀 할 생각 없냐?"

"투자요?"

"너 어차피 돈도 잘 안 쓰잖아. 그거 다 저축했지? 너 평소에 그 맛없는 에너지바만 먹고, 가끔 외식한다는 게 쓸데 없이 편의점 가서 컵라면 한 개랑 삼각김밥 먹는 게 다잖아. 너 그 저축한 돈이랑 내 저축이랑 이번에 받은 우리 퇴직금까지 합쳐서 슈타인 두 대 구매한 다음에 그걸로 새로 회사 하나 차리자."

"너무 즉흥적인 거 아니에요?"


트라담 팀장은 자신감 가득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평소에도 말했지만 꿈이 사장 되는 거랑 예쁜 여자랑 결혼하는 거 딱 두 개야. 마침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첫 번째 꿈 좀 이뤄보련다. 계획도 짜둔 게 있어."

"두 번째 꿈은 무리인 걸 알고 드디어 포기한 거에요?"

"개소리 하지 마! 사장은 안 되도 상관없지만 예쁜 여자랑 결혼하는 건 절대 포기 못해!"


팀장은 거구에 근육질이긴 하지만 섬세한 영혼의 소유자이기에 계획이 있다면 진짜로 있는 사람이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소식에 퉁퉁 부은 눈을 달려와 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좋아요. 가서 제 통장이랑 다 드릴게요."

"지, 진짜?"


트라담 팀장은 내가 이렇게 쉽게 승낙할 줄 몰랐는지 얼떨떨한 얼굴로 날 바라봤다.


"그럼 진짜죠. 사장도 팀장님이 하세요. 저는 그런 거 딱히 상관없으니까. 저는 부사장 할게요."

"고맙다! 진짜 내가 나중에 샤워기에서 물 대신 지폐가 나올 정도로 벌게 해줄게! 후회하지 않을 거야!"

"욕조 안에 앉아 돈독 올라서 죽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요."


덜컥.


맨날 몰고 다니는 트럭에 올라탄 트라담 팀장이 내게 손짓했다.


"여기서 서 있지 말고 내 방이나 네 방으로 가자. 나의 완벽한 사업구상을 설명해줄 테니까! 어서 타라고! 부사장!"


나는 조수석에 앉으며 답했다.


"어서 출발하시죠. 트라담 사장님."


트라담의 얼굴위로 함박 웃음이 가득 차올랐다. 객관적으로 보기에는 근육질 사내가 짓는 위협적인 미소였지만.











"이렇게 살아서 다시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저도 다시 뵙게 되어서 기쁘네요. 티르씨."


내 방으로 돌아오고 다음 날, 나는 분쟁조정협회측과 이번 일에 대한 보수를 조정하기 위해서 티르와 카페에서 만났다.


"어제 염씨가 어떻게 살아남으셨는지는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진짜 천운이 따라주셨군요."


나는 희게 미소 지었다.


"진짜 운이 좋았죠. 그 주교급 괴수가 코어를 파괴하는 데만 관심 있는 타입이었을 줄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티르의 시선에서 딱히 의심이 느껴지진 않았다. 진짜로 괴수 중에는 슈타인의 코어만을 노리는 녀석이 있는 게 사실이니까. 게다가 소형 게이트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나지 않는 주교급 괴수가 갑자기 난입한 것부터가 정말 일어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신형기는 무사히 회수했나요?"

"네. 염씨 덕분에 파일럿분도 신형기도 무사히 회수했습니다."


역시 신형기는 신형기인가. 양팔이 날아간 채로도 어떻게든 잘 도망친 것 같았다.


"일단 이것부터 봐주시겠습니까? 염씨의 영웅적인 희생을 고려해서 다시 책정한 보수입니다."


나는 티르가 내미는 종이를 대충 훑어보았다. 보수가 기존 계약의 다섯 배로 올라있었다.


"좋네요. 이 정도면 저는 괜찮은 거 같아요."

"다행입니다."


티르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종이를 내밀었다.


"이건 저희 협회와 별개로 블루프레임사 측에서 염씨에게 드리는 겁니다. 신형기를 무사히 회수할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전해달라더군요."


종이를 훑어본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블루프레임사가 내게 감사의 의미로 전한 것은 슈타인 구매 시에 사용할 수 있는 할인권이었다. 최대 다섯 대까지의 슈타인을 원가만 받고 내게 팔아주겠다는 내용의 할인.


마침 트라담 팀장, 아니 사장님과 내가 쓸 슈타인을 새로 살 필요도 있었는데 잘됐다 싶었다.


"아주 좋네요. 진짜로요. 감사히 쓰겠다고 전해주세요."

"아, 마지막으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뭔데요?"

"신형기 파일럿인 레밀리 대위님께서 염씨에게 어떻게든 꼭 한 번 만나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충분히 보상도 해드리고요."


나는 바닐라 라떼를 쪼옥 빨며 대답했다.


"뭐 받으려고 구해준 거 아니니까 굳이 만나러 올 필요 없다고 전해주세요. 아니다. 이러면 귀찮게 진짜 찾아올 수도 있겠구나. 레밀리 대위님한테는 부탁이니 찾지 말아달라고도 꼭 전해주세요."

"염씨의 뜻이 그렇다면 그렇게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괜찮겠습니까?"


블루프레임의 슈타인 할인 서류를 챙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티르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인사를 했다.


"일단 살았으면 전 별로 관심 없거든요. 다음에 또 일거리 있으면 연락이나 주세요. 그럼 이만."


작가의말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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