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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85,966
추천수 :
1,521
글자수 :
305,543

작성
20.01.21 00:44
조회
1,488
추천
28
글자
7쪽

17. 음살문(陰殺門) (5)

DUMMY

“분명 그런 방식이 편할지도 모르오. 그러나 늘 편한 것만 찾다가는 멀리 가지 못한다오. 정도무우(正道無憂)라··· 바른 길로 가면 근심이 없다 했소. 비록 음살문이 살수들을 거느리고 있다고는 하나, 과연 살(殺)이 음살문의 정도(正道)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 바라오.”


이심도는 문득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여과없이 내뱉었다.

왠지 그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심도의 말을 듣자마자 남자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이 놀라더니, 이윽고 결가부좌(結跏趺坐)를 틀고 자리에 앉아버렸다.


당황스러운 상황에 이심도는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낼 뻔 하였으나, 남자가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 하여 스스로를 통제했다.

작은 소리에도 깨달음을 놓쳐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이심도의 덕분에 얻은 깨달음이라 하여도, 그것을 놓치게 하는 것은 큰 실례였다.


그리고 이심도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청죽무애신공을 극도로 운기하기 시작했다.

이곳의 사귀와 귀기를 최대한 자신의 몸으로 끌어들여서, 그에게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었다.


극도로 운용되는 청죽무애신공 속에서 이심도는 자신도 모르게 스스로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방금 말한 것이 과연 스스로도 깨달은 바를 말한 것인가?

아니면 그저 머릿 속에 떠오르는, 단순한 문자의 나열에 불과한 것인가?

그러나 내면 깊숙한 곳에서 스스로를 바라보면서도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혼란만이 늘어갈 뿐.


조금만 더 그 생각과 혼란이 이어졌다면, 이심도는 거기에 먹혀버렸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운이 좋았을까?


“흑봉, 정신차리시오.”


“헛···”


어느 사이엔가 정신을 차린 남자가 이심도를 생각의 늪에서 꺼내었다.


“허억··· 허억···”


“큰일날 뻔 했군. 심마(心魔)라도 든 것이오? 나에겐 깨달음을 주더니, 본인은 심마에 들면 어쩌자는 것이오.”


생각이 복잡했던 모양인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면서 남자가 말했다.

심마라, 그 말이 맞았다.

이심도는 방금 전 심마에 빠져 결국은 스스로를 잃을 뻔 했던 것이다.

남의 기억과 남의 몸을 가지고, 스스로를 잃어버린 자. 조그마한 혼란 조차도 이심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었다.


“후우··· 어떻게 안거요?”


간신히 몸과 마음을 추스린 이심도는 남자에게 상황을 물었다.

어떻게 알고 딱 맞는 시점에 자신을 깨웠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말 한마디에 나는 나를 가로막고 있던 벽 하나를 넘어설 수 있었소. 깨달음의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 깨달음을 수습하고 당신을 바라보자, 알 수 있었소. 당신의 심중에 큰 혼란이 일었다는 것을. 지금 멈추지 않는 다면, 깨어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말이오.”


“허, 그 모든 것은 내 마음 속에서 일어난 것인데, 당신이 그것을 알아보았다니··· 내 말 한마디에서 얻은 깨달음이 그리도 컸단 말이오?”


타인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경지.

불가에서는 타심통(他心通)이라 부르는 경지였다.

비록 불가에서는 신통에 집착하는 것이 해탈에서 멀어지는 길이라 말하기도 하였지만, 그러한 신통을 얻는 것 자체가 드높은 수행이 뒷받침되는 결과물이었다.

그런 만큼 단 한번의 깨우침으로 남자가 이러한 신통을 얻으리라고는 믿기 어려웠다.


“글쎄··· 내 마음 공부가 그 정도일꺼라는 생각은 들지 않소. 아마도 깨달음을 얻은 순간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군. 방금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딱히 당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거나 한 것은 아니었소. 그저 당신을 깨워야겠다는 느낌이 들었을 뿐.”


“으음, 그러나 그 느낌 덕분에 살았소. 조금 전을 돌이켜 보니, 그대로 있었으면 심마에 들거나 정신이 산산조각 났을 듯 하오. 큰 위기를 넘긴 셈이지.”


이심도는 그리 말하고는 다시금 정중하게 인사를 건냈다.


“감사하오. 덕분에 큰 위기를 모면했소. 실상 내 생명을 한번 구해준 것이나 다름 없소. 이 은혜는 꼭 갚도록 하리다.”


그에 남자는 잠시 당황하더니, 자세를 바로하고 똑같이 인사를 해왔다.


“아니오. 당신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어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었소. 게다가 당신이 귀기와 사기를 제어해 준 덕분에 내가 무사할 수 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소. 그 덕분에 당신을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으니, 이는 또한 당신 스스로가 스스로를 구원한 것이나 다름 없소. 그러니 은혜를 입었다는 소리는 하지 마시오. 그리고 나 역시도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리다. 나를 일깨워줘서 고맙소.”


두 사람은 서로 웃으면서 자세를 바로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마워하니,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이심도는 문득 남자의 이름을 알고 싶었다.

스스로가 사양한다 하더라도 이심도는 자신이 은혜를 입었다 생각했고, 최소한 이름은 알고 있어야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후, 그리고 지금와서 이런 이야기 하긴 좀 그렇지만···”


이심도는 쉽게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비록 타인의 신분을 이용하기 위해서라고는 하나, 아직도 남자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는 것에서,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야 묻는다는 것에서 마음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고 있자, 남자는 무언가 눈치챈 듯 웃으며 말했다.


“하하, 혹여··· 내 이름을 묻고자 하는 것이오?”


“어찌 알았소? 타심통을 얻은 것이 아니고서야···”


남자의 말에 이심도는 다시금 그런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하려는 말을 어떻게 알았다는 말인가?


“하하, 사실 진작부터 알고 있었소. 아마도 음살문을 떠날 때 충격으로 기억의 일부를 잃은 모양이지. 그림자라는 것은 결코 떼어낼 수 없는 우리의 분신. 거기에 충격을 받아 기억의 일부를 잃는 것은 제법 흔한 일이라오. 게다가 그 당시 나와 당신의 사이가 그리 가깝다고 할 수 도 없었고. 내 이름을 들은 것도 몇 번 되지 않을 것이니, 미안해할 필요는 없소. 내 이름은 하태현(何太玄)이라고 하오.”


남자, 하태현의 말에 이심도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을 모른다는 사실이 그렇게 쉽게 티가 났다니, 모두를 속여야 하는 상황에서 이는 결코 좋지 못했다.


“그리 쉽게 티가 나다니··· 후··· 하형의 말대로요. 그때의 충격으로 기억 중 제법 많은 부분이 날아가 버렸지. 이렇게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게 되니 한결 마음이 편하군. 앞으로도 많은 도움 부탁드리겠소.”


이심도는 당황한 와중에도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차라리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자고.

어차피 하태현 스스로가 적당한 이유를 만들어 넘겨줬으니, 자신 역시도 적당히 맞장구를 치면 될 일이었다.


작가의말

조금 더 빠르게, 조금 더 많이 쓰고 싶었는데

여건이 잘 안되네요.


최대한 빨리 다음편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리며, 행복한 설 명절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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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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