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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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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01.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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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5. 음살문(陰殺門) (3)

DUMMY

“설마하니 음살문의 시조께서 비전에 특수한 조치를 취한 것인가?”


이심도의 뇌리에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저런 위험한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근에 터전을 잡았다면, 누구나 뭔가 조치를 취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순진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자신의 유언을 후손들이 대대손손 계속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었다.


“확신할 수는 없소. 그런 이야기는 전해 내려오지 않았으니,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음살문의 비전을 익힌다면, 그리고 사귀나 귀기를 접하게 되면 그런 현상이 나타난 다는 것이오. 결국 모두가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게 되었지. 특히나 급격한 성취를 이루는 자들은 더더욱 철저하게 감시를 받게 되었다오. 이는 흑봉 당신도 경험한 일일 것이오.”


끄덕


이심도는 전혀 그런 기억이 없었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왕하염의 책에는 그가 음살문의 비전을 연마하기 시작 한 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짧막하게 적혀있었다.

당시에 적은 기록에 따르면 살학을 익힐 때보다도 더욱 빠르게 성취가 상승하여, 스스로도 기이하게 여길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 상황이니, 이 곳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있는 자라면 누구나 왕하염을 의심할만 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번 더 검증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오. 그 과정에 대해서는 나 역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오. 다만, 진기에 사기와 귀기가 섞여 있는지, 그리고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 지를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고 하오. 거기까지 확인이 끝나게 되면, 결국 여러 가지 금제술을 통해서 어떠한 비전도 연마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리게 된다오. 게다가 사지의 힘줄까지 끊어버리니 힘쓰는 일은 아예 할 수 없게 되지. 그러다 보니... 부근에 왔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하는 생각에 아무도 오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하오.”


“근처에 오는 것만으로도 진기에 사기와 귀기가 섞일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군.”


“그렇소.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으니 말이오. 그런 만큼 이곳은 잠시 머무르기에는 최적의 장소지. 단순하게 내 짐작이긴 하오만, 당신이라면 이종의 진기가 침습하는 것을 얼마든지 막을 수 있을 거요. 최악의 경우 조금쯤 침습하더라도 미쳐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 부분만 문제가 없다면 이곳보다 더 좋은 장소가 있을 수가 없지. 혹시나 문제가 된다면 말하시오, 다른 곳을 알려드릴테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심도가 보고 들은 왕하염의 경지라면, 의지가 없는 진기의 침습따위는 걱정할 바가 못되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흐름에 먹혀버리거나 배출되어 버릴 테니까 말이다.

물론 의식적으로 이곳에서 연공을 한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연공을 할리는 없었다.


“아니오. 여기 머무르도록 하지. 내 생각에도 이 곳만한 장소는 없을 듯 하군.”


그리고 이심도에게는 이곳은 대단한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죽무애신공의 가장 큰 특성은 진기의 순수함에 있었다.

그 어떤 기운조차도 청죽무애신공은 정화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극도로 정화된 진기를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청죽무애신공이었으며, 이것이 바로 이 무공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러니 결국 청죽무애신공의 연마자에게는 기운의 질이 의미가 없었다.

결국은 어떻게든 정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이곳처럼 기운이 풍부하고, 농밀한 곳은 청죽무애신공의 진기를 늘리기엔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귀기라는 것은 결국 영기에서 갈라져 나온 하위의 기운.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한 그에게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했다.

설령 진짜 귀신이 빙의하고자 덤벼든다해도 이심도에게는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확실히 그렇긴 하군. 그런데··· 필요한 설명이 있다면 어서 하고 물러나도록 하시오. 내가 보기에 당신은 이곳에 머무는게 결코 좋지 못한 것 같소. 서둘러 운공해서 사기와 귀기를 배출하도록 하시오. 괜히 문젯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으니.”


“알겠소. 조만간 음식을 챙겨서 돌아오리다. 일단 사부님께도 말씀드려야 하고, 준비할 것이 있으니 아마도 반나절정도는 걸릴꺼요.”


끄덕.


이심도가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곧장 사라졌다.

이곳에 머무는 것이 결코 편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었다.

이정도 기운의 응집도라면, 숨만 쉬어도 기운이 스며들 테니까, 그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특히 내문을 여는 음살문의 비전은 잘못해서 기운이 역류하기라도 했다가는 단숨에 영혼까지 망가져버릴 수 있었다.

영혼의 문제는 육체의 문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치료 역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했다.

남자는 분명 음살문의 직계일 것이고, 내문을 연 상황일 것이니, 남자가 몸을 사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심도 역시도 남자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내문을 닫아버렸다.

음신통령공의 구결 속에 이런 일을 대비해서 내문을 닫는 방법이 존재했던 것이다.

경지가 높다면 문제는 커녕 이 거대한 기운을 운용해서 내문을 더 활짝 열 수 있을 것이지만, 이심도가 스스로 생각해보기에, 자신은 결코 그런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니 문제가 생길만한 부분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맞았다.


‘한동안은 청죽무애신공만을 연마해야겠군. 음신통령공이 천고의 절학이긴 하나, 아직 내 수준이 미미해서 위험할 수 있으니···’


이심도는 진법이나 덫을 깔아놓고 싶었으나, 워낙 기운의 흐름이 강해서 그럴수가 없었다.

마음이 조금 불편해지긴 했으나, 청죽무애신공은 공부를 하면서도 연마할 수 있도록 진보해온 절학,

따라서 외부 상황에 대해 계속적인 인식이 가능했다. 문제가 있다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으리라.


일부 감각은 외부로 향한 채로 이심도는 청죽무애신공의 연마를 시작했다.

흑봉 왕하염을 구하기 위해 한 단계의 성취를 손해본 상황이니 더욱더 연마에 힘써야했다.

물론 자신이 보유한 기법의 순위를 매긴다면, 도백연혼강령, 음신통령공, 청죽무애신공의 순서였다.

그러나 가장 성취가 높은 것은 청죽무애신공이었고, 이곳에서 연마할 때 가장 효과적인 것 또한 청죽무애신공이었다.


게다가 청죽무애신공의 연마에는 해가 될 부분이 전혀 없었으니...

이곳에서는 당연히 청죽무애신공의 연마에 힘쓰는 것이 맞았다.

이심도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참을 청죽무애신공의 연마에 힘썼다.


음기와 사기, 귀기가 한 몸이 되어 이심도의 몸으로 들어왔다.

사기와 음기는 성질이 다소 유사한 청죽무애진기(靑竹无碍眞氣)로 어렵지 않게 전환되었다.

그러나 사기와 귀기는 달랐다.

그것들은 본신진기를 혼탁하게 만들기 위해 애썼다.

그러나 그런 두 기운은 세 진기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음기가 기존의 청죽무애진기와 빠른속도로 합쳐지자, 세력면에서 도저히 버텨낼 수가 없었다.


결국 남은 사기와 귀기는 청죽무애진기를 따라서 골반을 중심으로 순환하면서 그 특성을 잃어갔고, 종래에는 음기로 변했다가 마지막에는 청죽무애진기에 흡수당했다.


진기의 응집이 상상이상으로 엄청나서 청죽무애신공의 진기는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게 불어난 것이 일반적인 최상위 절학 수준에 불과했지만, 기운의 축적도가 본래는 삼류 수준에 불과했던 청죽무애신공에 있어서는 엄청나게 증가된 양이었다.


그렇게 불어난 진기는 골반에서 시작해서 척추를 따라서, 대나무가 자라듯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1단, 2단, 3단···. 서서히 손해본 기운을 만회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심도는 그럴수록 진기의 정순함에 더욱 신경쓰기 시작했다.

기법의 연마에는 무엇보다 의념이 중요한 바, 이럴 때일수록 기운의 순수함에 의념을 두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보니 어느 사이엔가 손해본 기운의 절반을 만회했다.

평범한 장소에서 연마했다면 비교할 수 없을만큼 짧은 시간에 대량의 기운을 축적한 것이다.

점점 그 흐름이 강해지고 있었기에 조금만 더 연마한다면 만회는 물론, 성취를 더 올리는 것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심도가 외부로 열어놓은 감각에 한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방금 전 그 남자였다.


“후우··· 역시 이곳은 올만한 곳이 못되는 군. 여기 아까 이야기한 음식과 몇 가지 물품들을 넣었소.”


그렇게 말한 남자는 들고온 보퉁이를 이심도에게 넘겼다.

보퉁이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그리고 사부께서 살수들의 거점을 파악해보겠다 하셨소. 살수들을 우리 세력으로 넣는다면 한결 일이 수월할꺼라고 하시더군.


“살수들을 말이오? 그거 참 의외로군.”


“뭐가 말이오?”


“내 기억 속에도, 그리고 당신의 말 속에서도, 당신 사부는 살수들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먼저 나서서 살수들을 끌어들이라니 하는 말이오.”


“아···”


그제서야 알아들은 듯, 남자는 한마디 감탄사를 토해내고 말았다.

그 말대로였다.

본래 남자의 스승은 오로지 음살문의 직계 외에는 인간 취급도 하지 않았다. 음살문의 비전을 이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수들 중에서 흑봉이라는 인물이 등장했다.

음살문의 비전을 완성할 수 있을만한 기재 중의 기재.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수들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게 된 것이다.


게다가 전략적으로 봐도 살수들을 동료로 끌어들이는 것은 합당한 선택이었다.

비록 고수라 할만한 자는 없었지만, 규모를 무시할 수 없었다.

숫자로만 따지면, 음살문의 직계는 1할도 채 되지 않았으니까.

그런 상황이다보니 남자의 스승은 불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전략으로 살수들을 선택한 것이다.


“스승님께서는··· 당신이 버려지는 것을 방치한 것에 대해 굉장히 후회하고 계셨소. 지금 음살문의 직계중에는 음살문을 대성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라고는 전무하거든. 당신의 반의 반이라도 되는 자들조차도 귀하다고 생각하시는 지라···”


그렇게 말하면서, 남자의 입가에는 쓴 웃음이 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음살문의 직계 중에는 남자 본인까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즉, 남자 역시도 대성할 가능성이 없으며, 왕하염의 반의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그 스승이 대놓고 말했던 것이다.


“게다가 나 역시도 살수 출신이니 훨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겠군.”


“그렇소.”


이심도의 생각에도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게다가 살수들을 휘하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끌고 감시하는 음살문 직계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게다가 직계라고 하지만, 소수였다.

남자와 남자의 스승까지 도와준다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런데··· 당신은 괜찮겠소? 당신 사부야 음살문 비전을 대성할 수 만 있다면, 혹은 대성하는 모습만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는 자요. 그러나 당신은? 가족이라 할 수 있는 음살문 직계들과 싸울 수 있겠소?”


이심도의 말에 남자는 회한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남자의 얼굴에는 그야말로 수없이 많은 감정들이 한번에 드러났다.

슬픔, 분노, 외로움, 절망···.

그야말로 인간의 희로애락이 그의 얼굴에 모두 드러난 듯 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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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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