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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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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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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543

작성
20.01.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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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3. 음살문(陰殺門) (1)

DUMMY

상대의 반응에 이심도는 별 다른 말없이 그를 쳐다보기만 했다.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입을 여는 것은 결코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침묵이야말로 가장 유효한 수단이었다.

아니나다를까 상대는 알아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후우··· 이렇게 돌아왔다는 것은 최소한 쫓겨나기 이전의 무위를 회복했단 뜻이겠군... 아니, 당신의 악마적인 재능을 고려하면 그 이상이겠지. 복수가 목적이오?”


“아니, 나의 목적은 음살문, 그 자체에 있소.”


이심도는 자신의 목적을 솔직히 드러냈다.

상대의 반응으로 보아, 적어도 왕하염을 쫓아내는데, 직접적으로 일조한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복수보다는 지배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에 더 좋은 명분이었다.

지배를 위해서는 휘하가 될 인물들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냐 죽음이냐 두 가지 선택지에서, 대부분의 경우 답은 정해져 있었다.


“설마··· 음살문주가 되겠다는 말이오? 왜 이제와서? 과거 당신이 그런 마음을 먹었다면 그런식으로 쫓겨날 일은 없었을 것인데···”


왕하염이 쫓겨날 당시, 무언가 사연이 있었던 모양인지, 남자는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아하니 왕하염은 음살문주가 되는 것을 거절하여, 무언가 사단이 일어났던 모양이다.

아마도 왕하염이 무공을 잃어버린 것이 그 때의 사건으로 일어난 결과인 듯 했다.


“후후, 사람이 죽다 살아나니··· 생각이 바뀌더이다. 음살문을 차지하고, 과거 나를 공격하는데 직접적으로 일조한 자들을 처리할 것이오. 그게 내가 돌아온 이유요.”


그러나 이심도는 왕하염과 달랐다.

그에게는 조직이 필요했고, 음살문은 그의 목적에 더할나위 없이 부합하는 조직이었다.

그에게는 다른 무엇보다도 정보가 중요했고, 뛰어난 살문은 뛰어난 정보력을 갖추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래서 당신은 어쩔꺼요? 나에게 적대할 것이오? 아니면 나를 지지할 것이오? 알겠지만, 나에겐 음살문을 차지할 권리가 분명하게 있소.”


왕하염이 남긴 비급에는 그런 이야기는 나와있지 않았다.

그저 어린 시절 납치되었고, 음살문에서 성장했다는 이야기만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을 뿐.

음살문주가 될 권리라던가 그런 정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심도는 상대방의 말 속에서 어떠한 이유든지 간에 왕하염에게 음살문주의 자리를 차지할 권리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흑봉 당신에겐 그런 권리가 있지. 후··· 내가 당신을 적대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이오?”


남자는 한숨을 쉬면서, 거꾸로 질문을 던져 왔다.

이심도의 예상이 적중했던지, 음살문을 차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확인해주었다.

단순하게 내부자인 것만이 아닌 무언가 다른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무엇인지 궁금했으나, 굳이 묻진 않았다.

괜히 의심할 여지를 주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글쎄··· 죽이는 것이 제일 간단하지만··· 생각을 좀 해봐야겠소. 아무튼 어떤 방법이던지, 당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일만은 없을 것이오.”


이심도의 말에 남자는 잠시 침묵하더니 허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거야 원, 선택지가 없는 것 아니오. 나도 내 목숨이 제일 소중하니···”


“반드시 죽인다는 말은 아니오만?”


“그러나 쉬운 방법을 두고, 어려운 방법을 선택할 것 같진 않소만... 게다가 내 사부가 당신에게 한 일이 있으니···”


보아하니 남자의 사부가 이심도에게 해를 끼친 모양이었다.

어쩌면 왕하염의 내쫓는데 상당한 지분이 있는 인물일 수도 있었고...

이런 경우일수록 판단하기 애매했다.

비록 이심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음살문을 차지하러 오긴 했으나, 최대한 왕하염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편이 옳았다.


왕하염의 비급에는 쫓겨날 때의 분노와 회한, 미련 등이 적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충분히 판단할 근거가 있었지만, 그 외에 조금 애매한 상황에 있는 인물들이 문제였다.

마음대로 용서해서도 안되었고, 마음대로 죽여서도 안됐다.

전후 사정을 최대한 고려해야만, 나중에 왕하염을 만났을 때 떳떳할 수 있을 것이다.


“뭐 일단 다 아는 사실이지만··· 서로 입장차이란게 있을 수 있으니 묻겠소. 당신의 사부가 나를 쫓아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소? 아니면, 나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했다던지? 당신 스스로의 입으로 말해보시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질문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왕하염을 쫓아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 그리고 그 전에도 직접적인 위해를 가한 인물을 결코 용서해서는 안되었으니까.


“그렇진 않소. 분명 사부가 당신을 싫어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음살문 비전을 대성한 순간부터는 전혀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사부님께서는 누구보다 음살문 비전의 극한을 보고자 하는 분이니··· 그 극한을 보여줄 수 있는 당신에게 이유없이 해를 끼칠리가 없소. 그건 당신도 동의할꺼요. 그 전까지 당신을 핍박했던 것은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에게 비전을 모두 익히게 한다는 것이 못 마땅했던 것이니··· 아무래도 음살문의 핵심 혈통에 그림자를 다루는 능력이 강하게 이어진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아니오? 당신 이전에 외부인물 중에 비전을 일부라도 익힌자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결국 사부는 외부인인 당신이 비전을 익혀봤자라고 생각했던 것이지.”


남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이런저런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왕하염이 돌아온 이상, 조금이라도 그의 분노와 원한을 풀어줘야 했기에 이런 저런 변명을 쏟아내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여러 가지 이야기가 주절주절 흘러나올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했던 이심도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내가 비전을 대성하기 전까지는 가능성 없는 불순물이라 생각했던 모양이군? 일부러 위험한 자리로도 밀어넣고 말이오.”


남자가 말을 이어가는 사이에 이심도는 이와 같이 적당한 말을 넣으면서 자신이 상황을 명확히 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렸다.

그의 추임세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뻔한 이야기였지만, 당사자에게는 상당한 의미가 있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남자의 변명 아닌 변명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남자의 사부는 평생을 음살문 비전을 연마하는데 헌신한 자였다.

스스로가 최선을 다해 수행했고,음살문의 적통이라고 할만한 자들이 비전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최선의 도움을 주었다.

그런 만큼 음살문을 유지하기 위해 받은, 일반 살수들에게는 대단히 편협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런데 일반 살수 중 하나인 왕하염에게 음살문의 모든 비전을 전수하다니... 그에게는 정말 말도 되지 않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래서 왕하염을 죽이기 위해 간접적인 방법을 총 동원했다.

살행을 나갈 때는 왕하염의 수준보다 한층 어려운 곳으로 배치하던지, 정보를 누락하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왕하염이 이를 극복하고 음살문의 비전을 대성하자, 이전까지의 태도가 무색하게도 이를 수긍해버렸다.

왕하염이 단순히 외부에서 들어온 인물이 아니라, 음살문의 숙원을 이룰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음살문은 생존과 수련자원의 획득을 위해 살수문파로 변질되긴 하였으나, 본래는 그림자를 다루는 자들이 모여서 그 궁극을 보기 위해 만든 문파였다.

그렇기에 그림자를 다루는 기술을 점점 발전시키는 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핵심적인 이유였다.

특히나 남자의 스승은 유독, 이를 중요시하던 인물이었고.


그런데, 왕하염이 기존에 존재하던 음살문의 비전을 젊은 나이에 대성하였으니, 남은 세월 그 비전을 얼마나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

음살문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외부에서 온 자라고 왕하염을 기피하던 남자의 스승조차도 그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살문의 역사상 비전을 대성한자는 처음이었기에.


게다가 음살문의 문주직은 본래 혈통으로 물려받는 것이 아니었다.

몇 대 연속으로 그의 혈통에서 음살문 최고 고수가 나온 덕분에 계속해서 음살문주 자리를 맡게 된 것인데, 왕하염이 비전을 대성하여 최고 고수가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중요한 사실을 빼놓다니···”


“음? 뭐라고 했소?”


이심도는 본인도 모르게 속내를 드러내고 말았다.

음살문 최고 고수가 문주가 된다는 중요한 사실을 왜 비급에 적어 놓지 않았단 말인가?

처음부터 이를 알았다면 전혀 행동이 달라졌을 터였다.

아니 애초에 왕하염의 신분으로 위장할 필요조차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런 상황이라 자신도 모르게 입 밖으로 생각이 튀어나왔던 것이다.


“아니, 아니오. 문득 아주 중요한걸 잊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오. 아무튼 과거는 중요하지 않소. 중요한 것은 현재, 그리고 미래이지. 앞으로 방해하지 않는다면, 간단한 사과로 용서하도록 하겠소. 모든 일이 끝난 후, 당신의 사부가 나에게 직접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것으로 모든 일을 잊도록 하지.”


이심도는 다른 주제로 말 실수를 덮어버렸다.

괜히 그 주제로 대화가 이어져봐야 파탄이 날 확률만 높았으니까.

게다가 뒤에 이야기한 것도 진심이었다.

모든 일이 마무리 된 후, 진짜 왕하염이 돌아오면 그가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진짜 왕하염이 분이 풀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굳이 부정적인 말로 적을 늘릴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끙··· 과연 사부가 사과를 할지. 후··· 이 또한 내 업보이니, 어떻게든 설득해보겠소. 그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이오? 여기까지 왔을 때는 무언가 계획이 있었을 터인데? 나도 들을 수 있겠소?”


“계획이라···”


본래 이심도의 계획이란 별게 없었다.

음살문 부근을 돌면서 적이라면 없애고, 아군이라면 살려서 점점 적아의 비율을 바꿔나갈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수련도 겸하고.


조금 막무가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어떻게든 탈출할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에 강행했던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를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별다른 생각없이 막무가내로 움직인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누구라도 좋게 생각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자의 말을 듣다보니, 왕하염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음살문의 비전을 상당한 경지까지 익힌 장로들이나 문주 일가들이 다수 있었다.

살수문파라는 껍질이 아닌 제대로 된 비전을 수행하는 자들.

그런 자들이 생각보다 더 많은 수가 있는 상황에서 이심도는 계획을 바꿔야 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왕하염이 음살문의 비전을 뛰어넘는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지만, 이심도는 왕하염 본인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직 그 성취조차도 그리 높지 않았기에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힘은 종전의 왕하염에게도 한참 못 미쳤다.

그런 상황에서 다수의 강자를 상대로 막무가내로 움직인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선작/추천/댓글 부탁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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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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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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