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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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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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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5,543

작성
19.12.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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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8. 흑봉(黑蠭) (2)

DUMMY

시체를 처리하고, 숲 속으로 들어가던 이심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 도망칠 필요가 있는지...

음신통령공은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그 위력과 효용이 증대되었다.

그런데 이 숲은 수많은 나무들로 인해 빛이 드물정도였으니, 음신통령공을 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비록 연마한 시간이 짧긴 하지만,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씩 적을 유인해서 해치우고 도백연혼강령의 제물로 삼는다면 결국은 이곳을 탈출하기에 충분한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이심도는 아까 시체를 던져둔 늪지를 향해 다시 움직였다.


비록 시간이 조금 지났다곤 하지만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은 시간, 혼백이 완전히 흩어지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남아있는 혼백이라도 취해서 조금이라도 힘을 길러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포기하긴 힘들었다.


혹시나 하는 상황에 대비하여 신경을 곤두세우고 움직이던 이심도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체에서 무공을 연마하기 위한 자원을 획득하는 모습이 아주 사악한 마공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본래의 이심도라면 아마 굉장히 꺼려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은 비록 이심도라는 껍질을 취했으나, 다른 사람이었다.

이심도임을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되었지만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도백연혼강령이 아니라면 무슨 수로 저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복수를 위해서도, 생존을 위해서도 도백연혼강령을 포기할 순 없었다.


시체가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시신에서 혼백을 취하고는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히 저들의 뒤를 이어서 움직이는 조가 있을 터였고, 최소한 그들은 처리해야만 했다.


이심도는 우선 나무 위로 올라가서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직접 움직이기보단 적이 오기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계속해서 무공을 연마하고.


비록 이심도의 타고난 자질이 대단한데다가 지닌 공법들이 묘하게 어울렸기에 파탄이 나진 않았지만, 본래 여러 계통의 공법을 익히는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인간의 그릇에는 한계가 있었고, 그 그릇이 넘치면 깨지기 마련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는 것은 다른 의미에서도 생명을 연장하는 방법이었다.


잠깐의 시간이 흘러 이심도는 혼백을 모두 소화해냈다.

비록 시간이 다소 흘렀기에 성취는 미미했지만, 혼백의 기억 속에서 약간의 정보를 얻는 것에 성공했다.

예상대로 적들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가용인원이 많지 않은 모양인지 그 간격이 상당하였다.

그러나 서로간에 대략적인 위치와 생존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술법을 걸어둔 상태라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나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느껴지는 기세나 적의 움직임을 고려해볼 때, 좀 전의 적보다는 한 수 위인 것으로 보였다.

가장 하수들을 외곽에 배치하고, 가운데로 갈수록 고수를 배치하여 적을 추격하는 형태였다.


“적이 몇 놈인지,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주의해라. 이 근처인게 분명하니 시신을 확보하도록 하고.”


“네.”


적의 수는 다섯.

그러나 이런 추적이나 도주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적의 기세와 목소리가 일말의 조심성도 없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장으로 보이는 놈은 조금 조심하는 듯 했으나...

혼자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이심도는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흑봉의 공법은 이런 숲에서 최고의 위력을 발휘했다.

음신통령공으로 그림자의 힘을 불러내어, 귀야행으로 기척을 줄인 상태로 적의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는 적 하나를···


낚아챘다.


“읍”


짧고 조용한 단말마를 내뱉으며, 한 사람의 목숨이 사그라들었다.

그와 동시에 이심도는 시신을 안은 체로 뒤로 빠졌다.

시신 하나하나가 이심도에게는 수련재료였으니 되도록이면 챙기는 것이 좋았다.


“대장, 석철이 놈이 없어졌습니다.”


“뭐? 방금 전까지 뒤에 있었잖느냐!!!”


“그것이 잠시 시야에서 벗어난 사이에···”


이심도가 수련재료를 챙긴 것이 적들에게는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차라리 시신이 남았다면, 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잠깐 시야에서 벗어난 순간 동료가 없어졌다.

생사여부는 물론 어떻게 사라졌는지조차 알 수가 없으니···


“다들 뭉쳐라. 적 중에 대단한 고수가 있는 모양이다. 서로 등을 맞대고 사방을 경계해.”


남은 네 명은 서로 등을 맞댄 체로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방금 사라진 동료처럼 사라지는 것이 두려웠기에 그들은 모든 감각을 총 동원했다.


이심도는 그런 그들은 바라보며, 적의 시신에서 혼백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도백연혼강령은 이렇게 다른 공법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펼치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행동과 비례해서 그 효율이 급감하기 때문에 여유가 있다면 동시 전개는 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이심도가 도백연혼강령을 연마하고 있는 사이, 살아남은 네 명은 급격하게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에 대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극도로 긴장하고 있으니 급격하게 체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대,대장 신호라도 보내는 것이···”


“이곳에서··· 신호탄을 쓴다고 그게 드러나겠냐···? 하늘이 전혀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걔 중 한 명이 신호탄을 쓸 것을 권했지만, 곧장 기각 당하고 말았다.

적의 대장 역시도 처음에 신호탄을 쓰려했지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들거라는 생각에 포기했던 것이다.

괜히 적을 자극하는 행동이 되기도 했고.




적의 눈 앞에서 혼백 하나를 소화해낸 이심도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고는 뒤쪽으로 던졌다.

자신의 위치를 인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라리 적의 진형을 깨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어디냐? 어디냐고?”


“진정해. 진형을 유지해라!!!”


이심도의 의도대로 적의 진형이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소리가 들리니 그 쪽으로 신경이 집중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대장이라는 놈은 다른 방향으로 신경을 집중했다.

이심도가 던진 돌멩이가 속임수라는 것을 간파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파멸을 가속화시킬 뿐이었다.


스걱


음신통령공을 극도로 일으킨 이심도는 귀야행을 펼친채로 단숨에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별다른 초식 없이 적 하나의 목을 단숨에 그어버렸다.

게다가 종전과는 달리 환(幻)자결을 펼쳤기 때문에 적들의 혼란은 더욱 심해졌다.

극도의 긴장, 분산된 신경, 알 수 없는 적, 귀신의 환영과 귀곡성. 이 모든 것이 적으로 하여금 공포에 젖게 만들었다.


“으아악”


결국 남은 적 중 대장을 제외한 두 사람은 무기조차도 던져버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무시하고, 이심도는 대장을 공격했다.


“너는···큭··· 도대체 누구냐?”


그는 억울했다.

비록 운남지역에 한정되어 있지만, 비로소 본인들의 세상이 열리려 하는데...

혹시나 싶은 마음에 외곽을 정찰하다가 죽게 되다니,

너무도 억울했다.

적의 정체라도 알면 덜 억울할 것을···


이심도는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곧 죽을자와 말을 섞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빠르게 처리하고 다음 사냥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짧은 사이에 이심도의 마음은 이미 사냥꾼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컥··· 나는 비록 이리 가지만··· 반드시 본문에서···”


오래지 않아, 결말이 나고 말았다.

이심도의 칼에 심장이 뚫리고 말았던 것이다.

사실 두 사람 간의 실력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정면에서 승부했다면, 백중세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 정도.

그러나 긴장한 상태로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한데다가 수하 둘이 도망쳐버린 충격은, 그를 너무나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 넣었다.


이심도는 적이 죽자마자, 빠르게 다가가 혼백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죽인 즉시 뽑아내는 것은 처음이라 나름 기대가 되었다.

혼백을 재료로 영력을 보다 순수하게, 보다 강력하게 만드는 것이 도백연혼강령의 모든 것이었다.

혼백이란 곧 기억이었고, 강렬한 경험을 많이 가진 자일수록 그 효용이 높았다.

대체로 강자일수록 강렬한 경험이 많았고, 이번 적은 상당한 강자였다.

예상대로 이번에 얻은 혼백은 이제까지 얻은 혼백을 모두 합친 정도의 가치가 있었다.


도백연혼강령을 운용하는 이심도의 몸 부근으로 상서로운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단숨에 드높은 혼백을 소화시키다보니, 한번에 소화되지 못한 혼백이 이심도의 몸 밖으로 빠져나와서 생기는 현상이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심도의 성취가 높아질수록 흘러나오는 연기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의 영력이 조금씩 강해진다는 증거였다.

영력이 강해져서 혼백을 강제하는 힘이 커졌던 것이다.


“후우···”


그렇게 반시진정도가 흘렀다.

그제서야 이심도는 크게 숨을 내뱉으며,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직 도백연혼강령의 성취가 미미한 상태에서 강적의 혼백을 손에 넣으려고 하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또한, 욕심에 눈이 멀어 위험한 행동을 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혹시라도 도망쳤던 적이 돌아왔다면, 위험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뒤늦게 들었기 때문이다.


이심도는 우선 주위 동정을 살핀 후, 혼백을 뽑아낸 시신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비록 도백연혼강령처럼 영력을 단련하는 공법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지라도, 혼백을 건드리는 공법이나 그 흔적을 확인하는 공법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한 정보는 최대한 적게 넘겨주는 편이 좋았다.


정리를 마친 후, 이심도는 도망친 자들 중 한 명의 흔적을 쫓아가기 시작했다.

도망친 적을 잡아 도백연혼강령의 제물로 삼아도 좋고, 다른 적들에게 안내해줘도 좋았다.

이심도는 귀야행을 펼치면서 최소한 이 숲에서라면 어떻게든 도망칠 수 있다는 자신을 얻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던 것이다.

상대할만한 적은 잡아서 성취를 올리고, 강한 적은 도주한다.

이심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생각했다.


이심도에게는 운 좋게도 적의 흔적은 너무나 명확했다.

하긴 공포와 혼란에 빠진 상태에서 제대로 흔적을 지우면서 움직이긴 어려웠으리라.

흔적들이 어느 순간 갈라졌기에, 이심도는 둘 중 하나의 흔적을 정해서 계속 쫓아갔다.

무리해서 쫓아야겠다는 생각이 없었기에 흔적을 상세히 살피면서 움직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흠···”


달리다가 넘어진 것인지 머리가 깨진 상태로 쓰러진 시체.

그것이 흔적을 쫓아온 이심도가 목격한 적의 최후였다.

아무리 공포와 혼란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지만, 무공을 익힌 무인이 넘어져서 죽을까? 이심도의 머릿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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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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