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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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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9.12.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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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 흑봉(黑蠭)(1)

DUMMY

숲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왕하염을 묻은 이심도는 그제서야 책자와 주머니를 확인할 수 있었다.

책자는 왕하염이 작성한 것으로 그의 무공과 그의 신분에 대해 적혀있었다.


흑봉(黑蠭).

천하에서 가장 유명한 살수 중 한명이었다.

보통 살수가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또한 위험한 일이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살수는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흑봉이란 이름이 알려진 것은 시체에 남는 특이한 흔적 때문이었다.


머리에 남은 검은 점.

그것이 흑봉이 남긴 유일한 흔적이었다.

그가 오고 간 흔적이나, 싸운 흔적은 전무했다.

오로지 검은 점 하나만이 흑봉이 왔다갔다는 것을 드러내주었다.

그 점을 보고 벌에 쏘인 것 같다고 하여 흑봉이란 별호가 붙었고, 그것이 곧 왕하염의 이름이 되었다.


이심도마저도 들은 적이 있을 정도니 그 유명세가 평범하지 않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소문난 살행만 수십차례.

그렇기에 이런 곳에서 사냥이나 하고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책자에는 그런 내막마저도 적혀있었다.

어린 시절 음살문(陰殺門)에 납치되어 살수가 된 왕하염의 어린 시절.

그리고 살행 도중에 얻게 된 몇 가지 기연으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일.

마지막으로 음살문의 배신.


결국 그는 음살문에 이용만 당하다가 배신당한 덕분에 무공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몸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짐작컨데 그런 상황에서 억지로 무공을 썼고, 지금과 같이 극심한 부상을 입었으리라.


왕하염의 사정에 대해 적힌 부분이 끝나자, 이어지는 것은 무공구절이었다.

부상을 당해 사냥꾼으로 살면서 그는 음살문의 무공과 기연으로 얻은 무공들을 집대성하여 몇 가지 무공을 창안했다.

왕하염 인생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무공.

그런 무공을 이심도에게 넘겨줬던 것이다.


이심도는 청죽무애신공을 전수해준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생각했다.

그 덕분에 왕하염의 무공을 얻었으며, 차후 소중한 동료가 될 수도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왕하염의 무공들을 살펴보면서 그는 더더욱 확신했다.


음신통령공(陰神通靈功)

6대 기법 중 내문(內門)에 해당하는 기법.

내문을 열어 그림자 세계와 연결하여 그 힘을 다루는 방법으로 무공이라기보단 주술에 가까운 형태를 띄었다.

그림자를 이용하는 음살문의 무공을 왕하염이 끊임없이 진보시켜서 아예 다른 형태를 띄게 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음신통령공이 극한에 이르면 주변의 모든 그림자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흑점흔(黑點痕)

왕하염에게 흑봉이라는 별호를 선사한 흑영지를 진보시킨 결과물이었다.

흑영지는 온갖 독물들에게서 독기를 뽑아내어 왼손 검기에 몰아 넣는 비혈의 비기였다.

그런만큼 빠른 시간 내에 큰 성과를 볼 수 있었으나 한계가 명확했고, 적공이 깨지면 그 독으로 인해 신체가 망가지게 되었다.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독기 대신 음신통령공으로 얻은 그림자의 힘으로 대체한 것이 흑점흔이었다.

비록 단기적으론 흑영지에 비해 그 위력이 작았으나, 음신통령공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그 위력이 급증하기 때문에 그 한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귀야행(鬼夜行)

보법과 경공이 합쳐진 무공으로 이를 펼쳤을 때, 크게 두가지 방법으로 쓸 수 있었다.

하나는 보보(步步)마다 귀곡성(鬼哭聲)과 귀영(鬼影)이 보이게 하여 적을 속이는 방법이었다.

적의 시야를 속이고, 소리를 통해 적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로써 적과의 싸움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정반대의 용법이었다.

아예 어둠속으로 녹아듬으로써 기척을 없애고, 적의 시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이었다. 그야말로 무흔(無痕). 서로 상반된 두 가지 공법처럼 보였지만, 그 요체는 그림자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귀야행은 그림자의 힘을 몸놀림에 이용하는 비법인 것이다.


몇 가지가 더 수록되어 있긴 했으나, 그저 자신의 깨우침이나 요령 정도였다.

이심도의 무공에 겨눌만한 것은, 그리고 그가 문제없이 익힐만한 것은 세 가지가 다였다.

게다가 이 세 가지만 익혀도 왕하염의 신분을 위장하기에는 충분했다.


그랬다.

그는 이심도의 몸과 기억을 뒤집어 쓴 것에 이어서, 왕하염의 신분을 이용할 작정이었다.

비록 이심도로써 스스로를 정의내리기로 결론을 내렸지만, 적이 이심도의 신분을 이용하려는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다른 신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왕하염의 신분이라면 음살문을 쓰러트리고, 힘과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충분한 명분이 되었다.

배신당했다곤 하지만, 본래 음살문 소속이었던 왕하염의 신분이라면 그들을 집어삼키는 것도 가능하리라고 본 것이다.


적의 정확한 정체나 규모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므로 음살문부터 시작해서 적과 싸워나가기로 한 것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다다르자 이심도는 당장 다른 마을로 가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흑봉으로서 힘을 쌓아서 그의 신분을 위장할 때까지는 숲 속에서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이 곳이라면 적의 추적을 피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었고, 무성한 나무들 덕분에 그림자가 진했다.

이 숲이라면 음신통령공을 연마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면 가문의 유일한 가복이라고 할 수 있는 집사였다.

어차피 전답이야 모두 세를 주고 있었고, 집사 외에는 모두 임시고용 형태로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집사만큼은 전대부터 이심도의 가문을 섬기던 자였으니, 이심도의 신분이 무언가 큰 사고를 치게 되었을 때는 그 역시 연좌제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심도의 기억 속에 그는 부모나 마찬가지인 사람이었고, 그런 그를 무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를 무시했다가는 이심도라는 인격이 붕괴될 위험마저도 존재했던 것이다.

이심도로서의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를 포기해선 안되었다.


그렇기에 너무 늦장을 부리진 않기로 했다.

어느 정도나마 그를 흉내낼 수 있게 되면, 그리고 적들의 포위망이 조금이라도 헐거워지면 곧장 집사부터 대피시킬 생각이었다.

집사만 제외하면 이심도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같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고, 이심도가 신경쓸 사람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이심도는 책자를 꼼꼼하게 모두 읽고 나서야 비로소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 속에는 단약들이 보관되어 있었는데, 책자에 기록되어 있기로는 음신통령공을 수련하는데 도움을 주는 영단이라 적혀 있었다.

강제로 각성 상태로 접어들게 만들어서 그림자 세계에 접촉하게 만드는 약이었다.

그러하기에 또한 독이기도 했다.


확인을 마친 이심도는 본격적으로 음신통령공을 수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곳은 아직 숲의 초입이라 적이 추격하기에 너무나 쉬웠다.

게다가 땅에 묻었다곤 하지만 왕하염이 드러날 수도 있었기에 이심도는 약간의 흔적만을 남긴채로 숲 안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괜히 이곳에서부터 흔적을 많이 남겼다간 오히려 의심하고 부근만을 수색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낮에는 흑점흔과 귀야행을 수련했고, 밤에는 음신통령공과 청죽무애신공을 연마했다.

밤에는 모든 동물들이 잠에 들었기에 조그마한 소리도 크게 들릴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숲 속에는 인간의 발길이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수많은 동물들이 살았고, 덕분에 식량 문제는 없었다.

게다가 어지간한 독은 이심도에게는 영향을 주지 못했기에 더욱 안전했다.


청죽무애신공에는 외부에서 들어온 유해한 성분들을 정화해주는 효과가 있었고, 흑점흔에는 아직도 흑영지의 흔적이 남아있어 독기를 손가락으로 모아주는 공능이 있었다.

즉, 한번에 즉사할 정도의 독이 아니라면 어떠한 독도 오히려 그에게는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왕하염의 무공에 대해 최소한의 틀을 잡는데 성공했다.

왕하염이 보았다면 크게 놀랐을 일이었다.

본래 무공을 연마하고 있었다곤 하지만, 이렇게 짧은 사이에 틀이 잡힐 정도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연마하던 이심도조차도 조금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성취가 빠르다고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 의구심을 가지면서도 연마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음신통령공은 제 옷을 입는 것 마냥 익숙하고 편안했다.

이심도의 본신 무공이라 할 수 있는 청죽무애신공보다 더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이심도가 되기 전, 자신이 비슷한 류의 무공을 익혔을 거란 짐작을 해볼 뿐이었다.


“후우···”


무공의 성취란 참으로 만족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결코 만족스럽지 않았다.

덕분에 한차례의 수련을 마치자 자연스럽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것을 감수하여 어느 정도 시간 여유가 생겼다지만, 집사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순 없었다.

결국 이 숲에서 언젠가는 탈출해야 할 것인데, 그 시점을 언제로 잡아야할 것인지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음신통령공과 귀야행을 함께 쓴다면 어지간한 적에게는 붙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적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고수가 있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외부로 가는 방향에 다수의 적이 대기하고 있다면?


정보의 부재가 이도저도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더욱더 음살문을 손에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살수문파라면 상당한 수준의 정보력을 갖추고 있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그도 아니라면, 스스로가 절대고수가 되던지···


“하아··· 여기서 어떻게 사람을 찾으란 건지···”


“그러게나 말이야. 솔직히 독에 중독되서 죽었을 것이 뻔하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이심도의 귀로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며칠 사이 급증한 무공이라면 분명 저들의 기척을 미리 느꼈어야 하건만, 방심했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짧게나마 반성을 마친 이심도는 적들의 수준을 가늠해보기 시작했다.

싸워야할지, 피해야할지, 숨어야할지 결정을 내려야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저들의 수준은 결코 높지 않았다.

지금의 이심도라면 촌각의 시간내에 죽여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혹시나 저들 뒤로 따라오는 자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심도는 조용히 기다리기 시작했다.


“어이구, 독물들 때문에 옷을 겹겹이 껴입었더니 힘들어 죽겠구먼.”


“그래도 덕분에 이 숲에서 살아있는게 아닌가? 위에서 이런거라도 챙겨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세.”


적 두 사람이 이심도가 머물러 있는 나무 아래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심도는 곧장 둘을 격살하고 곧장 이동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적이 나무 아래로 다가오자, 이심도는 곧장 나무에서 뛰어내리며 흑점흔을 펼쳤다.

흑점흔에 백회혈을 강타당한 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절명하고 말았다.


“뭐, 뭐야?”


동료의 사망에 적이 당황하는 사이, 이심도는 연이어서 검을 뽑아내어 적을 찔러들어갔다.

기본중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찌르기. 굳이 이름 붙이자면, 선인지로(仙人指路)라 할 수 있는 초식이 펼쳐지며, 적의 목을 꿰뚫었다.


촌각의 시간 사이 두 명의 적을 무찌른 이심도는 곧장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이 얼마인지, 어디까지 와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이다.

적의 시체는 군데군데 보이는 늪지 속으로 던져 놓고, 이심도는 다시금 숲 깊숙한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오늘은 거진 대화가 없네요.

혼자 있는 부분이라 ㅎㅎㅎ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선작/추천/댓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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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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