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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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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543

작성
19.12.08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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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6. 자각(自覺)(6)

DUMMY

"처리는?"


"물론 끝났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겼지. 그보다 서둘러야 할꺼 같소. 설령 시신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교대시간이 되면 문제가 될거요.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입시다. 이제부턴 최대한 빨리 이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소.”


왕하염은 그렇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종전의 움직임보다 월등히 빨라진 속도에 이심도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해야만 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호흡 역시도 조금씩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이심도는 어린 시절부터 무공을 단련해왔으며, 청죽무애신공의 공능으로 그 신체능력이 범인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러나 비록 영락했다지만, 학자(學者) 집안에서 태어난 이심도가 평생동안 이렇게 오랜 시간 달릴 일이 있었겠는가?

그렇기에 무공수준과는 무관하게 급속도로 체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왕하염은 이심도의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눈치채고는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무공경지가 있으니 바로 쓰러지진 않겠지만, 어느 정도 체력 안배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조금 쉬었다 가는편이 좋겠소.”


“허억•••.허억•••..”


이심도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었다.

최대한 빨리 호흡을 가다듬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이형은 학자 집안의 공자가 맞는 모양이오. 달리는 것에 영 익숙하지 않는 모양이니.”


“후우... 무공이야 남들 눈에 띄지 않게 익히면 된다지만.... 학자 가문의 자재가 뛰어다니는는 모습을 남에게 보였다간, 체통 좀 지키라는 말을 듣기 쉽상이라오. 나같이 영락한 가문의 자재라면 좋은 먹잇감이 될 뿐이겠지.”


이심도는 그리 대답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렸다.

이심도의 가문은 대대로 높은 벼슬자리를 유지해온 상당한 명문가였다.

그러나 대대로 손이 귀한 집에 일가친척도 없는 상황에서 일찍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자, 자연스럽게 그 세가 꺾일 수 밖에 없었다.


벼슬로 흥한 집안에서 벼슬자리에 올라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급속도로 가세가 기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아버지의 친구 한분이 상당한 지원을 해준 덕분에 학문과 무공을 계속 연마하면서도 가문의 전답과 집을 지킬 수가 있었던 것이다

왕하염에게 보상하려고 했던 것이 그렇게 지킨 전답이었고.


“힘들겠지만, 슬슬 움직여야 할 듯 하오.”


“아, 미안하오. 잠시 쓸데없는 생각에 빠져들었군.”


두 사람은 다시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방금 죽인 보초들의 말을 엿들은 결과, 그들에게 주어진 여유는 한 시진 뿐이었다.

한 시진이 지나서 교대가 시작되게 되면,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적들이 눈치챌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보다 강력한 적들이 추적해 올 것이 너무나 분명했다.

적어도 다른 도시까지 도망가지 않는 이상은 절대 안심할 수 없었다.

도시로 가서 관에 지금 발생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고발해서 두 사람을 죽여도 별로 차이가 없는 상황까지는 가야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없이 도망치던 왕하염은 이제 슬슬 흔적을 조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 사람 모두 경공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경공을 쓰는 자들이 추적해오면 따라잡히는 것은 순식간이었기 때문이다.


“이형, 일단 먼저 가도록 하시오. 나는 흔적을 조작하고 가야할 듯 하오.”


“숲 쪽으로 도망치는 흔적을 만들 생각이오? 그러나 저들도 우리가 다른 도시로 넘어가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텐데···?”


이심도는 왕하염의 생각에 조금 부정적이었다.

부근의 숲은 워낙 복잡한데다가 온갖 독충과 맹수들이 살고 있기에 길이 아닌 곳으로 가서는 다른 도시로 넘어가기가 매우 어려웠다.


반대로 적들은 수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는 데다가, 관의 도움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숲에서 길을 잃었다가는 적에게 붙잡히고 만다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적들 역시도 길을 따라 쫓아올 것이 분명했다.


“꼭 그렇게만 생각할 것이 아니오. 실제로 부근 마을에서 추방당한 자들 중 숲에서 오래도록 살아남은 자들이 제법 있다오. 심지어는 죄를 짓고 숲으로 숨어드는 자들까지 있을 정도지. 그런 자들이 잡혔다는 이야기는 내 들은 적이 없소. 즉, 다른 것을 다 무시하고 적들을 피하는 것만 신경쓴다면 숲으로 숨어드는 것도 충분히 해볼만한 일이란 것이오. 이 곳 실정을 아는 자들이라면 그 정도까진 충분히 생각해볼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오.”


“으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본다 하더라도, 적이 조금이라도 분산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겠소? 나는 적과 아예 마주치지 않을 거라곤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어서 말이지.”


결국 왕하염의 행동은 적의 수를 줄여서, 싸움이 일어났을 때 승산을 조금이라도 높여보자는 이야기였다.

이심도는 그의 말에 결국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이런 경험이 전혀 존재하지 않았기에 판단을 내릴 근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왕하염의 말을 따라갈 수 밖에···


“알겠소. 왕형의 말을 따르도록 하지. 나는 최대한 멀리 도망치도록 하겠소. 혹시나 하여 묻지만···어딘가에서 기다리거나 할 필요는 없겠소?”


“물론이오. 어차피 길을 따라 움직이는 상황이니··· 게다가 내 걸음이 조금 더 빠르고, 내 체력이 이형보다 좋다는 것은 누가봐도 뻔한 것 아니오? 내 최대한 빨리 따라가리다.”


끄덕.

이심도는 별다른 말없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곧장 도주하기 시작했다.

기왕 결정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왕하염 역시도 이심도가 달려가는 것을 잠시 보더니 곧장 흔적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적의 머릿속에 혼란을 가져다주기를...

그렇게 생각하면서


◆ ◆ ◆


“허억··· 허억···”


정신없이 달려가던 이심도는 다시금 호흡에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단기적으로는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겠지만, 아직 한참의 거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이심도는 조금이라도 호흡을 고르고, 쉬었다 가야겠다고 판단을 내렸다.


억지로 호흡을 정리한 채로 청죽무애신공을 운기하기 시작하자, 이심도는 온몸이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상시 안 쓰던 근육들을 무리해서 쓴 결과였다.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운기를 마치자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가 익힌 무공들이 대단한 절학들인 것은 분명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치료효과를 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던 것이다.


이심도가 현재 익히고 있지 않는 기법 중, 단전(丹田)을 사용하는 기법의 가장 중요한 장점은 범용성에 있었다.

비록 그 위력이나 특성에서는 조금 부족하지만, 다른 계통에 비해 재능을 따지지 않았다.

또한, 단전에 저장된 기를 이용해서 공방은 물론 경공까지 사용할 수 있었으며, 요상결을 펼쳐 몸을 치유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익히고 있는 기법이기도 했다.

설령 다른 기법을 주력으로 익히고 있다 하더라도 보조적으로 익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심도는 기회가 닿는다면 단전을 이용하는 기법도 익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익히는 기법이 많아질수록 난이도가 점점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도백연혼강령의 힘이라면 충분히 가능했다.


도백연혼강령은 영력을 단련하는 절학.

그것은 곧 인간의 그릇 자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릇의 한계로 여러 가지 기법은 커녕 1가지 기법도 상승경지에 못 드는 사람이 허다했지만, 도백연혼강령의 힘이라면 그릇 자체를 넓힐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릇 자체를 넓힌다는 것은 여러 기법을 동시에 익혀도 한계에 부딪히지 않는 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저 시간과 자원의 문제일 뿐이었다.


시간과 자원만 충분하다면 누구보다 강해질 수 있을 것이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결코 도망칠 필요가 없었다.

언젠가 반드시 이 빚은 꼭 갚아주고 말겠다.

이심도는 최대한 몸을 풀어주면서도 그렇게 복수심을 불태웠다.


그렇게 되뇌이며, 몸을 충분히 풀어준 이심도는 다시금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순간 그가 지나온 길에서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인기척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자, 이심도는 상대가 한명이며 부상을 입은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자신의 기척을 전혀 숨기려 하지 않았기에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는 사실도.


이심도는 서둘러 상대방을 향해 달려갔다.

지금 상황에서 부상을 입은 자라는 것은 왕하염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그의 예상대로 왕하염이 비틀대며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상당히 극심한 부상을 입은 듯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왕형!!!”


이심도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 그의 태도에 왕하염은 손가락을 입에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심도는 그것을 보고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그래서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그를 부축하면서 조용하게 물었다.


"아니, 지금 이게 어찌된 일이오?”


"하···하··· 마음이 급한 놈이 한 놈··· 흔적을 조작하고 있었는데··· 곧장 출수···”


제대로 말할 여력조차 없는지 왕하염의 목소리는 그를 부축하고 있던 이심도 마저도 제대로 알아 듣지 힘들정도로 작고 가늘었다.

이심도는 그의 부상이 정말 심각하단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그를 바닥에 눕혀 쉴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가문에서 단 하나 남은 영단을 서둘러 그에게 먹였다.


그 영단은 차후에 가문의 후계자에게 청죽무애신공의 씨앗을 심어주는 용도로 사용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를 위해 부상을 입은 왕하염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커...헉...헉... 이건.... 제법 귀한...”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상처가 중하니 이런저런 사정을 신경쓸 때가 아니오.”


이심도는 잠시 고민하더니 아예 청죽무애신공을 그에게 전수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청죽무애신공이 비록 특별한 요상결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입문시에 한해서는 어지간한 부상은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비법이 있었던 것이다.


그 비법이란 이러했다.

영단을 먹임으로써 강제로 토양을 만들고, 거기에 청죽무애신공을 익힌자가 자신의 성취를 희생해서 씨앗을 심어준다.


그리고 그 씨앗이 발아하는 동안에는 일정기간 강제적인 동면에 들게 되는데, 이 동면이 드는 동안 청죽무애신공을 익히기 적합하게끔 체질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부수적으로 부상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이고.


이심도는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본격적으로 청죽무애신공의 전수에 들어가려했다.

그러나 왕하염은 고개를 한번 흔들더니, 손짓으로 자신의 품을 가리켰다.

이심도는 순간 멈칫했으나, 왕하염의 뜻에 따라 그의 품을 뒤졌다.

그의 품속에는 책자와 작은 주머니가 하나 있었다.

그것을 보고서야 왕하염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심도는 책자와 주머니를 한켠에 두고는 왕하염을 앉혔다.

본격적인 전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명문혈에 손을 대야 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왕하염 역시도 거절하지 않았다.

이심도의 인도에 따라 별다른 저항없이 반가부좌 자세를 취했던 것이다.


그리고나서 이심도는 청죽무애신공을 운기하여 일부 공력을 쪼개기 시작했다.

이 쪼개진 공력을 씨앗이라 칭했으며, 이것을 상대방의 명문혈을 통해 넘겨줌으로써 청죽무애신공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씨앗이 왕하염의 체내로 넘어간 것을 확인한 이심도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었다.

씨앗을 심는 것은 처음이라 내심 상당히 긴장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왕하염을 살피던 그는 씨앗이 자리를 잡고 발아하는 것 까지 확인한 후, 왕하염을 조심스럽게 업었다.

아무리 청죽무애신공의 입문결이 치료효과가 좋다지만, 이곳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입문에 드는 동안은 지기가 풍부한 곳에 입문자를 묻어두는 것으로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외진 곳에다 아예 묻어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땅에 묻혀있다면 누구도 발견할 수 없을 것이고, 치료가 완료된 후에는 알아서 땅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이 상황이 어떻게든 결판이 났을 테니, 지금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고. 이심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숲 속 깊숙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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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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