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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필담 님의 서재입니다.

탈명구세(奪命救世) 훔친 운명으로 세상을 구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윤필담
작품등록일 :
2019.11.17 20:41
최근연재일 :
2021.01.13 13:49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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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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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05,543

작성
19.11.27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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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1쪽

3. 자각(自覺)(3)

DUMMY

"하... 이거야 원, 그 잠깐 사이에 무공의 연원까지 눈치챈거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모양이오? 난 사실 떠본 것인데, 정종 무공을 익힌 것이 맞나보군."


이심도가 내심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이, 왕하염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무공을 익히면 아무래도 일반인과는 동작이 바뀌게 되고, 어느 계통의 무공을 익혔냐에 따라 미미한 차이가 나게 되오. 대부분 동작의 낭비를 최소화하게 되지. 몇몇 사파의 무공을 제외하곤 대부분 그런 변화가 있게 되는데, 아무래도 정종 무공과 살수 무공이 특히 심한 변화가 생긴다오. 그런데... 확실히 이형이 익힌건 살수 무공이 아니란 말이지."


"그 정도면 떠본게 아닌거 같소만?"


"그렇긴 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것이니 말이오."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도, 그것이 10할 확실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왕하염은 그런 의미로 이야기한 것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왕하염은 이심도에게 어느 정도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설명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구려. 맞소, 아무리 의심이 가더라도 확인하기 전까지는 확신할 수 없지. 후... 그런 의미에서 왕형에게 부탁이 있소. 제법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니 잘 생각해보고 답변해주시오."


이심도는 왕하염 쪽으로 몸을 기울인 후, 최대한 목소리를 줄인 상태로 왕하염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감찰사가 되어 이곳에 부임왔고, 부근에서 적에게 공격을 당했다는 사실, 그리고 적이 아직까지 부근에 있을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까지 모조리 말했다.

최대한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이심도가 할 부탁은 제법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었고, 그렇다면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이 올바른 일이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곳의 관청이 내 아군이 될 수 있는지, 적이 부근에 있는 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소. 내가 직접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대신 해준다면, 더 안전하겠지."


이심도의 말이 끝나자,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왕하염은 입을 열었다.


"나에게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했소? 내가 적이라면 당신은 살아남을 수 없을텐데?"


"그런 생각도 물론 했소. 하지만,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불리한 상황이라고 생각했고, 기왕이면 무공을 익힌자가 낫겠지. 게다가 기를 다룰 수 없게 금제를 걸어둔 자라면, 내 적일 확률은 낮을 것이고."


이심도의 말에 왕하염은 놀랐는지, 눈이 한껏 커졌다.

이심도의 말 중 어느 부분이 왕하염을 놀라게 한 모양이었다.


"허... 기를 다룰 수 없게 금제를 걸어뒀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소? 이건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수법이 아닌데?"


"음? 기의 흐름이 외부로 전혀 발생하지 않는데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니오?"


왕하염의 말에 이심도는 오히려 의아했다.

일반인도 몸 바깥으로 기의 흐름이 약간이나마 발생했고, 그런 흐름이 없다면 당연히 금제를 의심해볼 수 밖에 없었으니까.


"이 금제는 그런 것 까지 고려해서 기의 흐름을 일반인 수준으로 만드는 효과를 갖추고 있소. 게다가 외기(外氣)의 흐름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일이건만."


그랬다.

이심도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일은 어지간한 고수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왕하염은 놀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왕하염의 반응에 이심도는 본래의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수준에 이른 고수(高手)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에서 모두가 놀랄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이것은 기억을 잃기 전에도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조금 특수한 무공을 익힌 덕분이라고 생각해주시오. 아무튼 상황 설명은 끝냈고, 도와줄 수 있겠소? 성공한다면 내 상부에 상신해서 최대한 보상을 챙겨주리다. 반역도당을 잡는 일을 도왔으니 보상이 적지 않을 것이오. 아니, 그와는 별도로 내 이곳에 논 100마지기 정도는 마련해주겠소."


이심도가 비록 조실부모하여 혼자 힘으로 커왔지만, 물려받은 재산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아버지의 친구 분들이 권력이 상당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논 100마지기 정도 건네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음...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겠군. 반대로 운이 좋다면, 아주 쉬운 일일꺼고... 좋소. 한 번 해보지. 대신 성공적으로 일을 마치면, 다른 부탁을 할까하는데... 들어보고 가능하다면 그것으로 대신해주시오. 어렵다면 원래 보상으로 줘도 되고."


"고맙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약속하리다."


왕하염의 승낙에 이심도는 기분 좋게 대답했다.

이 일이 잘 마무리가 된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서 그의 부탁을 들어줄 생각이었으니까.

크게 봐서 반역도당을 물리치는 일이었고, 작게 봐서도 자신의 생명을 구한셈이 될 것이었다.


"그런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오만. 내 금제는 지금 당장 풀 수 없는 것이오. 그 말인즉, 싸움이 났을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오."


"물론이오. 거기까지 부탁할순 없지. 적어도 이 일이 끝날 때까지는 왕형이 나보다 먼저 죽는 일은 없을거요."


때맞추어 주인장이 요리를 마치고, 주방에서 나오는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자연스레 대화를 중단하고 요리가 나오길 기다렸다.


"자, 나갑니다."


몇 가지 요리와 함께 술이 나오자, 두 사람은 식사를 시작했다.

주인장이 주방 밖으로 나와있었던 덕분에 아까의 이야기를 이어갈 순 없는 상황.

두 사람은 묵묵히 식사를 이어갈 수 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다시 마을 밖으로 나왔고, 그제서야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한동안은 내가 거하는 곳에서 머무셔야 할 것 같소. 괜히 마을에 묵었다가는 눈에 띌테니. 이 마을은 외부인이 자주 들르는 곳이 아니라, 분명히 눈에 띌 것이오. 좀 쉬고 있으면, 그 사이 부탁한 것을 알아보리다."


"부탁을 한 입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조금 이상하긴 한데... 생각해보니 왕형이 조사하는 것도 위험한 것 아니오? 이런 마을에서 안하던 행동을 하는 것은 제법 이상한 일인 것 같은데?"


이심도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을 했다.

대화가 중단된 사이 생각해보니, 왕하염이 조사하는 것 자체가 눈에 띄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뭐 나도 나름대로 방법이 있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소. 아무튼 일단 맡기기로 했으면, 믿고 기다려 보시오."


왕하염이 그렇게 말하자, 이심도는 더 이상 별다른 말을 안하기로 했다.

더 걱정하는 것도 민폐였고, 사기를 깍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대화없이 한참을 걸어가자 이심도의 눈에 허름한 집 하나가 보였다.


"저기가 내가 사는 곳이오. 조금 허름해보이긴 하지만, 안에 들어가면 쓸만하니 너무 걱정하진 말고."


허름한 외관이 겸연쩍었는지, 왕하염은 먼저 입을 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은 동물들의 가죽이 바닥에 깔려 있었고, 화살이나 작살 등의 사냥도구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왕형. 알부자였구만, 이 가죽만 다 팔아도 돈이 얼마요?"


"하하. 뭐.... 그보다 이쪽으로 와보시오."


왕하염은 가죽 몇개를 치우면서 이심도를 불렀다.

가까이 다가가자 가죽이 있던 자리에는 통로가 하나 있었다.

아래로 나있는 통로를 따라 들어가자 제법 넓은 공간이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내가 무공을 연마하는 장소요. 목검도 있고, 벽곡단이나 물도 충분히 보관되어 있지. 게다가 숨구멍은 충분히 뚫어놓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수련하기에 안성맞춤이라오. 내가 나가서 조사하는 동안 괜히 어디 나다니지 말고, 몸 관리에 힘쓰도록 하시오. 무공을 연마하던지, 상처를 치유하던지."


"고맙소. 시키는데로 하리다."


이심도는 왕하염이 상당한 호의를 베풀었다는 것을 알았다.

보통 이런 수련장의 경우, 무공의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었기에 주로 같은 무공을 익힌 동문들에게만 개방했기 때문이었다.


"고맙긴, 다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인데, 괜히 다른 자에게 발견되었다가는 일이 더 꼬일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난 좀 알아보고 오겠소. 넉넉하게 한 3일정도 걸린다고 생각하시오. 일이 끝나는데로 찾아올테니."


그 말을 끝으로 왕하염은 자리를 떠났다.

이심도는 우선 자신의 무공을 되돌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심도의 기억을 대부분 수습했고, 이심도로 자신을 정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약간의 차이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에 스스로의 무공을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청죽무애신공(靑竹无碍神功).

이심도의 가문에서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비전무공이었다.

대나무가 곧게 성장하듯이 그 무공 또한 그러했다.

오로지 한길로만 어떠한 편법도 통하지 않는 무공.

그러하기에 그 기운은 다른 무엇보다 정순했다.

그렇기에 왕하염이 정종의 무공을 익혔다고 생각한 것이었고.


그러나 실질적으로 전형적인 정파의 무공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대개 정파의 경우는 6대 기학 중 단전(丹田)을 위주로 연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청죽무애신공은 단전에 내력을 쌓지 않았다.

굳이 정사를 나눈다면, 사파 쪽에 가까운 편이었다.


사파의 무공은 비혈(非穴)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혈(非穴)이라함은 혈도가 아닌 곳에 기를 모아 해당 부위를 강화하는 형태를 띄었다.

청죽무애신공 역시도 단전이 아닌 뼈, 그것도 척추에 기를 쌓았다.

덕분에 일반인에 비해 뼈가 굉장히 튼튼해지고 몸 전체가 유연해지는 공능이 있었다.


기운의 특성은 정파의 것.

기를 다루는 방식은 사파의 것.

그것이 청죽무애신공이었다.덕분에 도백연혼강령과 함께 연마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운이 좋다면 좋은 셈이었다.


이심도는 그런 생각을 하며, 청죽무애신공을 운기하기 시작했다.

꼬리뼈에서 시작해서 골반, 척추로 이어지는 기의 흐름.

뼈에서 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회음혈을 통해 외기가 몸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외기의 도움에 힘입어 기운이 서서히 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가 경추(頸椎)에 이르자, 더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전신으로 퍼졌다.

이심도의 성취는 5성. 아직까지 머리까지는 그 기운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청죽무애신공이 경지에 도달하면 회음혈과 백회혈에서 동시에 외기가 들어오게 되고, 신체에 내기가 담기는 것을 넘어 외부로 기운을 투사하게 된다.

즉, 그 단계에 도달해서야 비로소 검기(劍氣)니 장풍(掌風)이니 하는 것을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전에 내공을 쌓는 자들에 비하면, 그런 경지에 상당히 늦게 도달하는 셈이었다.

그러나 결코 약하다 말할순 없었다.

반사신경, 몸의 탄성 등 몇몇 영역에서는 인간이란 종의 한계를 자연스럽게 뛰어넘게 되기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제 글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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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 팔대절학(八大絶學) (6) 21.01.13 104 3 7쪽
80 79. 팔대절학(八大絶學) (5) 20.12.28 121 1 7쪽
79 78. 팔대절학(八大絶學) (4) 20.12.14 146 2 7쪽
78 77. 팔대절학(八大絶學) (3) 20.11.17 205 3 7쪽
77 76. 팔대절학(八大絶學) (2) 20.11.04 212 4 7쪽
76 75. 팔대절학(八大絶學) (1) 20.10.19 273 6 7쪽
75 75. 귀존(鬼尊) (6) 20.10.05 255 5 12쪽
74 74. 귀존(鬼尊) (5) 20.09.29 256 4 7쪽
73 73. 귀존(鬼尊) (4) 20.09.22 269 5 7쪽
72 72. 귀존(鬼尊) (3) 20.09.16 290 5 7쪽
71 71. 귀존(鬼尊) (2) 20.09.07 441 5 7쪽
70 70. 귀존(鬼尊) (1) 20.08.31 345 5 7쪽
69 69. 재생(再生) (5) 20.08.28 332 6 7쪽
68 68. 재생(再生) (4) 20.08.23 343 5 7쪽
67 67. 재생(再生) (3) 20.08.17 361 5 7쪽
66 66. 재생(再生) (2) 20.08.09 379 5 7쪽
65 65. 재생(再生) (1) 20.08.05 397 6 7쪽
64 64. 기억(記憶) (6) +2 20.08.03 382 7 8쪽
63 63. 기억(記憶) (5) 20.08.02 387 9 7쪽
62 62. 기억(記憶) (4) +2 20.07.24 393 12 7쪽
61 61. 기억(記憶) (3) 20.07.12 427 14 8쪽
60 60. 기억(記憶) (2) +1 20.07.04 458 15 7쪽
59 59. 기억(記憶) (1) 20.06.28 462 10 8쪽
58 58. 마련(魔聯) (10) 20.06.22 415 11 9쪽
57 57. 마련(魔聯) (9) 20.06.15 391 13 8쪽
56 56. 마련(魔聯) (8) 20.06.07 424 13 7쪽
55 55. 마련(魔聯) (7) 20.05.31 44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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