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잡은 남자 049화
이렇게 말한 간부는 이번에 해커들을 고용하여 추적을 하였던 인물이었다.
그는 해커들이 꼬리를 잡아 줄 것으로 믿고 있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가자 생각을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모으고 모은 해커들이 자신들의 실력으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자라고 하며 아마도 다른 누가 와도 비슷한 말을 할 것이라 했기에 이렇게 부정적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도 회주님이 저렇게 진노하고 계시는데 어떻게 하겠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소?”
“휴우,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겠습니다.”
간부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에 기운이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자신들을 노리고 있는 적이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만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지혁이 신국회를 비롯한 자신을 노린 적에 대해서 끝까지 추적하여 그 뿌리를 모두 제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혁의 노력으로 인해 이들이 한국의 지혁에 대해서는 당분간 아무런 간섭을 할 수가 없게 되었지만 어떻게 일이 진행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지혁은 한국으로 조용하게 귀국을 하였고 그를 따르는 지석과 그 일행에게는 나중에 따로 연락을 하기로 하였다.
지혁이 오랜만에 가게로 출근을 하니 많은 이들이 지혁을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사장님 오랜만에 뵈니 너무 반갑네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장님.”
“오랜만이네요. 다들 수고가 많아요.”
지혁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는 사무실로 갔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이었지만 지혁에게는 고향의 집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혼자 사용하는 사무실이지만 오늘따라 아주 정답고 기분이 좋은 느낌을 주는 것이··· 역시 고향이라 그런가?”
지혁은 그러면서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본에 있는 동안은 복수와 적에 대한 응징을 하려는 마음만 있었는데 한국에 오니 그런 기분들이 모두 날아가 버리고 아늑함을 느끼게 해주니 기분이 좋아서였다.
지혁이 사무실에 왔다는 이야기는 금방 정필용에게 전해졌다.
필용은 지혁이 없는 동안 지혁의 가게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 일환으로 배치해 둔 동생들이 지혁의 출근을 바로 보고하였기에 지금 최대한 빨리 달려가고 있었다.
“헉, 헉! 빌어먹을 놈이 오면 온다고 이야기나 하고 오지 이렇게 힘들게 하고 지랄이야.”
필용은 지혁이 일본에서 무슨 짓을 하였는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최대한 빨리 온 것이다.
지혁의 입으로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필용이 들어왔다.
지혁은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필용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눈빛을 하고 있었는데 이미 필용이 올 것을 알고 있어서였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오는 거냐?”
“너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나? 내가 왜?”
“아무 연락도 없이 갑자기 왔는데, 혹시 무슨 일이 있어서 급하게 돌아온 게 아닌지 알고 싶어서다.”
필용은 자신이 왜 왔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시치미를 떼는 지혁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아쉬운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기에 화를 참고 있었다.
“일본에 일 때문에 갔고 대강 마무리를 해서 돌아오게 된 거다.”
지혁의 담담한 대답에 필용은 속에서 천불이 나고 있었다.
지혁의 실력을 알기에 참고 있는 것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벌써 주먹이 날아갔을 거다.
“일본에 간 사실을 내가 몰라서 묻는 거냐?”
필용의 질문에 지혁은 그런 필용을 바라보았다.
지혁도 필용이 무슨 답변을 원하는지를 알고 있지만 모든 이야기를 해줄 수는 없었다.
“궁금해도 지금은 알려고 하지 마라. 너도 위험해지니 말이다.”
지혁의 눈빛이 차갑게 변하는 것을 보고는 필용은 두려움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궁금증을 참을 수는 없었는지 다시 고함을 질렀다.
“친구가 위험에 처해 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가 있냐? 나도 궁금하니 말해줘.”
필용은 억지에 가까운 대답을 하고 있었다.
지혁은 필용이 친구라는 말을 하자 잠시 그 말을 음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지혁의 일생에 친구라고는 성준이 유일하였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친구라. 오랜만에 듣는 단어네.”
필용은 지혁의 말에 속으로 흠칫하는 기분이었지만 여기서 멈추면 절대 지혁의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그냥 뻔뻔하게 밀고 나가려고 하였다.
“전에 일본에서 암살자가 온 사실은 알고 있지? 그 일 때문에 나간 거다. 가서 일을 마무리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는 해결을 해서 다시 온 거고 알았냐?”
필용은 지혁이 전에 사고가 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무슨 말인지를 금방 이해를 했다.
“그러면 이제는 안 나가는 거냐?”
“아직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르겠다.”
지혁의 대답에 필용은 일본의 일이 확실하게 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하지만 지혁의 표정을 보니 더 이상의 질문을 해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럼 이제는 가게에 있을 거냐?”
“당분간은 여기서 있을 거다.”
“그동안 이상한 놈들이 자주 왔는데 그놈들은 누구냐?”
지혁의 가게에 자주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과 같은 조직원이 아니라 경호원 같은 그런 자들이었기에 묻는 말이었다.
“누구를 말하는 거야?”
지혁은 의문스러운 눈빛을 하며 필용을 보았다.
가게에 온 자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일본의 다이쇼 제약 말고 생각나는 곳이 하나 있었다.
“누구라고 말은 하지 않았냐?”
“자신들의 신분은 말하지 않고 그냥 너만 찾드라. 내가 보기에는 경호원들 같아 보였기에 그냥 보고만 있었다.”
경호원이 찾아 올 정도면 나름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이들이라면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켜만 보았다.
“경호원이 왔다고?”
지혁은 경호원이 왔다는 말에 세한의 이봉준이 생각이 났다.
자신에게 부탁을 한 일이 있었는데 자신이 거절을 하였고 성준도 회사를 그만두고 해외로 나갔으니 자신을 찾아 온 모양이었다.
“그래, 내가 보기에는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 같아 보였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데 그런 놈들이 찾아오는 거냐?”
필용도 지혁의 실력을 알고 있었기에 전에 무슨 일을 하였는지가 궁금하기는 했지만 과거에 대해서는 묻고 싶지 않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지혁의 정체가 상당히 궁금해졌다. 참지 못하고 물어볼 정도로 말이다.
“그냥 그런 일이 있다고 생각해라. 더 알려고 하면 머리만 아파진다.”
지혁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이봉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세한이라는 기업에 근무를 하는 놈이지만 고위층과 비자금을 조성해 줄 정도로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한에서 보여주는 신분 말고 다른 신분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은 기업들도 좋지 않은 일을 하기는 하지만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알고 있었기에 가지는 의심이었다.
‘그놈이 정치인과 연관이 있어서 그런가?’
지혁은 이봉준이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가지는 생각이었다.
자신과 좋지 않은 관계로 이어지는 인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에 지혁은 점점 골치가 아파졌다.
“야! 나도 친구라면 좀 알고 지내자. 혹시 아냐? 너에게 도움이 될지 말이다.”
필용은 지혁의 심각한 얼굴을 보며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하는 소리였다.
자신도 서울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조직에 간부였기에 충분히 도움을 줄 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지혁의 실력과 비교를 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겠지만 말이다.
지혁은 필용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도움을 주려고 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필용아, 너의 도움이 필요하면 내가 이야기를 할게. 지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그 마음은 고맙게 받도록 할게.”
지혁의 부드러운 음성에 필용은 조금은 놀란 얼굴을 하였다.
자신에게 저렇게 부드러운 얼굴을 하는 것이 필용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있는 것이라 더욱 그랬다.
“어··· 그, 그래.”
필용은 자신도 모르게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게 대답을 하고 말았지만 이내 속으로 자신에게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유, 나도 병신이지 도대체 뭘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있는 거야?’
필용은 대답을 하고도 속이 상한지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그런 필용을 보고 있는 지혁은 필용이 왜 저러는지 대강 짐작이 가는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일본과는 다르게 한국에는 그래도 자신을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지혁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주고 있었다.
일본에서 냉정하게 살인을 하고 있을 때는 자신이 점점 인간이 아닌 실인마로 변해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필용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자신을 생각해 주는 친구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이 따뜻한 심장을 가진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어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너의 도움이 필요하면 그때 이야기를 할게, 지금은 너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서 그러니 이해해라.”
지혁의 설명에 필용은 떨떠름하던 얼굴이 대번에 환해졌다.
“하하하, 그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를 해라.”
필용은 지혁을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솔직히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지혁이 보여준 실력은 엄청난 것이었기에 필용이 속해 있는 조직원들은 모두들 지혁을 존경하는 시선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지혁은 자신을 찾는 이봉준에 대해서는 필용에게 도움을 받을 수가 있을 것 같았지만 당분간은 조용히 있고 싶어 부탁을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은 필용이 아니라도 지석 일행에게 지시를 해도 되기 때문이었다.
‘이봉준에 대한 조사를 조금은 해두는 것이 좋겠다. 놈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이야.’
지혁은 더 이상 비자금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이봉준에 대한 조사를 하여 확실하게 정리할 생각이었다.
설사 상대를 죽이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이미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익숙해져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는 확실하게 정리를 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온정이 자신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에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인정을 가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적을 내가 살려줄 필요는 없으니 말이야.’
이는 지혁이 신체의 변화를 가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지혁은 살인을 하면서도 차가운 이성을 잃지 않고 행동할 정도로 머릿속이 아주 차갑게 변해가고 있었다.
필용이 구해준 내기를 운영하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지만 지혁은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나쁘게 생각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반기는 입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가지지 못하는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지게 되었고 무협지에나 가질 수 있는 내기를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지혁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요즘 너는 어떠냐?”
“나야 항상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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